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별상자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면 천재영웅이 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별상자
작품등록일 :
2024.06.20 03:22
최근연재일 :
2024.08.20 23:2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799
추천수 :
11
글자수 :
86,198

작성
24.08.20 23:23
조회
15
추천
1
글자
13쪽

영웅이라면(3)

DUMMY

나랑 어색한 관계란 걸 뻔히 알면서 한소연은 왜 데려온 거지?

조금 전에 당분간 대련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 때문에?

아니면 이번 기회에 친해지게 만들려고?

그것도 아니면 정말 순수한 의도로 내 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의도를 묻기 위해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려던 순간.


“크흠.”


헛기침을 한 그가 선수를 쳤다.


“그럼 나는 위에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그리고선 뒤도 안 돌아보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붙잡으려고 했으나, 능력까지 사용한 그를 붙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나는 큰 소리로 차민우를 몇 번 부르다가 이내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한소연은 팔짱을 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

“······.”


문 앞에 불편한 침묵이 고였다.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들어오세요.”


한소연이 훈련실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고, 바닥을 훑어보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오신 거예요?”

“특성 변환 훈련한다며.”

“네.”

“민우가 너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온 거야.”


정말로 그거 때문에 온 거라고?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

딱히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다. 억지로 온 것 같지도 않고.


설령 차민우가 부탁을 했다고 해도 원하지 않았다면 한소연의 성격상 안 왔을 것이다.

문기범 팀장이 부탁한 거라면 모를까.

즉, 그녀는 차민우의 부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제 발로 이곳을 찾아왔다는 소린데······.


“뭐해? 훈련 안 할 거야?”

“합니다.”


상념을 끊고 훈련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나를 힐금 보더니 바닥에 놓여 있는 특성 케이스를 하나 집어 들었다.


“둘러 보니까 혼자 훈련 중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까지 진행한 상태야?”


잠깐 멈칫했다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백지상태······ 일걸요.”

“몇 시간, 얼마나 했는데?”

“한 3시간 정도?”


한소연이 아무 말 없이 바닥에 깔린 특성 케이스와 특성 케이스가 담겨있는 금속상자를 번갈아 보았다.

이내 짜게 식은 눈길이 내게 날아들었다.

음, 그렇게 보면 좀 민망한데.


“뭘 어떻게 하고 있었길래 백지상태라는 건데? 특성 감지 부분은 그리 어려운 파트가 아니잖아. 조금의 낌새도 못 느꼈어?”


훈련실에 들어와 세 개의 특성 케이스를 고르고 시도해봤으나, 전부 다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줄여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한소연이 인상을 구겼다.


“너 대체, 언제 적 훈련법을 하고 있는 거야? 영웅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어?”

“어······ 네.”

“전직 영웅이라는 늙다리들한테 배웠지?”

“아마, 그럴걸요······.”


현직 영웅은 아니었으니까. 나이도 부모님보다 좀 더 든 편이었고.

한숨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구닥다리 훈련법을 쓰고 있더라니.”


······구닥다리 훈련법?

내가 한 게?


“한 번만 설명할 테니까, 귓구멍 열고 똑똑히 들어. 가장 빠르게 특성 구조를 느끼는 방법은 서로 상반되는 특성 케이스를 양손에 잡고 단시간, 최대 5분을 넘기지 않고 끝내는 거야.”


5분을 넘기면 안 된다고?

나는 아까 1시간을 넘겨도 안 느껴지던데?


“그럼 5분 동안 했는데도 못 느끼는 사람은 어떻게······.”

“그땐 바꿔야지. 특성 케이스를.”

“바꿔도 안 되면······.”

“또 바꾸면 되잖아. 저기 넘쳐나는 게 특성 케이스인데.”


뭐가 문제냐며 한소연이 특성 케이스가 담겨있는 금속상자를 가리켰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계속 바꿔도 된다고요? 제가 알기론 소수의 특성에 집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그게 구식 이론이라는 거야.”

“네?”

“최신 논문에서는 내가 말한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나와 있어.”


최신 논문?


“논문까지 찾아보세요?”

“어. 넌 안 봐?”


당연히 안 보지. 난 몸 쓰는 영웅이라고. 교수나 학자, 연구원 같은 게 아니라.

핸드폰을 꺼낸 한소연이 빠르게 손가락을 두드리고는 화면을 보여줬다.

영문으로 된 논문이었다. 영어회화는 웬만큼 하는 나도 중간중간 해석이 막히는.


“이 논문이 아마 3개월, 아, 날짜를 보니 4개월이네. 아무튼, 이 논문에는 기존의 한 가지 특성 케이스를 쥐고 하는 훈련법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는 훈련법이 감각에 자극을 줘 훨씬 효과적이라고 나와 있어.”

