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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킥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유충이 아카데미에 숨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모스킥
작품등록일 :
2021.04.27 15:52
최근연재일 :
2021.05.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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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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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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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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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1.오유나

DUMMY

“야, 최준혁.”


최준혁은 꿈을 꾸는 중이다.


“야, 최준혁!”


그리고 나는 그 꿈을 관측하고 있다.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숙주의 기억과 경험은 종종 이런 식으로도 내게 흘러들어오기도 하니까.


따라서 이것은 최준혁의 기억 중 일부.


“야, 최준혁. 일어나 봐.”


한 남자가 최준혁에게 말을 걸어온다. 남자의 손에는 사진이 한 장 쥐어져 있다.


“꽤 괜찮은 미끼가 걸렸어. 꽤 잘 사는 부잣집 애야. 어때?”


설산에서 딱 한 번 마주했던 얼굴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


나는 남자의 이름을 떠올린다.


‘김지훈.’


“어? 지훈아. 그런데······.”


내 의사와 관계없이 최준혁이 김지훈의 말에 머뭇거리며 답한다.


당연하다.

이것은 내가 최준혁의 몸을 강탈하기 전, 어딘가의 시점. 과거의 기억일 뿐이니까.


“······얘, 걔 아니야? 철벽? 걔는 좀 위험하지 않아? 리스크가 너무 큰데?”


‘······철벽?’


최준혁의 말에 기억 속 김지훈은 미소를 짓는다.


“역시 최준혁. 키만 멀대같이 컸지,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르네.”

“뭘?”

“원래 가문의 명예니 꿈이니······ 그런 헛소리 지껄여대면서 자존심 높아 보이는 애들이 제일 쉬운 법이야. 그 자존심이 자기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걸리면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고. 걔네 엄마 오성 길드 마스터잖아.”


그러자, 김지훈은 “쯧쯧” 하며 보란 듯 혀를 찬다.


“바보야, 그건 대놓고 적으로 돌아섰을 경우고, 친구인 척하면서 옆에서 살살 건드려서 벗겨 먹으면 괜찮아. 그러다가 단물 빠지면 뱉어버리면 되는 거고.”

“······그게 그렇게 쉽게 잘 될까?”


여전히 망설이는듯한 태도를 보이는 최준혁. 그런 최준혁의 태도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김지훈은 능글맞은 투로 말한다.


“아! 내가 이 짓거리 하루이틀 하냐? 원래 그렇게 철벽 치면서 자존심 센 척하는 여자일수록, 상냥함에 약하다니까.”

“그거야, 네가 잘 생겼으니까 그런거고.”

“그래서 안 할 거야?”

“······뭐, 난 돈만 편히 벌 수 있으면 딱히 상관없지만.”


그러자, 김지훈이 배를 잡고 낄낄거린다.


“푸핫! 새끼,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여간, 아닌 척해도 돈 앞에서는 솔직해지는 게 네 장점이라니까. 너 같은 새끼는 다루기 편해서 미워할 수가 없어.”

“돈줄 주제에 뭔 개소리야. 하여튼 그래서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최준혁의 물음에 김지훈이 턱을 매만지며 답한다.


“내가 이미 밑밥은 충분히 깔아뒀고, 보조만 맞춰주면 돼. 근데 내가 이능력 때문에 서포트 과로 입학시험을 봐야 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알겠다! 그러니까, 걔랑 같은 포지션 지망인 내가 입학시험에서 걔랑 같은 반으로 배정받으라 이거지? 근데 걔 기본 베이스가 있으니까, B반으로 배정받을 가능성도 있잖아?”


‘······입학시험?’


마치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김지훈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니, C반으로 배정받을 거야.”

“엥? 어째서?”

“걔가 쓰는 마도구에 내가 해킹 모듈을 심어놨거든, 일정량 이상의 마력이 주입되면, 명중률이 크게 떨어져.”

“뭐······?”

“뭘 놀래? 걔가 힘들고 지칠 때 내가 짜잔! 나타나서 여기저기 좀 만져주면서 자세 좀 잡아주고, 그럴싸한 어드바이스를 던져주는 거지. 그리고 마도구의 해킹을 풀어주면, 걔 실력도 빡! 호감도도 빡! 완벽한 시나리오 아니냐?”

“······존나 치밀하게 사악한 새끼네.”

“야, 친구 놀이 좀 해주면서 돈 뜯어 먹으려면 이 정도 준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친구 놀이라.’


