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모스킥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유충이 아카데미에 숨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모스킥
작품등록일 :
2021.04.27 15:52
최근연재일 :
2021.05.17 19:1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235
추천수 :
64
글자수 :
117,051

작성
21.05.04 19:15
조회
52
추천
4
글자
13쪽

8.포지션 훈련(1)

DUMMY

다음날, 개인 면담 시간.


“자, 이게 너의 기량 평가 결과다.”

“네.”


나는 로베르트 교관이 건네준 평가표를 받아든다.


평가표에는 기량 평가를 진행하는 동안, 나의 교전 스타일과 움직임에 대한 간략한 분석. 그에 따른 추천 포지션 등이 쓰여있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120점이라는 데미지 점수.


“데미지를 거의 주기 힘든 맨손이었다는 점을 극복하고 테스트 더미의 중량을 역이용하는 전술은 칭찬해주마.”


로베르트는 평가표를 응시하며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전투방식은 어썰터와는 맞지 않아. 어썰터는 빠른 기동성과 고화력을 단시간에 승부를 보는 게 일반적이야.”


로베르트 교관의 조언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어.’


어썰터의 경우, 검이나 창 위주의 근거리 무기를 필두로 빠르게 상대 진영 안쪽으로 파고들어야만 한다.


『맞아. 그러고 보면, 항상 칼 들고 있는 녀석이 제일 빨라서 모기 새끼처럼 성가시더라고.』


그렇다면, 로베르트 교관이 추천해줄 포지션은 아마도······.


“그래서 내가 너에게 추천해주는 포지션은 ‘디펜더’다.”

“······.”


······역시.

디펜더는 어썰터와 함께 전방에서 싸우지만, 이쪽은 주로 적이 우리 쪽 진영을 파고드는 것을 막고, 아군 공격수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근데, 싸울 수만 있다면 뭐 포지션이야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니야?』


‘맞는 말이야. 난 침식 세포만 벌 수 있으면 상관없어.’


어머니의 말대로, 디펜더라면 어썰터와 마찬가지로 레인저보다 자극적인 전투경험을 겪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궁금한 점은······.


“그런데 어째서 다른 포지션은 두고 왜 하필 디펜더를 추천하시는 거죠?”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추천일뿐이다. 네메시스는 생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니까. 하지만······.”


로베르트 교관의 날카롭게 빛났다.


“나를 얕보지 마라.”

“네?”

“선생질로 밥 벌어먹은 게 벌써 10년째다. 딱 보면 견적이 나오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너. 아예 마력 자체를 쓰지 못하게 된 거 아니냐?”


그러자, 어머니가 깜짝 놀라 물어온다.


『엇!? 이 사람이 이걸 어떻게 알지? 혹시 정체 들킨 거 아니야?』


‘······아니, 그건 아닐 거야.’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로베르트 교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종종 그런 케이스가 있지. 자기도 모르게 능력을 각성하면서 오히려 다른 쪽은 아예 막혀버리는 경우가.”

“······?”

“네 경우는 아마 신체 강화 능력이 불완전하게 각성한 거겠지. 그리고 그 반동으로 체내 마력 신경에 손상을 입었을 거다.”


‘······으음? 아닌데?’


“마력 신경에 손상을 입어 마력을 쓰지 못하니, 마도구도 쓸 수 없고. 결국, 포지션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거지.”


로베르트 교관의 헛다리에 어머니가 어이없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 자식. 과정은 싹 다 틀렸는데, 마력을 쓰지 못한다는 결론만큼은 맞췄어.』


툭-.


로베르트 교관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방학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으마. 분명, 각성 후에 마력을 쓰지 못해 혼란스러웠겠지.”

“······아, 네네. 맞아요.”


나는 로베르트 교관의 착각에 적당히 맞장구쳤다.


“일반적으로 디펜더는 다른 포지션보다 마도구의 의존도가 낮아. 신체적인 능력과 순간 판단력이 훨씬 중요하지. 너한테 적합한 포지션일 거다. 무엇보다도······.”


로베르트 교관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그 입술 사이로 새하얀 건치가 보인다.


“디펜더의 포지션 특화 훈련은 내가 담당하고 있다. 내가 지도하는 훈련만 잘 따라온다면 너도 훌륭한 디펜더가 될 수 있을 거다.”


자신을 믿으라는 로베르트 교관을 보며, 어머니가 뭐라 중얼거린다.


『로베르트, 이 자식. 뭐? 훌륭한 디펜더? 인간 주제에 마수를 가르치겠다고? 웃긴 놈일세.』


***


일주일 뒤.

로베르트의 포지션 특화 훈련 시간.


“구령 소리가 작다. 더 크게!!”


로베르트 교관의 지시에 따라,

나는 선두에서 쉬지 않고 숙주의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헉, 둘―!! 헉헉, 넷―!!”


그에 비해, 다른 디펜더 지망생들은 후열에서 인공섬의 해안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2시간째 쉬지 않고, 전속력으로.