“······.”

“알아들었으면 지금부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일단은 그녀의 말대로 해보기로 했다.

영웅학교에서 겉핥기식으로 배운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기도 했고.

논문까지 보여주면서 말하는 게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았으니까.


뭐, 이 여자가 이렇게까지 날 도와줄 이유가 있나, 그것이 의문이긴 하지만. 뭔가 있다면 이번 회차에서 경험하고 나서 다음 회차에 거절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새로운 방식의 훈련이 시작됐다.


“빛과 어둠. 이거부터 시작하자.”


상자에서 빛 특성 케이스와 어둠 특성 케이스를 꺼내서 손에 들었다.

눈을 감고 감각을 집중한 지 정확히 5분이 지나고.


“내려놓고, 이걸로 바꿔.”


또 5분이 지나고.


“자.”


또 5분이 지났다. 그렇게 상자 안에 있는 대부분의 특성 케이스를 손에 들어봤을 즈음, 뭔가 느낌이 왔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실 끝자락이 잡힐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느낌이······.


“그만.”

“······?”


손에 들린 특성 케이스를 뺏겼다. 곧 손에 잡힐 듯 하던 느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나로 모르게 흥분해서 절로 목소리가 커졌다.


“선배님! 방금 막 느낌이 오려고 했는데······!”

“저녁 먹을 시간이야.”

“그건 나중에 먹어도······!”

“한 번 느꼈으면 또 금방 느낄 수 있어. 주변 정리하고 빨리 밥 먹고 와. ”

“아니, 지금 하면······.”

“내가, 먹고 오랬지.”

“······.”


한소연의 눈꼬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먹고 와야겠다. 밥은 제때제때 챙겨 먹어야지.

미련을 간신히 눌러놓고 특성 케이스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상자를 닫고 잠금장치를 걸었다.

몸값 비싼 것들이라 잘 관리해야 한다.

다 정리하고 한소연한테 말했다.


“선배님. 가시죠.”

“어딜?”


한소연이 뚱하게 날 쳐다봤다.


“밥 먹으러 가야죠. 저녁 먹고 오자면서요?”

“내 밥은 내가 알아서 챙길 테니까 너나 먹고 와.”

“······.”


어차피 구내식당에서 먹을 거 아닌가? 그럴 거면 그냥 같이 가서 먹고 오면 되잖아. 훈련하면서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안 가?”

“······가요.”

“30분 안에 먹고 와.”

“30분······ 만에요?”

“너 던전 들어가기 전에 특성 변환 익힌다며. 시간 없어. 30분도 많이 준거야.”

“······.”

“늦으면 더 안 도와준다.”


엄밀히 따져 틀린 말은 아닌지라 조용히, 그러면서도 신속하게 훈련실을 빠져나왔다.

30분 안에 먹고 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



구내식당으로 올라가서 저녁밥을 해치우고 다시 지하 1층으로 내려왔다.

라운지를 지나 훈련실이 모여 있는 복도 쪽으로 들어가려는데 귓가에 어떤 소리가 들렸다.


“거기 너!”


라운지 전체가 울릴 정도의 커다란 목소리.

슬쩍 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누구 부르는 거지?

가볍게 넘기고 가던 길을 가려는데 그 남자가 또 목소리를 냈다.


“야! 방금 나 본 신입!”


우뚝 걸음을 멈췄다. 신입? 설마 나 부르는 건가?

그를 쳐다보자.


“어, 그래, 너 말이야! 잠깐 일로 와 봐!”


그가 나를 보고 손짓한다.

날 왜 부르는 거지? 저 남자는 누구고?

의아해하며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다리를 꼬고 말했다.


“너, 새로 들어온 신입이지? 영호랑 동기.”


영호면······ 최영호를 말하는 건가?


“네. 안녕하세요. 신주혁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했다. 영호라고 부르는 거 보면 선배 같아서. 나이도 나보다 많아 보이고.


“어, 그래. 나 알지?”

“어······.”


모르겠는데. 유명한 사람인가?


“나 몰라?”

“그······.”

“하, 너 티비 안 봐?”

“거의 안 봅니다.”


쯧, 혀를 찬 그가 말했다.


“나 노정석이야. 영웅이 간다, 프로그램하는. 들어봤을 텐데.”


아. 프로그램명은 들어봤다.

현직 영웅들이 나와서 뭔갈 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뭐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이름만 들어봐서.


“들어봤습니다.”

“그치?”


내 말에 기분이 나아졌는지, 입꼬리를 올린 그가 툭툭 옆자리를 두드렸다.


“잠깐 앉아봐.”


의자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앉자마자 물었다.


