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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9.20 02: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2:31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174
추천수 :
282
글자수 :
92,749

작성
16.10.17 23:27
조회
128
추천
10
글자
8쪽

록탈라의 크레이터에는 전설이 있지

DUMMY

윌킨과 벨리언이 함께 와이번에 올라타 나란히 서기 전날, 그러니까 윌킨이 위드의 배변공격에 당한 그 날 밤.

세틸리온 제국의 2인자 자리를 두고 다투는 펠스팅스 공작과, 로틸 도시연맹의 숨겨진 1인자인 대마법사 레펠리언이 비밀리에 회동했다.

회동 장소는 펠스팅스 영지의 최북단이자 로틸과 인접한 관문도시 록탈라.

펠스팅스 공작은 보편적인 와이번 나이트들과 다름없이 마법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만큼 멍청한 인물은 절대로 아니기에 회동을 받아들인 것이다.


단신으로, 직접 펠스팅스 영지 내의 도시로 온다는데야 딱히 피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절대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꾸민다면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을 예정이었다.

마법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 펠스팅스가 자랑하는 와이번 나이트들의 추격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

본인 스스로도 훌륭한 와이번 라이더라고 자부할 만한 실력을 가진 공작은, 부하들의 와이번은 상당히 멀리 배치시키고 자신의 와이번을 튼튼한 벽돌 건물 내부에다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 놓았다.

아마도 이곳에 나타난 마법사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 와이번의 울음소리를 듣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것이다.

마음껏 울부짖도록 하기 위해 구속구 따윈 채우지 않았으니까.

물론 이 협상이 공작에게 굉장히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쉽사리 약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역시 마법사를 만나는건 귀찮은 일이지 않습니까. 와이번 앞의 쥐새끼 같은 녀석들 때문에 와이번들을 다 치워야 한다니요."

"그렇지. 라파엘 자네 마법사를 마지막으로 만난게 언젠가?"

"글쎄요. 오래되서 기억도 잘 안납니다. 대략 5년 전 쯤에 제 와이번 이빨 사이에 끼어 있던 놈이 마법사인지도 모르겠군요."


관문도시이면서 요새에 가까운 록탈라의 성벽 위에 선 펠스팅스 공작과 공작가의 가신이자 와이번 나이트인 라파엘.

마법사들이 들으면 기겁할만한 대화 내용이지만, 그들에게는 별 것 아닌 농담에 불과했다.

근본적으로 가까이 할래야 가까이 할 수 없는 둘. 마법사와 와이번 나이트.

펠스팅스 공작이 루나레린 왕국과의 전쟁에서의 전공을 인정받아 와일리아 지방을 통째로 영지로 하사받으면서 와이번을 손에 넣고 강한 힘을 얻었지만.

자신이 황궁과 지리적으로 멀어진 틈을 타 쥐새끼같은 궁중마법사가 조금씩 힘을 키워 이렇게 자신과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올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베드라노와 손을 잡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역시 마법사는 신뢰할 수 없는 자들 아니겠습니까. 보자,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도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군요."


아마도 마차를 타고 나타날 것임에 틀림없는, 허약한 체력과 비루한 승마술을 가졌으리라 짐작되는 노마법사를 기다리고 있지만 전방에 배치해둔 부하들에게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플레타 산맥 전체를 비출 만큼 밝고 아름다운 은빛을 내뿜고 있는 달.

로틸에서 록탈라로 진입하는 유일한 통로가 훤히 보이는데도 마차고 말이고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음? 와이번이 한마리 날아오는군요."

"누가 타고 있나?"

"로틸 방향인걸 보니, 아무래도 이실론에 파견된 기사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혹시 모르니 요격 준비를 하라 이르겠습니다."


라파엘의 지시에 공작의 부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최강의 와이번 전력을 갖춘 부대 답게 와이번의 움직임에는 누구보다 익숙하기에, 대(對) 와이번용 발리스타와 각자 석궁으로 이 곳으로 접근중인 와이번을 겨냥했다.

공작이든 라파엘이든 누군가의 명령이 내려지기만 한다면 저 와이번은 벌집이 될 것이다.


"우리 기사단의 와이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쏴 버릴까요?"


망루 위에 올라서 있던 병사가 공작가의 와이번이 아니라고 알려왔다.

공작가의 와이번들은 하나같이 매의 문양이 새겨진 꼬리 장식을 달고 있기에.

