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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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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35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06 16:45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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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

DUMMY

내 꿈은 투잡러(Two Jober)다.

물론 처음부터 내꿈이 투잡러이지는 않았다.

투잡러가 꿈이 될 수 있을까.


대학 입학 후, 무작정 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희망이 가득찬 집 ··· 이름이 취향저격이라 호프집, 최애 음식··· 돈가스를 많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돈가스집, 유통기한 임박 도시락이 탐나··· 편의점, 야성미 분출할 퀵 서비스···


뭐··· 시간이 되고 체력이 되면 가리지 않았다.


원래 가난하면 선택권이 없다.

그리고 가난의 시간이 지속되면 그러려니 딱히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남는 건 겨우 먹고 살만한 돈 그리고 자본가에 대한 혐오였다.

사실 자본가라고 칭하기엔 너무 미약한 그들이었지만 암튼


시급 그 이상을 너에게서 뽑겠다,

너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돈을 벌어주는 부품에 불과하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 아니 약간 어기는 범위에서 너에게 최소액을 줄테다,

내가 만난 사장들은 그런 궁리만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과 자신이 속한 가족에겐 가장 최선의 것을 추구했다.

욕만 하고 싶진 않다.

모든 것에 양면성이 있으니까.

배울 것도 분명 있으니까.


그건 이중성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본질이라는 사실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잘 보여야 하는 사람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이타주의 이딴 건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왜 저 사람이 날 무시하지가 아니라··· 누구도 날 함부러 취급하지 못할 포지션에 나를 올려 놓아야 한다였다.


그래도 나는 최저 시급이 부담스럽다는 그들에게 꼭 최저 시급으로 하루라도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시간 일하고 영화 한 편 볼 수 없고, 한 시간 일해서 밥 한끼 먹을 수 있고, 한 시간 일해서 커피 두잔 사먹을 수 있는 그 액수가 진짜로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지 ···


근데 한 잔에 고작 천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카페 사장님은 또 예외다. 한시간 동안 10잔 팔면, 겨우 인건비가 나오는 데 옆엔 스리벅스, 매가커피, 빈이커피 등 경쟁자까지 있다. 진짜 노답이다. 거기다 임대료 ··· 내일도 아닌데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암튼 내 결론은 ···고용주가 아닌 이상 근로로 부자가 될 수 없다와 푼돈으로 푼돈만 벌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찾아야 했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니까.

우린 그 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부르니까.

그렇게 궁리 끝에 찾은 것이 대박 작품을 쓰는 거였다.


2023년, 최고의 드라마 작가의 1회당 원고료... 5억이라는 카더라 통신 하나···16부작이라고 계산하면 5 곱하기 16 무려 80억이다··· 대개 집필하는데 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쳐도···연봉 25억···


귀멸의 칼집으로 2016년부터 5년간 200화 완결 작품으로 벌어 들인 어느 작가의 수익은 이보다 더 하다. 보수적으로 아주 최소로 잡은 액수가 무려 2000억원이라는 카더라 통신 둘···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참고로 귀멸의 칼집 작가의 나이가 그때 고작 서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 작가가 은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


아름다운 이별, 나는 아름다운 이별 따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다.

근데 그 작가가 그 어려운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예술을 이룬 거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거였다.

인생 한 방

한 번만 터지면 되는 거였다.

사행성 그득한 ‘인생 한 방’은 경멸하지만 이건 로또, 카지노, 도박과 다른 거라고 그렇게 내 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우기고 싶다.


하지만 당장의 생계를 등한시하고 꿈만 쫓을 순 없었다. 그런 건 있는 자식들이나 할 수 있는 사치니까. 아님 진짜 무대포거나. 불행히도 나는 안전지향적인 아니 안전지향적이고 싶은 소시민이었다.

대신 변명거리는 있었다.


글이라는 건 결국 삶을 살아낸 무게만큼을 반영한다고 하니까···성숙한 글을 만나기 위한 나를 담금질하는 기회로 여기자고. 그렇게 생각을 전환하니 감당할 만한 일이되었다.



_


내가 스스로 흙수저임을 자각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잔잔하게 자주 그런 일들이 있었다. 가령 수업 중 선생님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


“크리스마스 때 뭐했나요?”


“별 거 없었어요. 치킨 먹었어요.”

“별 거 없었어요. 케이크 먹었어요.”

“별 거 없었어요. 외식 했어요.”