“그런데, 최영호랑은 어떤 관계인지······.”

“영호? 내가 직속 선배지.”


아. 그럼 최영호가 욕하던 선배가 이 사람인가? 왠지 느낌상 맞는 거 같은데······.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그가 대뜸 물어왔다.


“너 남우현이랑 친하냐?”

“네?”

“남우현. 네 동기잖아. 같이 술도 마시고 안 그래?”

“남우현 씨하고는 첫날에 교육받는 자리에서 본 게 답니다.”


내 말에 그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아, 그래?”


그걸로 나에 대한 용건은 끝났는지, 그는 덕담 비스무리한 몇 마디를 던지고는 대화를 끝냈다.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다. 우리 영호랑 사이좋게 잘 지내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훈련실로 돌아가는 동안 생각했다.

뭐지, 저 사람은?



***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한소연이 나를 도와주러 온 이유를.


“야,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지금 장난하는 거야?!”


극한 훈련 속 교관에 빙의한 듯 한소연이 나를 쪼아댔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 다시 시도한 특성 구조를 느끼는 파트는 성공적으로 패스했다.

하지만 염동의 구조를 변환하는 건 앞의 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했다.


“오른쪽 아래! 배열이 흐트러지잖아! 집중 안 해?!”


과장 좀 보태서 1분마다 지적이 날라오는 것 같다.

염동의 특성 구조를 다른 종류로 변환시키는 건 꿈도 못 꾸는 중이다.

염동의 기본 구조를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기초 부분에서부터 꽉 막혀있는 상태였으니까.


“지금부터 5분만 쉬었다가 다시 하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염동력을 조작하다 들려온 휴식 소식에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땀을 닦고 물을 마시다가 한소연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또 영웅 관련 논문들을 읽고 있는 건가?


일할 것도 별로 없는데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자주 만지길래, 여태까지는 기사 같은 걸 찾아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보기만 해도 머리 아픈 논문 같은 걸 읽고 있을 줄이야.

이렇게 학구열이 넘치는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


“음?”


순간, 어떤 생각이 번쩍하고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라면, 미친 방화범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 이론 면에서도 빠삭한 것 같고, 능력개발팀 조 팀장과 달리 현장의 경험도 상당할 테니, 좀 더 나은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한소연 선배님.”

“······응?”


핸드폰을 보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질문? 뭔데?”


조 팀장에게 했던 질문을 고대로 했다.


“하위 영웅인 염동력자가 물을 다루는 자기보다 강한 능력자를 상대할 때 쓸 좋은 기술이나 적절한 상대법이 있을까요?”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선.


“왜? 나 상대로 써먹게? 지금 나 이겨 먹을 방법을 나보고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거야? 제정신이야, 너?”


응? 그게 무슨······ 아!

생각해보니 한소연의 능력은 빙결. 크게 보면 물 계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 아뇨! 그런 의미로 한 게 아니라, 저는 그냥 궁금해서 물은······.”

“됐어. 어차피 하위 영웅인 염동력자가 이길 방법은 없으니까.”


아, 역시 그런가.


“다만.”


다만?


“그건 능력으로만 한정 지었을 때 얘기고. 만약 내가 하위 영웅인 염동력자라면 전투하는 장소나 환경을 내게 유리한 곳으로 정하겠어.”

“······.”

“수분이 낮거나 물이 없는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상대의 능력이 약해질 테니까. 땡볕 밑이나 사막, 아니 사막은 너무 제한적인 장소니까, 그냥 아예 주변에 불을 지르는 것이 괜찮겠네. 화끈하게.”


어······ 그러니까.

불을, 지른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으면 천재영웅이 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개인사정으로 인해 오늘은 휴재입니다. 24.08.21 6 0 -
공지 매일 연재합니다. 연재 시간은 당분간 랜덤입니다. 24.08.08 34 0 -
» 영웅이라면(3) 24.08.20 16 1 13쪽
15 영웅이라면(2) 24.08.19 21 1 13쪽
14 영웅이라면(1) 24.08.18 31 1 12쪽
13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7) +1 24.08.17 32 1 12쪽
12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6) 24.08.16 30 0 12쪽
11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5) 24.08.15 36 0 11쪽
10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4) 24.08.14 42 0 11쪽
9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3) 24.08.13 47 0 13쪽
8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2) 24.08.12 47 0 16쪽
7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1) 24.08.11 55 0 12쪽
6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5) 24.08.10 59 0 13쪽
5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4) 24.08.09 60 1 12쪽
4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3) 24.08.08 66 1 14쪽
3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2) 24.08.07 67 1 12쪽
2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1) 24.08.06 89 2 12쪽
1 프롤로그 24.08.06 101 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