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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듯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던전 탐험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사람인듯
작품등록일 :
2020.11.16 20:21
최근연재일 :
2021.01.07 19:3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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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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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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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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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8화

DUMMY

일주일 뒤, 팀원들과 던전 탐사를 나가는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오, 어쩐일이요 리더? 매번 제일 먼저 와있더니, 이번에는 한 발 늦었구만?”


막 작은광장 안으로 들어간 나를, 렌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맞이했다. ···저 양반이 저렇게 빨리 와 있을 사람이 아닌데······?


“하하, 이번이 마지막 탐사이지 않나? 어떻게 매번 늦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예 이리 일찍 나와 있었다네!”


내 의구심 어린 시선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렌은 물어보지도 않은 자기 변명을 내뱉었다. 그래도 평소에 자기가 늦게 다니는 걸 알고 있기는 한 모양이다.


“네··· 하긴, 교단의 사제들도 가끔 기도하는 걸 잊어먹기도 한답디다. 렌이라고 다르지 않겠죠.”

“암, 암. 사제님들도 까먹으시는데 나라고···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아저씨가 늦는일이 사제들이 기도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사실이라는 소리겠죠.”


대답은 다른데에서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걸어오고 있는 로라와 빈의 모습이 보인다.


“안녕 리더! 이것 좀 챙겨오느라 늦었어.”

“아, 로라씨. 늦긴요? 아직 약속시간까지 30분이나 남았는데요.”

“나빼고 다 와있으면 그게 늦은거지··· 여기 길도 이제 다 외워놨는데 늦으면 안되잖아? 그치? 빈?”

“전 아직도 헷갈리던데요··· 오늘도 로라씨 덕분에 일찍 올 수 있었······.”

“그럴때는 그냥 맞다고 맞장구 쳐주면 되는 거야 빈.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로라가 렌을 흘겨보며 말했다. 렌도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이미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험, 험!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네. 오늘이 무슨 날이던가? 바로 고블린 마을을 탐색하러 가는 길이지 않는가? 지금부터라도 마을 탐색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네!”


렌이 애써 주제를 돌려보지만, 주위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이대로 렌이 말로 쳐 맞는걸 구경해도 좋겠지만, 이번만큼은 렌의 편을 들어주기로 했다. 이미 빈정상할때로 상해보이지만 더 상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는가?


“렌씨 말이 맞습니다. 이번 탐사는 교육이 아니라 실전입니다. 실제로 탐사 목표를 가지고 던전에 들어가는만큼 미리미리 준비해두는 편이 좋겠죠.”


그제서야 로라는 렌을 흘겨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아마 실전이라는 말이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빈이나 렌도 마찬가지인지, 먼저 말을 꺼낸 렌은 물론 늘 어벙해보이던 빈마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탐사에서, 여러분은 길드의 퀘스트 때문에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은, 이제 던전에서 모험가로서 한사람 몫을 해줘야한다는 의미입니다.”

“···한 사람 몫이니 해도, 결국 이전에 해왔던 거랑 똑같지 않아? 저번이나, 저저번 탐사때 처럼······.”

“여기서 한사람 몫이라는건 전투를 치를때를 이야기 하는겁니다.”


전투라는 말에 그들의 낯빛이 조금더 심각해진다. 솔직히 말해서, 여태까지의 탐사 중에서 나와 막스를 제외한 삼인방은 모험가라기 보다는 짐꾼이 할만한 일들을 주로 해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내 퀘스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그래왔던 면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오늘부터는 그들도 한 사람의 모험가로서 제 몫을 다 해줘야만 했다.


“제가 알려드린 대로, 저희가 갈 던전 서쪽 길에 고블린들이 대량으로 출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고블린 마을’의 존재도 의심해볼 만큼요. 재수없으면 고블린들 한테 포위될 수도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쯤에서 앓는 소리 한 번 날 법도 했지만, 일행들은 -심지어 렌 조차- 그저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이번 탐사에 걸린 것이 얼마나 큰지.


“그런 상황이 오면 결국 믿을 건 자기자신, 그리고 동료들뿐입니다. 기억하세요. 본인이 무너지면, 다 죽는 겁니다. ···제가 첫번째 탐사때 던전에서 고블린들이 제일 초보 모험가를 많이 죽인다고 말했었죠?”

“······.”

