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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06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10 06:00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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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4.

DUMMY

아무리 견고한 연인이라도 결혼식장까지 들어가 봐야 아는 것처럼 경기장의 승부 역시 결승전을 통과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갑자기 빈이가 넘어졌다. 돌발 변수 등장!


빈이가 넘어지면서 초근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팡이까지 주춤... 주춤하면서 감정 조절과 페이스 조절 실패 ......엉망진창의 진수를 보이고 있다.


선두였던 유망주 두 마리가 졸지에 유망주 타이틀을 뺏겼다.



100번 잘 해도 한 번 폭망하면 끝인 거다.

아, 가혹하고 냉정한 삶이여!!


절망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기대가 큰 만큼 절망은 컸다.

원래 내 것 아닌 것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다고 기대가 되는 걸 기대를 안 할 수 없고 인생은 ······


그리고 그 틈을 타, 9번 두리안이 추격전을 펼치지 시작했다.

뛰는 폼은 영 아닌데··· 외모도 참 부족한데... 깃털도 참 푸석푸석한데...속도는 이상하게 빨랐다.


경기가 점점 예측한 대로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 5번 천년지기가 활약하기 시작했다.


진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만들어 졌다.


사람들은 숨겨진 자아를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난폭하다.

무섭다.


시베리아가 소환되었다.

개xxxxxxx

Sixxxxxxxx


나는 침착하게 나의 마권을 봤다.

눈만 껌뻑껌뻑

잠시 온 세상이 냉동 상태가 된 듯 싶다.


내가 ···맞췄다.

9번마와 5번마를 순서까지 정확하게


옆자리 아저씨는 대노 중이었다.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마권을 모조리 꺼내 갈기갈기 찢었다

침도 퉤 하고 뱉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를 떠나면 안 되는 사람처럼 긴박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나는 여전히 마권을 바라다 볼 뿐이었다.

나의 세상은 여전히 정지해 있었다.


'현실인가? 아닌가?'


볼을 꼬집어 본다.


'내 생애 이런 행운이 있었던 적이 있는가.'


길을 가다 떵을 밟고

그것도 신발 깔창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질 만큼 신선도를 자랑하는

길을 가다 영문도 모른 채 날계란 공격을 받고

근데 하필 달걀 노란자가 머리카락에 적중하고

머리 감을 때 그 고생을 떠올리면

다시 시베리아를 소환할 정도다

......

길을 가다 새 떵을 맞기도 하고

하필 그날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날이고

하필 주요 부위에 ······

대학 입학 때도 내 앞 번호에서 마감이 났다.

그 한 명 때문에 나는 최고 명문대인 에스대를 안타깝게 들어가지 못했다.

.····


그런 내게 행운이 찾아 왔다.

다시 한 번 볼을 꼬집어 본다.


아프다.

아픈데 그래서 웃음이 나온다.

아픈데 행복하다.

이런 행복이 나에게도 존재한단 말인가.


그렇게 한 차례 밀물이 빠져나간 관람석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벅차오르는 감격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


청소부 아주머니가 등장, 말을 거셨다.


“청소해야 하는데요.”


청소를 방해해선 안 된다. 세상을 아름답고 청결하게 만드는 일이다. 가장 필요한 일이다. 일어선다.


“저기요.”


청소부 아주머니께서 다시 한 번 날 불렀다. 그리곤 종이 한 장을 건넨다.

로또였다.


“이거 떨어지셨는데요. ”

“제 거 아닌데요.”

“그럼 두 장인데··· 한 장씩 갖는 건 어때요.”


그지 근성일까.

주는 건 또 거부를 못 하겠다.


그렇게 로또 한 장을 받아 들었다.


“근데 두 개가 번호가 똑같은데요.”

로또를 그제야 자세히 본다.


발행일 7월 4일

추첨일 7월 7일


근데 추첨일이 내가 두바이로 출발하는 날이다.

묘한 우연이었다.

그러나 그런 우연은 지금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겐 엄청난 데다 확실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으니까. 그건 배당금이었다. 수령한 배당금은 어마무시했다.


두리안과 천년지기가 비인기말로 분류되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했다.

그 결과 행운의 주인공은 단 한 명이라고 했다.

근데 그게 나였던 것이다.


그렇게 수령한 액수는 60억 6400만원 ···

10만원이 복제가 돼 60억이 되었다.


그것도 세금까지 다 제하고 실수령한 금액이었다.


갑자기 인생이 먹구름 잔뜩 낀 흐린 날에서 캘리포니아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 가 봤냐고?

영화에서 봤다.


암튼, 나는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대출을 갚았다.

이 착실함과 성실함을 도무지 버릴 수가 없다.


이래서 사람들이 빚투라는 걸 감행하는구나, 빚투를 찬양하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



무일푼 백수의 두바이 자살 여행이 갑자기 돈 많은 백수의 두바이 여행이 돼 버렸다.

더 이상 죽을 이유가 없다.

아니, 살아 보고 싶다.

한 번도 누리지 못한 삶

기대가 된다.

내일이 기대되는 삶

하기 싫은 일 꾸역 꾸역하는 삶은 이제 굿바이다.


이제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겠다.


백세시대라면, 그래 앞으로 남은 60년은 내가 디자인한다.



지긋지긋하던 삶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꽤 괜찮은 삶이었다.


그렇다면 당장 필요한 건 구체적인 플랜이었다.


