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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9.20 02: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2:31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171
추천수 :
282
글자수 :
92,749

작성
16.10.18 22:31
조회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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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9쪽

민트경과 함께

DUMMY

할아버지는 어제 밤부터 조금 흥분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언제나 허허 웃기만 하던 할아버지가 자꾸 인상을 쓰고 있길래 조심스레 다가갔더니 대륙 지도를 펼쳐놓고 무언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다가가서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시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이렇게 말하셨다.


"암. 괜찮고 말고. 벨리언···."


복잡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시던 할아버지는 잠시 그대로 날 바라보고만 있다가 잠시 외출한다고 하시더니 루시를 타고 남쪽으로 사라지셨다.

어디 애인이라도 생기신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딱히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할아버지 정도면 괜찮지. 돈도 많고 일단은 대마법사고, 아직 정정하시니까.

할아버지는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으셨다.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할아버지는 어쨌거나 대륙 최고의 마법사니까.

애써 걱정을 떨쳐내고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할아버지가 날 깨우셨다.


"벨리언, 벨리언! 일어나거라. 가야 할 곳이 있단다."


할아버지를 기다리느라 늦게 잔 탓에 눈이 팅팅 부어서 잘 떠지지 않았다.

엄마는 이걸 보고 역시 핏줄은 위대하다고 말하곤 했다. 아버지는 술을 조금만 드셔도 얼굴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붓곤 했으니까. 종종 와이번들이 못 알아보고 소리를 지를 정도였거든.


"벨리언. 잘 듣거라."

"말씀하세요."


겨우 눈을 비벼 뜨고 바라본 할아버지는, 상당히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잘 쓰지도 않는 커다란 지팡이를 꺼내어 들고 계셨다.


"어··· 어제밤에 안 들어오시더니 뭘 하신거예요? 허리라도 다치셨어요? 왠 지팡이를··· 집인데 마탑 마크 새겨진 로브는 왜 꺼내 입으셨어요?"

"흠흠. 좀 마법사처럼 보이느냐?"

"누가봐도 마법사 같아 보이죠. 누가 할아버지 마법사라니까 안 믿었어요?"

"흠흠."


농담으로 한 말인데 할아버지가 씁쓸하게 웃는걸 보아하니 진짜 누가 몰라주기라도 한 모양이다.

어이구. 어떤 할머닌지 몰라도 마법사라는걸 안 믿어줘서 꼬시는걸 실패하기라도 하셨나?


"어쨌거나 잘 듣거라. 오늘부터 넌 펠스팅스 공작가의 기사단과 함께 일해야 한단다."

"펠스팅스요?"

"왜 그러느냐? 펠스팅스 공작가를 싫어하느냐?"

"아뇨, 그건 아닌데··· 어제 위드가 펠스팅스의 기사님한테 똥을 쌌어요."


할아버지는 기가 찬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뭔가 오해가 있었고 어제 이실론에서 오해를 풀기는 했지만, 그 기사의 동료 기사들이 민트의 기사라고 놀릴때마다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다는 것을.

그 기사, 윌킨 경의 몸에서 썩은 냄새와 함께 상쾌한 민트향이 풍겨왔다는 이야기도 포함해서 말이다.

내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는 기가 찬다는 듯 웃으셨다.


"위드가 식탐이 좀 많긴 하지. 허허."

"근데 할아버지. 갑자기 왜 공작가랑 일하라는 거예요?"

"어제부로 우리 마탑은 공작가와 협조하기로 했단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오늘은 시간도 없고 아직은 네가 모르는게 낫지 않나하고 생각한단다."


할아버지는 또 진지한 표정을 지으셨다.

뭔지는 몰라도 할아버지가 괜히 그러는건 아니실 테니까.


"그럼 전 뭘 해야 하죠?"

"일단 그 쪽에서 요청한 것은 이 근방의 전술 지도 작성을 도와달라는 것이구나."

"그럼···?"


할아버지가 로틸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로틸에 군사력이 충분치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할아버지의 마탑에 마법사들이 많기는 하지만 부족한 로틸의 군사력을 고려해 볼 때, 전쟁에 나설만큼 큰 규모는 아니라는 것도.

그 말인즉슨, 로틸은 군사적으로 튀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애당초 이 곳으로 올때 엄마에게 들은 것 처럼 학교에는 다니지 못했지만, 집사인 렌튼 아저씨에게 여러가지를 배워왔다.

지금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렌튼 아저씨는 정말 해박하고 여러가지에 능통하다. 대체 왜 집사를 하는건지 의문일 만큼.

어쨌거나 렌튼 아저씨에게 대륙의 정치에 관해서도 배웠는데, 할아버지의 말을 이제까지 내가 배워왔던 것들에 굉장히 위배됨과 동시에 분명히 곤란한 일이기도 하다.

전술 지도를 작성하게 해준다는 것은, 펠스팅스 공작가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로틸을 언제든지 집어삼키도록 놔두겠다는 말과 다름없으니까.

게다가 펠스팅스 공작가와 협력하겠다는 것은, 현 제국의 실세 중 하나이자 가까운 미래에 제국의 넘버 원이 될 커프시커와 척을 지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구나."

"네. 할아버지는 궁중마법사 이런거 딱 질색이라면서요. 근데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잘 모르겠어요."


할아버지는 말 그대로, 궁중마법사나 국가에 소속되는 것이 싫다고 항상 말해오셨다.

연구 결과를 공유해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고, 누구 밑에 들어가는 것은 진절머리 난다고 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신 거지?