“지금 그 말 정정하겠습니다. 초보 모험가들이 죽는 제일 큰 원인은 동료에 대한 불신과 자기 혼자 살고자 하는 이기심입니다. 믿으세요. 동료들을 믿고, 이타심을 발휘하세요.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여러분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믿음과 이타심, 이것만큼 모험가들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을까, 정말 오랫동안 함께 탐사해온 사이여도 쉽지 않은 것들일텐데, 이제 고작해야 세번째 보는 이들을 정말로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그저 여태까지 저들이 보여왔던 모습들을, 언행에서 묻어나오는 성품과 성격을 믿을 뿐이다.


내 말에 렌은 뭔가 낯간지럽다는 듯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고, 로라는 씨익-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빈은··· 뭔가 표정이 흐리멍텅해서 알아보긴 힘들지만, 그도 마찬가지 이지 않을까 싶다.


역시, 오글거리는 말은 괜히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모르긴 몰라도 방금 내 말로 저들 사기가 50퍼센트는 더 오른 느낌이 들었다.


“믿겠습니다. ···시간이 다 됐군요. 슬슬 갈 준비를 합시다.”

“좋았어! 한 번 거하게 벌어보자고!”

“오오! 가보세나!”

“···저기 리더?”


빈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좋은 분위기 망쳐서 미안하다는 어투였다.


“분위기 흐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아직 한 명 안오지 않았나요?”

“···그러고보니, 막스는 어디로 간거야?”


로라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분위기타서 소리지르긴 했는데 막스가 없었다는 것도 몰랐었던 모양이다.


“으음? 막스라면 저기 동상 위에 올라가있는 것 아닌가?”


렌이 바로 뒤의 동상을 가르켰다. 그도 그럴것이 막스는 종종 저 동상으로 올라가서 다른 모험가를 놀래키는 장난을 쳐오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도 막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평상시 행동으로 볼 때 동상에 가만히 숨어있을리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아마도 동상위에는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상하네요. 저한테 보낸 편지에서는 분명 두분과 같이 오겠다고 적혀있었는데······.”

의외로 막스는 거짓말은 안하는 편이었다. 진실을 빙자한 말장난은 자주 하는 편이었지만, 온다 해놓고 안오는 일은 절대 없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기껏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팍 식어버리는게 눈으로도 보일지경이다.


“어휴, 분위기 좋았는데, 막스 얘는 대체 어딜 간거야?”


로라가 푸념하며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던져 놓았다. 연신 어깨를 주물거리는 것이, 가방이 꽤나 무거웠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저거 원래 저렇게 빵빵했었나? 어째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한데··· 혹시?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이거 왜이렇게 무거운거야? 다리떨려 죽을뻔 했네.”

“어어? 잠깐, 로라씨!”


뭔가를 눈치챈 내가 로라를 말리려들었으나, 한발 늦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긴 했으나, 로라는 이미 바닥에 내려놓은 배낭 위로 앉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픽-


아, 터졌다.


“꺅! 시발! 이게 뭐야?”


로라가 기겁을 하며 다시 일어났지만··· 배낭은 아까와는 다르게 푹 꺼진채로 흐물거리고 있을 뿐, 이전의 빵빵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배낭에 뭐가 들어 있는··· 마, 막스?”


로라가 배낭에서 막스 ‘였던 것’을 꺼냈다. 픽 쪼그라든 모습이 어째 물빠진 물풍선같다.


“마, 막스씨!”

“무- 물떠와! 빨리, 빨리!”


삼가포링의 명복을 빕니다.


***


급하게 분수물을 떠와서 심폐··· 아니, 급수소생술을 실시한 결과, 다행히 막스는 무사히 깨어날 수 있었다.


“우으으으··· 자는데 비겁하게 기습하다니이··· 원통, 원통하다······.”


뭐, 내 어깨에 매달려선 헛소리만 내뱉는 걸 보면 머리는 좀 덜 고쳐진 것 같긴 했지만··· 던전 들어가서 머리쓸것도 아니고 몸만 튼튼하면 됬다.


“리더, 막스 헛소리하는 것좀 어떻게 해봐요. 하,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그와 별개로 로라는 아직까지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지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눈길은 계속해서 막스를 살피는 것이, 말은 그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지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녀석 이래뵈도 멀쩡해요. 하는 짓이야 푼수 바보 천치가 따로없지만, 몸뚱아리는 포링족이니까 엉덩이로 깔고 앉은정도로 죽지는 않습니다.”

“···그래? 그런 것 치곤 완전 픽- 쪼그라 들었던데······.”

“뭐, 로라씨도 어디 긁히면 피나잖아요? 그거랑 비슷한거라 생각하세요.”


그리 말하곤, 보란듯이 어깨위의 막스를 쪼물딱 거렸다. 막스의 탱탱한 몸체가 손 모양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우어어어어어··· 어, 어지러······.”

