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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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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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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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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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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

DUMMY

"저 여잔 제 전 와이프에요. 그리고 그 건너편은 제 전 상사"

"...흥미로워... 흥미롭네요. 근데 지금 전 와이프를 만났다... 두바이에서... 우연히"

"네,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더라고요"

"사귀기 전,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고 믿고 싶죠. 근데 이별 후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란 말이 나오지 않아요. 그보다 악연이 될 가능성이 높죠. 똑같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결말은 완전 다르죠"


릴리는 전와이프가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본다.


"좋은 소식 하나 전해 들릴까요?"

......

나는 그녀의 뒷말을 기다려본다.

"지금... 저 여잔 행복하지 않아요."

릴리가 말한다.


"아닐 걸요... 두바이는 아내가 오고 싶어 하던 장소예요... 거기다 둘은 임신도 했는 데... 물론 남자는 아이를 원하지 않아요...하지만 아내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고... 원하던 아이를 가졌고..."

"글쎄요? 아이를 가진 여자가 루프탑 바(Loof Top Bar)라....그리고 칵테일이라... 안 어울리는 조합 아닌가요?"


역시 여잔 예리하다.

임신이라고 했는데......임신이라면 여기 있을 수 없는 거다.


내가 그날 옥상에서 들은 것과 본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왜 이혼을 하고도 그들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없는 것일까.

왜 그들은 내 앞에 있는 것인가.


나는 칵테일 잔을 들었다.

머리가 복잡할 땐 알코올이 최고 치료제다.

릴리도 자신의 잔을 들었다.

그리고 건배를 제의했다.


"복수를 위하여"


그녀가 웃는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냉철함이 깃든 눈이다.


나는 잠시 주춤했다.

그리고 웃었다.

불행한 사람은 복수를 꿈꾼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불행한 사람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볼 것도 많은... 꿈과 행복의 세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최고의 복수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녀가 질문을 던진다.


"복수 따위 생각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사는 거?"

"하하하하"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는다.

여성스러운 외모에 호통한 웃음소리

그녀는 매력적이다.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그녀의 표정이 야릇하다.

나는 그 야릇한 표정이 싫지 않다.

태연한 척 묻는다.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건데?"

"내가 너의 여자친구가 돼 줄게."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다.


"거절할게."


릴리 역시 내 반응이 예상하지 못한 듯 싶다.

눈이 커다랗게 커진다.


"왜냐면...난 복수를 위해 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더욱이 사랑을 가짜로 연기하기도 싫어"

"복수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지 않아?"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어.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릴리가 그윽하게 쳐다본다.

그녀의 표정이 한층 친근해진다.

나에게 진심으로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다.


"나에게 너의 인생을 이야기해줄래?"

"내 얘기를 해줄까?"


릴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서부터 내 인생을 이야기해야 할까.


"생각해보면 계속 누군가를 미워했어. 대학 다닐 땐... 알바를 해야 했는데... 법에서 정한 급여를 제대로 안 주는 사장님들 때문에 화가 났어... 근데 그 사장들이 그렇게 인자한 척 개념 있는 척은 하는 거야... 어린 학생들 피 빠는 흡협귀 주체에... 회사 다닐 땐... 쥐어 짜면 된다는 고용주, 그리고 그 고용주의 하수인 상사... 그런 것 때문에 화가 났어... 가만히 냅둬도 내 할 일이 뭔지 알고, 할 건데... 그렇게 못 살게 구는 거야... 나는 사람인데... 부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고장이 나면 대체할 수 있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대접이 ... 인간의 존엄성... 그건 너무 거창한 거 같고... 나를 하찮게 느끼게 했어... 근데... 하찮게 느끼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진짜 더 무력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정말 하찮아 지더라... 여전히 출근하고, 여전히 불만이 단전 어딘가에 습관처럼 머물고 있고, 그런데 해야 할 일은 미련스럽게 해나가고 ... 그렇게 살았는데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더라구... 큰 사고를 쳤으면 나도 미안해서 나가겠는데... 이유가 없더라고... 근데 나는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되더라고... 근데 상사가 여론을 모니까 그간 냉랭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나에게 등을 돌리더라... 나만 회사에서 고립이 돼 가는 거야... 근데 내가 그 드럽게 치사한 그곳에 사표를 던지지 못해... 참 거지 같더라고... 근데 그때 아내가 이혼을 하자고 하는 거야... 지금 저기 앉아 있는 두 사람 이야기야. 내 전 상사랑 전 와이프야"


"한 편의 영화 같다. 그래서?"


