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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님의 서재입니다.

죽으려고 했는데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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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로
작품등록일 :
2023.07.06 16:23
최근연재일 :
2023.07.25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51
추천수 :
17
글자수 :
66,063

작성
23.07.17 06:0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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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

DUMMY

몇 번째 보는 지 모르겠다.

그러나 볼 때마다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그야말로 시간 순삭이다.




특히 막판의 공구상에서 악당과 맞짱 붙는 장면은 ... .그야말로 손에 땀이 차게 만드는 명불허전이다.




그리고 깔끔한 뒷 처리까지.




먹이 사슬의 가장 꼭대기를 처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그 공석, 꼭대기는 곧 다른 이로 대체되겠지만.

그리고 더 악랄해지겠지만

영화는 거기까진 건드리지 않는다.


때론 긍정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싶어한다.

굳이 현실 100%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현실의 잔혹함은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되니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를 읽던 주인공의 활약이 그렇게 소개된다.


1편 클리어(CLEAR)




2번째는 레옹이다. 이퀄라이저와 결이 비슷하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청부 살인업자 레옹 그리고 그의 이웃 사촌 마틸다가 주인공이다. 이웃 사촌이라고 하기엔 아빠와 딸만큼 나이차가 있다.




암튼... 어느 날, 마틸다의 가족이 몰살 당한다. 마틸다는 평소처럼 우유를 사선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자신의 집이 아닌, 레옹의 문들 두드린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다.


레옹은 무기를 들통, 신분이 노출돼 마틸다를 죽여야 마땅하지만 죽이지 못하고 대신 그녀에게 살인의 기술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자신이 애정하는 식물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마틸다를 사랑하게 된다.




끝까지 예상을 무력하게 하는 반전의 미덕을 잃지 않은 명작이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눈물이 흐른다.

역시 헐리우드는 이 감성을 건들이지 못한다.


이퀄라이저엔 그런 감성이 없다.


그런 면에서 프랑스가 한 수 위다.

하지만 대중성은 또 다른 영역이다.


마틸다를 살리기 위해 마틸다를 안전한 곳으로 내보내려는 레옹과 절대 혼자 두고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마틸다... 마틸다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레옹과... 그리고 그 약속을 거의 지켜 가는데 ... 그 이상은 스포니까 여기까지만 적는다.


두 편을 내리 봤더니, 기내식이 도착했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아, 비행기 이륙 후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맥주와 간단한 스낵이 제공되었다.




비행 시간이 길 때 저가 항공사가 아니라면 맥주, 와인 정도는 기내식으로 제공되니, 누리라고 했다. 비록 여행과 먼 삶이었지만 풍문으로 접해 들었다. 풍문은 훌륭하다. 풍문 만세만세만만세






중동 국적의 항공기를 예약했다.

특별 기내식을 사전에 주문 받았다.

동양 채색, 힌두교실, 유대교, 자이나교, 회교식....

나는 무교라 패스했다.




아름다운 승무원이 기내식을 묻는다.


나는 닭 대신 소를 선택했다.


며칠 호텔 조식에 익숙해졌는지, 기내식은 그저 그런 맛이었다.


영화나 마저 봐야겠다.


근데 세 번째 픽부터 막혔다.


익숙하지 않은 아랍, 인도, 아프리카 영화 리스트만 화면을 채우고 있다. 선택의 저주에 걸렸다. 거기다 한국 자막이 모두 지원 되지 않는다. 부연하면, 한국어 자막을 선택하면 선택의 폭이 대폭 줄어든다.


한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그건 불편함의 추가다.

이제부터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속하게 되겠지.


그렇게 아무 거나 골랐다.

진짜 랜덤(RANDOM)은 아니었고, 조금 로맨틱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여행 전 감성을 복수 혈전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


그냥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 여기엔 여행지의 로맨스도 포함이다.

적어도 다크한 시선으로 다크한 분위기를 풍기고 싶지 않다.


영화는 메이디인인디아(Made in India)였다.


대학교 교정에서 둘의 연애가 시작되는 거 같다.

남자가 첫 눈에 여주에게 반한다.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가 시작된다.


뻔한 사랑 이야기 ......라고 지레 짐작했다.


근데 갑자기 귀신이 등장한다.


등골이 서늘하다.

갑자기 한기가 느껴진다.

담요를 찾는다.

담요를 덮는다.

영화를 마저 본다.


놀이 공원, 귀신의 집 수준이다.

아니 그것보단 레벨 업


귀신의 집은 예상한 곳에서 귀신이 출몰한다.

그리고 귀신 분장을 한 사람이 나올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근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을 낚았다.


마치 러브 스토리인 것처럼 혹하게 만들어 놓고 초반 10분 빼곤 다 퇴마사 얘기다.

예상을 못하고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면 얼과 혼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주도권을 잃게 된다.

귀신의 억울한 사연에 초점을 맞춘다.


잠이 확 깼다.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스튜어디스를 호출하자.


기내는 조용하다.

사람들이 잠을 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빈 좌석을 침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영화까지만 보고, 나도 자려고 했는데...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잠이 다 달아났다.



이틀 간 숙면을 취한 것도 한 몫 할테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영화나 한 편 더 봐야겠다. 그전에 화장실 좀 다녀오고.


화장실 가는 길이었다.


"뚝"

뭔가가 떨어졌다.

주워 들었다.


여권이다.

그리고 익숙한 케이스가 보인다.


'설마?'