“보세요. 완전 멀쩡하죠?”

“으응··· 멀쩡해보이긴 하네, 그보다 그렇게 만져도 돼?”

“본인 허락은 안 받긴 했는데··· 막스도 툭하면 제 어깨위로 올라오니, 이정도는 쌤쌤아닐까요?”


그나저나 의외로 만지는 촉감이 좋다. 따뜻하면서 몽글몽글, 쫀득쫀득한 것이 꼭 찹쌀떡 주무르는 느낌이다.


“이, 이제 그으··· 만······.”


어쩐지 로라가 계속 빤히 쳐다보는게 자기도 만지고 싶어 저러는 것 같아 건네줄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막스가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로라가 묘하게 아쉬워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쩝··· 그나저나 리더, 우리 짐꾼 한 명 고용해서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 안그래도 던전성벽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같이 일해본 친군데, 괜찮더라고요.”


오늘은 교육 목적으로 던전에 들어가는 게 아닌 만큼, 자체적으로 짐꾼을 따로 고용해 가기로 했다. 던전내 부산물은 물론이거니와, 어두운 던전 속에서 안정적인 광원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다.


탐사 배분은 공정하게 한 사람 몫을 받기로 했는데, 이는 이번에 합류할 사람이 단순한 짐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뭔가 이상하구만. 짐꾼한테 한 사람 몫을 챙겨주다니.”

“애초에 그 친구 없었으면 시도도 안했을 일입니다. 짐꾼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진짜 짐꾼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지 않습니까?”

“끄응··· 아쉬워서 그런다네. 포상금이 천실버는 넘는다던데, 5명 나눌걸 6명으로 나누면 그만큼 몫이 줄지 않겠는가.”


나는 렌의 말을 이해했다. 당장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보여줬던 모습만 떠올려도 쉽게 납득 가능한 아쉬움이다.


“어차피 필요한 일입니다. 딴거 다 떠나서 당장 몇일을 던전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제돈주고 짐꾼을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뭣보다 고블린들하고 얼마나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계속 저희가 랜턴을 들고다니긴 좀 그렇죠.”


그 말에 렌은 작게 수긍해왔지만, 여전히 입을 쩝쩝 다시며 아쉬운티를 팍팍내고있었다.


“하하, 저도 아쉽긴 하네요. 돈없이 쪼달리는 생활을 하다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하고··· 그보다 리더, 이제 거의 도착한거 같은데 짐꾼분은 어디있나요?”


빈의 말대로 어느새 던전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성벽이 크게 보일정도로 가까이 와 있었다.


“글쎄요. 저도 성벽근처에서 기다린다는 소리만 들었는데······.”


주변을 슥 둘러봤지만, 사람이 원체 많아서인지 짐꾼의 얼굴은 보이질 않았다. 아니, 그보다도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죄다 천갑옷에 검하나 달랑 차고 있는 초보자 천지라서, 아예 누가 누군지 분간조차 되질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모험가 길드 앞에서 자주 마주쳤던 얼굴들이 보이는 걸 보면, 아예 던전도시에 있는 초보자란 초보자는 전부 이곳에 모여있는 것 같다.


음··· 그나저나 곤란한데?


키가 좀 작은 친구라서 금방 눈에 띌 줄 알았는데, 사람이 이렇게 득시글대서야 보일리가 없지 않는가. 그건 얼룩말들이 제 새끼를 숨기는 것과 똑 같은 원리였다. 마치 새끼 얼룩말처럼, 찾고 있는 짐꾼은 수백은 되는 똑 같은 복장의 모험가무리 속에 파묻혀서 그 흔적조차 보이질 않을 것이다.


“···일단 줄부터 섭시다. 어차피 들어가려면 좀 오래 기다려야 될 것같은데요.”

“으으··· 사람, 너무 많아. 어, 어지러어······.”


내 어깨에 타고 있던 막스가 목을타고 꾸물꾸물 기어오르더니, 아예 내 머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막스?”

“조금만··· 너무 몸이 울려서 붙잡을게 필요해······.”


몸이 액체라서 그런지 소음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모양이다. ···무겁게 머리를 타고 오르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힘들면 가방에 들어가던가하지, 머리는 왜 타고 오르는 거야?”

“그치만, 가방 속에 들어가면 바깥세상을 못 보는 걸······.”

“···지금 무거워서 목이 꺽일 지경인데?”

“헤헤헤··· 어? 앞에 누가 깃발을 들고 있는데?”