김지훈이 그렇게 킬킬대는 사이,

의식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최준혁의 꿈은 여기까지······.


『아침이야, 아침~! 일어나!! 새 나라의 마왕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느닷없이 끼어든 어머니의 목소리로 다시금 의식이 각성한다.


어제 포지션 훈련에서 숙주를 혹사시킨 뒤,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피곤해진 숙주를 일찍 잠들게 하였다.


숙주가 잠들면, 내 의식 역시 절전 모드. 가수면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때때로 지금처럼 숙주와 꿈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걸로 대충 최준혁과 김지훈, 오유나. 이 셋이 어떤 관계인지는 파악했어.’


『응? 무슨 사이?』


‘그렇다면, 녀석들이 노렸던 표적은 아마······.’


『표적?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사고를 훤히 꿰뚫어 보는 어머니조차 숙주의 꿈에 대해서는 모르는 듯하다.


‘······떡밥이니까, 어머니는 몰라도 돼.’


『야!! 그거 내 대사잖아!』


***


오후 수업. 쉬는 시간.


“······.”


내 옆자리에 앉은 오유나가 묘하게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이쪽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저 여자, 너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본데?』


생각해보면 뻔하다.

아마도 오늘 공유했던 최준혁의 꿈.

김지훈과 최준혁이 노리고 있던 표적은 틀림없이 오유나일 것이다.


‘녀석들과 중등부 동창······, 노력파······, 게다가 오유나는 한국에서 유명한 헌터 가문이라고 하니까 집도 부유하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오유나와 ‘친구 놀이’를 주도하던 김지훈은 죽었고, 최준혁의 의식은 내가 장악했다.


『친구 놀이? 그게 뭐야?』


‘······대충 뉘양스로 짐작해보면, 친구인 척하면서 뒤로 뭔가 이득을 갈취하는 행위 아닐까?’


『······뭐야, 그런 건 당하는 쪽이 바보잖아.』


어머니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오유나는 고유 특성 중에는 [착각↑]이 존재했다.


‘즉, 원래부터 속기 쉬운 성격이었다는 거지.’


김지훈은 그것을 예민하게 감지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했다.


‘심안도 쓸 수 없었을 텐데, 그런 걸 파악해내다니. 생물적으로 우수한 개체야. 김지훈의 몸에 들러붙었으면 최준혁보다도 생존에 유리했을 수도 있겠어.’


그러나 동시에 느껴지는 감정은······.


‘······근데 어째서 화가 나는 거지?’


본디, 나에게 인간에 대한 감정 사적인 감정 따위는 없다.


없을 터였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나’의 감정일까, 숙주인 ‘최준혁’의 감정일까.


‘하지만 이게 최준혁의 감정이라면, 녀석은 어째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저기······.”


문득, 옆자리 오유나가 말을 걸어왔다.


“이런 거 물어보는 게 너한테 좀 실례일 수도 있는데······.”


그 태도가 묘하게 우물쭈물하다.


“실례? 뭔데 그래?”

“그게······.”


오유나는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연다.


“너 등록금 미납이라면서?”


그 말에 허를 찔린다.

차마 말이 오유나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


“······그게 왜?”

“아, 아니.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도와줘?”

“응. 그 정도 돈은 내가 내줄 수 있거든.”

“내 등록금을 네가 대신 내준다는 거야?”

“맞아.”

“왜?”

“······응? 그거야.”


오유나가 묘하게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우리는 친구잖아.”


그 대답에는 단 한치에 망설임이 없었다.


오유나의 대답을 잠자코 듣고 있던 어머니가 말했다.


『아하~. 완벽히 이해했어!』


‘뭘?’


『이게 아까 말했던 친구 놀이구나? 자발적이라니. 세뇌보다도 훨씬 세련된 방식이잖아. 좋네, 친구 놀이. 이걸로 등록금 내버리자.』


‘······아니. 그래서는 안 돼.’


사실, 등록금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채굴팀에는 반드시 참가해야만 한다.


“······.”

“······.”


잠시간의 침묵.

그 침묵에 당황한 오유나는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무, 무, 물론 조건이 있어. 당연하지, 암!”

“무슨 조건인데?”

“지훈이랑 화해했으면 좋겠어.”


······예상치 못한 말에 또 한 번, 허를 찔린다.


어머니가 질렸다는 투로 말해온다.


『대체 어떤 착각을 해야 저 지경에 이르는 거야?』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유나는 약간 우쭐해진 태도로 자신의 추측을 털어놓는다.


