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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킥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유충이 아카데미에 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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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킥
작품등록일 :
2021.04.27 15:52
최근연재일 :
2021.05.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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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7,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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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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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기량 평가(3)

DUMMY

“······최진혁?”


로베르트 교관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에서 나는 지금 곤란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생도는 C반 명부에 없는데요?”

“······네? 그럴 리가.”


로베르트 교관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정말이지, 이름 같은 게 뭐라고 일일이 귀찮네’


나는 적당히 로베르트 교관의 눈치를 봐가며, 접수원에게 말한다.


“저, 제 이름. 최준혁인데요.”

“아, 최준혁 생도는 여기 있네요. 확인되었습니다.”


접수원은 그렇게 말하고 우리를 의무실 안쪽으로 들여보냈다.


뚜벅-. 뚜벅.


로베르트 교관은 그저 말없이 걸음을 이어갔다.


『또 이름 가지고 시비 걸지는 않겠지? 애초에 지가 착각한 걸 우리보고 어쩌라고.』


‘······어머니. 보기보다 겁이 많구나?’


아까 기량 평가가 끝난 직후,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던 로베르트 교관이었다.


‘내 생각에는 괜찮을 거 같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내가 보기에는 저 남자가 널 경계하고 있는 거 같은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려. 경계하는 동시에 무언가 다른 감정을 품고 있어.’


그 이유는 눈이었다.

처음 봤을 때, 로베르트 교관은 무언가에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다. 그 뒤 다른 생도의 기량 평가를 관찰할 때도 그 표정은 여전했다.


그러나 나의 기량 평가가 끝난 후, 로베르트 교관의 표정은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아마도 화가 난 표정이었던 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실증 같은 걸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닐까?’


『글쎄? 내 눈에는 그냥 성격 더러운 아저씨 같은데?』


‘그건 어머니가 인간을 얕보고 있기 때문이야.’


『인간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그때. 로베르트 교관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하다.”


너무 작은 소리라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되묻는다.


“뭐라고 하셨죠?”

“미안하다······ 고 했다. 너희 나라 이름은 발음이 헷갈려서 이름을 착각했군. 한 학기나 지났는데 담당 생도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건 교관으로서 실격이야. 사과하지.”

“예?”

“대신, 이쪽 의무관은 내가 잘 아는 분이다. 그분이라면 어떤 상처든 금방 낫게 해줄 수 있을 거야. 너의 치료는 그분에게 특별히 부탁해보도록 하지.”


로베르트 교관은 묘하게 눈을 피하며 말했다.


『뭐지? 갑자기 태도가 바뀐 거 같은데?』


‘이건······. 아무래도 호감이 아닐까?’


『뭐? 호감이란 건, 좋아하는 감정이잖아? 로베르트가 널 좋아해? 그건 암컷과 수컷이 서로 교미를 위해······.』


‘그딴 민감한 이야기는 집어치워. 인간은 이성뿐만이 아니라도 호감을 품을 수 있어. 로베르트는 교관. 아마도 내가 재능이 있다고 판단해서 태도가 바뀐 게 아닐까?’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네 정체를 의심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


어머니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로베르트 교관과 나는 의무반 가장 안 쪽방에 도달했다.


똑똑.


“잠깐만.”


문을 두드린 로베르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짤랑-, 짤그랑-.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그러자 문 안쪽에서 무언가 주섬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흠흠.”


로베르트 교관이 헛기침하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더 커진다.


그러자 어머니가 무언가 눈치챈 듯, 중얼거린다.


『이 방 너머 익숙한 기운은······. 설마?』


‘뭐야, 이 방에 누가 있는데 그래?’


벌컥-!


그러자 곧 방문을 열리고 생도복을 입은 남자가 벌컥 튀어나온다.

그는 문 앞에 로베르트 교관을 보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방금까지 무슨 격한 운동이라도 했는지 땀이 턱 끝에 맺혀있다.


“하하, 로쌤. 오랜만이죠?”

“······못 본 척해 줄 테니까, 가라.”

“네, 넵.”


그러자,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방을 떠난다.


‘저 녀석이야? 별로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아니. 고개를 돌려서 앞을 봐.』


그러자 그 방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여자는 늘씬한 다리를 재차 꼬아가며 능글맞은 투로 말한다.


