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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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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04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07 06:00
조회
67
추천
2
글자
11쪽

2.

DUMMY

이상적인 커플의 모습이 있다.


이상적인 커플의 모습이 있다.




대학 시절 대학에서 만나 썸을 타고, 씨씨(CC)로 발전, 취업 후 바로 결혼한 그 이상적인 커플··· 그 커플 중 남자가 나였다 ···하지만 꼭 순수한 시기 순수한 사랑을 했다고 그 사랑이 순수한 것도 순수하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내가 힘들 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동반자는 아니라는 게 판명 났으니까.


5년 연애 후 10년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허무하게 종지부를 찍었다. 서른 중반의 나이, 그 절반을 함께한 동반자는 그렇게 남보다 못한 남이 되었다.


비가 올 때 우산까지 뺏어 가는 게 내가 믿었던 사랑의 본모습이라면 나도 그 사랑에 더 이상 미련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안팎으로 결단이라는 것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내렸다.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을 땐 참 힘들었는데, 이혼과 퇴사를 동시다발적으로 거치고 나니, 오히려 담담한 마음이 들었다. 가벼워졌다. 실패··· 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덕분에 골치 아팠던 인생이 심플해졌으니까. 적어도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리셋 버튼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도화지를 펼치고 다시 채워 나가자고.

3년 정도 숨 쉬고 밥 먹고 글 쓰는데 필요한 잔고가 있었으니까 됐다고. 물론 그 액수는 간당간당했지만.

가난의 DNA 는 이럴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없으면 또 없는 대로 적응해나갈 수 있는 잡초 같은 생명체였다.


덤으로 회사에서 더 이상 그 소시오패스 정신병자를 만나지 않아도 되고, 폭우를 만나 지친 나를 집 밖으로 쫓아 낸 아내도 만나지 않아도 되고.


나쁜 일에도 좋은 일은 찾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찾을 수 있다.


‘그래, 실패가 아니라,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여기자. 배수진 작전이기도 하고’



온갖 그럴싸한 말들을 갖다 붙여 보자.


나는 지성인이다.




그래도 아팠다.

술이 마셨다.

술을 마시고 나니 더 아팠다.

그렇게 술 때문에 아픈 건지 그냥 아픈 건지 알 수 없을 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썼다.

토할 정도로 글을 썼다.

자는 순간에도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행여나 기억을 소실 할까, 미친놈처럼 노트북에 앉았다.


그렇게 2년

······

초조함, 불안감, 기대, 절망, 다시 초조함, 불안, 기대, 더 큰 절망

······

그 시간을 견뎌냈다.

시간은 정직했다.


몇 개의 단막극에서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 입성했다. 서광이라는 것이 드디어 내 인생에 등장한 줄 알았다. 거기다 꽤 괜찮은 계약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야말로 희망과 모험이 가득한 인생이 막 레드 카펫을 내 앞에 펼쳐 놓은 거 같았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 나에게 돈과 명성을 안겨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제작사 소속 작가,

나는 회사의 지시대로 글을 썼다.

수정을 했다.

또 수정을 지시 받았다.

수정에 수정을 했는데 또 수정을 했다.

또또또

······


이름을 수정으로 바꿔야 하나, 싶을 정도로 수정만 했다.




그렇게 감독의 냉혹한 피드백을 받으며 3년이 지났다.

나의 작품은 편성이 되지 않았다.


내 수상작은 너덜너덜해졌다.

너덜너덜해진 수상작을 보며 수정을 지시한 감독은 처음이 낫다고 했다.

내 멘탈은 더 너덜너덜해졌다.


그래도 버텼다.

인생은 존버니까.

아니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렇게 3년 회사에 소속돼 글 쓰는 기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시절을 보냈다.


노트북만 봐도 토가 나올 거 같았다.

한 때 노트북 앞에 앉기만 해도 가슴이 뭉글뭉글 했는데···말이다.

작별을 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마늘만 먹고 1000일을 버티면 곰도 사람이 되는데···

그 놀라운 1000일의 기적이 나에겐 파괴의 시간이 되었음이 판명났으니까.

살자,

지금까지 얼마나 구르며 살아온 인생인데


하지만 계약서의 독소 조항이 걸림돌이 되었다. 위약금과 작품 소유권에 관한 사항이 나에게 불리하게 된 것이다.


빨리 입봉 하고 싶은 작가

그리고 그런 예비 작가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제작사


정보, 자본, 인맥

대결 구도는 너무 뻔하디 뻔했다.

알면서도 또 당했다.

아니 더 막강한 놈에서 걸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두려울 게 없었다.

잔고는 거의 바닥이 났고

그런 상황에 위약금을 물라니??

고민이라는 것도 51대 49 비등비등 해야 하는 것이었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이 무섭다고 하는데··· 열심히 노력한 결과 내가 그 잃을 것 없는 막 돼 먹은 사람이 돼 버렸다.


진짜 노력의 배반이었다.


바닥이 난 잔고만큼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사의 관심도 바닥이 났다.


별 볼일 없는 일이라고 치부했던 일이 별 볼일이 돼 가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서 1인1커피에 가운데 케이크 하나 놓고 이야기 나누는 일상이···

아이디 카드를 목에 걸고 테이크 아웃 컵 하나 들고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지하철에 앉아서 누군가의 톡을 보고 희미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삶 같이 느껴졌다.


거리감이 느껴졌다.




무작정 걸었다.

걸으면서 그냥 저 빌딩에 올라가서 떨어지면 될까.

저 달려오는 지하철로 뛰어가면 될까.

······

그런 엔딩만 떠올리고 있었다.