“서포트과에 알아보니까, 학기 시작한 지 벌써 보름이나 지났는데, 지훈이가 인공섬에 오지 않았대.”

“그런데?”

“그, 그렇게까지 차갑게 대답할 필요는 없잖아. 너 분명 방학 때 지훈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지?”


······일이라. 분명 있었다.

오유나에게는 결코 들켜서는 안 되는 일.


“주제 넘은 이야기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화해했으면 좋겠어. 우리 셋은 친구잖아?”

“······.”


일전에 세웠던 오유나에 대한 방침을 떠올려보자.


1) 나의 정체를 오유나에게 들킨다.


2) 오유나가 검의 재능을 깨닫는다.


위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할 경우, 나는 오유나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 역시 이익 없는 살인은 내키지 않는다. 여기는 적진 한가운데고, 살인에는 그만큼 큰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


“······친구?”


따라서 위 두 조건은 되도록 만족시키지 않는 편이 좋다.


“내가 알기로는 아닐 텐데?”

“그게 무슨 말이야?”


김지훈은 오유나를 이용해먹으려 했다. 오유나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그것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쉽게 납득해 주지는 않겠지.


‘여기서 내가 둘 수 있는 최선의 수는······.’


그렇다면, 오히려 [직설적]으로 오유나의 약점을 찌르고 들어가자.


“너, 김지훈 좋아하잖아.”

“······!?”


오유나가 나로부터 더 이상 김지훈에 대한 것을 묻지 못하도록. 그 입을 막아버리자.


“그것 때문에 나한테 계속 말 거는 거 아니었어?”


정곡을 찔렸는지, 오유나의 어깨가 크게 들썩인다. 아직이다. 나는 오유나를 여기서 한 발짝 더 몰아세운다.


“작작하지? 누굴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등록금을 대준다고? 내 환심이라도 사서 김지훈한테 잘 보이고 싶었나 봐?”

“아니야! 그, 그건 진짜로······.”


오유나가 말끝을 흐린다.


“그런데 어떡하냐? 네 계산과는 다르게 난 이제 그 잘나 빠진 그 새끼랑 더 이상 친하지 않거든.”

“······.”


언성이 높아지자, 강의실의 이목이 이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유나는 자리에 앉은 채, 그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뭐 이 정도면, 더는 김지훈 문제로 귀찮게 굴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하지만 나는 한 번 더 쐐기를 박는다.


“그러니까 김지훈이 아카데미에 나오든 안 나오든, 어디서 뭘 하든 나랑 관계없다고. 이제 친구가 아니니까.”


드르륵-!


그때, 의자를 밀치며 오유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왜!, 왜······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야? 나는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미안, 난 두 사람이 그냥 다시 친해지길 바란 것뿐이었는데. 내 생각이 너무 짧았나 봐. 사과할게.”


오유나는 그 말을 남기고, 성큼성큼 걸어 강의실을 나가버렸다.


그때, 어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괜찮겠어?』


‘뭘?’


『나중에 활로 맞을 거 칼로 맞는 거 아니냐고.』


‘······.’


김지훈과 최준혁.

두 사람은 오유나의 호감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했다. 그것은 이미 벌어진 일. 돌이킬 수 없다.


『근데 이거 깊게 생각할 필요 있어? 그냥 다른 인간의 몸으로 갈아타면 그만 아니야?』


어머니의 조언은 지극히 옳다. 그러나 역시 한 발짝이 아쉽다. 그것은 어머니가 인간 사이의 유대감을 얕보고 있기 때문.


‘아직은 안 돼.’


『왜?』


‘김지훈과 최준혁이 단순히 오유나를 이용하려 했을지 몰라도, 오유나는 두 사람을 진심으로 친한 친구라 여기고 있었어.’


이런 상황에서 최준혁의 몸을 버리고 다른 숙주를 취한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 오유나는 연이은 친구들의 실종에 강한 의구심을 느끼고, 두 사람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부잣집 아가씨니까,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끈질기게 우리를 추적할 가능성도 있어.’


『그럼 어떡해?』


‘그런 마음을 안 먹게끔 만들어야지.’


***


“유나야, 어디가! 곧 수업 시작해!”

“최준혁, 이 나쁜 새끼. 왜 저러는지 몰라.”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네가 참아 유나야.”


여러 목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이며, 오유나의 앞을 막아선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들을 확인한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얼굴들.

오유나는 그들이 자신의 친구를 욕하는 것이 마냥 불쾌했다.


