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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킥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유충이 아카데미에 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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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킥
작품등록일 :
2021.04.27 15:52
최근연재일 :
2021.05.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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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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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포지션 훈련(2)

DUMMY

같은 날, 방과 후.


“······야, 너 혹시 서포트과에 김지훈이라고 아냐?”


같은 클럽 소속의 2학년 선배가 인상을 구기면서 물어온다. 그의 손에는 담배가 푸른빛 연기를 내며 타들어 가고 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양금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니요? 걔가 누군데요?”

“너랑 같은 1학년이라서 알 줄 알았는데 모르냐?”

“뭐, 같은 한국인이라고 해도, 같은 중등부 출신이 아니면 모를 만하죠. 왜요? 그 새끼가 뭐 했어요?”


양금태 역시 손에 들고 있는 담배를 한 모금 쭉 빨았다. 그러자, 단숨에 필터까지 타들어 간다.


당연하지만, 네메시스에서도 미성년자에게 담배는 금지였다.


“아니, 씨발. 그 새끼가 우리 쪽 암표 먹고 정산도 안 하고 쨌어.”

“인던 티켓이요? 어딘데요?”

“설산 던전. 근데 분명 귀환지를 여기로 해놨을 텐데. 이 새끼가 설산에서 뒤졌는지, 어쨌는지 귀환을 안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다 메꾸게 생겼잖냐. 씨발.”


설산 던전이라면 양금태도 잘 알고 있었다.


“거기 5급 마수밖에 안 나오는 초보자 구역이잖아요? 그런 데서는 죽으려고 해도, 못 죽을 거 같은데?”

“낸들 아냐? 혹시 발이라도 헛디뎌서 낙사 했을지도 모르지. 아오, 개새끼. 6장이나 산다고 해서 좋다고 판 내가 병신이지.”


선배는 신경질적으로 꽁초를 발로 비벼댄다.


그는 교내에서 유명한 암표상.

그리고 선배와 양금태가 소속한 클럽, 스트레가는 겉으로는 멀쩡한 교내 클럽이지만, 그 실상은 인공섬 밖의 불법 길드와 은밀한 커넥션이 있는 클럽이었다.


암표상 선배는 그 불법 길드에서 찍어내는 인던 티켓을 생도들에게 은밀히 판매하는 공급책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인던 티켓은 평범한 헌터가 이면 세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따라서 헌터 협회나 네메시스 쪽에서 찍어내는 티켓 이외에는 전부 불법이었다.


그 이유는 마석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돈이야 어쨌든 암표니까 추적당할 걱정도 없고. 뭣보다 그 새끼가 뒤지든, 말든 선배가 입만 다물고 있으면 책임질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 돈이 아깝다고, 새끼야.”


정식으로 발급되지 암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암표상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사용자의 행선지를 협회나 아카데미에서 조회할 수 없다는 점.


매년 상당수의 헌터가 이 암표 때문에 이면 세계에서 실종되곤 했다.


그때, 문득 양금태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떠올렸다.


‘······혼자 쓰기에 6장은 너무 많지 않나?’


인던 티켓은 1장당 1명씩 이면 세계의 특정 좌표로 보내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5급 마수밖에 나오지 않는 설산 던전이라고 해도, 2~3인의 파티를 꾸려서 가는 게 기본.


“선배. 그 새끼랑 파티로 던전에 들어간 녀석이 있지 않을까요?”

“모르겠는데? 근데 어차피 6장 티켓 귀환지가 다 똑같이 여기로 되어있으니까, 만약 그런 새끼가 있다고 해도 김지훈이랑 같이 귀환했겠지.”

“그건 그렇네요.”


허나, 두 사람이 반드시 같이 귀환했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김지훈한테 일행이 있었다면, 그 새끼한테라도 받아내야지. 채굴한 마석의 5할.”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이를 갈았다.

반대로 양금태는 씨익 미소지으며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만약에 제가 그 새끼 잡으면, 저한테 얼마나 떼줄래요?”


***


다음날, 대 마수학 개론 수업.


두피 쪽 체모가 벗겨진 대머리 교수가 출석을 부른다.


“에······. 그러니까. B반, 린 웨이홍?”

“네에.”


이 과목은 1학년들의 공통 과목.

따라서 전투과 A, B, C반 생도들이 모두 모여 수업을 듣는 몇 안 되는 시간이다.


『그럼, 오늘도 보람찬 하루 일과를 시작해볼까?』


어머니의 말과 함께 나는 나의 본체에 마력을 주입한다.


―――심안 개시!


나는 손을 들고 있는 생도 쪽을 쳐다본다. 그러자, 녀석의 상세 정보가 눈에 비친다.


