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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오메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의 악마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사이오메
작품등록일 :
2017.07.07 04:30
최근연재일 :
2018.03.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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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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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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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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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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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Phase 11. 약은 약사에게, 악마는 악마사냥꾼에게 - 6

DUMMY

상봉은 고통에 찌든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는 간신히 눈을 움직여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온 몸이 가죽 벨트로 꽁꽁 묶여 있었다.


“...어쩐지 꿈에서 내가 벌레가 되어 있더라니.”

“그래? 무슨 벌레였나?”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상봉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차마 제 몸을 보긴 싫어서... 지렁이였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은 어땠나?”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

“꿈이란 게 다 그렇지. 몸은 좀 어떤가, 준위.”


상봉은 꽁꽁 묶인 몸을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당장은 괜찮은 거 같습니다. 이것들만 좀 풀어주신다면.”

“그건 좀 힘들어. 미안하지만.”

“역시 그렇습니까...”


정민은 의자에 기대고 있던 몸을 반듯하게 세웠다.


“기억이 나나?”

“...대충 기억납니다. 장비실에, 장 소위가 들어오고... 제가 좀 이상한 사람이었죠.”

“그 이후는 기억이 없는 모양이군.”

“네... 제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정민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차근차근 얘기하지. 일단 지금은 자네의 그 마지막 기억으로부터 이틀 정도가 지났어. 대략...”

“하루하고 한나절입니다. 대장님.”

“그래, 중위. 딱 그 정도 걸렸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군요.”

“시간만 걸렸으면 다행이지. 그동안 자네가 무슨 꼴이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제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아아, 이제 어떤 공포영화를 봐도 놀랍지 않을 거 같아.”


상봉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서있던 주희가 대신 말했다.


“좀비에 대해 아십니까?”

“좀비? 좀비라면, 그 옛날 공포영화에 나오던...”

“예, 준위님 모습이 딱 그런 것이었습니다.”


상봉은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놀랍지? 그래, 그런 널 상대했던 우리는 어땠겠냐. 악마라면 죽이기라도 하지, 이거는 몸은 정상인데 대가리만 이상해져서...”

“어... 제가 그렇게 된 것도 신기하지만 제가 살아있는 게 더 신기합니다.”

“응?”

“유대성 중사가 절 내버려뒀습니까?”

“......”


두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좀비처럼 날뛰는 상봉을 저지하는 것보다 저걸 죽여야 한다며 칼을 뽑고 설치는 대성을 말리는 것이 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답답하게 살아서야 언제 악마를 잡겠냐며 그가 화를 내고 나간 것이 불과 2시간 전 일이었다.


“크흠, 뭐... 그거는 그거고. 질문을 좀 하지. 괜찮겠나.”

“이거 안 풀어주십니까?”

“또 언제 발작을 할지 모르는데. 계속 맨정신일 자신 있나?”

“...참아보겠습니다.”

“중위, 준비를.”

“알겠습니다.”


주희가 단말기를 열어 녹음 기능을 켜고 내용을 메모할 준비를 했다. 정민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질문을 시작했다.


“그 약... 얼마 전부터 복용하고 있었지?”

“기요틴 말입니까?”

“그래.”


상봉은 머리를 긁고 싶은 듯 머리를 힘껏 꿈틀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신정지회 사건 직후일 겁니다. 그때부터 업무량이 많아져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제 후임이 추천해줘서...”

“이런 증상을 보인 것이 처음인가?”

“그렇습니다.”


정민은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있던 서류를 펼쳤다.


“의사 소견서에 따르면 자네는 마약 중독과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어. 하지만 마약을 먹은 적은 없지. 그렇지?”

“그렇습니다. 맹세코 그런 약물은 입에 댄 적도 없습니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렇다면 남은 건 이 피로회복제 뿐인데. 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니라 마약 중독 증상이 나오느냐, 이것이 문제야. 혹시 약을 먹었을 때 특이사항이 없었나?”


상봉은 눈을 껌뻑이며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딱히... 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약에 더 의존하게 된 거 같습니다. 피곤할 때 잠을 자는 것보단 그 약을 먹고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그러다가 점점 피곤하지 않을 때에도 그 약을 먹게 됐습니다.”


정민은 손을 턱에 가져다 대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여태까지 떠올랐던 의문들을 하나씩 연결하여 맞추어 보고 있었다.


‘펜듈럼 발생 현장에서 나온 기요틴 약통, 중독 증세, 장기간 복용 혹은 복용 중단 시 발견된 특이사항... 좀비와 같이 이성을 잃은 모습.’


정민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알았다. 준위는 여기서 당분간 치료를 받게 될 거야. 충분히 쉬어.”

“죄송합니다. 한창 바쁠 때...”

“알면 빨리 나아서 복귀해.”


정민과 주희는 격리병실을 나왔다.


“상봉의 상태를 예의주시해. 자네와 길 상사가 번갈아가면서 지켜봐줘.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면...”

“만약의 사태라뇨?”

“아니, 아니야. 기우이길 바래야겠지... 식약처에서 연락은 왔나?”

“지금 재검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결과가 나오려면 며칠은 더 걸린다고...”

“망할 놈들... 일단 알았어.”


정민은 단말기를 열어 두희에게 연락했다.




“그렇다면 이걸 오래 복용했을 경우 어떻게 되지?”


닥터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글쎄... 이런 건 나도 처음 보는 거라 표본이 없어서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순 없어. 가설이지만 DT와 동일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추측돼.”

“DT와 동일하다는 건...”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DT는 마치 방사능처럼 비교적 짧은 시간에 그 증세가 나타나지. 하지만 이건... 마치 신종 바이러스 같은 거야. 얼마만큼의 양이 유해한지, 잠복기는 얼마 정도인지, 증상은 어떤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윤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엔 표본의 문제인가.”