“······괜찮아. 좀 비켜줄래?”


오유나는 목소리들 사이를 가르고 강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한없이 걸었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늘 그랬다.

원래 오유나의 주변에는 딱 부류의 사람만이 존재했다.


대놓고 자신을 적대하는 사람들이나,

대놓고 자신을 위하는 척하는 사람들.


겉으로 보기에 상반되어 보이는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오유나’가 아닌, ‘오성 그룹’의 장녀. 혹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오성 길드’를 이끌 후계자로 인식한다는 것.


즉, 자신을 자신 그 자체로 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앞으로 평생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김지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오유나는 부지런히 발을 움직여 복도를 걸었다. 생각이 많아질 땐 일단 걷는다. 오유나의 버릇이었다.


-내가 열심히 하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딱히? 근데 그렇게 혼자 모든 걸 다 짊어진 표정으로 그러고 있으면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


-······이상한 소리 할 거면, 저리 가. 너 같은 거 신경 쓸 시간 없으니까.


하지만 김지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오유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왔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그러는 사이, 오유나는 자신도 모르게 김지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다.


-······뭐?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헌터가 넘쳐나는 세상인데, 가업을 잇느냐 마느냐가 고민이라고?


-야, 너무한 거 아니야? 나는 엄청 고민하고 말한 건데.


-바보가 바보 같은 걸로 고민하니까 그렇지.


-그럼 만약 네가 내 상황이면 어떻게 하고 싶은데?


-글쎄? 뭘 선택해도 너처럼 부모한테 질질 끌려다니지는 않을걸? 애초에 나한텐 부모가 없기도 하고.


-그치만······.


-야, 됐고.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사줄 테니까.


오유나는 계속해서 걷는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오유나가 네메시스 입학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도 김지훈은 오유나의 곁에 있어 주었다.


-야, 뭐 까짓거 인생 끝난 것도 아니고, 다음 학기에 승급 시험 잘 보면 만사 오케이 잖아.


-그래도······ 나 이렇게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C반이라니······. 어쩌면 이게 내 한계일지도 몰라.


-나는 너랑 같이 붙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반이야 승급하면 되고, 같이 열심히 해보자.


-······그래. 우리 둘 다 떨어지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야.


-아, 맞다. C반 레인저면 내 친구도 있겠네. 다음에 걔도 불러서 같이 연습하면 되겠다.


-친구? 누군데?


뚝-!


발걸음이 멈춘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오유나는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면, 지훈이는 왜 뜬금없이 최준혁을 나한테 소개시켜 줬던 거지?”


지난 학기 동안 세 사람은 자주 같이 연습을 했다.


그러나 자신과 최준혁은 같은 레인저이긴 해도, 사용하는 무기가 다르다. 세부적인 훈련은 따로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번 학기 시작하자마자, 최준혁은 무언가에 홀린 듯, 포지션 자체를 바꿔버렸다.


“가만, 그때도 분명히······.”


오유나는 턱을 매만지며, 며칠 전 일을 떠올렸다.


-갑자기 멍해져서. 무슨 생각을 그리 곰곰이 해?

-너.


그렇게 말한 후 최준혁은 당황한 듯, 급히 말을 흐렸다.


“그리고 오늘······.”


최준혁이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보면.


-너, 김지훈 좋아하잖아.


-작작하지? 누굴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등록금을 대준다고? 내 환심이라도 사서 김지훈한테 잘 보이고 싶었나 봐?


-그러니까 김지훈이 아카데미에 나오든 안 나오든, 어디서 뭘 하든 나랑 관계없다고. 이제 친구가 아니니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오유나는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아, 알 것 같아. 얘네들이 싸운 이유.”


어지러이 흩어지는 생각을 정리해보자.


첫째, 최준혁은 나에게 관심이 있다.


‘······그동안의 반응을 미루어보면, 아마 이건 100% 확실해.’


둘째, 지난 학기, 김지훈은 나에게 최준혁을 소개시켜 주었다.


‘어쩌면, 지훈이는 최준혁이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와 최준혁을 이어주려고? 가만, 그러면 최준혁은 중등부 때부터 나를······.’


오유나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휙휙 흔들어대며 계속 생각을 이어갔다.


셋째, 최준혁은 뒤늦게 내가 김지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오늘 최준혁이 보인 반응은 분명 질투에 가까웠어.’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오유나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얘네들 진짜로 나 때문에 싸운 거 아니야??”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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