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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자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면 천재영웅이 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별상자
작품등록일 :
2024.06.20 03:22
최근연재일 :
2024.08.20 23:2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798
추천수 :
11
글자수 :
86,198

작성
24.08.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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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예지몽이 아니라 타임루프(5)

DUMMY

“와, 기어코 이걸 입고 왔네.”


차민우가 내 차림새를 보고 혀를 내두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에서 내린 나는 방독복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배낭끈을 단단하게 고쳐맸다.

그리고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한소연과 눈이 마주쳤다.


“······.”

“······.”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지나친다.

내가 기억하기로 1회차에서는 ‘쯧, 그래 가지고 전투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라고 투덜거리면서 지나갔었는데.

1회차랑 2회차인 지금이랑 달라진 부분이 영향을 미친 건가?


생각해보니 며칠 전부터 한소연의 눈빛이 좀 온순해진 것 같기도 하고.

흠. 뭐 때문에 변한 거지?

고민하고 있는데, 차민우가 툭, 내 팔뚝을 쳤다.


“안 가?”

“가요.”


고민은 밀어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1회차 때랑 똑같은 직원에게 똑같이 인사를 건네고, 통제구역 안으로 똑같은 길을 따라 들어갔다.

건물 모퉁이를 돌자 익숙한 형태의 게이트가 날 기다리고 있다.


“따로 더 준비가 필요한 사람?”

“““······.”””

“없으면 바로 들어가자.”


문기범 팀장과 팀원들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함께 게이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은근한 긴장과 설렘을 마음속에 품은 채.



***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이번에 든 생각은 이거였다.


맞구나. 타임루프.


숨을 들이쉬는 순간 느껴지는 적록색 카멜레온석인 특유의 독.

나를 뺀 세상이 아주 약간 가속되는 느낌이 들었다.

1회차 때 느꼈던 그 감각, 그 느낌 그대로다.


내가 죽으면 타임루프한다.

이로써 이 가설이 한층 명확해졌다. 더불어 내가 일상생활에서 바꾼 약간의 변수는 게이트 안 던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느낌이다.

차분히 호흡을 고르며 방독면 주머니에서 방독면을 꺼내 착용했다.

순간 호흡량이 확 줄었지만, 이와 같은 환경은 일주일간의 적응 훈련을 통해 이미 완벽하게 적응한 후였다.

나는 정화통을 거쳐 들어오는 공기를 익숙하게 들이마시며 주변을 눈에 담았다.


“행동과 사고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디버프 계열의 독이다. 호흡과 피부 접촉으로 중독되니 모두 대비할 수 있도록.”


문기범 팀장의 지시가 떨어짐과 거의 동시에 한소연이 피부 위로 살얼음을 피워냈다. 차민우는 예의 얇은 금속 갑옷을 소환해 착용했다.

문기범 팀장이 팀원들의 상태를 쓱 살폈다. 나를 포함해서.

곧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각자 위치로 이동해. 진형을 갖추는 대로 공략을 시작한다.”


그에 차민우가 내 귀에 이렇게 속삭이며 앞쪽으로 이동했다.


“결국 네가 맞았네. 솔직히 방독복은 오바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준비 좋았다?”


그리고 이 말을 들었는지 한소연이 옆에서 냉랭한 음성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뭐라도 하나 맞아라, 식으로 바리바리 싸 왔는데 안 맞는 게 더 이상한 거지.”


나는 굳이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내 위치를 찾아 이동했다.

반응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저런 반응을 원해서 방독복과 방독면 이외의 장비들을 쓸데없이 고생하며 챙겨온 거였으니까.

너무 내 예상대로라 오히려 기꺼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잠시 후, 진형을 갖춘 우리는 일직선의 통로를 따라 전진하기 시작했다.

내 위치는 중간이었다.

선두에는 대검을 든 차민우가 앞장섰고, 후위에는 문기범 팀장이 따라오고 있었다.