'1년에 1억씩 소비한다고 치면··· 딱 60억이 필요하다'


주거비 200만원

렌트비 100만원

식비 100만원

유흥비 300만원

또 무슨 지출이 필요할까?


돈도 써본 놈이 써본다고 딱히 쓸 곳이 없다.


전문가를 만나야 겠다.

자, 증권사로 향하자. 은행?


아니다. 배가 고프다.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핸드폰이 열일할 차례다.


초록창을 켰다.


과천 창렬 맛집, 을 검색한다.


검색 결과가 뜬다.


장터, 중국집, 고기집, 비빔국수, 게장 ...

서민의 음식이 뜬다.

창렬이 디폴트가 된 최근이 흑역사가 소환된다.


검색어를 지웠다.

그리고 다시 검색어를 입력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

내가 이런 검색어를 입력할 줄이야

감격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주말처럼 돌진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가장 높은 빌딩, 뷔페, 파인 다이닝 콘셉트 ......


'그래 여기다'


택시를 잡아야겠다. 근데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근데 택시는 보인다. 달려오는 택시 앞 유리창에 빨간 색으로 예약중이 떠 있다. 내가 탈 수 있는 내 택시가 아니란 말이다. 검색창에 또 검색어를 입력한다


택시가 안 잡힐 때


모범, 블랙 택시 콜하기, 콜택시 미리 저장하기


뭐, 간단하네


택시가 도착했다.

택시에 올랐다.


"삼성동 톨러댄톨러로 가주세요."


BMW( BUS, METRO, WALK)만 애용했더니 세상 물정을 모르는 원시인이 돼 버렸다.

그런데 글을 쓰겠다고 댐볐으니......


그전엔 내가 운이 없어서 내가 재능이 없어서 내가 뒷배가 없어서 실패한 줄 알았다.

근데 그때 보이지 않던 패인이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


삼성동... 청담동, 압구정동과 함께 손 꼽히는 강남구의 3대 부촌

부자가 아닌 나와 인연이 없던 곳

택시는 톨러댄톨러 건물 앞에 정차했다.


고개를 한껏 꺾었는데도 건물이 시야에 다 안 들어온다.


그리고 이 건물에 서울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판다.


으리으리한 입구

입구에서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진다.


입구에 들어서자 정장을 갖춘 직원이 응대를 한다.


룸으로 안내된다.

메뉴판이 제공된다.


테이블이 일반 테이블과 다르다. 비싸 보인다.

인테리어도 다르다. 돈을 덕지덕지 쳐바른 티가 난다.

가장 끝내주는 건 룸에서 강남이 한 눈에 펼쳐지는 풍경이었다.


메뉴판을 정독한다.

가장 비싼 음식을 찾아 본다.

특별한 오픈에 구운 클래식을 듣고 자란 오리가 약 이십만원이다.

물론 부가가치세(VAT) 불포함 가격이다.

여기에 와인을 추천 받았다.


갑자기 배가 급 고프다.

배가 고프다는 거...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생각해보니......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지가 ......


아름다운 자태의 음식이 테이블에 놓인다.

하얀 접시가 도화지 같다.

거기에 메인 요리인 오리가 요만큼 놓여 있다.

풀도 조금 놓여 있다.

소식이 건강에 좋다고 건강까지 챙겨준다

감동이···감동은 개뿔

'이게 이십만원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속으로 삼킨다.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든다.

한 입 크기로 자른다.

품격 있게 우아하게

입에 넣는다.

혀가 녹을까 우려되는 맛이다.

살살

오리가 이토록 부드러워질 수 있단 말인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와인을 마신다.

와인은 솔직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소맥이 최고다.

그래도 먹어본다.



며칠 제대로 식사를 못해서 그런지 와인도 달다.

분위기 탓인가. 통장잔고 탓인가.




취기가 올라온다.

적당히 생기가 돈다.




세상은 어제까지의 세상과 동일한데... 이제 어제 같은 세상은 더 이상 내게 없다. 달라졌다.


와인을 한 잔 더 주문한다.


완샷이다.


창문을 본다.


증권사가 수두룩하다.

다만 오늘이 일요일임을 생각하지 못했다.

경마장은 오픈하지만 증권사는 오픈하지 않는 날이다.


식사를 마치면, 근처 호텔에서 룸을 잡아야겠다.

그 전에 쇼핑을 좀 하고

이 차림새는 호텔과 격이 맞지 않으니까

시계를 본다.



서둘러 나가야 할 것 같다.

백화점은 8시까지 밖에 운영을 안 한다.



-


백화점 1층은 주로 명품관이다.

확실히 아우라가 남다르다.

나는 명품에 관심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냥 보통의 사람 외양만 갖추고 싶다.

근데 보통의 외관 그 기준 조차 갖지 못했다



안 되겠다.

백화점에 온 남자들을 벤치마킹해야겠다.


'그래, 댄디한 스타일로 가자'


7층 남성 럭셔리 부티크로 올라갔다.


뭐, 다 처음 보는 브랜드뿐 이다. 물론 명품은 안다. 근데 꼼데가르마 이름이 뭐 그따구인지...... 거기다 하트 남부끄럽다...... 아니다... 지금 내 삶에 필요한 건 하트다.... 들어선다.


그냥 마네킹 3개만 벗기면, 한 달은 옷 걱정할 필요 없다.


점원이 보인다. 다가갔다.


"저 마네킹 벗겨주세요"

점원이 당황했나보다.


"...고객님 사이즈는?"

이번엔 내가 당황했다.

"아... 제 사이즈는 ..."


'제길, 버퍼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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