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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자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면 천재영웅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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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자
작품등록일 :
2024.06.20 03:22
최근연재일 :
2024.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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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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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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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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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영웅이라면(2)

DUMMY

“있지.”


일말의 고민도 않고 조 팀장이 대답했다.

방법이 있다고? 역시 능력개발팀장인가. 어떻게 묻자마자 단박에 대답이 튀어나올 수 있는 거지?

3회차가 시작됐을 때부터 능력개발팀을 찾아오기까지, 나도 중간중간 고민은 많이 해 봤지만 영 마땅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던데.


“상대가 물을 다루는 능력자라면 간단하잖아. 염동의 구조를 물과 상반되는 특성으로 변환시키면 되지. 예컨대 물을 빨아들이는 모래라든가, 식물 종류도 괜찮을 것 같고. 전류나 불도 상황에 따라선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지.”


이보다 더 쉬운 문제가 어딨냐는 듯 말하는 조 팀장을 보고, 뒤늦게 내가 빠뜨린 조건이 하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염동의 특성 구조 변환.

줄여서 특성 변환, 또는 구조 변환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나도 떠올려본 방법이었다.

떠올리자마자 곧바로 폐기했던 방법이었고.

이 기술은 어중간한 중위 영웅은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는 기술이자,

중위 영웅 중에서도 숙련된, 평균 이상의 영웅들만이 사용 가능한 기술이었으니까.

하위 영웅에 불과한 나에겐 당연히 해당 사항이 없었다.


질문할 때 처음부터 염동력자가 하위 영웅이라는 걸 명시했어야 했는데······.

정정해서 다시 질문했다.


“그, 팀장님. 만약에 염동력자가 하위 영웅이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특성 변환은 실력 있는 중위 영웅들만 사용할 수 있잖아요.”


조 팀장은 이번에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론상 절대 못 이기지.”


더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단호한 말투였다.


“안 그래도 상대적으로 출력이 약한 염동 능력인데, 상대가 더 강하다며. 그걸 어떻게 이겨? 아마 제대로 붙으면 1분도 못 버틸걸?”

“정말, 방법이 단 하나도 없어요?”

“어. 없어. 애초에 그게 가능하면 누가 뼈 빠지게 고생하며 훈련을 하겠어.”


더 물어도 소용없다는 것처럼 머리와 손까지 내저은 그가 문득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근데, 그건 왜 묻는 건데? 어디 사이 안 좋은 선배 영웅이라도 있어? 대련 핑계 대고 한 판 붙으려고?”


순간,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한소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실제로 한 판 붙으려는 거는 아니고······ 그, 뭐냐, 무조건반사 같은 거랄까나.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습관 같은 거예요. 할 거 없을 때 이런 생각 많이 하거든요. 내가 중력 조작 능력자를 만나면 어떻게 전투해야 할까? 또는 독 능력자라면? 치유 능력자라면? 만약 불리하다면 상성을 뒤집을 방법은 없을까? 뭐 이런 것들. 하다 보면 심심하지 않고 시간도 빨리 가서요.”

“주혁 씨도 참, 피곤하게 사네. 그런 게 뭐 재밌다고. 나는 맨날 하는 일이 그건데.”


큰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동안 나는 귀로는 조 팀장의 말을 들으며, 머릿속으로는 고민했다.

조 팀장이 장담한 것처럼, 내가 미친 방화범을 저지할 방법은 정말로 없는 것인지.



***



능력개발팀을 나온 후에도 고민은 계속됐다.


내가 어떻게 해야 미친 방화범을 저지할 수 있을까? 있긴 할까? 그놈의 신상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아예 사건이 벌어지는 당일에 미리 마트로 가 기습을 해? 그러면 내가 범죄자가 되려나?


퇴근 후에도. 집에 도착해 저녁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할 때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던 고민은 다음 날 새벽녘이 되고서야 겨우 끝을 맺었다.


만족스러운 방법을 찾아낸 건 아니었다.

그저,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한 거였다.


“뭐라고? 당분간 나랑 대련을 안 하겠다고? 왜?”


오늘도 평소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당도한 대련실.

내 갑작스러운 통보에 차민우가 눈을 크게 떴다.


“특성 변환, 한 번 집중해서 익혀보려고요.”

“그걸? 갑자기?”

“능력개발팀장님한테 들었는데 염동을 공기는 통과하고 독만 투과하지 못하는 특성으로 변환시키면 굳이 방독면을 안 써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새벽, 눈 붙이기 전에 간단하게 만들어낸 명분을 읊었다.

어째 점점 거짓말이 느는 것 같긴 한데.