한소연은 내 바로 옆에 있었고.

상황에 따라 차민우와 문기범 팀장의 위치가 서로 바뀔 순 있겠지만, 이게 우리 팀의 가장 기본적인 진형이었다.


그리고 이 위치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크게 세 가지.

적 탐지, 팀원 서포트, 원거리 공격이다.


염동력을 조그맣게 뭉쳐 만든 탐지 구슬을 사방에 뿌렸다. 이 구슬은 일대를 날아다니며 숨어있는 적들을 발견하고 아군에게 그 위치를 알릴 것이다.

바로 이렇게.


펑!


적록색의 암벽 틈새에서 탐지 구슬이 터졌다.

소리를 들은 차민우가 곧바로 반응했다. 순식간에 소리가 난 지점으로 이동한 그가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카가각!


괴수가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대각으로 잘려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3등급이라 그런가. 쉬운 놈들이네. 속도 올릴 테니까 발견하는 즉시 바로바로 알려······.”


펑!


또다시 들리는 소리에 차민우가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런 식으로, 나는 흐름이 끊기지 않는 선에서 연속적으로 괴수의 위치를 차민우에게 알렸다.

흐름이 뚝뚝 끊기던 1회차와는 180도 다른 양상.


사실, 엄밀히 말해 탐지구슬은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나는 1회차 때 던전의 어느 지점에서 괴수들이 튀어나오는지 똑똑히 보았고, 이를 전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기억하고 있는 위치에 탐지구슬을 이동시키고 간단한 확인 후 터트린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은 이게 전부였다.

당연히 이는 매우 신속했고, 또 정확했다.


“너······.”


마지막 괴수를 정리하고 돌아온 차민우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늘었냐? 저번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저번이라면 그때를 말하는 걸 거다.

긴급 대응 업무로 두 번째 출동을 나갔던.

무난하게 마무리되었지만, 신종 고릴라 괴수한테서 모녀를 구했던 첫 번째 출동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던 현장.


“그냥, 오늘 컨디션이 좋은 거 같은데요. 아, 그리고 선배랑 한 훈련도 도움이 된 것 같고요.”

“그래?”


내 말에 차민우가 금방 납득했다.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일부러 조절하며 능력을 사용한 게 주효하게 들어간 것 같았다.


“역시 젊어서 그런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느네.”


늙은이 같은 눈빛을 한 그가 몸을 돌려 본인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다시 공략이 재개됐다.

그 과정에서 나는 탐지 이외의 서포트와 원거리 공격에서도 1회차 때와 비교해서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능력의 출력은 그대로였으나,

불편한 현 복장에 대한 일주일간의 적응과 훈련. 독 중독 여부. 그리고 1회차 때 겪어본 괴수와 팀원들의 행동 양상을 기반으로 한 예측이 이를 가능토록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전진하고 또 전진하여 던전의 중간 부근에 도달하였을 때.

뒤에서 나를 지켜보던 문기범 팀장이 말을 꺼냈다.


“여기서부터는 진형을 바꿔보자. 주혁아.”

“네, 팀장님.”

“앞쪽으로 이동해서 민우 옆에 서.”

“네.”


1회차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원거리 포지션은 충분히 시험해 봤으니 이제부터는 근접 포지션을 시험해보려는 것.


이제야 본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1회차 때도 여기까진 어찌저찌 해냈었다. 이 이후, 근접 포지션으로 옮기고 나서 금방 퍼져 버리고 말았지만.


이번엔 다를 거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방독복을 입고 정신력과 체력을 최대한 온존해 왔던 거니까.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내쉬었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차민우의 옆에 나란히 섰다.

차민우가 날 보고 입을 열었다.


“우선은 너한테 맞춰주면서 할 테니까 대련 때 하던 대로만······.”

“아뇨.”


나는 허리춤에 걸려있는 검을 뽑으며 말했다.


“제가 선배한테 맞출게요.”


