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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03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08 06:00
조회
53
추천
2
글자
9쪽

3.

DUMMY

갑자기 서늘한 분노 한줄기가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더불어 생의 의지 한 톨이 활활 불 타오른다.


그제야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한 자락.




사무실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기획서 마감을 앞두고 정신이 없었다. 헌데 요청했던 재무제표 수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회계팀으로 가서 재촉하자고 했다.


근데 그때 회의실 앞에서 문을 열고 머리를 정돈하며 아내가 나온 것이었다.

같은 회사 씨씨이기도 했던 우리는

아니 너무 익숙한 그녀였기에

아니 철썩 같이 믿었던 그녀였기 때문에

그녀의 표정에서 스치는 당혹감을 애써 기억하지 않았다.

그보다 당장의 기획서가 더 중요했으니까.

나는 회계팀 담당직원에게 자료를 당장 줄 것을 요청했고, 담당 직원은 1분도 안 돼 자료를 메일로 전송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회계팀을 나왔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 가는 길목에서 이연한을 마주친 것이었다.


아내가 나왔던 곳에서


시차를 두고 이연한이 나왔던 것이다.


그 말은 둘은 같은 공간에서 무언가를 했다는 것이다.

남편이 재직하는 회사에서 남편 상사와

.....

그때 유난히 친근하게 인사하던 이연한의 기억이 소환됐다.



이대로 죽기엔 억울하다.

저 년 놈들을 내가 박살을 내고 저승길 간다.

아니다, 저승길에서 만큼은 마주치고 싶지 않다.

죽고 싶을 만큼 더한 지옥을 선보이겠다.


그때 전광판에서 속보가 들어왔다.


‘마사회 기수, 부정 경마 불공정 채용에 극단적 선택’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과천으로 향하고 싶어졌다.


자살, 대출, 복수, 경마 ···

도서관, 책, 취업, 퇴사, 결혼, 이혼 ...작가의 꿈


딱 한 번 궤도 변경을 했을 뿐인데 유사 검색어들이 험악해지고 있었다.


타락 아니 자살자의 뻔한 스토리.

뻔한 스토리를 드라마의 세계에선 클리셰라고 부른다.

뻔해서 진부하다고 해석이 되기도 하지만 뻔해서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하기도 한다.


바로 뒤에 문이 있다.

저런 쓰레기들을 피해 숨어 있고 싶지 않다.



나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놈이다.

내겐 주어진 시간도 얼마 없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일부러 문을 크게 '쾅' 닫았다. 소심한 복수였다.




갑자기 난 소리에 이연한과 김수진은 놀랐다. 불안이 엄습했다.

불륜의 어쩔 수 없는 조마조마함이다.



-



주말, 경마장 주변은 인산인해였다.

무가지처럼 생긴 종이를 사람들이 나눠주고 있었다.

아니, 돈을 주고 사고 있었다.



호주머니를 뒤졌다.

꾸깃꾸깃한 지폐가 보였다.


딱 내 모습 같았다.



사고 싶어 산 건 아니다.

그냥 그 지폐를 더 이상 갖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샀다. 정보지를.

그리곤 무리에 몸을 섞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온 사람들의 목적지는 두 갈래로 나눴다.


하나는 가족, 친구, 연인과 놀이공원을 찾은 인파였고 다른 말로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나 같은 인생 한방을 노리고 온 사람이었다. 다른 말로 불행한 사람이었다.


한때 나도··· 아니. 어제까지도 아닌 몇 시간 전 만해도 경마장 가는 사람들을 혐오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내가 혐오하던 사람이 돼 나 자신을 혐오하고 있다. 뭐, 상관 없다.


기억 속에 깊이 묻어 둔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절대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

......

능력 없는 남자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버리지 않은 인물이었다.

다만 그 희망을 번개 맞을 확률보다 희박하다는 도박에 올인(All IN)했다는 게 문제지만

떠오른 기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힘껏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을 골라낸다.


이제껏 선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생각이 달라진다.

이게 삶의 연륜인가.


허름한 차림의 중년 남성들, 그들의 발걸음에서 나는 절박함을 읽어낸다.

더이상 그들을 욕할 수 없었다.

아니 나는 지금 누군가를 욕할 처지가 아니다.


인생 막장 ... 을 걷는 내가 대체 누굴 욕하고, 욕을 한다고 해 봤자 루저(Loser)라고 되레 내가 욕 처 먹을 게 분명하니까.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거 같다.

그토록 혐오했던 그 길을 선택하는 내가

그런 나를 만든 모든 것들이

원망일까.

아니면 회한의 감정일까.

그것도 아니면 ······


울컥하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기어이 눈물이 돼 흐른다.

소리 없는 눈물이 이렇게도 슬픈 일인지 나는 몰랐다.