실없는 웃음을 흘려내던 막스가 뭔가 신기한 걸 발견했는지 머리카락을 잡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동시에, 내 머리도 앞으로 기울여졌다··· 아니, 목 꺽인다니까?


“어디보자··· 풉, ‘뒤지기 싫으면 빨리 튀어와라’라고 적혀있는데?”

“악! 진짜 목 꺽인다고!!!”

“우와··· 뒷면에는 아예 욕설이 적혀있는데? ‘쎄주’가 누구야?”


···쎄주?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던전도시에 나만큼이나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생각한게 맞는가 싶어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막스가 머리를 잡아 누르고있는지라 도저히 올릴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지.


“막스! 정말로 그렇게 적혀있는 거 맞죠?”

“응! 워낙 특이해서 두번이나 봤는데도 똑같았어!”

“그렇다면 저건 절 찾고 있는게 맞을 겁니다. ···여러분!”


나는 큰소리로 다른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일행이 저 앞에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된 이상, 여기서 미적대고 있을 이유가 없다.


오랜만에 모험가 길드 게시판앞에서 빌빌거리던 시절의 수완을 발휘해보기로 했다.


“시간 없으니까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지금 저희 짐꾼일행이 저 앞에서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여기에 있죠.”


그러면서 저 앞을 가르켰다. 모험가들이 우글거리는, 던전 입장 대기줄에는 이미 온갖 새치기와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다들 게시판앞에서 의뢰받아보겠다고 푸닥거리 해 본적있죠? 지금부터 이 사람들을 뚫고서 짐꾼일행에게 합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당연히 질문을 돌아오지 않았다. 초보자도 초보자 나름인 법, 이래뵈도 여기 모인 이들은 각자가 길드 앞에서 세달은 넘게 사투를 벌여왔던 자들이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다. 짧게 눈빛교환을 마친 뒤, 우리들은 미친듯이 사람들의 무리로 돌진했다!


“어, 어, 어··· 뭐, 뭐야!”

“끄악! 어떤 미친 새끼가 남의 발을······!”

“누구야! 어떤 놈이 이렇게 밀어대는 거야!”


아비규환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던 대기줄은, 산불맞은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우리 4명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씨발, 이렇게 된거 앞으로 가자!”

“가만히 줄서고 있어봤자 입장 순서만 밀린다! 앞으로 달려!”


설상가상으로 이런 혼란에 승차하여 새치기하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나온 뒷열은 아예 줄자체가 사라진, 그야말로 보다 앞쪽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막스! 깃발 위치는?”

“꺄하하하하, 얼마 안남았어! 조금만 왼쪽으로! 이거 진짜 신난다~!”

“좋아! 모두! 삼각대형을 유지하고 돌파합시다!”


그 와중에도 우리팀의 팀워크는 단연 발군이여서, 우리들은 뒤를 쫓는 다른 경쟁자들을 모조리 제치고 대기줄의 선두에 진입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갑자기 후열에서 튀어나온 우리를 어벙벙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모험가들 사이로, 제 키만한 깃발을 휘두르고 있는 난쟁이가 눈에 띄었다.


난쟁이, 무치가 깃발흔들던 것도 잊고 놀란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았다. 나는 그저 멋쩍게 한 번 쓱 웃어주고 말았다.


“···어쩐지 뒤쪽이 시끌시끌 하더니만, 너가 한 짓이냐? 쎄주”

“언제쯤 제 이름으로 부를 거야? 시준이라니까.”

“흥, 쎄주나 시준이나 다 거기서 거기지.”

“아니, 확실히 달라. 너도 내가 뭉치라고 부르면 기분 좋겠냐?”


그러자 무치는 어이없다는 듯 픽하고 한 번 웃음지어보이더니, 뒤쪽의 일행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반갑소. 나는 무치, 보다싶이 난쟁이지. 서로 궁금한게 많을테지만 일단 이동합시다. ···그리고, 넌 좀 일찍일찍 다녀라, 까딱하면 입장 못 할 뻔 했잖냐.”

“오! 딱 맞춰서 왔나보네. 어쨌거나 입장만 하면 됐지 뭘그리 따져대냐? 여러분, 이녀석 말대로 통성명은 나중에하고 일단 던전에 들어가기나 합시다.”


모험가 무리를 뚫고 나온 보람이 있었다. 어느새 선두까지 번지기 시작한 자리경쟁을 뒤로하고 우리는 바로 던전으로 들어 갈 수있었다.


뒤에서 최선두까지 번진 모험가들의 소요사태로 뭔가 굉장히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뭐 어떤가?


힘차게 던전으로 전진했다. 목표는 고블린 마을 탐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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