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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킥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유충이 아카데미에 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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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킥
작품등록일 :
2021.04.27 15:52
최근연재일 :
2021.05.17 19:1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205
추천수 :
64
글자수 :
117,051

작성
21.05.16 19:15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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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17.사냥 준비(1)

DUMMY

새하얀 병실에 오직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

“······.”


그리고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양금태 쪽이었다.


“아니,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정색할 것까진 없잖아.”


가증스럽게도,

양금태는 마치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것처럼, 두 손을 휙휙 젓는다.


“그래서 무슨 꿍꿍인데?”

“꿍꿍이? 글쎄? 친구끼리 싸우다 보면 서로 죽이고 그럴 수도 있지, 뭐.”

“······?”

“근데 들키지는 말았어야지.”


양금태는 여전히 안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린다.


툭-!


이윽고 양금태가 던진 물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내 침대에 떨어진다.


“이게 뭐지?”

“죽은 김지훈이 차고 있던 스마트 워치에서 빼낸 데이터 메모리.”

“······!”


데이터 메모리에 손을 뻗으며 생각한다.


‘그래, 그렇게 된 거였군.’


아마도 이 녀석은 김지훈에게 티켓을 판 암표상과 연결되어 있을 거다.


녀석은 암표상으로부터 김지훈에 대한 정보를 듣고, 녀석이 사라진 곳, 설산 던전을 뒤져, 김지훈의 시체를 찾아냈겠지.


그 시체로부터 스마트 워치를 얻었고, 그 결과 김지훈과 최준혁이 함께 설산 던전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알았으면, 딱히 사실을 부정해봤자 의미가 없어.’


그뿐만이 아니다.

병실에 찾아왔을 때 녀석이 보인 묘한 태도.


내 예상대로라면 아마도 녀석은······.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양금태가 입을 연다.


“본의 아니게 메신저 기록을 좀 봤어. 이야~. 나도 여자 꼬시는 건 좀 자신 있었는데, 너희는 한 수 위더라. 이런 걸 전문 용어로 뭐라고 하더라. 가스······, 가스 뭐시기 였는데.”


『······그건 친구 놀이 아니었어? 무슨 가스?』


‘가스라이팅. 대충 비슷한 거야.’


역시 오유나 건도 알고 있었나.


단순한 양아치라고 하기에는 꽤 머리가 잘 돌아가는 개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녀석은 운이 없다.


제 딴에는 자기 몫을 저울질한 끝에 더 커 보이는 쪽을 선택한 결과겠지만.


완전히 잘못 걸렸다.


오유나가 이 사실을 알아채기 전에 먼저 양금태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게다가······.’


“흠흠. 어쨌든.”


좀처럼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지, 양금태는 포기하고 화제를 돌린다.


“······그럭저럭 머리는 돌아가는 것 같으니, 내가 왜 너한테 그걸 넘기는지는 알겠지?”

“당연히 이건 원본이 아니겠지. 그래서 뭘 원하는데?”

“하핫, 이야기가 빨라서 좋은데?”


양금태의 눈빛에서 탐욕스러운 빛이 흐른다.


“너희가 던전 티켓 대금 들고 튀었잖아? 원래대로 라면 너희한테 수금할 돈의 반을 내가 먹기로 했거든?”

“······.”

“근데, 이건 뭐 살인에······, 명문가도 건드리고······, 게다가 은폐 시도까지······. 단순히 퇴학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야. 내가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지?”

“그래서 금액을 말해. 얼마를 원하지?”


양금태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어머니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묻는다.


『또 돈이야? 인간들은 왜 저렇게 돈에 목을 매는 거야?』


‘그야, 인간들 사이에서는 어지간한 일은 대부분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반대로 얼마를 쏟아부어도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존재한다.


바로 지금처럼.


“으음, 일단 500만 골드 어때?”

“일단?”

“왜? 싫어? 나는 네 약점을 잡고 있다고?”


본색을 드러낸 양금태가 이죽거리는 표정으로 묻는다.


골드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통합 화폐.


500만 골드면 네메시스의 한 학기 등록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싸지만 구하지 못할 돈은 아니야. 역시 처음부터 큰돈을 요구하지는 않는군.’


하지만 이대로 두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계속해서 돈을 요구할 것이 뻔하겠지.


이윽고 나는 최준혁의 입술을 움직인다.


“좋아. 주지.”

“오올~.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깐?”

“하지만 그 정도 돈을 마련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 그건 알고 있겠지?”


나는 붕대에 감긴 복부를 가리키며 말한다.


“채굴 실패에 의한 생도 전용 보험금, 사고로 인해 미분배된 마석의 분배금······. 그 외 여러 가지. 조금만 기다리면 돈이 나올 구석은 많아.”