그렇게 울다 보니, 입구였다.

눈물을 멈춰야 한다.


울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까짓 것 울고 싶으면 울지··· 뭐 그게 대수라고 나는 나를 억제하며 살았을까 싶다···


큰 숨을 내쉬었다.

진짜 경마장에 들어섰다.


여기서도 눈물이 나면 나는 참지 않고 꺼이꺼이 울거다

그렇게 다짐하고

주변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이 넓은 공간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경마를 하러 왔다.

타자에 나오는 꾼의 모습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가볍게 호기심에 온 시민들이었다.


두리번두리번

······


직관력이라는 걸 발휘해 보려고 했으나 경마장은 어려웠다.

건전하게 순진하게 산 내가 이곳에선 제일 문제아 처럼 보였다.


너무 노잼의 삶을 살았다.

이제부터 제대로 타락이라는 것을 해 보겠다.



공부만 하다 의사, 판사, 장관이 되는 사람들이 왜 중년이 되어서야 방황을 하는 지 알 것 같다.

사람은 그 나이 때 해야 하는 것들을 즐기고 참고 누리고 인내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고 참고 또 참으니까 나중에 터지는 것이다.

작은 화를 자주 분출해야 큰 화가 되지 않는 법인데 그들은 큰 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경마장, 경마장이 대수라고

나는 타짜의 아들 ...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 '놀이 공원에 가도 입장권을 가장 먼저 사잖아. 그래, 마권을 사러 가자.'


근데 마권을 보니, 더 난감했다.


장소에 표시가 된 건 알겠다. 지금 위치를 체크하면 되는 거고, 액수도 알겠다. 근데 상한선이 겨우 10만원?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다 싶었다.




근데 진짜 어려운 건 용어였다.

단승, 연승, 삼복, 쌍승······

한국어는 분명한 거 같은데 당최 뭔지 모르겠네 싶다.


또 주변을 컨닝하기로 했다.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으로

다들 능숙하게 체크하고 있다.

몇몇은 바닥에 앉아 정보지를 탐독 중이다.

고시 준비 하는 줄

······


어쩔 수 없다.

현대인의 세련된 스킬 검색 찬스를 가질 수 밖에

도박에도 진입장벽이 있다니···번거롭다


갑자기 환호성이 들리··· 아니, 환호성 같았던 소리가 절규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진가보다.



승자독식!!!

희비가 엇갈리는 사람들


경주말들이 결승점에 도달한 후 경마장의 풍경이었다.

내 과거가 엿보인다


내 삶은 1등이 승리의 환희를 누릴 때··· 2등이 아슬아슬하게 1위를 놓친 안타까움을 표출할 때 ··· 무슨 이유인 지 결승전과 가장 먼곳에서 헛발질만 해대는 저 자격부적합 말 같다.


지나간 과거에 그만 연연해야겠다.

살 날이 진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건 쓸데없는 낭비니까.

대출 받은 액수를 알뜰살뜰 다 소진하고 죽을테다.

아 칼춤도 한 번 춰야 한다.

할 일이 많다.


배당률이 가장 높은 마권을 검색했다.

삼봉승식······

1위에서 3위까지 순서까지 정확하게 맞추면 되는 방식이란다.


‘그래, 삼복승식으로 가자.’


1위에서 3위까지 찍신을 발휘해보자,

그렇게 정보지의 정보들을 취합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항공권 발권이 완료 되었다는 메일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출발

두바이 국제공항 도착

좌석 번호 95A


95라는 숫자가 갑자기 볼드 처리가 됐다.

눈을 깜박깜박 해 보았다.


볼드는 사라졌다.


‘그래, 쌍승식도 하나 더 하자.’가 됐다.


최고액을 마킹했다. 십만원··· 대출 받기전 전재산이라고 생각하니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가 보다 싶다. 선후가 조금 이상하지만 정보지를 봤다. 비인기마로 분류된 9번 두리안과 5번마 천녀지기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괜한 짓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

그러니 돈지랄도 살면서 한 번 경험하는 걸로 합의를 봤다.


관람석으로 이동했다

담배 냄새, 땀 냄새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경기가 시작될 모양이다.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커다란 전광판에 말들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기수들이 자세를 낮추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경기장을 감싼다.


경기가 시작됐다.

말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결승선을 향해


정보지 에서 예측한 대로 1번 빈이와, 2번 팡이, 3번 삼식이가 초반 선두권을 다투고 있었다. 1위, 2위가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 명승부 중이었다.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관람석은 뜨거웠다.

나는 더 뜨거워졌다.


'정보지,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사방에서 거친 욕설은 추임새가 돼 날 더 달궜다.

마른 침을 삼겼다.


'정말 내가 찍은 대로 말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 인생 역전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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