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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05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11 06:00
조회
46
추천
2
글자
10쪽

5.

DUMMY

점원은 능숙했다.




"제가 사이즈 측정해드릴게요.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미디움(Medium)과 라지(Large) 한 번 입어 보시겠어요? 핏감을 살리고 싶으시면 미디움을 추천 드리는데..."

"라지로 입어볼게요."

"피팅룸은 저쪽입니다."

점원이 한쪽을 가리켰다.



생각해 보니, 어제 샤워를 건너 뛴 거 같다.

옷에게 해선 안 될 무례를 저지르고 있는 중이다.




'뭐, 내가 사면 되니까. 당당하자'




거울 앞에 섰다.


옷은 날개가 아니었다.

패션의 완성은 결국 얼굴이니까.

태도 안 난다.


뭐, 상관 없다.

지금 이 꼴보단 나을 테니까.




"이거 주세요."

"네... 일시불로 해드릴까요? 아니면 할부?"

"일시불이요."


카드를 긁었다.

쇼핑백을 건네 주는 점원을 보고 다급히 외쳤다.


"아 저 신발도 같이 주세요."

"아...신발 사이즈가?"

"270이요."

"마침 딱 그 사이즈네요. 아... 진짜 마네킹 전부..."


나는 무안해서 그냥 미소를 지었다.


부자가 되면 해 보고 싶었던 위시리스트(Wish lists) 하나를 막 클리어했다.




그렇게 매장 두어 군데를 돌아다녔다.


쇼핑백이 늘어났다.


부자의 상징...일까...


과시에 가까운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내 그 생각은 산산조각 났다.


중국인 무리가 캐리어를 분신처럼 끌고 다니며 백화점을 털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대륙의 스케일은 남다르다.




안내 방송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도 저희 근대 백화점을 찾아 주신 고객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금일 영업 시간 ......"


시계를 봤다. 백화점을 떠날 시간이었다. 피곤하다.


쇼핑은 진짜 내 취향이 아니다.

입을 옷이 없어서 사긴 했지만 돈이 많아도 할 짓이 못 된다.


퉤퉤퉤



-



"체크인 하려고 하는데요."

"신분증 확인 부탁 드립니다."




5성급 호텔로 검색을 했다.

조식 포함

온수 욕조

수영장

......



두바이 출발일까지 3일 남았다.

좁고, 어두운 고시원은 가고 싶지 않다.

딱 그 기간만 머물면 된다.


'살 공간도 필요하구나.'

할 일이 추가된다.

증권사 가고, 여행 준비 하고, 살 곳 마련하고 ......


컴퓨터로 뭔가를 조회를 하던 직원이 자리를 뜬다.

그리고 다른 직원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한다.

잠깐씩 나를 쳐다 본다.

내 얘기를 하는 거 같다.


그리고 잠시 후,


"고객님, 방금 스위트룸(Suite Room)이 하나 취소가 돼서요. 업그레이드해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뭐, 그런 건 물을 필요도 없잖아.'


"뭐,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너무 좋은 티를 내면 없어 보이지 않을까. 단전부터 끊어 오르는 기쁨을 억누르면 내가 대답한다.


"혹시 짐 있으십니까?"

"쇼핑을 좀 했는데... "

"그럼, 먼저 올라가 계시면 옮겨 드릴게요."

'들고 갈 수 있는데...가 목 밑까지 차올랐지만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그럼......"

동작은 최대한 작게 무게감 있게 ... 드라마 남주처럼만 행동하자.

아, 따뜻하다. 기대 이상의 서비스


카드를 받아 들었다.

뭐, 카드가 황금빛 ...이다.... 진짜 황금 같다 ... 진짜 황금일까?... 이빨로 앙 하고 물어 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 엘레베이터에 오른다. 카드를 입 주변까지 갖다 대곤 CCTV를 의식한다.


'지키자, 가오'


쭉쭉쭉

하늘을 향해 엘레베이터가 오른다.

마치 나 같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입이 도무지 다물어지지 않는다.

웃음이 막 새어 나온다.

내가 원래 이렇게 웃음이 많던 사람이던가?

나의 재발견이다.


기대 이상의 공간이다.

침대, 대서양 같다

거실, 태평양 같다

여긴 지상 낙원이다.


씻자,

이 더러운 육신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


화장실...정녕 이곳이 화장실인가

나의 고시원보다 넓다

두배... 아니 세배... 아니 ... 맙소사


욕조가 보였다.

반신욕을 하자.


강남 한복판 야경을 보며


이 역시 드라마에서 본 적 있다.




노근노근 잠이 스르르 들었다




얼마를 잤을까?



깨고 일어났는데 ... 욕조 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역시... 머니머니해도 머니라는 게 이런 거 구나 싶다.


가운을 입고, 본격적으로 호텔 투어에 나선다.


침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호텔 하얀 침대는 내 로망이었다.

그리고 그 로망이 실현되고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기분 좋은 소리가 기분 좋은 볼륨감이 온몸의 촉감을 건드린다.


한 번 누으니, 도저히 일어나고 싶지가 않다.

아예 이불 속으로 들어가야 겠다.


또다시 잠이 든다.

그리고 참 오랜만에 숙면이라는 것을 취했다.

이렇게 잘 잔 잠이 얼마 만이었을까.


얼마나 꿀잠을 잤는지 모르겠다.

출출하다.


조식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우선, 조식을 먹고 생각하자.




어제 5층 식당가로 10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던 거 같다.