“그래서 기다려 달라? 어이, 내 시간은 비싸다고.”


돈 따위 아무래도 좋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물어보자.


“오히려 이쪽에서 확실히 하고 싶군. 너 외에 그 정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는 거지? 신용을 지키지 않으면, 돈은 줄 수 없어.”


그러자, 양금태는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하지. 어떤 멍청이가 이런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쉽게 가르겠어? 입금만 제때제때 되면, 이 비밀은 무덤까지 안고 갈게.”


‘······.’


아니, 무덤까지 안고 갈 것도 없다.

왜냐하면, 너는 나의 새로운 사냥감이 될 테니까.


녀석과 협상을 마친 나는 데이터 메모리를 주머니 속에 넣으며 말했다.


“좋아. 우선, 몸을 회복한 후 이쪽에서 다시 연락하지.”

“그래, 그래. 몸조리 잘 해두라고, 돈줄.”


기분이 좋아진 녀석은 껄렁껄렁 손을 흔들며 의무실을 나간다.


***


양금태가 가고 난 뒤, 나는 다시 병실 침대에 누웠다.


최대한 빨리 원래 컨디션을 되찾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어쩔 거야? 저 재수 없는 녀석에게 500만 골드씩 꼬박꼬박 갖다 바칠 거야?』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어머니가 빈정거린다.


‘······어머니는 내 사고를 꿰뚫어 볼 수 있다면서 아직도 모르겠어?’


『흥, 요즘 묘하게 내 취급이 너무 안 좋아진 거 아니야?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고 이 불효자야!』


나를 부르는 호칭이 묘하게 이상해진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래? 그럼 내가 어떻게 할 거 같은데?’


『그야, 뻔하지. 죽일 거잖아? 저 녀석?』


냉정하게 상황을 본다면,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양금태는 내가 김지훈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뿐더러, 또한 김지훈과 최준혁이 오유나를 가지고 기만하려고 했던 사실까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 돈 받을 때까지는 입을 닫고 있을지 몰라. 근데 언제 나불거릴지 모르는 일이야. 입을 막으려면 죽이는 게 가장 확실하지.』


‘그건 맞아.’


인간을 쉬이 믿지 않아서인지 어머니는 의외로 핵심을 찔러온다.


『흥! 봐봐. 맞췄지? 자, 그럼 녀석을 들키지 않고 죽일 계획을······.』


‘아니, 근데 죽일 생각은 없어.’


『또 안 죽여? 아까는 사냥감이라며?』


‘맞아, 녀석은 내 사냥감.’


나는 떠올렸다.

병실에 들어온 녀석과 마주치자마자, 나는 습관적으로 심안을 발동시켜 녀석을 꿰뚫어 봤다는 것을.


『맞다, 지난 화에서 그랬었지? 한 화가 지나서 그새 까먹고 있었네. 저 녀석이 어떤데?』


나는 그때 보았던 양금태의 상세 정보를 기억해낸다.


<숙주 명> : 양금태

<고유 특성> : [마성], [구밀복검]

<잠재 적성> : ★★☆☆☆(전격)


『뭐야, 그런 것 치고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데?』


확실히, 잠재 적성을 2배로 끌어 올려주는 오유나의 (검의 재능)에 비하면, 양금태의 스펙은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전격)이 있으니, (무능력)인 최준혁보다는 훨씬 낫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같은 2성인데 이능력이 더 좋았던 경우도 있지 않아?』


‘이능력만 본다면 그렇지.’


『응?』


어머니의 말대로, 양금태보다 이능력이 좋거나, 잠재 적성이 뛰어난 숙주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강함은 단순히 이능력이나 잠재 적성만이 아니야.’


『그럼?』


재력, 매력, 지위, 지략, 명예······.

각각의 인간에게는 계량화할 수 없는 다양한 힘이 존재한다.


『아, 그래서 뭔데? 왜 양금태가 무슨 힘을 숨기고 있다는 건데?』


[계산적]으로 생각해본 결과를 입에 담는다.


‘저 녀석, 잘 꽤 생겼으니까.’


『에, 에엥?』


기가 찬다는 듯, 어머니가 되묻는다.


『잘생겼다고? 그게 잘 생긴 건가? 아니 그보다 외형이 예쁜 거랑 강한 게 무슨 상관이야?』


‘그건 마수의 관점이고, 인간들에게는 잘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강점이 돼. 다른 사람으로부터 쉽게 호감을 사거든.’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아?』


물론, 그것뿐이었다면 구태여 양금태를 다음 숙주로 노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성]


나는 양금태의 고유 특성, [마성]의 상세 정보를 떠올린다.


[마성]

-이성과 대면 시, 이성의 잠재 적성 ★를 일시적으로 제거.


-단, 해당 이성이 자신에게 강한 경계심을 품고 있다면, 이 효과는 적용되지 않음.