진짜 바닥 중의 가장 바닥이었다.


옥상에 올랐다.

아니, 정신 차리고 보니 옥상이었다.

전 와이프와 살았던 우리의 신혼 추억이 있는 레지던트였다.


왜 이곳에 올라온 것일까.

그때가 그리웠던 걸까.


우리에게도 좋은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 좋은 시절은 끝이 났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 보았다.

손톱 크기의 작은 존재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참 작은 존재들이 그보다도 중요하지 않은 일로 화를 내고, 화를 분출하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테다.



사랑을 하고, 배신을 하고, 기만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또 외로워 하며 살아가고 있을테다.



돈 때문에 울고, 웃고 살아가고 있을테다.



다 싫었다.

더 하고 싶지 않았다.


난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의지를 가지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때였다.

문자가 들어왔다.


띵동


문자는 확인하고 죽고 싶었다.


이 세상에 내 편이 되어줄 한 명이 지금 기적적으로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 드라마 쓴다고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스팸은 아니었지만 스팸 같은 문자였다.

평상시라면 삭제를 눌렀을 것이다.



근데 읽기로 했다.

내 생애 마지막 문자니까.



“회원님을 위한 장기카드대출 금융 행사 안내입니다.

혜택 신청시 장기카드대출 특별 이자율 연 8.8% 적용

원리금균등불할상환방식 1개월 이내 기준

신청 방법 아래 링크를 선택해주세요.

······”



회원님을 위한 대출 행사입니다.

죽기 전 원없이 탕진하고 죽는 거 어떨까요?

상상만으로도 조금은 살고 싶어지지 않나요?


멋대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석본이 꽤 맘에 들었다.



‘어차피 죽을 거 한 번도 일으키지 못한 신용, 딱 신용한도 만큼 탕진하고 죽자.’

마음이 바꿨다.


그리고 그 마음은 조금 근사한 배경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발전했다. 내가 내 인생에게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로··· 가장 높은 건물을 검색하기로 했다.


초록창을 켰다.

가장 높은 건물, 검색어를 입력했다. 세계 최고층, 약 5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지상 163 높이 828

······


‘그래··· 바닥만 기다 생을 마감하지 말자.’


두바이 비행기 티켓값을 검색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왕복 80만원


그렇게 대출 링크를 눌렀다.


대출은 너무 나도 시시했다. 간단했다.

몇 가지 항목을 입력하니까, 대출이 승인 되었다.

버튼 몇 번 눌렀을 뿐인데 잔고가 천만원이 되었다.



바로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



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인기척은 또렷한 사람 목소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애교가 섞인 여자의 목소리였다.

어쩐지 그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나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할 말이 있어.”

목소리가 점점 선명해졌다.


곁눈질을 했다.



허걱



전 와이프였다.

그리고 그 옆에 내가 그토록 혐오하던 상사 이연한이 서 있었다.

이제야 미처 풀리지 않은 퍼즐이 완성됐다.



나는 상사를 욕했어야 했다.

아니, 한 때 아내를 욕해야 했다.

욕해야 하는 사람 대신 나를 욕했던 과거의 내가 오버랩됐다.

나는 병신이었다.

귀를 기울였다.



“할 말이 있어.”

-뭔데?

“나 임신했대.”


이연한의 얼굴엔 순간, 골치 아픈 일이 생겼네 하는 당혹의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랑에 빠지면 더 ··· 냉철한 정보 분석이 어려워진다.


“자기야, 언제 이혼 할 거야?”

- 알잖아. 갑자기 아내가 아파서··· 아픈데 이혼하자는 말을 꺼내는 건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잖아


이연한은 돈 많은 아내와 결혼을 했다. 아내는 심지어 초혼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연한은 아내에게 꽉 잡혀 있었다. 왜냐면 이연한의 집은 보잘 것 없었고, 그래서 자신의 살길을 명확히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돈 만 많은 미모도 그저 그런 심지어 문란했던 아내, 그러나 결혼 전엔 그렇게 갖고 싶은 대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니, 또 사람 마음이 그게 아니었다.


늘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어야 하는 아내와 친정이 이연한은 지긋지긋했다. 딱 배경만 취하고 싶은데··· 아내와의 권력 구도에서 약자는 이연한이었다. 어쩔 수 없는 권력 관계였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살기 위해 바람을 피기 시작했는데 ··· 처음에는 그냥 다 좋았다. 오는 여자 마다할 남자가 지구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다만 이연한이 그렇게 모진 심성을 갖지 못했을 뿐이었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별 볼일 없어서 부자 아내를 꼬셔 결혼까지 했는데··· 돈이 많은 와이프는 늘 여왕 대접을 받아야 하고 나는 신하··· 지긋지긋하더라고··· 이혼할 생각은 없지만 아내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들었어··· 근데 마침 네가 나타났고··· 너도 내가 싫은 거 같지 않고··· 그렇게 몇 번 만나니까··· 깊어졌고··· 그런데 나는 이혼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그 말을 원하지 않는 너에게 할 자신이 없었어··· 알잖아··· 원한으로 인한 치정··· 그게 살인까지 가는 무시무시한 감정이거든


이렇게 솔직히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 건강한 아내가 시한부가 돼 있었고··· 우리 관계는 엉망으로 묘사가 되었고···하도 거짓말을 해댔더니 이연한 자신도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고···근데 임신이라니··· 인조이로 헤어지려고 했는데 .··


이연한의 뇌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히 가동 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7 흑전사
    작성일
    23.07.21 10:02
    No. 1

    그래도 나는 살아 가리라 외치려면 노가대를 해야 합니다. 작가는 좀 그렇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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