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겠지.


“아니, 그 양반이. 얘한테 이상한 헛바람을 집어넣어선.”


얼굴을 찌푸린 그가 구불구불 뻗친 머리를 긁어댔다.


“특성 변환, 유용한 기술이긴 한데. 네게는 아직 시기상조야. 그거, 중위 영웅들도 쉽게 익히기 힘든 기술이라고. 방독면과 방독복을 보고 오바하는 거라고 한 내가 말하긴 좀 그렇지만, 네 수준에서는 방독면과 방독복에 적응하는 편이 훨씬 알맞은 방법이야. 시간이라도 많으면 또 모를까, 던전 공략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잖아.”


상당히 진지하면서도 어딘가 필사적인 설득이었다.

문득 그런 의심이 들었다.

설마 이 사람. 내가 대련을 안 하겠다니까 이러는 건 아니겠지?


“방독면과 방독면 적응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미 충분히 적응을 끝마친 상태니까.”


내 호언장담에 이상한 말을 들은 사람처럼 차민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당장 어제도 힘들어했잖아?”


어차피 말로 해선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장비들을 전부 착용하고 실제로 보여줬다.

짧은 대련이 끝나고, 차민우가 얼빠진 얼굴로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아니, 어제 그렇게 힘들어하더니만. 그새 적응을 끝마쳤다고? 한창 능력이 성장할 때라도 이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되지.

근데 원래 타임루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현상이다.

답답한 방독면을 벗으며 말했다.


“보다시피 적응도 끝났으니까, 저는 그만 특성 변환을 훈련하러 가볼게요.”


한 박자 늦게, 차민우의 어깨가 들썩였다.


“자,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특성 변환은 힘들어. 현실적으로 일주일 안에 하위 영웅인 네가 그 기술을 익히는 건 불가능하단 말이야.”

“이거 한 번 봐 주세요.”


혹시나 필요한 일이 있을까 싶어 가져온, 어제 능력개발팀에서 받아온 능력 측정 기록지를 꺼내 보여줬다.

뭘 이런 것까지 준비했냐는 듯이 내 얼굴을 보던 그가 기록지로 눈길을 돌렸다.

출력 부문을 볼 때는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컨트롤 수치를 보고선 우뚝 굳어버렸다.


“······사천, 팔백육십일? 이거 진짜야? 어디서 위조해 온 거 아니야?”

“저 어제 능력개발팀 갔다 왔잖아요. 거기서 조 팀장님한테 직접 받아온 거예요.”

“아니, 갔다 온 건 아는데······ 이 수치면 거의 중위 영웅급이니까 그러지.”

“어쨌든, 이제 저 특성 변환 훈련하러 가도 되죠?”

“잠깐.”


그가 또 제지했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에 당면한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이게 심각해야 할 일인가?


“네가 혹시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 말해주는 건데, 특성 변환을 익히려면 최소 컨트롤 수치가 6천 대는 나와야 해. 이것도 최대한 낮게 잡은 게 그런 거고 평균적으론 7천에서 8천 사이로······.”


그러니까 내 컨트롤 수치가 놀랍긴 하나, 특성 변환을 익히기엔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다소 노골적으로 해석하자면 헛수고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그래프가 나와 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어줬다.


“······또 뭐?”

“여기 보세요. 저 길드 들어올 때 측정한 수치.”

“그걸 왜······ 어, 어?”


다시 한번 놀라는 그에게 말했다.


“한 달 사이에 엄청나게 늘었죠? 이 성장세라면 가능성은 낮아도 단기간 만에 잘하면 익힐 수 있지 않겠어요? 특히 특성 변환은 컨트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기술이잖아요.”

“그, 그렇지······.”

“못 익힌다고 하더라도 제가 염동력자인 이상 언젠가는 익혀야 하는 기술이고, 훈련 과정도 컨트롤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테니, 딱히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

“더 하실 말 있으세요?”


내 물음에 그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끝내 시든 콩나물 대가리처럼 고개를 푹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차민우는 연인에게 차인 사람처럼 쓸쓸한 뒷모습을 한 채 사무실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한소연하고 문기범 팀장은 자신과 대련을 안 해준다고 계속 쭝얼거리던데.

아무래도 나랑 한동안 대련을 못 하는 것 때문에 필사적으로 반대한 게 맞는 것 같았다.


여하튼, 혼자가 된 나는 대련실이 있는 지하 2층에서 한층 위인 지하 1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지하 2층에는 능력 구별 없이 모든 영웅이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훈련 시설들이 모여 있다면,

지하 1층에는 능력별로 구분되어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훈련 시설들이 모여 있었다.