"내 꿈이 작가거든... 죽기 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레미제라블 같은 명작 하나 만들고 죽으면 죽어도 되겠다, 생각했어. 그리고 내가 전화위복이란 말을 좋아해. 화가 변하여 복이 된다. 듣기만 해도 희망이 차오르잖아.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어. 그리고 단막극 수상을 하면서 작가가 돼. 근데 3년 후에 폭망해. 그래서 죽으려고 했어. 근데 올라간 건물은 높지 않았어. 상상력을 발휘해봤지. 기껏 떨어졌는데 죽지 못한다면...최악일 거 같더라고. 그래서 제일 높은 건물이 있는 곳을 검색했더니 여기더라고그래서 바로 두바이행 티켓을 결제했어. "


"드라마틱한데? 그래서 자살 여행을 온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건배를 제의 했다.

완샷을 했다.

나도 들이부었다.

술이 달다.


그녀가 웨이터를 불렀다.


"투 카미카제"


웨이터가 떠났다.


"카미카제가 무슨 뜻인 줄 알아?"

릴리가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내 얘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자살한 일본 공군 아니야?"

아는 상식을 총동원한다. 아니, 술을 먹었더니 뇌가 활성화 됐다.


"맞아. 2차 세계 대전 때 패전을 앞두고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적군 전함을 향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일본 특공대원들을 카키카제라고 불러."

"근데 카미카제란 칵테일이 있는 줄 몰랐어. "

"이름 만큼 독한 술이야. 30도로 알려졌지. 근데 이 술을 누가 만들었는 지 아니?"

"일본 사람들 아니겠어? 원래 상품화 하는 능력이 뛰어나잖아. 독도로 자기 네꺼라고 우기고, 김치도 우기고"


릴리가 진지하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미국이야... 냉혹하지... 일본이 스스로를 기리기 위해 카미카제를 만든 게 아니라, 승전국인 미국이 패전국의 마지막 발악을 칵테일로 만들었다는 거야. 그것도 태평양 전쟁 당시에... 일종의 조롱이지."


그때 노란색의 칵테일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릴리가 우아하게 한 모금 마신다.

나도 한 모금 마신다.


목이 타오른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게 된다.


릴리가 웃는다.

사랑스럽다.

그녀가 웃을 수 있다면 나는 한 번 더 삐에로가 돼 줄 수 있다.


"어때?"

"강한데...자극적인데... 이상하게 끌리네."

"그런 걸 조심해야 해"

릴리가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봤다.


고작 칵테일 두 잔에 적당히 취기가 도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웨이터를 불렀다.

그리고 주문을 넣었다.


"저쪽 테이블에 카미카제 칵테일 두 잔 전해주세요."


릴리가 웃는다.


"너 멋지다."

"나 멋있지. 나 진짜 멋있게 살고 싶었는데...근데 멋짐을 뽐낼 일이 없었지. 근데 이제부터는 진짜 멋지게 살아보려고... "


릴리가 일어선다.

그리고 의자의 위치를 미묘하게 조정한다.


이연한의 테이블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들은 갑자기 생긴 공짜 칵테일에 어쩔 줄 모르고 좋아한다.


여행지에서의 행운

일상에 찌든 자들에게 그 작은 행운도 행복이 된다.

행복해진 그들이, 그들에게 선물을 해준 고마운 사람을 찾아 시선을 돌린다.

그 시선이 나에게 멈췄다.

행복이 달아난다.

그들은 동시에 당혹한 표정을 짓는다.

의아함

그리고 연이어 찾아온 불쾌함


그들 눈에 미모의 릴리도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릴리가 일어선다.

그리고 나에게 팔짱을 낀다.

릴리는 현명한 여자다.


남자의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는 여자다.


나는 릴리와 함께 루프탑을 빠져 나온다.

어깨를 펴고, 척추를 곧게 세우고



"재미있는 곳 갈래?"

릴리가 물어 본다.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해본 적이 언제 였던가.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녀를 따라 나섰다.


그녀가 걷는다.

나도 그녀와 보폭을 맞춰 걸었다.

설레임이란 간지러운 감정이 찾아 왔다.

그녀가 궁금하다.


"나는 너의 스토리가 궁금해."


그녀가 웃는다.


"뭐, 별 거 없어. 공부 했고, 공부를 꽤 잘 했고, 결혼을 했고, 지금은 미망인"


"남편은 어떤 사람이었어?"

"남편은... 사업을 했지... 한 번 마음 먹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구가 멸망하더라고 해 내야 하는 사람... 그런 면에서 나랑 맞았어. 나도 한 번 마음 먹은 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사람이거든."

"너도 해내고 싶은 게 있어?"


릴리가 나를 쳐다본다.

눈빛이 달콤하다.

그리고 입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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