페이지를 펴 본다.

이어 여권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둔다.

익숙한 두 얼굴이 보였다.

가뜩이나 달아난 잠이 다시 한 번 달아난다.


테이블 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으려는 찰라 마음을 바꿨다.




왜 내 손에 들어왔을까?

세상엔 우연은 없다.


여권이 내 손에 있다.


근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몇 걸음 가다 보니, 빈 좌석이 보인다.


더 들고 다니기 싫다.



의자 뒤에 부착된 팜플렛, 안대 따위를 보관하는 공간에 넣어 둔다.






그 여권은 나와 함께 만든 여권이었다.


생각해보면, 결혼 후 아내는 여행 가자는 얘길 참 많이 했었다.

친구가, 동료가,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여행을 다녔고, 자연스럽게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TV에서 라면 먹는 장면만 나와도

라면이 너무나 먹고 싶어지는 게 인지 상정인데......


TV를 켜면, 온통 여행 콘텐츠가 화면을 채우고

사람들도 그 영향을 받아 여행을 친구네 집 가듯 카페 가듯 떠나고 여행의 추억을 SNS에 올려 자랑을 하고



여행이 목적인가


사진이 목적인가


과시가 목적인가


그 모든 것이 목적인가 싶은






하지만 나는 여행만큼은 여유로운 상태로 떠나고 싶었다. 사실 여행 한 번 떠나는 일...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서른에서 마흔은 삶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과업이 그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만 기반을 마련하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거라는 믿음

그 믿음만 가지고 인내하기로 한 거다.


술, 담배, 도박, 바람 ... 온갖 유해한 것들로부터 안전 지대

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남편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정도는 이해해주기 바랬다.


그런데... 아내는 아니었다.

아내가 바라는 일상은 내가 바라는 일상과 거리가 있었으니까.


생각해보면, 두바이는 아내의 위시 리스트 목록 중 하나였다.


"이것 봐봐"

그때 나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모처럼의 주말, 나에겐 잠시 뇌를 식힐 거리가 필요했다.


게임에 몰입한 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PC방이 화재가 났는데도 레벨업이 한창인 이들이 게임을 선택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때의 나는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나도 주중 내내 힘들게 일했어. 너만 일한 게 아니라고."


게임은 순항이 될 수 없었다.

찜찜함과 짜증 그 중간의 감정이 생기고 있었다.


'여자는 왜 혼자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가?'


'왜 모든 걸 함께 하려고 하는가?"




속 마음에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출하진 않는다.


"잠깐만 곧 끝나. 이것만 끝내고 얘기해."

그리고 기다려 주길 바랬다. 아니, 그냥 나를 좀 내버려 두길 바랬다.




그러나 아내는 씩씩 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거칠게 닫힌 문이 선전포고였다.




나는 아내를 따라 나섰다.

물론 이건 신혼 초기에... 하지만 점차 익숙해져서... 나는 함께 사는 동반자를 생각할 기회가 줄어 들었다. 아니, 고단해서 나 하나 생각하는 것만으로 버거웠다.




자극적인 뉴스가 참 낯설지 않다.


나는 그 자극적인 뉴스 속 남편에 해당되지 않으니까 괜찮은 남편이라고 자기 변명을 더했던 거 같다.


게임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화만사성


가정이 평화로워야 한다.



아니면,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하면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전화를 걸기로 했다.


"어디야?"

한 마디 정도, 화해의 의사 표시 정도는 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내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 통, 두 통, 세 통... 나도 인내심이라는 것이 있다.

네 통, 다섯 통... 속이 부글부글 가열되고 있다.

여섯 통... 나는 핸드폰을 던져 버렸다.



이제 싸움의 본질은 흐려졌다.




아내는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만취 상태로 들어왔다.


"아씨, 내 인생 돌려줘. 내가 너랑 살면서 친구한테도 내 속 마음도 못 말해. 남편이 있는데... 남편이 열심히 착실히 사는데... 나도 아는데... 근데 나는 외롭고... 나는 무료하고 ... 이럴 거면 왜 결혼했나 싶고... 너 혼자 하고 싶은 거 할 거면 혼자 살지 왜 결혼은 해서... 같이 마실 술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게 다 네 탓 같고... 이래서 엄마가 결혼은 비슷한 사람이랑 해야 한다고 반대했구나 싶고...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했으니 엄마한테도 하소연을 못하고... 그럼 남편이 나를 이해해줘야 하는데... 남편은 세상 자기가 젤 불행한 것처럼 살고...... "


"이러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이러려고 내가 사는 건 아닌데... 나 너무 불행해..."


아내는 울고 있었다.


나는 한평생 술과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아빠가 술과 도박 그리고 엄마에게 폭력만 가하지 않으면 좋겠다, 고 유년 시절 내내 생각했다. 내가 그린 가장의 이미지는... 최악이 아닌 보통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사이 좋은 부모 아래 화목하게 자랐다. 아내의 기대치는 가장 가까운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나는 모범사례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내가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내의 술주정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 뭐하고 사는 거냐?'


나는 아내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아내의 핸드폰 배경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낯선 건물인데...꽤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근사했다.


그 건물이 아이두바이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로 알려진 두바이의 관광명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0 흑전사
    작성일
    23.07.21 13:23
    No. 1

    레옹 무삭제판 보면 무슨 이유인지 아는데..>>>삭제해놓고 무슨 스포일러.. 그냥 흥미아니면 아무것도 아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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