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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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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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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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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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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북새통

DUMMY

『속보입니다. 일본에 폭설이 쏟아지면서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방사능 폐기물, 자위대와 미군 부대를 비롯해 일본 전역으로 거대한 빙하가 생겨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일대는 안개가 뒤덮여 경제가 멈췄으며 검은 번개와 백색 번개가 그린란드와 아르헨티나를 덮친 상황입니다.』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에 사무실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한국은 무시무시한 재난이 비껴간 상황이지만, 바로 이웃 나라인 일본과 북한은 종말이 터진 것처럼 난리였다.


“이제 곧 여름인데 폭설이 올 수도 있나?”


“올 수도 있지. 그런데 저게 굳어서 빙하가 된 게 문제잖아. 저거, 안 깨진다고 하더라고.”


“얼음인데 안 깨집니까?”


“그래. 지금 그것 때문에 일본 정부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더라.”


재난이 터져도 항상 느린 행정처리 때문에 복구 작업 자체를 미적거리던 정부가 이번에는 빨리 움직였는데도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빙하로 뒤덮인 곳이 발전소와 군부대, 중요시설물이라 일본 경제가 멈추면서 아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실장님, 진짜 자위대가 다 사라진 걸까요?”


“보내온 정보대로라면 전부 얼음으로 덮였다더군. 해군 함선뿐만 아니라 미군의 부대와 배도 다 사라졌고.”


“일본뿐만이 아니야. 북한도 다 사라졌지.”


김 실장 다음으로 불쑥 끼어드는 목소리에 자리에 있던 요원들이 벌떡 일어났다.


“오셨습니까.”


“자자, 뉴스 때문에 정신없겠지만, 지금은 남의 나라 신경 쓸 틈이 없다. 다들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신고 소식은 들었지?”


정일한의 물음에 요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국은 재난으로 난리가 났지만, 한국은 다른 의미로 혼잡한 상황이었다.


“현재 모든 불법체류자는 다 자진신고 중이다.”


“그 많은 인원이 전부 다 말입니까?”


“맞아. 뭣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아. 불법체류자뿐만 아니라 유학생, 사업가, 관광객 전부가 공항으로 몰려든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리스트에 있는 범죄자와 간첩들의 동태부터 파악한다.”


범죄자와 불법체류자는 다르다. 범죄자가 자진해서 신고할 리는 없으니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설마, 밀항입니까?”


“이미 그쪽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중국 어선을 통해 몇 놈 빠져나갔단다. 그리고 범죄자들의 밀항은 막지 않는다.”


“예? 안 잡아들이고요?”


“대통령님의 특별 지시다. 자국민의 출국도 막은 상태이니 우선은 이 기회에 모조리 내보내라고 하셨다. 그러니 몰래 빠져나가는 놈들은 막지 말고 들어오는 놈들은 무조건 잡아. 자자, 알아들었으면 빨리빨리 움직여!”


정일한의 지시에 요원들 일부만 남기고 재빨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텅 비다시피한 곳을 돌아본 일한이 미간을 찌푸리고는 중얼거렸다.


“후,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군.”


골칫거리였던 불법체류자와 범죄자들이 이 땅을 떠나는 건 좋은데 너무 인위적이지 않은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떠난다니. 그것도 타국이 재난으로 난리 난 상황에서?


“이상하단 말이지.”


마치 누군가가 이 땅을 떠나라고 한 것처럼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복잡한 머릿속에 일한이 머리를 벅벅 긁다가 다시 사무실을 나갔다.



*



푸른 아파트 상가에 있는 세 개의 공인중개소는 아침부터 밀어닥친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비단 푸른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인중개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몇 시간 동안 진을 뺀 박주영은 지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디 전쟁이라도 났나.”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 통인지 모르겠다. 박주영은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을 보고 거하게 한숨을 내쉬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상가 옆 구석으로 간 그가 담배 하나를 물고 불을 붙일 때였다.


“박 사장! 잠시 이야기 좀 해!”


옆 상가에서 공인중개소를 하는 신중한이었다. 불룩 튀어나온 배를 하고 뒤뚱뒤뚱 달려오는 모습이 웃겨서 박주영이 실소를 흘렸다.


“천천히 와. 그러다 넘어질라.”


“안 넘어져.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박 사장 사무실에도 외국인들 많지?”