닥터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렇지!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 모든 가설에는 그것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실험이 필요하거든. 하지만 쉽게 구할 수는 있을 거야. 이미 민간에 제법 퍼진 약인 데다가 악마사냥꾼들도 많이 이용하는 약이니까.”

“악마사냥꾼들이?”

“민간에는 피로회복제로 알려져 있지만 각성제의 효과도 꽤 포함하고 있거든. 카페인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지. 아드레날린이 매우 효과적으로 분비돼서 마치... 총알이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더군.”

“최고의 개소리군.”

“뭐, 이론상 불가능한 말은 아니야. 어쨌든 세계 인구의 10%에게 약을 처먹이는 회사에서 자신 있게 내놓은 약이니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먹겠지.”


윤성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순간 그의 뇌로 어떤 이상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봐, 혹시...”

“음?”

“그렇다면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닥터가 검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어떤 가설을 세우고 있는지는 알겠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3년 만에 식은땀을 흘렸으니까... M.C`s Care는 전 세계 점유율 15%를 차지하는 괴물 기업이야. 만약 이것이 DT와 동일한 기능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단순하게 계산해서 전 세계 인구의 15%가 펜듈럼이 된다고 하면...”

“데몬 임팩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인가.”

“그렇다는 거겠지.”


윤성은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스터는?”

“이미 보고를 한 상태야. 하지만 별 다른 말은 없군.”

“...늙더니 상당히 여유로워진 모양...”


그 순간 그는 포르테시모의 사람들이 이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기억해냈다.


“이런 젠장!”


그는 닥터의 연구소를 뛰쳐나갔다.




“네? 약을 다 버리라고요?”


단말기 너머에서 윤성이 다급하게 외쳤다.


“다 갖다 버려, 지금 당장!”


그 말을 끝으로 윤성은 연락을 끊었다. 갑작스러운 말에 우주는 어리둥절한 표저을 지었다. 옆에서 연락하는 것을 보고 있던 지희가 말했다.


“윤성 씨가 뭐래?”

“어... 기요틴 약을 전부 다 버리라던데요? 갑자기 왜 이러시지...”


그 말을 들은 지희도 우주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한 다음 우주에게 말했다.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허투루 말할 사람은 아니니까... 일단 모을 수 있는 대로 모아보자.”


우주도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온 건물을 돌아다니며 기요틴 약통을 모아 휴게실로 가져갔다. 두 사람이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본 하나가 둘이 뭘 하는지 궁금해서 쫒아왔다가 산처럼 쌓여있는 기요틴 약통을 보고 놀라 말했다.


“너희들 뭐하는 거야?”

“윤성 씨가 이것들 다 모아두라고 하던데요?”

“걔가? 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성이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


“전부 다 갖다 버리라니까 뭐하고 있어!”


흥분한 윤성을 하나가 막아섰다.


“잠깐, 이것들을 왜 버리는데!”

“다 이유가 있으니까 갖다버려.”

“미쳤어? 절대 안 돼. 내 약이야!”


필사적으로 막아서는 하나를 보며 윤성은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윽...”

“저리 비켜.”


서슬 퍼런 그의 눈빛에 우주와 지희는 그를 감히 말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방해했다간 정말로 죽일 기세였다. 그때, 윤성의 뒤통수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주실까?”


두희가 살기를 내뿜으며 총을 겨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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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ase 11. 약은 약사에게, 악마는 악마사냥꾼에게 - 6 18.03.22 183 4 10쪽
114 Phase 11. 약은 약사에게, 악마는 악마사냥꾼에게 - 5 18.03.19 100 2 8쪽
113 Phase 11. 약은 약사에게, 악마는 악마사냥꾼에게 - 4 18.03.16 144 3 10쪽
112 Phase 11. 약은 약사에게, 악마는 악마사냥꾼에게 - 3 18.03.15 117 2 7쪽
111 Phase 11. 약은 약사에게, 악마는 악마사냥꾼에게 - 2 18.03.13 99 3 9쪽
110 Phase 11. 약은 약사에게, 악마는 악마사냥꾼에게 - 1 18.03.12 127 3 12쪽
109 Phase 10. 1+1=1 - 9 18.03.09 134 2 10쪽
108 Phase 10. 1+1=1 - 8 18.03.07 117 3 8쪽
107 Phase 10. 1+1=1 - 7 18.03.05 153 3 15쪽
106 Phase 10. 1+1=1 - 6 18.03.04 127 3 13쪽
105 Phase 10. 1+1=1 - 5 18.03.02 108 2 15쪽
104 Phase 10. 1+1=1 - 4 18.03.02 156 2 9쪽
103 Phase 10. 1+1=1 - 3 18.02.28 143 1 10쪽
102 Phase 10. 1+1=1 - 2 18.02.26 132 3 9쪽
101 Phase 10. 1+1=1 - 1 +1 18.02.25 138 3 9쪽
100 Phase 9. 큰일은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좋다 - 3 18.02.23 130 3 15쪽
99 Phase 9. 큰일은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좋다 - 2 +2 18.02.18 265 7 7쪽
98 Phase 9. 큰일은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좋다 - 1 +1 18.02.18 164 7 12쪽
97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22 18.02.17 156 8 16쪽
96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21 18.02.15 129 7 13쪽
95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20 18.02.14 158 7 10쪽
94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19 18.02.11 132 5 10쪽
93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18 18.02.11 305 5 13쪽
92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17 18.02.07 187 5 8쪽
91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16 18.02.03 142 6 8쪽
90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15 18.01.31 140 4 9쪽
89 Phase 8. 누구를 위하여 문은 열리나 - 14 18.01.28 159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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