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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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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45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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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5

DUMMY

여자는 보기와 다르게 유연하다.

마치 줄넘기를 하듯 높이 조절을 하며 능수능란하게 공격을 무력화시킨다.


남자는 태세를 전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돌진해서 그물망에 포획하려고 하기도 하고, 채찍처럼 휘둘기도 하고


하지만 인생은 선택과 집중

집중력이 떨어진다.

다른 말로 어수선하다.


그래설까. 여자는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 중이다. 그리고 대담한 시도를 보인다.


날아 오는 그물을 아주 조금씩 위치를 변경함으로써 피한다. 노련하게. 그렇게 서너차례 점차 남자와의 거리를 좁혀 간다. 역공의 기회도 놓치 않는다.


갑자기 여자는 괴력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여자는 돌진했다.


힘 조절에 실패한 남자는 거친 숨을 내쉬는 틈을 공략한 것이다. 남자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꽝"


그녀는 그물을 빼앗는다. 그리고 그물 사이의 공간으로 그 남자의 머리를 집어 넣는다.


여자는 그대로 그물망을 회전 한다.

힘이 장사다.

남자는 주도권을 잃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여자는 몸을 무기로 쓰기 시작한다.

박치기를 한다.


남자는 그대로 실신한다.

여자는 케이블 타이를 꺼냈다.

그리고 목을 겨냥한다.


목에 빨간 자국이 생기기 시작한다.

남자의 얼굴은 사색이 된다.


남자는 발버둥 친다.

마지막 발악이었다.

남자의 괴로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리고··· 더 이상 발버둥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시체에서 무언가가 나온다. 흐른다.


잔혹하다.

차마 시선을 둘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요동친다.

그대로 기절해 버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안은 눈을 떴다.


호텔 침대 였다.


다시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켜 본다. 근데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링거 바늘이 느껴진다. 그리고 릴리가 보였다.


그녀가 걱정하고 있다.

누굴 걱정하는 걸까.


현실 감각 제로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의식이 좀 돌아오고 있나요?”


나는 눈만 깜박깜박 한다.


그녀가 말을 이어나간다.

“충격을 받고 갑자기 뇌 혈류가 감소 되었다고 해요. 괜찮아요? ”


잔혹한 영화 볼 만큼 봤다.

아니, 봤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그 의식 아랜 허구라는 전제 조건이 따라 붙었다.

연출된 장면을 볼 때도 고문 같았다.


그런데 여과지 없이 진짜를 목격한 것이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근데 봤다.


평생 트라우마가 돼 남을 것 같다.


그 장면이 갑자기 떠올랐다.


"으아아악"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른다.


릴리가 물 한잔을 건넨다.


물 잔을 건네 받는다.

물을 마신다.


찾아온 의식... 어제 일들이 연쇄적으로 떠오른다. 또렷해진다. 그 충격적인 장면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지 말아야 했다.

나쁜 건 아예 근처도 가까이 하지 않는 게 낫다.


나로 말하자면, 시사 프로그램 그것도 알고 싶다도 잘 보지 못한다.

왜냐면 보고 난 후, 유쾌하지 않은 기분 때문이다. 찜찜하다.

나쁜 마음이 대놓고 나 나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라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보통의 마음 속에 잔혹한 야수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경계의 벽을 더 높이 더 강력하게 세운다.


세상에 아름답고, 예쁘고, 진귀한 것이 널려 있건대··· 널려 있다고 믿고 싶다··· 근데 그 믿음을 흔든다.


그런데 무방비 상태에서 그런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다시 그 장면을 떠올랐다.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대로 또 실신을 했다.


······


얼마나 자고 일어 났을까.


주변이 온통 새까맣다.

핸드폰을 찾아 본다.

종한이의 문자가 보인다.


“뭐하냐? 괜찮으면 술 한 잔 하자.”


“이제 문자 확인한다. 무슨 일 있어?”

문자를 전송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 지금 두바이야. ”


종석이의 문자도 왔다.


“형, 그래도 형한테는 얘기해야 할 거 같아서요.” 링크가 걸려 있다. 새로 들어가는 드라마 이야기다. 근데 그 드라마의 스토리가 꽤 익숙하다. 제작사의 이름도


화가 난다.

결국 이런 엔딩이었단 말인가.

더러운 세상, 불가에 따르면 인생이 고라고 하지만 ...... 진짜 더러운 꼴 어디까지 경험해야 하는 걸까, 싶다.