역시 하얀 접시가 수북히 쌓여 있다. 부자의 색깔은 흰색이다.


하나를 집어 든다.




그리고 요리사가 직접 요리해주는 스테이크를 받으러 간다.

야채도 수북히 쌓는다.

혼자 사는 남자는 야채 섭취가 가장 곤란하다.

그래서 가끔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비축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달다.


고기를 보는 순간, 침샘이 자극되고


고기를 입 안에 투입하는 순간 또 다시 침샘이 자극되고


침샘의 폭발이다.




고기를 한 번 더 리필해야겠다.

두 번째도 참 달다.



몇 번째가 되면 덜 할까.

......

눈치 따위 개나 줘 버려



세 번째 가니까 요리사가 센스를 발휘한다.


"고객님, 조금 더 드릴까요?"

"네, 제가 요즈음 단백질 섭취 집중 기간이라서요."


요리사는 두 덩이를 투척한다.

이곳이 참 취향저격이다.


과일 섭취, 디저트 섭취, 단가 비싼 아이들 중심으로 클리어 했다.

모처럼 만족스런 조식 아니 아점이다.



다시 돌아온 룸

나가고 싶지 않다.


나의 위시 리스트 ... 고급 진 호텔룸에서 책 읽기... 서점에 가야겠다. 아, 오늘은 증권사도 다녀와야 한다. 한 시간만 더 어기적 거리다 나가자.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대자로 누워서 지그재그로 춤을 춘다.

그리고 또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꿀잠이었다.


시계를 봤다.

2시다.

오늘의 목표는... 딱 하나만 하자,다.


그건 증권사 방문하기




근데 로망을 실현하려면...하나를 더 해야 한다.


서점까지 들리자.


대략의 계획이 세워졌으니




이제 외출할 준비를 하면 된다.




증권사에 맞는 TPO에 염두를 둔 ......




어매니티가 확실히 5성급은 다르다.


저자극, 천연재료 ......




그냥 호텔 가운을 입고 외출하고 싶지만


환복할 차례다.




선택지가 있으니, 고르는 것도 일이다.

마네킹 복장을 선택한다.



뭐, MD가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른 결과 일테니 그 안목을 믿어 보자.




-




증권사를 찾았다.


익숙하게 번호표를 뽑았다.

대기가 10명이다.

기다린다.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 동안 사람 구경을 한다.


직원들이 하나 같이 외모로 보고 채용한 것처럼 고품격 외모다.


번호표가 울렸다.

그녀에게 다가간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되뇌어본다.


어여쁜 언니가 표면적으론 웃으며 응대하고 있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진짜는 눈이다.


고로 자본주의 미소인 것이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고객님.”

AI처럼 응대한다.


“자산을 예치하려고 하는데요.”

“금액은 어느 정도 예상하세요.”

“50억이요.”


갑자기 직원이 자세를 바로 잡는다. 나를 쳐다 본다. 표정이 바뀐다. 사람의 태도가 바뀌는 순간 고작 3초 불과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방긋 웃는다. 진심이 드러난다.




“고객님, 잠시 만요."

그녀가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일어섰다.


뒷모습도 아름답다.


그녀는 중년의 남자에게 무언가를 보고했다.

지점장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게 다가왔다.


“아, 고객님 ···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지점장이 안내한 곳은 vip 상담실이었다.

로비와는 전혀 다른 외관이다.

의자도 천연 소가죽이 분명하다.

엉덩이에 느껴지는 감각이 남다르다.


" 커피가 좋으세요? 아니면 주스를 준비해 드릴까요?"

" 아닙니다. 오전에 마셔서요."

" 그래도 손님인데... 대접을 해야죠. 미자씨"

점장은 눈짓으로 미자씨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리고 이 사람은 나에게 대접하고 싶어한다.


티컬렉션을 들고 미자씨가 들어온다.

고풍스런 도자기로 된 주전자, 티백 아니고 진짜 풀을 정성을 다해 말린 찻잎, 그리고 수제 비스킷이 테이블 위에 세팅이 된다.


대접... 황송하다. 익숙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본론을 꺼낸다.



“ 1년에 10%의 수익률 보장 하신다면 돈을 예치하고 싶습니다. ”

“ 저희는 최상위 고객님들을 위한 특별 자산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10%가 될 수 있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구체적인 상담을 곧 진행하겠습니다. 투자액은 어느 정도로 잡을까요?”

"50억 현금으로 예치할 생각입니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


50억이 열일을 하면 배당금, 이자과 같은 금융 수익이 발생한다.

내가 열일을 하면...몸이 상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겨우 먹고 살만한 근로 수익을 획득한다.


자본주의 ··· 어느 정도 자본이 생기니 ··· 삶의 난이도가 확 달라진다.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아니, 저희가 오히려 부탁 드려야죠."


더 할 얘긴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이제 그들이 결과로 말해줄 차례다.

나는 일어섰다.

지점장도 일어섰다.


갑자기 매장 직원들도 다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

황송한 작별 인사다.


증권사를 나섰다.

지점장도 같이 나왔다.


엘레베이터까지 마중해준다.

아니, 엘레베이터까지 타셨다.


"차 주차하셨나요? 주차증?"

"아뇨, 걸어 왔습니다."


할 말이 없다.

어색한 침묵이 엘레베이터를 감싼다.


이건...불편하다...



"그럼, 좋은 인연 되길 고대하겠습니다."


지점장이 폴더 인사를 한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했다.

거만해서가 아니라...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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