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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자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면 천재영웅이 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별상자
작품등록일 :
2024.06.20 03:22
최근연재일 :
2024.08.20 23:2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793
추천수 :
11
글자수 :
86,198

작성
24.08.18 15:42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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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영웅이라면(1)

DUMMY

벌써 세 번째 겪어보는 죽음이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다.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끔찍하던 고통이 서서히 줄어들고.

귓가를 가득 메우던 소리가 한없이 멀어진다.

코끝을 찌르던 탄내도 자취를 감추고.

불길에 일렁이던 시야마저 완전한 어둠에 잠겨버린다.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는 느낌.

이제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는 호흡마저 끊기면 나는 회의실에서 눈을 뜨겠지.

빨리 이 어둠뿐인 장소에서 벗어나······ 음?

뭔가 이상하다. 숨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심지어 피부에는 뭔가 닿는 감촉마저 느껴······.


“야, 신주혁!”

“······?”


눈을 떴다.

눈앞에 차민우가 보인다. 그런데, 회의실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대련용 검을 들고 서 있다.

눈을 껌뻑거리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천장에 달린 하얀 조명과 널찍한 실내공간. 특수한 재질로 둘러싸인 벽.

대련실이다. 회의실이 아닌.

뭐야? 왜 여기서 눈을 뜬 거지? 2회차 때는 분명 회의실에서 눈을 떴는데?

한숨을 쉰 차민우가 검을 내리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너 생각보다 많이 지쳤어. 평소에 안 쓰던 장비들 덕지덕지 붙인 채로 해서 더 그럴 테고.”


그제야 내가 지금 검을 든 채 방독복과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어쩐지 숨이 잘 안 쉬어지더라.

검을 내려놓고 방독면을 벗었다.

같이 씻으러 가자는 차민우를 좀만 쉬고 간다는 핑계를 대며 먼저 샤워실로 보냈다.

그리고 핸드폰부터 확인했다.


“······.”


2회차의 시작일보다 하루가 더 지나 있었다.

이거 루프하는 시간대가 랜덤인 건가? 아니면 특별한 규칙이라도 있나?

잠시 고민했지만, 답이 나올 리 없었다. 아직까진 고작 세 번의 타임루프를 경험한 게 다였으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몇 번 더 경험해봐야 뭐라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보다······.


우우우우우우웅!


검을 다시 집어 강기를 생성했다. 끊임없이 진동하는 검을 보니 자연스럽게 미친 방화범이 떠오른다.


2회차에서.

나는 그놈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다.

신체 강화나 단단한 물체를 다루는 종류의 능력이었다면 내 강기로 공략하기 훨씬 쉽고 편했을 텐데.

체급 차이도 차이이고, 하필 능력이 불이라 더욱 까다로웠다.

솔직히 나 혼자 힘으로 그놈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근데 그건 또 타임루프 능력이 밝혀질 수 있다는 위험요소 때문에 꺼려진다.

미친 방화범에게 불타 죽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으나, 타임루프 능력이 밝혀짐으로써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일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알면 이게 뭔 도둑놈 심보냐고,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나란 사람이었다.

타임루프 없이는 제대로 된 영웅도 되지 못하는 놈 말이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그놈을 잡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한데······.”


상식적으로 그럴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결국 타임루프 능력을 남들에게 밝혀야 하나?

아니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보면 타임루프를 밝히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분명 존재할 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다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뇌 신경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킨 느낌이다. 쉽사리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이럴 땐, 눈에 보이는 문제부터 천천히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제 막막했냐는 듯이 깨끗하게 풀린 문제들을 볼 수 있다.


그러니.


가장 먼저 이 타임루프라는 능력을 평생 숨길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자.


만약 숨길 수 없다면 어차피 들킬 거 내가 먼저 밝히며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 거고,

숨길 수 있다면······ 그때 가서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차분하게 고민해보면 되겠지.



***



샤워를 마치고 휴게실부터 들렀다. 다른 팀에 부탁하러 가는데 빈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물론 자판기 음료수가 뭐 엄청나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빈손으로 가는 것보단 낫겠지.