내리쬐는 태양과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으로 인해, 다들 구령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토해가며 간신히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분명, 첫날에는 20명도 넘게 있었던 거 같은데, 일주일 만에 절반이 넘게 도망가다니. 인간의 의지는 참으로 약하군.』


‘아니, 그냥 로베르트의 수업방식이 지나치게 혹독한 것뿐이야.’


매일 같이 숫자가 줄어드는데도, 로베르트 교관의 강행군은 멈출 줄 몰랐다.


“다들 빨리빨리 안 뛰어? 디펜더는 체력이 생명이라고 했지. 다들 최준혁을 봐라. 아직도 쌩쌩하잖아.”


로베르트의 그 말에 원망의 눈빛들이 선두인 내 쪽을 바라본다.


『그야, 너는 숙주의 몸을 강제하고 있으니까.』


어머니 말대로.

숙주인 최준혁은 내가 운동 신경을 강제하고 있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 30분 전부터 최준혁의 몸은 탈진 상태에 빠져있었다.


물론, 최준혁의 몸 상태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으아아, 끝났다.”

“주, 죽는 줄 알았어.”

“무······. 물 좀.”


체력 단련을 마친 후.


“오늘은 이쯤 하겠다. 내일부터는 체력 단련 후, 따로 방어술 훈련이 있으니까 준비하도록.”


로베르트 교관이 그렇게 말한다.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럼 해산! 아 참, 최준혁 생도는 10분 뒤에 교관실로 와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베르트 교관은 등을 돌렸다.


『······저 미치광이 훈련광이 널 왜 부르지?』


‘아마 돈 때문에 그럴 거야. 슬슬 나올 때가 됐거든.’


『돈?』


‘그런 게 있어. 그보다 그렇게 오래 뛰었는데도 어째선지 숙주의 몸이 더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말과 함께 나는 의식을 집중한다.


===============================

<숙주 명> : 최준혁

<고유 특성> : [직설적], [계산적]

<잠재 적성> : ★☆☆☆☆(무능력)


<침식 발현도>

◆운동 신경

■ ■ ■│■ ■ □│□ □ □│□


◆감각 신경

■ ■ ■│□ □ □│□ □ □│□


◆마력 신경

□ □ □│□ □ □│□ □ □│□


<남은 침식 세포 : 6>

===============================


‘······운동 신경의 침식도가 한 단계 더 늘었어.’


『그 정도면 어중간한 2성 녀석들과 비교해도 육체적으로는 꿀릴 게 없을 거야.』


‘그뿐만이 아니야. 최준혁의 몸 자체도 꽤 튼튼해졌어. 이제 이 녀석을 조금 더 혹사시킨다고 해도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겠지.’


『하긴, 그 훈련광 밑에서 미친 듯이 굴렀는데 이 정도 성과도 없으면 손해지.』


똑똑-.


대충 어머니와 대화를 마친 후. 나는 로베르트가 말했던 대로 로베르트의 교관실을 찾았다.


“왔군. 앉아라.”


나는 로베르트가 끌어준 의자에 앉는다.


“어때? 훈련은 힘들지 않나?”

“나쁘지 않습니다.”


내 심리를 요약한 [직설적]인 답변.


“하하,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40km를 전속력으로 뛰어도 지친 기색 하나 없던데.”


로베르트 교관은 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는다.


“아무튼, 본론으로 넘어가지.”


드르륵-.


로베르트는 책상 서랍을 열어, 흰 편지 봉투를 건넨다.


“아카데미에서 네 앞으로 보낸 통지서다. 이게 뭔지 짐작은 하고 있겠지?”

“네.”


『짐작하고 있었다고? 그게 대체 뭔데,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통지서를 뜯어 내용을 확인한다.


등록금 미납 내역 확인서.


“이번 학기 등록금을 아직 내지 않았더군.”

“······.”

“됐다, 민감한 개인사는 묻지 않으마.”


그렇다.

돈 문제라는 것은 바로 네메시스의 등록금 문제였다.


“······네 실력 정도라면, 다음 학기에는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지난 학기 성적을 반영하기 당장은 때문에 힘들겠군.”


로베르트 교관은 이것저것 다른 상환 수단을 권해온다.


최준혁의 지식을 통해, 돈의 개념과 가치는 충분히 학습하였다. 인간들이 돈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도.


‘애초에 최준혁과 김지훈이 설산에서 마수를 사냥한 것도 돈을 벌어서 네메시스의 등록금을 구하기 위함이었어.’


『마수인 우리가 인간 놈들의 화폐 법 따위 알 게 뭐야?』


‘아니, 상관있어. 어머니의 육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여기 남아 있어야 하잖아.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긴 해.’


『윽. 자본주의는 무섭군.』


‘······뭐, 아무리 그래도 마수가 성실하게 등록금을 낼 리가 없잖아.’


『뭐? 그럼 어떻게······?』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로베르트 교관에게 말한다.