어떻게 보아도 차민우의 실력이 나보다 배는 뛰어나다.

그러니 만약 실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일이 생긴다면, 백에 백 내가 차민우한테 맞춰야 할 텐데.

실전에서 나올 리 없는, 차민우가 나한테 맞춰주는 상황에 대한 연습은 솔직히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난 대충할 생각 없는데.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올 수 있겠어?”

“한번 해보죠, 뭐.”

“오, 자신만만한데?”


씨익, 입꼬리를 올린 차민우가 몸을 풀 듯 허공에 대고 몇 차례 가볍게 대검을 휘둘렀다.


“그럼 어디 재주껏 잘 따라와 봐.”


무릎을 굽히며 말한 그가 스프링처럼 전방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에 나도 질세라 염동력으로 신체를 보조하며 몸을 날렸다.


상대가 될 괴수는 금방 찾아냈다.

오른쪽 벽면에 붙어서 은신해있는 세 마리의 카멜레온석인.


자연스럽게 1회차 때 세 마리의 괴수를 상대하던 차민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차민우라면, 그리고 그 혼자라면 조금 무리해서 칼질 한 번으로 세 마리를 모두 베어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문기범 팀장과 함께할 때의 차민우는 대부분 두 마리를 처리하고 나머지 한 마리의 처리를 문기범 팀장에게 맡겼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에도 그가 그렇게 행동할 거라고 예측했고.


카가가각!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 예측 그대로 행동을 옮겼다.

벽면에 대고 호쾌하게 선을 그리는 검의 궤적.

인간형 괴수인 카멜레온석인 둘의 허리가 순식간에 반으로 잘렸다.


“남은 놈은 네가······.”


까가가각!


그의 입이 열리기 전에 내가 휘두른 검이 차민우의 옆구리를 노리던 괴수를 그대로 갈라버렸다.

말을 하다 중간에 끊은 그가 잠깐 멈춰 서서 의외라는 듯 날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아무 말 없이 다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다음은 네 마리였다.

괴수들을 보자마자 1회차 때의 여러 상황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것들 중에 현재 상황과 가장 일치율이 높은 장면을 나는 끄집어냈다.


깡!


괴수 한 마리를 베어내고 그 기세 그대로 두 마리째를 노리던 대검이 괴수의 발톱에 막혔다.

그 순간, 차민우의 등 뒤에 있던 내가 바로 이어서 검을 휘둘렀다.

얼핏 보기엔 대검을 막느라 생긴 빈틈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노림수는 그게 아니었다.


쌔애애애액······!


내가 검을 휘두르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두 개의 발톱.

남은 세 마리의 괴수 중에 상대적으로 뒤쪽에 있던 두 마리가 나를 노리고 있었다. 내 의도대로.

나는 내가 공격하던 괴수의 허벅지 부위를 베어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슬쩍 뒤로 물러났다.

이에 날 노리던 발톱들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따라붙었지만.

이들이 놓치고 있는 점이 하나 있었다.


후우우우우우웅!


바로 차민우.

사각에서 날아든 그의 대검이 대기와 함께 날 노리던 괴수 두 마리를 한순간에 베어버렸다.

그리고서 곧바로 다음 표적을 향해 달려나가는 차민우.

아까처럼 잠깐 멈춰서서 나를 쳐다보거나 하는 행동은 없었다. 그저 흥겹다는 듯이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 있을 뿐.


허벅지가 잘려 균형을 잃고 쓰러진 남은 괴수를 재빨리 마무리한 뒤에 차민우가 지나간 길을 따라 달렸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괴수들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총 여섯 마리였다.

앞에서 달려나가던 차민우가 괴수를 발견하고 힐금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검은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

“······.”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 또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째선지 그가 뭐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검을 잡은 손에 꽉 힘을 준 나는 전력으로 능력을 사용할 준비를 마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그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곧 우리는 괴수들과 부딪쳤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우우우우우우웅!


검이 진동하며 울음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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