뽑는 김에 우리 팀 것도 뽑아서 팀원들에게 하나씩 돌렸다.


“뭐야? 갑자기 웬 음료수?”

“그냥 생각나서 뽑아왔어요.”


눈을 가늘게 뜬 차민우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주고, 문기범 팀장과 한소연에게도 돌렸다.

한소연이 거절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순순히 받았다. 심지어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다.

물론 그 이후론 평소처럼 날 본체만체했지만.

이것만 해도 어디야.


아무튼, 팀에 음료수를 다 돌리고 난 후 용건을 꺼냈다.


“팀장님, 저 잠시 능력개발팀에 좀 갔다 와도 될까요?”

“······능력개발팀? 무슨 일로?”

“능력에 관해 물어볼 게 있어서요.”

“오늘 할 일은 다 했어?”

“네.”

“갔다 와.”


별다른 말 없이 승낙을 받았다.

영웅직은 이게 좋다.

금일 할당된 일만 처리하면 남는 시간에 뭘 하든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

개인 훈련을 하든, 대련을 하든 말이다.

할당된 일도 일반 사무직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이고.


아예 대놓고 노는 것은 안 되겠지만, 오고 가며 다른 팀의 영웅 선배들을 보면 적당히 눈치 보며 농땡이 피우는 정도는 눈감아주는 분위기다.

뭐 이것도 실적제라 가능한 거겠지만.


사무실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능력개발팀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문 앞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여직원 몇 명이 날 보고 소곤거린다.

설마······ 벌써 소문이 퍼졌나? 내가 방독면과 방독복을 뒤집어쓰고 대련한다는 것이? 3회차 시간상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나를 곁눈질하는 여직원들을 지나치며 생각했다.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보면 나는 소문을 들은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최영호는 길드 내에 소문이 정말 빠르게 퍼진다고 했단 말이지.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골똘히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아. 나 길드 내에서 교류하는 사람이 거의 없구나.

매일 얼굴 보는 문기범 팀장과 차민우, 한소연 말고는 만나는 사람이 없다.

가끔 누굴 만나도 업무상 얘기만 잠깐 한 뒤 곧바로 헤어지고.

얼마 없는 사무 일을 끝내고 시간이 남으면 매일 차민우한테 대련실로 끌려가기 바쁘고.


그렇다고 팀원들에게 소문을 전해 듣기에는,

문기범 팀장은 쓸데없는 말을 안 하는 스타일이고,

차민우는 나랑 대련하느라 소문 들을 새도 없을 것 같고,

한소연은······ 음, 말을 말자.


어쨌거나 정리하자면 내 귀에 소문이 들어올 경로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 거였구만.


똑똑.


“실례합니다.”


노크를 하고 능력개발팀에 들어갔다.

문 근처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나를 발견하고 아는 척을 한다.


“주혁 씨가 여긴 웬일이세요? 저번에 훈련 커리큘럼 받아가신 거 때문에 오신 거예요?”

“그건 아니고······ 개인적인 볼일이 있어서 왔어요.”

“개인적인 볼일이요?”


궁금해하는 여직원에게 대답 대신 음료수를 주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음료수를 돌렸다.

그리고서 마지막으로 능력개발팀 조 팀장을 찾아갔다.



“흐음, 주혁 씨가 날 왜 찾아왔을까? 그냥 오는 것도 아니고 마실 것까지 챙겨서 말야.”


누가 봐도 연구하는 직종의 사람이구나, 하고 한눈에 알아볼 법한 인상의 조 팀장이 음료수를 한 입 들이키고 물었다.


“능력 측정 좀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내 대답을 들은 조 팀장이 눈을 깜빡였다.


“능력 측정이라면, 길드 입사하기 전에도 한 번 받지 않았어? 시기상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그렇긴 한데. 요즘 뭔가 좀 달라진 느낌이 들어서요. 정밀 측정까지는 저도 바라지 않으니까, 어떻게 간단한 측정들만 받아볼 수 없을까요?”



***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 팀장과 마주 보고 앉았다.

그가 프린터에서 뽑아온 종이들을 테이블 위에 주르륵 펼쳤다.