데스크에 특성 변환 훈련실을 사용하겠다고 서류를 작성하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훈련실에 입장했다.

구조는 대련실과 똑같았다. 네모반듯한 공간과 특수한 재질로 덮인 벽.

다만 한쪽 벽면에 웬만한 소형차보다 커다란 금속상자가 놓여 있었다.


직원이 잠금장치를 풀고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주먹보다 살짝 작은 크기의 정사각형 물체들이 열을 맞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특성 케이스들이다.

특별한 기술로 제작된, 각 능력별 고유의 특성이 담겨있는 케이스.


“파손되거나 분실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사용해 주세요. 파손이나 분실 시 물어내셔야 하는데, 이거 케이스 하나당 1억 넘어가는 거 아시죠?”


협박 비슷한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직원이 훈련실을 나갔다.

나는 문을 잠그고 특성 케이스 표면에 새겨져 있는 글자를 읽었다.


물. 금속, 전기. 나무. 불. 바람. 어둠. 치유. 빛······.


하나하나 쭉 살펴본 뒤에 물과 불과 흙 특성 케이스를 꺼냈다.


특성 변환의 훈련법은 간단하다.

우선 손에 원하는 특성 케이스를 쥐고 특성구조를 파악한 뒤.

본인의 능력을 파악한 특성구조로 변환시키면 된다.


뭐, 말로는 정말 간단하고 쉽긴 한데, 실제로 몸으로 성공하는 건 뒤지게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타임루프라는 능력을 얻은 후에 갑작스럽게 상승한 컨트롤 수치.

만약 내 예상대로 죽는 행위가 컨트롤 수치를 올려주는 것이라면, 이번 회차는 무리더라도 다음 회차, 만약 다음 회차도 안 되면 그다음 회차, 그것도 안되면 그다음 다음 회차, 그렇게 계속해서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해 보자,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물 특성게이스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집중했다.


“······.”


1분이 지났다.


“······.”


20분이 지났다.


“······.”


1시간이 지났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특성 케이스를 내려다보았다.

불의 특성이라는 것이 개미 똥만큼도 안 느껴진다.

이거 불량품은 아니겠지?

물 특성 게이스를 내려 놓고 불 특성케이스를 집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 집중했다.


“······.”


역시나 안 느껴진다.

흙 특성케이스도 집었다.

말할 것도 없이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나 재능 없는 건가?”


이것들이 다 불량품이 아닌 이상에야 그렇게밖에 볼 수 없······.


짝!


손바닥으로 볼을 때렸다. 정신이 확 들었다.

비관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고작 특성 세 개 시도해놓고, 재능은 무슨.

아직 상자 안에 남아있는 특성케이스가 많으니 다 시도해보면 뭐라도 하나 걸릴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부터 감을 잡고 다시 시도해보면 된다.


허리를 쭉 펴고 상자 쪽으로 걸어갔다.

노크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주혁아! 나야, 나! 문 좀 열어봐!


차민우였다.

뭐지? 또 설득을 하려고 찾아온 건가?

방향을 틀어 훈련실 입구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어, 그래. 훈련 중이었어?”

“네. 그런데 여긴 왜······?”

“혼자서 훈련하려면 막막하잖아. 도와주려고 왔지.”


와, 마침 막혔던 순간이었는데.

잠시나마 차민우를 의심했던 나를 속으로 욕했다.


“도와줘도 괜찮지?”

“저야 감사하죠.”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가 먼저 말했다.


“근데 내가 도와주려는 건 아니고. 데려왔어, 도와줄 사람을.”

“데려왔다고요? 누굴요?”


차민우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그때, 차민우가 보란 듯이 옆으로 비켜섰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드러났다.


“내 능력 특성상 특성 변환은 영 젬병이라서. 잘 아는 선생을 데려왔지. 어때?”

“······.”


어떠냐니.

그냥 말문이 막히는 기분이다.

뒤통수 한 번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고.


한소연.


시큰둥한 얼굴의 한소연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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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7) +1 24.08.17 32 1 12쪽
12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6) 24.08.16 30 0 12쪽
11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5) 24.08.15 36 0 11쪽
10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4) 24.08.14 42 0 11쪽
9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3) 24.08.13 47 0 13쪽
8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2) 24.08.12 47 0 16쪽
7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1) 24.08.11 55 0 12쪽
6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5) 24.08.10 59 0 13쪽
5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4) 24.08.09 61 1 12쪽
4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3) 24.08.08 67 1 14쪽
3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2) 24.08.07 67 1 12쪽
2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1) 24.08.06 8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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