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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47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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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2

DUMMY

다급해하는 내 표정을 그녀에게 들켰다.

그녀가 개구쟁이처럼 웃는다.


여자는 검정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심플한 디자인이다.

머리도 우아하게 올렸다.


이전과 다른 느낌이다.

팜므 파탈?

치명적이다.

나는 그녀와 결혼식장까지 들어섰다.


그녀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자녀 계획까지 진도를 빼고 있는 중이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나는 금사빠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두바이의 낯선 공기가 나를 금사빠로 만들어 버린다.

통장 잔고 탓일 수도 있겠다.


“제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두바이 전통음식 괜찮으세요?”

“나는 전통을 사랑합니다.”


아, 내 입이 뇌를 거치지 않고 작동 중이다.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 몫이다.


그러나 그녀가 웃는다.

그럼 됐다.


“shall we?”


그녀를 따라 나선다.

주차장이다.


주차장도 근사하다.

뭐... 이렇게 근사하게 만들 필요가 ... 있다.


주차 돼 있는 차가 어나더(Another) 레벨이다.

암... 이 정도로 환대해줘야 격에 맞는 거지, 지나친 것은 아니다.

절대 근사한 게 아니다.


그녀를 따라 간다.

그녀가 멈췄다.

나도 멈췄다.


그곳엔 벤틀리가 서 있다.


차못알이지만 벤틀리 정도는 안다.

20년이 지나면 다른 차는 폐차되지만 벤틀리는 클래식으로 불린다.

한땀 한땀 장인의 손으로 만든 차

최초 최초 최초 최초와 사랑에 빠진 차

......


그 차가 눈 앞에 서 있다.

그녀는 운전석으로 향한다.

나는 보조석이다.


살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과 벤틀리를 타게 될 줄이야···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무래도 눈물 샘이 고장난 거 같다.


그녀는 다소 권태롭게 운전을 했다.

벤틀리를 무심하게 다루는 그녀가 궁금해진다.


벤틀리의 승차감은 끝내줬다.

구름 위를 걷는다는 게 이런 걸까.

드림카(Dream Car) 답다.

안락하다. 편안하다. 호강의 느낌이다.


"직업이 뭐예요?"

......

직업을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지금 엄밀히 말하자만 무직인데 말이다.

포장할 말이 필요하다.


"투자자 입니다."

"근사하네요. 무슨 투자를 하나요?"

"직접 하는 건 아니고...자산 운용사에게 맡겨서 운용합니다. "

오기 전에 지점장 만나길 잘 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근사하네요."

그냥 웃었다.

"어떤 일 하세요?"

"저는 백수입니다. 하하하하"


백수를 백수라고 커밍아웃하는 자신감... 나는 또 그녀에게 한 수 졌다.


"부럽습니다. 벤틀리 타는 백수... "

"하하하... 그렇게 되나요? 근데 좀 덥네요. 괜찮아요?"

"저도 좀 더워요."


그녀가 벤틀리 뚜껑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강타한다.

두바이가 진짜 눈 앞에 있다.


나도 모르게 타이타닉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녀가 웃는다.

그리고 같은 자세를 취한다.


아, 자동 주행 기능... 벤틀리는 똑똑했다. 당연하다. 가격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눈은 서로에게 정착했다.

나는 지금 우리들의 손주까지 그리고 있는 중이다.

딸 하나, 아들 하나

아니다,

자고로 부자는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

그게 부의 재분배니까.

가진 자의 사회 환원이니까.

딸 셋, 아들 셋

이상적이다.

행복하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안 된다.

아직 다 쓰지 못한 돈이 많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통장 잔고를 보며 명상하는 시간을 못 가졌다.

유예된 행복

그 또한 맘에 든다.


달리다 보니 아니 감탄하다 보니 어느새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

그녀는 발렛파킹을 맡긴다.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는 단골로 보였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자연스러움, 환대, 편안함, 조화... 아름답다.


반면, 나는 멀뚱멀뚱 그 모습을 눈에 담는다.


우린 테라스로 안내가 되었다.


아인 두바이가 한 눈에 들어오는 뷰 맛집이다.

환상적이다.


그녀는 주문을 넣었다.

의존적이지 않은 능동적인 여성, 멋있다.


곧 이어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중동식 모듬 샐러드 메제(Mezzeh)를 비롯 소고기 안심 구인인 그릴드 비프 텐더로인, 익힌 야채 위에 매쉬드 포테이토를 올리 에미라티 베지터블 파이 ......


다, 처음 보는 음식들이다.

처음 보는데 다 호감이다.


직원은 먹기 좋게 개인 접시에 음식을 덜어준다.


한 입 넣어 본다.

과히 매력이 철철철 넘치는 맛이다.

특히 그릴드 비프 텐더로인은 환상의 맛이다.