수학책에서 자주 볼법한 각종 그래프와 숫자들로 채워져 있는 측정 기록지였다.


“어디 보자. 우선 제일 중요한 출력부터.”


조 팀장이 펜으로 가장 왼쪽에 놓인 기록지의 숫자를 가리켰다.


“삼천오백사십칠. 준수한 수치네. 영웅학교에서 받은 과거 기록까지 보면 꾸준히 우상향 중인 걸 확인할 수 있고.”


펜 뒤축이 중간의 그래프를 툭툭 두드렸다.

그래프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상승하고 있었다. 조금씩 그 기울기를 높여가면서.


“출력의 상승세는 딱히 문제없어 보이니까 이대로만 쭉 유지하면 될 듯싶고······.”


그가 다음 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다음은 두 번째로 중요한 컨트롤 부문인데······ 이건 좀 놀랍네. 수치가 무려 사천팔백육십일. 이대로만 가면 곧 중위 영웅급인 5천 대를 뚫을 수 있겠는걸?”


그가 감탄하며 펜으로 그래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양새를 허공에 대고 따라 그렸다.


“자료를 보면 영웅학교 시절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길드에 들어오고 나서 갑자기 수치가 팍 튀네, 팍! 묻혀있던 재능이 터지기라도 했나? 주혁 씨, 강기 사용할 줄 알지?”

“네.”

“요즘 들어 펼치기 훨씬 수월해졌다는 느낌도 받고?”

“······네.”

“아무래도 주혁 씨 재능은 이쪽 같네. 컨트롤 특화 쪽으로 성장 방향을 잡는 것이······.”


잠시 혼자만의 세상에 빠졌다가 돌아온 그가 다른 측정 수치들도 설명해줬다. 대체로 완만한 상승을 그리고 있었다. 컨트롤처럼 급격한 성장은 없이.


타임루프랑 컨트롤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미뤄뒀다. 이곳을 찾아온 건 따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서 온 거였으니까.

타이밍을 잡아 슬쩍 물어보았다.


“팀장님, 제 능력에 문제 같은 건 없는 거죠?”

“문제라니? 뭐 불편한 점이라도 있어?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통증이 느껴진다든지······.”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좀, 요즘 들어 능력을 쓸 때마다 예전이랑은 살짝 다른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요.”


문제라는 단어를 듣고 살짝 놀란 듯했던 그가 피식 웃었다.


“요번에 컨트롤 수치가 급격하게 성장해서 능력을 사용할 때 살짝 다른 느낌이 들 수도 있어. 뭐야, 그거 때문에 측정해달라고 했던 거였어?”


말하면서 그가 나를 바라봤다.

마치 칭찬받고 싶어서 제 발로 찾아온 아이를 귀엽게 바라보는 눈빛이다.

오해지만, 나쁘지 않은 오해다. 굳이 아니라고 부정할 필요 없는.


그나저나, 조 팀장의 반응을 보니 능력 측정 검사에서는 타임루프 능력이 검출되진 않는 모양이다. 만약 발견했다면 이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없겠지.


능력 측정 검사로 밝힐 수 없는 능력이라······ 뭔가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 같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능력 측정 검사로 타임루프를 들킬 위험이 사라졌다는 거다.

물론 오늘은 간단한 검사만 한 것이니 정밀 검사를 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긴 하지만······ 거기까진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제는 타임루프를 타인에게 들킬 가능성이 사라졌으니, 나 혼자서 그 미친 방화범을 상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그래도 명색의 능력개발팀장이니까 다른 사람들보단 알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조 팀장을 바라보며 이곳을 찾은 두 번째 용건을 꺼냈다.


“팀장님, 오늘 한 측정 검사랑은 관계없는 건데 질문 하나만 해도 괜찮을까요?”

“뭔데? 말해봐.”


불을 사용하는 능력자를 대놓고 말하긴 불안하니까, 살짝 바꿔서······.


“염동력자가 물을 다루는 자기보다 강한 능력자를 상대할 때 쓸 좋은 기술이나 적절한 상대법이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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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2) 24.08.07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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