어디 외국인뿐일까. 세입자였던 한국인들도 대거 몰려왔었다.


“그래. 아침에 문 열자마자 밀어닥치더라.”


“역시나.”


“뭐 아는 정보라도 있어?”


“그게 말이야. 나도 여기저기 연락받고 알았는데 여기뿐만이 아니라고 하더군. 전국이 다 난리래.”


“확실해?”


“그래! 혹시 싶어서 협회에도 물어봤다니까?”


“미쳤군.”


“맞아. 미쳤지.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건물 사놓고 세 받아먹던 인간들도 다 몰려들어서 지금 매물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대. 그리고 서울은 상가나 집이지만, 지방은 땅 투기하는 중국인들이 많았잖아.”


많다 뿐일까. 박주영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대한민국의 집값이 미친 듯이 치솟은 이유 중 하나였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하물며 지난 몇 년 사이 지방 땅을 닥치는 대로 사들여 중국인들을 이주시키려는 움직임 또한 있었다.


“그럼, 추진 중이던 중국 도시 건설도 멈추는 건가?”


“아, 그거?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지. 국민이 결사반대하는데 정부가 마음대로 허가 내줄 수나 있나. 막말로 남의 나라에 지들 도시를 왜 만들어? 여론 무시하고 추진하려던 도지사들 꼴을 봐? 뇌물 받은 거 들켜서 완전히 매국노 소리 들었잖아.”


“그놈들은 들어도 싸.”


명색이 정치하는 놈이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것도 모자라 타국에 뇌물을 받았다니. 한마디로 돈에 미친 놈들이었다. 그 바람에 지역 민심을 잃어서 자리에서도 쫓겨나지 않았는가.


“멍청한 놈들.”


“그렇지. 그래서 중국인들이 방향을 바꿔서 야금야금 땅따먹기하는 중이고. 하여간, 짜증 나는 놈들인 건 분명해.”


“그래도 그놈들 덕분에 돈 벌었지.”


“하, 그놈의 돈 때문에 더러운 놈들 비위나 맞춰야 하고 돌겠다. 그 새끼들은 우리 한국인이 제 놈들 종인 줄 알아.”


하루 이틀인가. 애초에 그런 놈들인 걸 알면서도 거래했으니 딱히 불만도 없었다. 다만, 걱정되는 건 최근 중국인들의 유입이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러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까지 들었었다. 그렇다고 공인중개사에 지나지 않는 자신들이 매물 거래를 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집주인이 판다는데 뭐라고 한단 말인가. 그 때문에 내심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상황이 변해버렸다. 눈에 불을 켜고 집을 사들이던 놈들이 이제는 못 팔아서 안달이라니.


“이상해. 진짜 전쟁이라도 터지나?”


“에이, 전쟁은 무슨. 그게 쉽게 터질 일인가? 솔직히 전쟁을 하려고 해도 명분이 없잖아?”


명분 있다. 아니, 없는 명분도 만들어서 생떼를 부리는 게 중국이었다.


“신 사장도 알지? 그놈들이 우리 속국 취급하는 거.”


“그거야 알지. 그놈들 개소리가 한두 번이야? 그렇다고 그걸 누가 믿어?”


“믿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애초에 말도 안 통하는 놈들인데 뭔들 못하겠어?”


“하긴, 그놈들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그래도 전쟁은 안 터질걸? 미국의 견제도 심하고 만약 전쟁이 터져도 대만이 먼저겠지.”


“모르지. 대만을 차지하려고 애꿎은 우리나라를 이용할 수도 있고.”


겸사겸사 한국까지 차지하려는 욕심을 부릴 것이다. 하물며 역사 왜곡에 아시아의 아버지라는 되지도 않은 개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놈들이지 않은가. 인터넷에서만 그런 줄 알았더니 진짜 현실에서 그리 말하고 다니는 놈들이 있더라.


“걱정할 것 없어. 오늘 사태만 봐도 전쟁은커녕 도망치는 것 같잖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여기에 전쟁이 터지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도망가는 거 아니냐고. 그리고 헐값에 넘기는 것도 그래. 어차피 이 땅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전쟁은 쉽게 안 터진다니까.”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 박주영이 애써 불안감을 감추려는 듯 한숨을 내쉴 때였다. 핸드폰 알람에 문자를 확인한 박주영이 담배를 비벼 끄고는 몸을 돌렸다.