『······뭐야, 이거 디버프?』


어머니 말대로.

[마성]은 양금태와 대적하는 여성의 잠재적성을 하나 줄이는 것.


즉, 잠재 적성이 3성이라면, 1성이 깎인, 2성 정도의 실력밖에 낼 수 없다는 것이다.


‘2성인데, 조건부로 4성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오유나 만큼은 아니지만, 저 녀석도 2성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거야.’


물론, 그 조건이 조금 더 까다롭긴 하다.


상대의 성별이 무조건 여성이어야만 하고.

경계심을 품은 이성에게는 [마성]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이 부분은 아까 말했듯, 양금태의 외모가 어느 정도 커버해 줄 거야. 잘생긴 외모는 상대의 경계심을 쉽게 허물어주니까.’


『남의 능력을 떨어트리는 고유 특성은 마왕인 나도 처음 봐. 인간은 별의별 녀석들이 다 있구나.』


‘어쩌면 그 다양성이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일지도 모르지.’


고유 특성은 말 그대로 해당 개체가 가진 고유한 특성.


지금까지 관찰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경우 개체의 성격, 가치관, 사고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녀석은 그동안 자신의 외모로 꽤 많은 이득을 봐왔을 거야.’


아마도 그것은 다른 이성을 착취하는 형태였겠지.


『······그래서는 김지훈이랑 똑같잖아?』


그래,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오유나를 속여먹으려고 했던 김지훈도 어쩌면 양금태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앞으로의 방침은 정해졌다.


『‘기회를 노려, 양금태의 몸을 빼앗는다.’ 이거 맞지?』


‘맞아.’


하지만 최준혁의 몸을 빼앗을 때와는 다르다.


이곳은 네메시스 아카데미.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녀석의 몸을 빼앗을 수는 없겠지.


따라서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차근차근 녀석의 경계심을 풀어, 빈틈을 찌르는 거다.


‘자, 그럼 시작하자고.’


사냥의 밑 준비를.


***


다음날.


“어때, 몸은 많이 좋아졌나, 최준혁?”


로베르트 교관이 나를 찾아왔다. 그 옆에는 당연하게도 가장 안쪽 병실의 주인이자, 의무 교관인 큐어 퀸도 함께였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딱딱한 말투와는 다르게, 그의 눈에는 안도의 빛이 서린다.


“······그럼 다행이군. 너에게 알려줄 게 있다. 언제부터 훈련에 참여할 수 있지?”


그때, 큐어 퀸이 “후훗” 하고 코웃음 치며 팔꿈치로 로베르트 교관을 쿡 찌른다.


“아이, 답답해라.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제자 앞인데, 내숭 좀 그만 부려~. 그저께 현장에서 했던 말 기억 안 나? ‘부디 제 제자를 살려 주십쇼!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라고 했었던가? 기억하지? 로~베르트.”

“······.”

“에이~.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은 싫더라, 그 ‘무슨 일’ 기대해도 되지?”

“······젠장, 마음대로 하십쇼.”


로베르트 교관은 민망한 듯, 땅에 시선을 내리꽂으며 답을 뱉는다. 큐어 퀸은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보며 “호호”하고 웃는다.


『할망구의 계략에 빠지다니, 불쌍한 로베르트.』


‘······우리가 교관을 동정해봤자 뭐하겠어.’


하지만 의외다.

그 무뚝뚝한 로베르트 교관이 최준혁을 위해 그런 말을 했었다니.


“그리고 너!!”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한참 로베르트 교관을 놀리던, 큐어 퀸이 이쪽을 노려본다.


“너 우리한테 뭔가 할 말 있지 않아?”

“······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

큐어 퀸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로베르트는 몰라도, 나는 바보가 아니야, 이래 봬도 전장에서 의무관으로 깨나 굴러댄 몸이라고. 그러니까, 딱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툭. 하고 큐어 퀸은 최준혁의 가슴팍을 찌른다.


“너는 분명 그림자 아귀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았어.”

“······.”

“그리고 마치 온몸을 커다란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떠낸 것 같은 치명상을 입었지. 근데 웃긴 건 뭔 줄 알아?”


툭. 이번에는 큐어 퀸의 손가락이 가슴보다 아래, 복부 쪽을 찌른다.


“의외로 내부 장기 손상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거야.”

“······.”

“이게 뭘 뜻할까?”


순간 적막이 흐른다.

로베르트 교관은 애써 이쪽을 외면하고 있다. 반면, 큐어 퀸은 내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좀처럼 그 시선을 마주칠 수 없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어머니가 드물게 긴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여자의 정체는 어머니를 봉인한 7인의 영웅 중 한 사람.


큐어 퀸.


‘어쩌면, 너무 얕봤던 걸지도 몰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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