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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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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44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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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4

DUMMY

키스, 두바이, 7성급, 릴리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진짜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다.


그녀의 입술은 자그마했고, 따뜻했고, 부드러웠고, 달콤했다.


"나 너를 좋아하는 거 같아."

그녀가 느닷없이 고백을 했다.


나는 고백이 익숙하지 않다.

얼굴이 원숭이 엉덩이이 컬러가 된다.


"너 얼굴이 불타는 거 같아... 하하하"

그녀가 나를 놀린다.


근데 그 놀림이 나쁘지 않다. 나도 어려서 좋아하면 놀리고, 괜히 짓궂게 장난을 쳤었다. 싫으면 관심도 두지 않는다.


영어를 못해서 다행이다. 미숙한 영어 핑계를 댈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녀는 점점 으슥한 곳으로 향했다.

고층 건물에서 벗어날수록 거리는 화려한 최첨단의 두바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두바이의 진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아니다.

이 질문은 잘못되었다.

두바이가 한 겹으로 이뤄졌을 리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한 겹으로만 구성된 존재가 아니다.


세상 좋은 아빠 그리고 남편이지만 유흥업소에선 또 다른 자아를 선보이는 짐승......

세상 좋은 기업가이지만 산재 처리에 있어선 또 다른 자아를 보여주는 동물......

세상 좋은 복지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가 운영하는 곳에선 멍이 들어 죽어가는 장애우가 자꾸 생겨나고......


나 역시 자살 직전까진 지지리도 안 풀리더니... 자살을 구체화하고 실천하고 나니...삶이 달라지고 있다.


마치 전후로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의 나도, 과거의 나도 다 나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풍문 하나가 있었다.


'남자가 혼자 해외로 여행을 갔대. 근데 미모의 여성이 엄청 친근하게 다가왔대. 맛집도 데려가고, 관광지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졌대. 사람을 의심하면 안 되잖아. 특히 미모의 여성의 선의를. 그렇게 그녀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갈 무렵... 그녀가 으슥한 곳으로 데려갔는데... 인적이 없는 곳이었대. 어둡기도 하고. 남자는 가슴이 세차게 요동 치기 시작했대. 그 말로만 듣던 여행지에서의 로맨스가 진짜 이렇게 현실이 될 수도 있구나 하고.


근데 도착한 곳엔 ATM 기계가 있더래. 기대한 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또 당했다 싶더래. 그때 낯선 남자 두 명이 등장했대. 그리고 싸함 한 줄기가 등골에 흐르더래. 아우라 만으로도 알 수 있었대. X 됐구나.


그때 그녀가 말했대. 있는 돈 다 인출해. 가만히 있었대. 근데 뒤통수에서 총구가 느껴졌대. 순간...주마등처럼 인생이 흘러가더래. 그리고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구나, 이렇게 하직할 거라면 해보고 싶은 거 다 해 보는 건데... 한 번 잘못된 방향을 그리기 시작하니까 뇌가 끝없이 어두운 상상을 하더래...그렇게 온순한 어린 양이 돼 기계에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그 돈을 다 인출했대... 그러자 그녀도 남자도 사라졌대. 여행 왔다가 무일푼의 거지가 되었대'


왜 하필... 으슥한 골목길로 향하는 길에... 그 스토리가 떠오르는 건가?


이안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살고 싶은 본능이 발동 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호텔로 달려 가고 싶은데...이성도 작동한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몸은 그대로 릴리를 따라가고 있다.


호기심... 이 몹쓸 호기심

희망... 이 몹씁 희망


그때 릴리가 보통의 건물로 보이는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단독 주택인데... 옆에도 그 옆에도 비슷한 주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담장과 담장 사이가 꽤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중산층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곳이었다.


릴리는 초인종을 누른다.

그러자 건장한 남성이 나왔다.


"마르하바"

"마르하바"


릴리가 익숙하게 아랍어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 나를 응시한다.


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리스크를 선택할 것인가. 안전 지향을 추구할 것인가.


나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한다.

아, 어리석은 인간이여!


화려하지 않은 외관과 다르게 내부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웠다.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하였다고 하지만 불필요한 요소를 완전 배제하지도 않았다.

없어서 빈곤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절제의 미로 포장이 되는 공간이었다.

여기엔 안목이라는 것이 긴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훌륭하다.


원래 삶은 불필요한 것들을 적절하게 운용함으로써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는 법이다.