마음을 진정 시켜야겠다.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겠다. 다시 강같은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화가 난다. 그런데 고시원 좁은 공간에서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지금이 나은 거 같다.


스코틀랜드 책에 읽은 구절이 하나 떠오른다.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지만, 자전거에 탄 채로 우는 것보단 벤츠에 앉아 우는 게 편하다"


고시원의 나였다면··· 네이트판엔 나의 억울한 일을 적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면 신문사, 방송국에 제보를 했을 것이다··· 혼자 힘으로 나의 억울함을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보단 나은 대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릴리였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계속 여기 있었던 거예요?"

"음··· 아픈 사람을 놓고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어서요. 또 쓰러진 이유에 저도 지분이 있어서요. 배 안 고프세요? 약도 먹어야 하는데"

"네 뭐 좀 먹어야 할 거 같아요."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곁으로 다가와 이동식 링거대에 링거액을 걸어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세심하게 배려해 준다.


그녀와 보폭을 맞추며 방을 나섰다.

거실로 나가니, 음식이 세팅 돼 있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릴리가 말한다.

“아무래도 무리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준비를 좀 해봤어요.”


비주얼이 익숙하지 않는 것 투성이다.


릴리가 말한다.


"막로바라고 해요. 양고기 어깨살에 쌀과 가지를 넣어 만든 보양식이에요."


음... 양고기가 급격히 저하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운동선수들의 원기회복 식재료를 쓰인다는 걸 언제가 접해본 거 같다.


한 입 먹어본다.

부드러운 고기에 향신료의 맛이 강하게 올라온다.

경계가 무너지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다.

뭔가 먹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 원기 회복에 탁월한 음식이 있다.


저녁을 먹던 자리였다.


릴리가 질문을 했다.

“무슨 음식 좋아해요?”

“저는 치킨 좋아해요.”

“한국 치킨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먹어봤나요?.”

“풍문으로도만 들었어요?”

“한국에 오신 적 있나요?”

“스탑오버하면 잠깐 인천국제공항에 있었던 적은 있네요. 공항이 참 좋았던 거 같아요.”

“말을 참 예쁘게 하는 거 같아요.”

릴리가 쳐다 본다.


"한국의 삼계탕이 먹고 싶었는데..."

"보양식으로 유명하죠. "

"보양식 즐겨 먹나요?"

"즐겨 먹진 않지만 또 굳이 피하지도 않아요... 근데 이제부턴 좀 챙겨 먹고 싶어졌어요."

"중동에선 좋아하는 이성에게 보양식을 먹이는데......"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좋아하는 사람에겐 좋은 것만 주고 싶어지니까요."


그린 라이트일까?

이안을 막로바를 먹으며 잠깐 나눴던 대화들을 복기해 본다.


음식 탓일까?

갑자기 원기가 완충된 기분이다.


"죄송해요."

릴리가 사과를 한다.

"왜요?"

"그날 괜히 제가 그곳으로 인도해서요."

"음... 제가 피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요. 사실 원래 의대 진학하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제가 공대를 선택했거든요. 근데 그때 의대 가지 않은 걸 후회했거든요. 근데 이번에 알았어요. 의대를 가지 않은 건 나의 최선의 선택이었구나, 후회할 일이 아니었구나."


참 신기하다. 가끔 말이 되어 즉흥적으로 나온 말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있는데, 지금도 그렇다. 나는 후회할 일이 아닌 걸로 후회를 했다.


릴리가 쳐다 본다.


나는 말을 이어한다.


"피가 나오는 영화를 잘 못 봐요. 물론 어렸을 땐... 보기도 했죠. 근데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거더라고요. 남들이 한다고 나도 해야 하는 이유가 하등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멀리 했죠. 멀리하다 보니 더 잔혹한 장면에 면역력이 떨어졌고... 근데 예상치도 못하고 그런 장면을 보게 된 거예요. 거기다 제가 심신 미약 상태였고..."


릴리는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말을 경청 중이다.


"근데 한 번은 괜찮아요. 사고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두 번은 안 돼요.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저는 피를 무서워 합니다."


릴리가 오랜만에 입을 뗐다.

"이런 말,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데... 저는 이안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나는 먹던 양고기를 삼키다, 사래 걸린다.


"콜록콜록콜록"

죽을 거 같다.

그러나 마음 만은 그 어느 때보다 핑크빛이다.


"빨리 회복하세요. 물론 제가 옆에서 회복을 도울 거라 회복을 안 할 수 없겠지만"

그녀가 웃어 보인다.


나는 다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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