나의 최애 음식 돈가스가 바로 지워진다.

아니, 명함도 못 내밀겠다.

물론 이러고 돈가스를 또 먹으면 감탄할 게 뻔하지만 지금은 돈가스 정도는 가볍게 패스하는 거드름을 피워보고 싶다.


아랍식 밀크티 Karak tea를 한 모음 마신다. 여긴 어쨌든 이슬람 국가라 술과 돼지 고기가 금지다.


밀크티가 이토록 중독성이 있다니...

정말이지...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었다.

나는 바닥까지 핥을 기세로 음식들을 흡입했다.


나, 두바이가 점점 좋아진다.


"음식 어때요? 맘에 드세요."

"매일 오기 싶은 곳이네요. 아니, 요리사 납치하고 싶네요. "


사실 납치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몸으로 표현했다. 암튼.


'맛있게 드시니까 제가 기분이 좋네요."

"두바이는 자주 오세요?"

"아니오. 전 남편이랑 여기 살았거든요."


......



나는 잠시 뇌정지 상태다.

전 남편이라.......

그녀는 뒷말을 이었다.


"작년에 남편과 사별했어요."

"아임 쏘리"

미드를 보면, 슬픈 얘기 다음에 아임쏘리가 나왔던 거 같다.


"당신은요?"

"저는 이혼을 했습니다."

"축하해요. 헤어져야 하는데 헤어지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거든요."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런 얘긴... 술이랑 딱인데..."

"술이 당기네요."

"술 마시러 가죠. 호텔 바를 알아요."

"전용 가이드를 둔 것처럼 든든합니다. 여긴 제가 계산할게요."

"그럼 술은 제가 사는 걸로 하죠."


무계획의 여행이 즉흥 계획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다시 벤틀리에 올랐다.

그녀는 또다시 베스트 드라이버로 변신했다.

다시 봐도 멋지다.


이럴 때 선그라스를 써주면 간지 작살이겠지만 나에겐 ...선그라스 따위 없다. 없는 게 많다. 이전엔 전혀 필요로 하지 않던 사치품들이 갖고 싶어진다.


달린다.

서울의 도로와 다르다.

잘 달린다.

그래서 벤틀리가 더 벤틀리의 면모를 뿜낼 수 있다.


달리다 보니, 목적지 도착이다.


그녀는 한 손으로 후진 주차를 한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그녀에게 반한다.

그만 반해도 좋을 것을 자꾸 반한다.

그러나 불가항력이다.


여자들이 남자들의 후진 주차하는 모습에 반한다더니...정말 눈에 하트가 뿅뿅 팝업이 된다.


그녀를 따라 나선다.

주체적이고 싶은데... 주체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가 없다.


그녀를 불렀다.


"저기"

그녀가 뒤를 돌아 본다.


"이름이 뭔가요?"

"하하하 릴리 마이네임이즈릴리"


아름다운 이름이다.


그녀가 고개로 "and you"를 묻는다.


나의 이름은 이안이다. 성은 이, 이름은 안


그녀가 말한다.

"좋은 이름이네요... 운이 좋은... 저를 만난 것도 운이 좋고요."


아버지의 이름 이일안

나의 이름은 이안


때론 1번째 안보다 2번째 안이 더 잘 풀릴 수 있다고 아버지께서 손수 지어준 이름이다.

하지만 어렸을 땐 이름이 참 싫었는데.....


2회차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지금 이안이라는 이름이 절묘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영어로 운이 좋은의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 그녀의 입을 통과하니 의미가 더해져 특별해진다.


루프탑에 올랐다.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칵테일 맛집이라고 한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대박 난 영화에서 대박 난 대사가 떠오른다.


그래, 모히또 한 잔을 해야 겠다.


직원이 다가온다.

주문의 시간... 긴장이 된다.

그러나 릴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원 준벅"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원 모히또"


주문 끝.


주변을 둘러 본다.

한가롭다.

여유롭다.

행복하다.


근데 저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제길...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괜찮아?"

릴리가 질문을 한다.


괜찮지 않다.

시간이 지난 일인데... 눈 앞에 마주한 잊힌 과거가 괜찮지 않다.


"아는 사람을 만났어."

"반갑겠다. 가서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니니?"

"아는 사람이 다 좋은 인연은 아니잖아?"

"그 얘긴... 저 사람들이랑은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은 거니?"

"한 때 저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어"

"이유 물어봐도 돼?"


나는 모히또를 마셨다.


릴리가 그윽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녀는 대답을 재촉 하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시간을 줬다.


나는 모히또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여행지의 일탈이 이런 걸까?

다시 보지 않을 여행지에서 만난 여자에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진다.


내 안에서 통풍도 되지 않는 곳에서 방치 되어 있을 내 상처들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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