“별 거 없었어요. 호텔로 놀러 갔어요.”

“별 거 없었어요. 교회 다녀왔어요.”

라는 대답 속에서 ‘나는 진짜 별일 없이 치킨도 케이크도 가족도 없이 보냈구나’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답을 하고 있을 때 ······ 나는 그 평범의 무리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기 어렵구나 했다. 별 거 없는 건 진짜 나 같은 사람들만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자리를 박차고 외치면··· 나는 또라이가 될 것이다. 나는 주목 받고 싶지 않다. 나는 관종을 경멸한다.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해졌다. 치킨을 먹고 케이크를 먹고 외식을 한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내겐 없었으니까. 그리고 굳이 밝히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관심 없는 척 무심한 척 아이들과 거리를 두는 게 내가 택한 방법이었다.


작고 어두운 방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나에겐 필요했다.

그래야 마주해야 하는 유쾌하지 않은 현실··· 그 현실과의 만남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최고의 도피처가 내겐 책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은 내게 최고의 장소였다.


여름엔 시원했고, 겨울엔 따뜻했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었고, 읽고 싶은 책도 많았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나기라도 하면··· 시간도 순삭··· 부록으로 온갖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뭔가를 이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뜨끈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부모님이, 현실이, 친구들이 주지 못하는 감동이었고, 삶의 의지였다.


그리고 내심 바랬다. 내가 보내는 이 시간들이 꼭 먼 훗날이라도 꼭 보답이라는 걸 내 인생에 해주길 ··· 지금 보다 나은 미래를 보여주길 바랬다···아주 간절히···내가 로또를 사지 않은 건 행여나 나의 운의 총량이 로또 때문에 줄어들까 봐 였다.


열심히 공부했다.

재능이 없고, 재능을 능가할 자본이 없는 자의 몇 안 되는 선택지였다.

가성비에 충실한 투자이기도 했다.

그나마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의대와 공대의 갈림길 앞에서

나는 공대를 선택했다.

피를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피는 무서웠으니까.

그리고 대한민국이 아니라 에이민국이라는 에이 그룹에 입사했다.

희망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착실히 공부하고, 착실히 근무하던 어느 날, 새로이 등장한 인물 하나, 고작 빌런의 등장으로 내 인생은 위태로워졌다.


새 팀장은 조직 생활에 최적화된 사람이었다. 능력보단 아부를 잘 했고, 정치질도 잘 했다. 또 가장 중요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능력자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갖가지 이유로 괴롭혔다. 그렇게 자신의 포지션을 탄탄대로 위에 올려놓았다.


속이 비어서 센 척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희생양 하나를 콕 집어서 본보기라는 것을 보여서 주변의 복종을 이끌어 내는 유형

그 팀장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캐릭터였다.

그리고 그는 나를 콕 집었다.


첫 스텝은 대외적으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유를 안다고 또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게···이 문제의 빡침 포인트다. 악의적인 소문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고립감이 추가 되었다. 거기에 한직으로 인사 이동··· 삼단 콤보가 완성되자 ··· 허무할 정도로 한순간에 나는 무기력한 존재가 돼 버렸다.


버텼다. 그딴 놈한테 그딴 놈이 원하는 결말을 주고 싶지 않아서. 근데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월급이 정말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것일까. 내 몸을 희생할 만큼··· 생각은 했지만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내게 선택권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진짜 도박 같은 삶은 살고 싶지 않은데.


하필 그때 의대를 선택하고, 레지던트 그 힘든 시기를 아득바득 버텨내고,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살만해졌다면 외제차를 뽑은 종한이가 내 괴로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팀장의 눈에도 못든 사회성 제로인 나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의대라는 확실한 보험 대신 공대를 선택한 나의 판단력을 탓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태어나길 흙수저로 태어난 내 운명을 탓해야 할까.

아님 불행하다고 친구의 노력과 성과를 있는 그대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못난 나를 탓해야 할까.

피 보는 게 무서워 돌아온 길에서 진짜 피보다도 더한 피를 보았다.


그때 아내는 내게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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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9 흑전사
    작성일
    23.07.21 09:10
    No. 1

    개연성이 있군요. 사람 잘못만나면 의대나오고 좋은 자리 얻고 결혼해도 불행해질 수 있지요. 사람 잘만나는 것 그게 포인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흑전사
    작성일
    23.07.21 09:32
    No. 2

    그런데 직업엔 귀천이 없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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