<개체 명> : 린 웨이홍

<고유 특성> : [만성피로]

<잠재 적성> : ★☆☆☆☆(가속)


‘패스, 잠재 적성도 낮고 고유 특성도 너무 안 좋아.’


『······저런 녀석이 대체 어떻게 B반인 거지?』


일주일 중 지금, 이 시간.

다른 네메시스의 1학년들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딱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부지런히 눈알을 굴린다.


물론, 심심해서 생도들을 관찰하는 것은 아니다.


“B반 홍진하?”

“네~.”


<개체 명> : 홍진하

<고유 특성> : [만년 2등], [승부사]

<잠재 적성> : ★★☆☆☆(모래폭풍)


『······말했었지?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여자의 몸은 뺏을 수 없다고?』


‘그건 생각만 해도 화나니까,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돼.’


“C반 리카드 제이슨.”

“넵.”


<개체 명> : 리카드 제이슨

<고유 특성> : [솔직함], [허영심]

<잠재 적성> : ★★☆☆☆(공중부양)


『쟤는 어때? C반치고 2성이라 괜찮아 보이는데?』


‘[솔직함]이 마음에 걸려, [직설적]인 지금도 방심하면 말이 막 튀어나오는데, [솔직함]이면 내가 마왕 유충이라고 떠들고 다닐걸.’


그렇다.

나는 지금 사냥감을 고르는 중이다.


침식 세포가 12개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미리미리 숙주 후보를 추려두는 것이 좋으리라.


숙주 후보의 조건은 세 가지.


1) 남자일 것.


2) 최준혁보다 잠재 적성이 1성 높을 것.


3) 이왕이면, 고유 특성과 이능력이 좋을 것.


하지만 좀처럼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숙주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역시, 오유나 때처럼 2성인데 4성 가성비가 나오는 케이스는 흔치 않구나. 조심해야겠어.’


나는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꾸벅. 꾸벅-.


그 조심해야만 하는 오유나는 지금 내 옆자리에서 열심히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다.


“C반, 오유나?”

“······.”

“C반, 오유나 생도. 없나?”


대머리 교수의 물음이 공허하게 강의실에 울린다.


『이 여자는 요즘 뭘 하고 다니길래, 낮에 조는 거야?』


툭툭.


나는 오유나를 툭툭 쳐서 깨운다.


『깨우게? 굳이?』


‘······이유 없이 적대하는 게 오히려 더 수상해 보여.’


혹시 또 모르는 일이지.

오유나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나중에 칼로 맞을 뻔한 거 활로 맞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오유나가 반쯤 감긴 눈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흐음?”


나는 말 없이 손가락으로 대머리 교수 쪽을 가리킨다.


“마지막이다, 오유나 생도? 없나?”

“아뇨! 아뇨! 교수님 저 여기 있어요!!”


놀라서 사색이 된 오유나가 손을 번쩍 들며, 교수의 출석에 답한다.


“······으아, 하마터면 결석 처리될 뻔했어.”


무사히 출석을 찍은 오유나가 기지개를 쭉 켜면서 속삭인다.


“요즘 활 명중률이 너무 떨어져서 고민이거든. 그러다 보니, 훈련량을 늘려서 아침이 조금 힘드네······.”


『이 여자, 갑자기 구질구질하게 자기 사정을 늘어놓기 시작했어.』


‘나름대로 고맙다는 거야.’


오유나는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을 베베 꼬며 시선을 피한다.


“······어쨌든 나중에 밥이라도 살게.”

“그래.”


나는 적당히 답하고 다시 적절한 숙주를 물색하기 시작한다.


***


방과 후.

로베르트의 포지션 특화 훈련.


“예정대로 오늘은 방어술 훈련을 할 거다.”


오늘도 어김없이 인공섬을 몇 바퀴나 돌아 녹초가 된 디펜더 지망생들.


“······빨리 안 일어나? 못 하겠으면, 당장 짐 싸 가지고 꺼져라. 네메시스는 생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니 말이야.”


그들에게 로베르트 교관이 가차 없이 말한다.


나는 최준혁의 팔다리를 가뿐하게 흔들어보인다. 운동 신경 외에도 숙주의 체력 자체가 크게 향상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 지망생 숫자가 그리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원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루틴이 되면 금방 익숙해지거든.’


『흥, 너무 인간을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로베르트 교관은 디펜더 지망생들을 디펜더 훈련장 앞으로 모았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교관이 이쪽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진다.


“최준혁, 방어의 가장 기본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 눈빛에는 묘한 기대감이 담겨 있다.


무슨 책이었더라?

아무튼, 이런 말이 있었다.


“방어의 기본은 공격입니다. 공격하는 적이 없다면, 방어할 필요도 없지요.”