하지만 공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와이번 한 기로는 의미있는 행동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와이번은 서서히 하강해 부드럽게 성문 앞에 착지했고, 와이번에 올라탄 자를 확인하며 공작은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노인? 저 나이에 와이번을 타고 다니다니 노익장이 대단하군. 그런데 저 문장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델 리퍼트 마탑의 문장입니다."


라파엘은 와이번의 목 부분에 휘감겨 있는 천의 문장을 확인하고 공작에게 말해주었다.

공작도, 라파엘도, 병사들 그 누구도.

저 노인이 대마법사 레펠리언 이라는 것은 짐작하지 못했고, 마탑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 했을 뿐이었다.

라파엘은 혀를 차며 한마디 덧붙이기는 했지만.


"역시 마법사 놈들이란 믿을 수 없군요. 감히 공작님을 직접 만나겠다고 해놓고 대리인을 보내다니, 이 기회에 로틸을 그냥 쓸어버리는게 어떻겠습니까?"


***


"당신이 대마법사 델 리퍼트라고? 영감님. 헛소리를 하는데 적절한 때와 시기가 아닌 것 같소만."

"허허. 못믿는것도 이해하오."


허허 하고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노인을 보며 펠스팅스 공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딴 장난질이나 보려고 펠스팅스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데.

대리인 끼리 만나기로 약속 했더라면 몰라도 수장간의 직접 회동을 요청해놓고 이런 무례를 저지르는 것은, 싸우자는 의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혹시 주변에 와이번들이 있소?"

"대마법사 델 리퍼트가 직접 마차를 타고 나타났더라도 공격당하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있소."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 주시게. 3분 정도면 되네."


노인은 그 말을 끝으로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펠스팅스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노인을 바라보았고, 라파엘도 공작의 반응을 본 후 딱히 검을 뽑거나 하지는 않았다.

타고 온 와이번 옆에 딱 붙어 있기는 하지만, 성벽에 잔뜩 설치된 대(對) 와이번 병기들이 언제든지 공격을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검에 손바닥을 올리고 까딱까딱하며 기다리고 있는 라파엘.

평온한 표정으로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칭 대마법사.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는 공작.


3분 가량이 지났을 때 쯤, 라파엘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이보쇼. 3분이···."


-키에에에에에에엣!!!


찢어지는 듯한 와이번의 울음소리.

공작의 와이번, 퓨리오스가 쇠사슬에 묶인 채 몸부림치는 소리다.

그 소리가 들리자 라파엘은 코웃음을 쳤다.

차라리 늦을 것 같으면 늦는다고 말할 것이지, 이런 장난이라니.


"대마법사 양반은 대체 어디에 있는거요?"

"여기 있네."


노인은 빙긋 웃으며 손바닥 위로 넘실대는 빛의 구를 생성시켰다.


"고작 그런 걸로 대마법사라고 한다면, 내 와이번은 전설의 드래곤 다클레디아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겠군."

"그런가? 곤란하군. 마법을 잘못 썼다간 이 근방이 쑥대밭이 될텐데."


라파엘의 비아냥에 빙긋 웃은 노인이 공작을 바라보았다.

공작은 차가운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진짜 대마법사라 해도 그걸 알아볼 길이 우리에겐 없군. 노인장. 할 수 있다면 이 록탈라의 앞마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보시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력을 가진 마법으로. 대신, 그 마법의 위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마법사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를 모욕한 것으로 판단하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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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민트의 기사 1 +3 16.10.15 162 6 9쪽
18 봉변 +3 16.10.14 202 10 9쪽
17 펠스팅스 5 +4 16.10.12 195 10 10쪽
16 펠스팅스 4 +2 16.10.11 221 10 13쪽
15 펠스팅스 3 +4 16.10.10 303 9 10쪽
14 펠스팅스 2 +6 16.10.09 316 10 11쪽
13 펠스팅스 1 +3 16.10.08 325 11 9쪽
12 6년 후 +7 16.10.07 324 8 10쪽
11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6 16.10.05 421 12 9쪽
10 특이종 +5 16.10.04 404 11 7쪽
9 마나 컨트롤 +10 16.10.03 409 11 10쪽
8 실험대상 4번 +5 16.10.02 441 14 9쪽
7 미친 재능 +12 16.10.01 447 15 8쪽
6 착각과 기대감 2 +6 16.09.30 448 14 11쪽
5 착각과 기대감 1 +12 16.09.29 490 15 13쪽
4 부자상봉 +10 16.09.27 568 18 11쪽
3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2 +17 16.09.25 559 21 10쪽
2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15 16.09.24 748 26 11쪽
1 프롤로그 +15 16.09.24 794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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