“그만 들어가 봐야겠다. 저녁에 술이나 한잔하자고.”


“그래. 오 사장도 불러서 같이 먹자.”


신중한과 헤어져 사무실로 들어가자 조카인 박성민이 손을 번쩍 들고는 다용도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실소를 흘린 박주영이 다용도실로 따라 들어가자 박성민이 열린 문틈 사이로 밖을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작은아버지, 저기 저 중국인 말입니다. 그때 그 사람이죠?”


“누구 말하는 거야?”


여기 중국인이 한두 명인가. 제법 넓은 사무실을 꽉 채운 사람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그 사람 있잖아요. 한국인 대리 내세운 사람. 아파트 왕창 매입해서 비싼 세 받아먹던 사람이요. 이름이, 류웨이라던가.”


“아아, 그 사람 말하는군. 그런데 왜?”


“지금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내놨습니다. 당장 팔아달라네요.”


“후, 그 사람뿐만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똑같아.”


현재 집을 팔러온 외국인들의 공통점이 그랬다.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건지 시세보다 반의반 값으로 집을 내놓은 것이다.


“아니요. 다른 사람보다 더 싸게 내놨습니다.”


“거기서 더 싸게?”


“예. 한꺼번에 매물이 나와서 당장은 매매가 안 된다고 했더니 바로 가격을 낮추더라고요. 완전 헐값이라니까요? 그 정도면 손해가 막심한 수준인데도 괜찮답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그걸 듣더니 같이 가격을 내렸어요.”


“허, 진짜 미친 건가.”


박주영이 고개를 쭉 빼고 류웨이와 사람들을 살폈다. 하나같이 눈에 초점이 없이 굳은 표정이라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디 아프나? 평소와 다른데?”


“예? 뭐가요?”


“중국인들 같지가 않아서.”


“아! 정말 그러네요? 그러고 보니 왜 저렇게 조용하지?”


모든 중국인이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엄청나게 시끄러운 편이었다. 목소리 자체가 큰 데다 중국어 특유의 발음 때문에 더 그랬다.


그뿐만 아니라 돈 좀 있다 싶으면 얼마나 목이 뻣뻣하고 오만한지, 한번 상대하고 나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이해할 수가 없네? 평소에는 거만하게 상전 대접만 바라더니 오늘은 왜 저러는 거야?”


뭘 잘못 먹었나? 사람이 이리 많이 모였는데도 잡음 하나 없었다. 아니, 한국인 세입자들이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너무도 조용했다.


“와, 가만 생각해 보니까 아침부터 저랬던 것 같은데요?”


“그렇지? 그리고 저 사람들 눈 좀 봐. 뭔가 이상하지 않니?”


박주영의 말에 성민은 사람들의 눈을 뚫어지라 보다가 순간 멍한 시선과 마주친 것 같은 느낌에 움찔거리며 황급히 고개를 뒤로 뺐다.


“왜 그래?”


“어, 그게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요. 뭔가 느낌이 좀 이상해요.”


무서웠다.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빛임에도 순간 온몸을 훑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는지 성민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쯧, 그리 겁이 많아서 장가라도 가겠니?”


“작은아버지도 참, 해병대 출신인 제가 겁이 있을 것 같습니까?”


해병대 나오면 뭐해. 겁은 오지게도 많은데. 잔뜩 허세를 부리는 조카를 본 박주영이 나직하게 혀를 차고는 밖을 쳐다봤다.


“성민이 너, 이참에 집 마련하는 게 좋지 않겠니?”


“집이요?”


“그래. 앞으로 장가도 가야 하고 싸게 나왔을 때 집 마련하면 좋지.”


“어, 듣고 보니 그렇네요? 지금이 기회잖아? 가만, 집 구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다 연락해야겠네요.”


그리고는 미처 말릴 틈도 없이 핸드폰을 들고 가게를 나가버리는 조카를 보며 박주영은 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박주영 또한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번 사태에 대한 소문은 곧 급속도로 퍼질 것이다.


또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은 만큼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재벌들과 기업들도 움직이게 될 것이고, 정부까지 개입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큰손들이 개입하기 전에 최대한 이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후원을 받아봤습니다.

인기는 기대도 안해서 별 생각도 없었는데.

누군가 내 글을 보고 계시긴 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와, 기분이 이상하네요.

랜선새싹님 감사합니다.

선추 해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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