『······그 책 라노베 아니야?』


“하하, 멋진 답변이군.”


주변의 싸한 반응과 다르게, 로베르트 교관은 손뼉을 치며 미소를 짓는다.


『이건 너무 노골적으로 너만 좋아하는 거 같은데?』


‘······편애하는 거 맞아. 아마 내가 답을 못했다고 해도 “그럴 수도 있다.”라는 식으로 말했을걸?’


그러나 로베르트 교관 역시 다른 생도들의 냉담한 반응을 의식했는지 헛기침을 하였다.


“흠흠. 최준혁의 답변 역시 맞는 말이긴 하지만 디펜더의 공격법은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지. 오늘은 다른 걸 해볼 거다.”


로베르트 교관은 생도들을 훈련장 중앙으로 인도했다. 그곳에는 가로, 세로, 높이 모두 3m 정도 되는 거대한 정육면체 상자가 여럿 있었다.


“······전장에서 디펜더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누구보다도 예리한 감각이다. 상대가 어디로 공격해올지 예측하고 그 공격을 막아낼 것인지, 아니면 흘릴 것인지, 아니면 무시할 것인지 척수 반사적으로 판단해야만 하지.”


탁-!


로베르트 교관은 그 거대한 정육면체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짧은 순간, 너희의 그 판단에 동료들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그러더니, 교관은 이어서 설명한다.


“이 검은 상자의 별명은 복싱 박스. 디펜더 훈련용으로 특수 개발된 더미다. 정육면체의 각 면 당 한 명씩. 총 4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지.”


로베르트 교관이 더미를 작동시키고 패널을 조작하자.


-디펜더 전용 훈련 더미, DK-114 가동하겠습니다.

-훈련 AI가동 완료. 공격 패널 올 그린.

-단계를 설정해 주십시오.

-1단계 입력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한 명씩만 할 거다.”


우웅-! 우웅-! 우우웅-!


정육면체의 한쪽 면에서 검은 기둥들이 튀어나오며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꼭 리듬 게임에서 떨어지는 노트 같네. 이건 맞추는 게 아니라 피해야 하는 거지만.』


‘······어머니 마왕인데, 리듬 게임도 해봤어?’


『어?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


“각 면 당, 상단 4개 중단 8개, 하단 4개. 총 16개의 공격 패널이 너희를 덮칠 거다. 너희는 그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내면 된다.”


훈련용 더미의 움직임을 보자, 생도들이 수군거린다.


“이야, 이 정도면 생각보다 할 만할 거 같은데. 죽음의 40km 구보보다는 훨씬 나아.”

“맞아, 1단계라서 그런지 꽤 느려. 첫날부터 막 10단계, 20단계 이렇게 하지는 않겠지.”


그동안 인내의 시간을 견뎌 온 생도들이 처음으로 눈을 반짝인다.


우웅-! 우웅-! 우우웅-!


『확실히 저 정도 속도면, 너무 쉽게 피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다른 녀석들은 그렇다고 해도, 어머니도 눈치채지 못한 거야?’


『응?』


‘로베르트 교관은 1단계로 하겠다고 한 적 없어.’


탁-!


그런 생도들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베르트 교관은 무심한 얼굴로 패널을 조종해, 더미를 일시 정지시킨다.


“본격적인 포지션 훈련인 만큼, 오늘 훈련은 약간의 부상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오늘 훈련을 도와주실 선생님을 모셨다.”


‘위험하다고? 혹시 그렇다면······.’


불길한 느낌이 엄습하자, 어머니가 내 생각에 끼어든다.


『이, 이 느낌은······. 너도 아는 사람이야.』


그때, 누군가가 발소리를 내며 훈련장 안쪽으로 걸어온다.


또각- 또각. 또각.


하얀 의사 가운과, 구불거리는 분홍빛 머리칼. 다리 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딱 붙는 바지.


또각- 또각. 또각.


훈련장에 요란하게 울리는 하이힐 소리.


그러자, 남학생들이 환호에 찬 목소리로 웅성거린다.


“오오. 예쁘다.”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나 저 선생님 본 적 있어.”

“······로베르트 쌤이 뭘 좀 아시네.”


마치 무심한 듯, 그러나 그 시선 은근히 즐기는 것처럼 여자는 팔짱을 낀 채, 로베르트 교관을 바라본다.


“어머, 여러분. 안녕~. 다들 훈련하시느라 고생이 참 많아요. 자,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고요~.”


『······저 할망구가.』


어머니의 말대로······.

또각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들어온 사람은 7인의 영웅이자, 의무실의 요부.


“······양호 교관직을 맡고 계신, 엘리자베스 쟈넷 선생님이다. 너희들의 부상치료를 위해 특별히 모셨다.”


······큐어 퀸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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