“······어머? 이런 이른 시간부터 웬일이야, 로베르트?”

“근무 시간에는 작작 좀 하시죠. 양호 교관 선생님?”

“어라? 내가 뭘 했다고 그러는 걸까?”


“후훗.”하고 눈웃음치던 여성은 손에 끼운 기다란 파이프 담배를 책상 위 재떨이 톡톡 털어대며 딴청을 부린다.


『이 몸에 해로운 냄새는 여전하구만.』


‘······뭐야, 아는 여자?’


인간의 미적 기준에는 흥미가 없다.


그러나 최준혁의 상식을 돌이켜보면, 눈앞의 여자가 통상적으로 미인의 범주에 가까운 여자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건 어깨까지 구불구불 내려오는 분홍빛 머리칼과 생물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춘 굴곡진 체형이었다.


‘······저런 걸 요염하다고 하나?’


『속지 마. 할망구야.』


어머니는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생체 나이가 서른 좀 안 됐으니, 70년이나 지난 지금은 할망구지.』


‘70년 전? 그럼 혹시······.’


금세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어머니는 7인의 영웅에게 패해 그 육체를 봉인 당했다.


『그래, 저 여자가 큐어 퀸. 그 7인의 영웅 중 한 사람이야.』


‘저 여자가······?’


매체를 통해, 큐어 퀸이라는 헌터 네임은 들어 본 적 있다.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이능력은 ‘초재생’.

어떤 상처도 말끔하게 낫게 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짜증 나는 헌터들을 계속해서 살려대는 짜증 나는 여자였어.』


‘내가 본 역사책에서는 전쟁 후에 은퇴했다고 하던데?’


『······하지만 이 느낌은 틀림없어. 네메시스 때와 비슷해. 아니, 오히려 이쪽은 틀림없이 큐어 퀸 그 자체야.』


로베르트 교관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큐어 퀸을 응시하면서 나는 궁금한 점을 떠올린다.


‘······큐어 퀸의 능력이 초재생이니까, 아마도 본인의 능력을 사용해서 늙지 않는 것 아닐까.’


『글쎄. 하지만 네메시스도 그렇고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력이 필요해. 본인은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그건······. 아직 단서가 부족하네.’


짚이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구태여 어머니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다.


『짚이는 점이 뭔데?』


‘아차, 어머니는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었지······.’


***


“으음······. 로베르트. 그러니까 이 아이의 몸을 치료해 달라는 거지?”


그때, 로베르트 교관과 한창 대화를 나누던 큐어 퀸이 이쪽을 바라본다.


“그렇습니다.”

“흐으음~. 치료해주면 뭐 해줄 건데, 로베르트?”


큐어 퀸이 로베르트 교관의 가슴팍에 손가락을 쿡 찔러온다.


“장난하지 마십쇼. 전 담임 교관으로서 부탁하고 있는 겁니다.”

“칫, 재미없어라. 생도였을 때는 고분고분 말 잘 들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난 자기 같은 근육질 남자가 좋더라.”


『······할망구 주제에 염병을 떨고 있네.』


어머니가 질린 듯, 혼자 중얼거리자.


“······얘, 방금 너 뭐라고 하지 않았니?”


그때, 큐어 퀸이 갑자기 이쪽을 노려보았다.


다행히 내가 놀랐다고 해서, 숙주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예? 아, 아뇨.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래? 기분 탓인가? 어디선가 날 욕하는 소리가 들렸던 거 같은데.”


『깜짝이야, 들릴 리가 없는데도 지 욕하는 건 귀신같이 알아먹네.』


‘······아무튼, 이제 입 다물고 있어, 어머니.’


큐어 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자기 옆에 있는 매트리스를 툭툭 두드린다.


“어쨌든 여기 좀 누워볼래?”


그녀의 지시에 따라 침대에 눕자, 큐어 퀸은 내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더니.


“―――이어서 붙어라.”


큐어 퀸이 그렇게 말하자, 몸 이곳저곳이 뜨거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곧 몸속 부러진 뼈들이 제 자리를 찾아간다.


“다 됐어. 이제 내려와.”