“납부 연기 신청을 하겠습니다.”

“······그래, 일단 그렇게 해야겠지. 하지만 아무리 길어도 30일이다. 그 전까지 등록금을 모을 수 있겠나?”


30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네. 다음 주부터 방과 후 채굴팀에 들어가겠습니다.”

“뭐!?”


로베르트 교관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방과 후 채굴팀? 그게 뭔데?』


‘네메시스가 생도들한테 제공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같은 거야. 아카데미 측에서 생도들한테 인스턴트 던전 티켓을 제공해주고, 생도들은 그곳을 공략한 다음, 그곳에서 획득한 마석을 적절한 가격으로 매입하지.’


『뭐야, 우리 세계를 멋대로 침략하고 착취하는 걸 거창하게 말하는 것뿐이잖아.』


‘그래서? 하지 말자고?’


마수의 세계는 본디 양육강식.

원래 자기들끼리도 곧잘 잡아먹는다. 그러니 몇 마리쯤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겠지.


『아니, 상관있거든!』


어머니가 진지한 투로 말한다.


『우리 세계의 모든 것. 거대한 산과 푸른 들. 드넓은 바다와 생명의 대지.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풀 한 포기까지······. 전부 심연 세계의 왕인 나의 것이야.』


‘응?’


『그러니, 먹어도 우리가 다 먹어야지.』


간만에 어머니와 마음이 맞는다.


***


“······담임 교관으로서 추천하지 않아. 아무리 4~5급 마수들이 나오는 인던이라고 해도, 이면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채굴팀은 1학년에게는 너무 위험하다.”


적당히 어머니와의 대화를 끝내고, 로베르트 교관과 채굴팀에 대해 상담한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등록금을 마련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제 등록금을 누구한테 손 벌리고 싶지도 않고요.”

“······흐음.”


교관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알겠다. 네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네메시스는 생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니까.”

“감사합니다.”

“아무리 너라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야. 다음 채굴팀 결성은 보름 후. 그때까지 디펜더 포지션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 다른 선배들의 발목을 잡지 않겠지.”

“······명심하겠습니다.”


로베르트 교관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나 그 말투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어째선지 너라면 잘 해낼 거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이제 가 봐라.”


로베르트 교관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다.


하지만 나는 그런 교관을 보며 씁쓸히 생각한다.


‘당신의 그 기대에는 부응해줄 수 없을 것 같지만 말이야.’


『······이쯤 되면,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기는데 말이야.』


‘뭐가?’


『로베르트는 왜 너한테만 저렇게 잘해주는 거야? 혹시 저번에 말했던 호감이란 거. 역시 그거 단순한 호감이 아니었던 거 아닐까?』


또 무슨 오해할만한 소리를······.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어머니라면 이유 없는 인간의 선의를 의심해 볼 만하다.


‘아니. 며칠 훈련받아보니 확실히 알겠어. 교관은 단지 찾고 싶은 것뿐이야.’


『찾아? 뭘?』


‘자신이 도달할 수 없었던 곳에 대신 도달해줄 만한 제자를.’


그렇기에, 생도를 다그친다.


마치 자신의 부족함을 저주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한계를 무참히 짓밟고 앞으로 나아가주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로베르트 교관으로부터 느낀 감상은 그러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인간에게는 꼭 밟아줄 사람이 필요한 거야?』


‘······그러면 몰라도 돼. 나 역시 아직 인간의 감정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뭐야, 그게.』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 유충이 아카데미에 숨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 휴재 안내 21.05.18 25 0 -
공지 연재 시간은 월, 화, 수. // 금, 토, 일. 7시 15분입니다. 21.04.27 49 0 -
18 18.사냥 준비(2) 21.05.17 24 4 14쪽
17 17.사냥 준비(1) 21.05.16 31 3 13쪽
16 16. 불청객 21.05.15 25 2 13쪽
15 15.채굴팀 공략전(3) 21.05.14 31 2 14쪽
14 14.채굴팀 공략전(2) 21.05.12 29 3 16쪽
13 13.채굴팀 공략전(1) 21.05.11 38 2 14쪽
12 12.마석 21.05.10 39 3 16쪽
11 11.오유나 21.05.08 46 3 17쪽
10 10.포지션 훈련(3) 21.05.07 45 3 15쪽
9 9.포지션 훈련(2) 21.05.05 48 4 13쪽
» 8.포지션 훈련(1) 21.05.04 53 4 13쪽
7 7.쉬는 시간 +1 21.05.03 60 4 16쪽
6 6.기량 평가(3) 21.05.02 67 3 12쪽
5 5.기량 평가(2) +1 21.05.01 79 4 13쪽
4 4.기량 평가(1) 21.04.30 88 3 16쪽
3 3.개학식 21.04.28 126 5 14쪽
2 2.어머니(2) 21.04.27 165 5 15쪽
1 1.어머니(1) 21.04.27 239 7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