그녀를 따라 간다.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하 5층으로 내려 갔다.


'아니, 지층은 고작 3층 높이인데... 지하가 이렇게 깊을 필요가?'


괜히 마른 침을 삼키게 된다. 호기심과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다.


목적지 도착이다.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린다.

많은 수의 사람이 모여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약 스무 명 정도


그러나 자정에 가까운 야심한 시각, 스무 명의 인원이 집합하고 있는 건 또 다른 의미다.


그들이 궁금하다.

거리를 두고, 시선을 두게 된다.

친숙한 비주얼(VISUAL)이 아니다.

당연하다.

여긴 한국이 아니다.

그리고 익숙하게 보던 할리우드의 영향권 밖이다.


낯선 건 두려움을 준다.

거기에 위엄 같은 것이 더해진다.

아마 배경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아웃오브리그(OUT OF LEAGUE) 같은 위화감이 느껴진다.



지하의 공간은 꽤 넓다.

겉에서 볼 때와 사뭇 다르다.

거울을 배치해 더 확장된 느낌이 연출 됐다.

회색의 시멘트 기둥을 군데 군데 놓여 있어 층고감을 주었다.

모노톤의 아테네 신전의 느낌이기도 하다.


의자와 테이블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프라이빗(Private)한 공간을 지향했다.


앉아 있는 사람, 누워 있는 사람, 여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인다.

물론 실루엣 뿐이다.

얼굴은 조명을 활용해 이목구비를 식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호기심이 급발동한다.


정 중앙에는 권투의 링 같은 공간이...아니, 팔각형의 격투기 경기장의 모습을 띤 옥타곤이 보인다.

그리고 그 둘레를 투명한 사각형으로 막아 놓았다.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배정 받았다.

릴리가 마실 것을 주문 했다.

그러자 검은 정장을 입은 직원이 음료와 함께 과일을 테이블로 갖다 줬다.


릴리가 갤럭시 패드를 건네준다.

그곳엔 머그샷과 신상이 적혀 있다.


이름 장쉐이

국적 중국

나이 38

특이사항 탈영, 성착취, 마약, 도박, 탈옥, 절도, 신체 훼손, 살인


......


본 소감은 무슨 범죄 종합선물세트 같다.


나는 뭔가 제대로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있다.


그때 릴리가 말한다.


"이곳은 사설 감옥이에요."


할 말을 잃었다. 군만두만 주야장천 먹으며 왜 갇혀 있는 지, 여기가 어딘지, 언제 나갈 수 있는 지 아무 것도 몰랐던 올드보이 최민식이 떠오를 뿐이다.


사설 감옥에 대해 듣긴 들었다. 그리고 진짜 세상 어딘가 존재할 것이라고... 상상도 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장소에 있게 될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근데 상상 조차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끔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검투사 경기를 진행합니다. 지금 두 명의 재소자가 경기를 준비 중이고... 곧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화면에 보이는 건 그들의 신상이고요."


그러니까 정리하면...지금 나는 검투사 경기를 실제 보게 될 예정이다.


무대 위에 약 180 센치미터 가량의 아시아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어 거의 비슷하지만 체구가 있는 여성이 보인다. 국적은 미국이다. 체급으로 치자면 같은 레벨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뒤편으로 LED 전광판에 글자가 흘러간다.

글자들이 예사롭지 않다.


칼, 창, 총, 소화전, 망치, 톱, 냄비, 채찍, 그물, 케이블타이 ······


“이곳의 룰은 간단해요. 재소자 둘이 링 위에 오른다. 각자 무기를 고른다. 그리고 상대가 죽을 때까지 결투를 벌인다. 진짜 목숨을 건 한판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관전자는 이를 지켜보면서 즐기죠. 또 돈을 배팅하죠. 누군가가는 승리의 환희를 느끼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고요.. ”


뒤로 네온사인이 돌아간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각자 주어진 버튼을 누른다.

무기 선택 과정이다.


전광판에 그들이 선택한 무기가 보여졌다.


여자는 케이블 타이였다.

남자는 그물이다.


우위를 가를 수 없는 선택이다.


남자는 그물로 포획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물이 낯선 지 뜻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헛 스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쉬지 않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래도 타고난 운동 감각이 있는 듯 싶다.

이내 그물의 원리를 파악한 거 같다.

그리고 그물을 채찍의 용도로 용도 변경을 시도했다.


그물이 허공을 가로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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