큐어 퀸의 말대로 나는 매트리스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몸 이곳저곳을 움직여본다.


‘······말끔하게 나았어. 이건 좀 신기한데?’


어머니를 쓰러트렸던 7인의 영웅의 이능력. 굉장히 탐나는 능력이었다.


“다 됐으면 이제 가.”


그러나 큐어 퀸은 나에게는 흥미가 식었는지 곧장 로베르트 교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로베르트! 생도들 좀 살살 굴려. 온몸에 성한 데가 없잖아. 이러면 학부모들한테 클레임 먹는단 말이야. 돈줄 주제에 쫑알쫑알 얼마나 귀찮은 줄 알아?”

“예, 예. 노력해보지요.”


아까 부렸던 교태는 사라지고, 큐어 퀸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교관을 질책한다.

그러나 로베르트 교관은 이 히스테리가 하루 이틀이 아닌 듯 적당히 받아넘긴다.


“아! 맞다. 너!!”


그러더니 이번에는 이쪽을 가리킨다.


“너 왼쪽 눈 약시야?”

“예, 예??”


순간, 놀라서 본체가 숙주 바깥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잘 안 보일 텐데? 여기서 봐주기 귀찮으니까, 전문 시설 가서 교정받아 그거.”

“······아아, 네. 감사합니다.”


무심하게 그 말만을 툭 던지고 큐어 퀸은 다시 로베르트와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다행히 내 정체를 들킨 것 같지는 않았다.


‘저 여자의 회복 능력이 편리하긴 한데······. 앞으로 의무반에 오는 건 최대한 피해야겠어.’


***


“우선 오늘은 푹 쉬도록 해라.”


의무반에서 나온 뒤, 로베르트 교관은 나를 배려하여 그날 수업을 빼주었다. 덕분에 나는 본관에 들리지 않고 곧바로 최준혁의 기숙사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머니답지 않은 주눅 든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나 때문에 들킨 건 아니겠지?』


‘그건 괜찮을 거 같은데? 내가 마수인 걸 들켰다면 이미 난리 났겠지.’


『······그럼 됐고. 아무튼, 논의하고 싶은 게 있는데.』


기숙사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최준혁의 침대에 누웠다.

인간의 몸을 얻어 가장 행복한 점 중 하나는 이 푹신한 침대에서 뒹둘댈 수 있다는 것이리라.


‘그래서 논의하고 싶은 게 뭔데?’


『우선, 상태창부터 열어보도록.』


나는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의식을 집중한다.


===============================

<개체 명> : 최준혁

<고유 특성> : [직설적], [계산적]

<잠재 적성> : ★☆☆☆☆(무능력)


<침식 발현도>

◆운동 신경

■ ■ ■│■ □ □│□ □ □│□


◆감각 신경

■ ■ ■│□ □ □│□ □ □│□


◆마력 신경

□ □ □│□ □ □│□ □ □│□


<남은 침식 세포 : 6>

===============================


‘······뭔가 꽤 많이 쌓여있잖아?’


기량 평가를 수행하기 전까지는 침식 세포가 4개였는데, 지금은 2개가 늘어 6개가 되었다.


『한 달 내내 책 읽고, 공부하고, 몰래 숨어다녀서 얻어냈던 침식 세포가 고작 3개였는데, 기량 평가 한방으로 2개면 엄청 많이 얻은 거 아니야?』


‘그만큼 나한테 강렬한 경험이었다는 거겠지.’


뭐,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경험이었으니, 강렬하다고 하면 강렬한 경험이었으리라.


‘······?’


하지만,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분명히 침식 세포는 하나도 쓰지 않았는데?’


기량 평가 전, 나는 침식 세포를 소비하지 않고 평가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지금. 내가 침식 세포를 소비하지 않았는데도 운동 신경의 침식 단계가 1단계 올라, 4단계가 되어있었다.


‘어머니, 이거 뭐야? 왜 공짜로 오른 거야?’


『그래, 논의하고 싶은 건 바로 그거야.』


어머니는 이어서 말한다.


『1성인 최준혁의 몸은 언젠가 붕괴할 거야. 슬슬 다른 숙주를 알아볼 때가 된 거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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