"나도 빠른 시일내에 네게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구나. 다만 로틸을 넘겨줄 생각은 없다는 것만 알아두거라."

"알겠어요."


나는 납득은 가지 않았지만 그냥 수긍하기로 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리 할아버지니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버지가 항상 하던 말대로 하면 되겠지.


"그리고 하나 더."


할아버지는 잠깐 뜸을 들이셨다.

그리고 씁쓸한 표정을 지은 할아버지는, 하나 더 라고 말씀하셨으면서 여러가지를 말하셨다.


"잠시간은 네가 마법사라는 것을 숨기거라. 하지만 그것보다는 네 안전이 우선이니 위기 상황이 닥치면 마법을 사용해도 좋다. 그리고···."


또 한번 뜸을 들인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꽤 슬픈 표정을 지으셨다.


"공작가 쪽에서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주려무나. 너무 헤집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그리고 쉽게 발견할 수 있을리는 없겠지만 너는 똑똑한 아이니 수상한 자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단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치거라."


***


"아하하. 안녕하세요 기사님. 날씨가 참 좋네요."

"······."


이건 곤란하다.

펠스팅스 공작가에 사람이 몇명이며, 와이번 나이트가 몇명인데.

왜 하필이면 민트의 기사님이랑 같이 일하는 거냐고.

할아버지, 민트의 기사님이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어요.

어지간한 와이번들보다 더 사나운 눈빛으로요. 혹시 민트의 기사님은 와이번의 환생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마법사인걸 알아채고 날 저렇게 노려보는게 아닐까.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입을 삐죽이고 있을 때, 어제 봤던 대장 아저씨가 다가왔다.


"자네, 이름이?"

"벨리언 엘드리퍼입니다."

"몇살이지?"

"16살이요."


대장 아저씨(톰슨 경이라고 부르더라)는 이채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름을 말할 때 조금 이상한 표정이 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짧은 턱수염을 매만지며(입가에는 웃음이 슬쩍 띄워져 있다) 내게 물었다.


"와이번 라이딩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던데. 어떤가. 공작가의 와이번 나이트가 될 생각은 없나?"

"예? 하지만 저는···."

"이 곳이 와이번 라이더의 꿈과 같은 곳이라는건 와이번을 타는 자네가 더 알지 않나?"


저는 마법사라서 와이번 나이트가 될 수 없어요! 라는 말이 입 바깥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와이번을 탈 수 있는 마법사라는 것이 밝혀지면 분명히 전쟁에 이용당할거라고,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는 알리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어쨌거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신분 위장을 시도했다.


"저는 와이번 목장 일을 도와야 해서요."

"그런가? 목장 일보다는 와이번 나이트가 되는 것이 나을 텐데···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말하거라. 어쨌든 자네가 우릴 도와줘야 할 일에 대해서는 들었겠지?"

"네. 다른 기사님들이 이야기 해 주셨어요."

"그럼 바로 시작하지. 윌킨. 자네가 잘 이끌어 주게."


윌킨 경은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는 마지못해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윌킨 경과 나, 그리고 네 명의 다른 와이번 나이트들과 함께 지도 제작을 위해 와이번에 탑승한 채로 모였다.


"여어. 민트의 기사단 출동인가?"

"···죽여버리겠다!"


윌킨 경에게 민트의 기사라는 별명을 처음 붙여준 기사 아저씨가 윙크를 날리며 놀려댔고, 윌킨 경이 정말 검을 뽑아들고 달려드는 통에 잠시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톰슨 경의 명에 따라 막중한 임무를 띄고 비행을 시작했다.


"너, 조심해라."

"죄송합니다···."


윌킨 경은 출발 직전 나에게 으르렁 거리듯 말했고, 나는 절대 쫄지 않았지만 최대한 기가 죽은 척을 하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거 참 쪼잔한 아저씨네. 아무리 아직까지 냄새가 다 가시지 않았기로서니 나이의 절반도 안되는 소년에게 저렇게 뒤끝을 발휘하다니.

앞으로가 걱정된다. 그냥 얌전히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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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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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경과 함께 +2 16.10.18 122 9 9쪽
21 록탈라의 크레이터에는 전설이 있지 +3 16.10.17 128 10 8쪽
20 민트의 기사 2 +3 16.10.16 147 8 9쪽
19 민트의 기사 1 +3 16.10.15 162 6 9쪽
18 봉변 +3 16.10.14 202 10 9쪽
17 펠스팅스 5 +4 16.10.12 195 10 10쪽
16 펠스팅스 4 +2 16.10.11 221 10 13쪽
15 펠스팅스 3 +4 16.10.10 302 9 10쪽
14 펠스팅스 2 +6 16.10.09 316 10 11쪽
13 펠스팅스 1 +3 16.10.08 325 11 9쪽
12 6년 후 +7 16.10.07 324 8 10쪽
11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6 16.10.05 421 12 9쪽
10 특이종 +5 16.10.04 404 11 7쪽
9 마나 컨트롤 +10 16.10.03 409 11 10쪽
8 실험대상 4번 +5 16.10.02 441 14 9쪽
7 미친 재능 +12 16.10.01 447 15 8쪽
6 착각과 기대감 2 +6 16.09.30 448 14 11쪽
5 착각과 기대감 1 +12 16.09.29 490 15 13쪽
4 부자상봉 +10 16.09.27 568 18 11쪽
3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2 +17 16.09.25 559 21 10쪽
2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15 16.09.24 747 26 11쪽
1 프롤로그 +15 16.09.24 794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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