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ORAE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9.20 02: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2:31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179
추천수 :
282
글자수 :
92,749

작성
16.09.30 20:40
조회
448
추천
14
글자
11쪽

착각과 기대감 2

DUMMY

나는 기절한 니펠트 공자의 곁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클레이터너 가까이로 갔는데도 나에게 화내지 않았으니까.

이제 클레이터너랑도 친하게 지낼 수 있나 싶어서 헤헤 웃고 있는데 아버지가 물으셨다.


"벨리언. 기분이 좋아보이는구나. 좋은 일이라도 있니?"

"아까 클레이터너가 날 보고도 화내지 않았거든요."

"음···."


아버지는 공자의 갑옷을 닦아주다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셨다.

어? 아버지가 들고 계신건 수건이 아닌데.


"아버지. 그거 걸레 아니에요?"

"음."


아버지는 내 말에 긍정인지 부정인지 묘한 반응을 보이고는 다시 걸레로 공자의 갑옷을 닦기 시작했다.

갑옷을 벗겨내려 했지만 조금 찌그러져서 벗길수가 없었기에, 그냥 갑옷을 입힌 채로 클레이터너의 가래침을 닦는 중이다.

으으. 냄새 지독해.

하긴. 저걸 닦으면 깨끗한 수건도 바로 걸레가 될테니까.


"벨리언."

"네."


진지한 표정의 아버지 얼굴을 요새 꽤 자주 보는 것 같다.

끈적한 와이번의 가래침이 잘 닦이지 않아 힘주어 닦으시면서, 시선을 거기에 두고 나에게 물으셨다.


"마법을 배워보고 싶지 않니?"

"마법이요?"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마법이라니.

물론 마법사는 멋지긴 해.

하지만 마법사는 와이번이랑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 네가 원한다면 마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란다. 아, 넌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가 마법사거든."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진짜 아버지한테 나는 필요 없는걸까.

와이번 사육사가 되어 부모님과 형을 돕고 싶었는데, 나는 쓸모 없는걸까.

마법사가 되라는 말은, 와이번 사육사가 되고 싶다는 내 꿈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그런 말이었다.


"왜, 왜 그러니? 왜 우는거냐?"

"아버지는··· 제가 필요 없어요?"

"무, 무슨 소리냐 벨리언. 네가 필요 없다니 그건 또 무슨···."

"벨리언한테 무슨 소리를 한거죠? 왜 애를 울려요?"


내가 우는 소리와 아버지의 당황한 목소리를 듣고 엄마가 냉큼 달려와 나를 안아주었다.

예전처럼 목놓아 운건 아니지만, 나는 서러운 마음에 엄마의 품 속에서 꺽꺽대며 울었다.


"아, 아니. 헬레유. 벨리언에게 마법을 배워보겠냐고 물었더니 애가 갑자기 울어서···."

"이 멍청이! 애가 와이번을 그렇게 좋아하는 걸 알면서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난 울보가 아닌데.

어제랑 오늘이랑 너무 많이 우는것 같다.

형이 보기 전에 얼른 울음을 그쳐야 해.

조지아랑 넥슨한테 내가 또 울었다고 일러바칠지도 모르니까.


"아··· 벨리언, 그게 아니라···."

"가만히 좀 있어요!"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하며 내게 손을 뻗었다가 엄마에게 손바닥을 얻어맞고는 다시 손을 뒤로 뺐다

마치 파리를 혓바닥으로 낚아채는 개구리마냥.

엄마는 개구리, 아버지는 파리.

적절한 비유인걸?

방금 전 까지 눈물이 흘러내렸는데, 나는 그 생각에 또 웃어버렸다.


***


"벨. 마법사는 싫으니?"

"으응. 와이번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헬레유는 벨리언이 단호박 파이 다음으로 좋아하는 딸기 타르트를 한 숟갈씩 떠먹여 주고 있었다.

와이번을 좋아하는 아들이 와이번과는 상극인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니.

물론 마법사가 되지 않고 다른 길을 걸어도 상관없겠지만, 가진 소질이 워낙 특출난 것이기에.


게다가 마법사가 되기 위한 3대 요소는 재능과 지능, 그리고 훌륭한 스승.

재능은 아까 남편의 이야기로는 대마법사라 불리는 할아버지의 그것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지능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대마법사인 할아버지가 스승이 될텐데, 이만큼 좋은 환경이 있겠는가.


"여보. 잠깐 괜찮을까?"


벨리언의 방 앞에서 일디온이 헬레유를 불렀다.

헬레유는 벨리언에게 숟가락을 쥐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 다음 밖으로 나왔다.


"펠스팅스 공자는 정신 차리곤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돌아갔어. 애는 좀 어때?"

"목장을 접고 벨리언을 위해 와이번 킬러라도 될까봐요. 우리 아들이 마법사가 되면 와이번들이 노릴테니, 벨리언에게 위협이 될만한 놈들은 싸그리 죽여버릴거야."


일디온은 침을 꿀꺽 삼켰다.

헬레유도 아까 일디온이 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남편의 아버지인 레펠리언이 일디온에게 한 부탁이 무엇인지.

그 부탁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닌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하지만···."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고 벨리언에게도 시간이 필요해. 생각해봐요. 어느 날 갑자기 아들에게 엄청난 마법사의 소질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시아버지가 대륙에서 단 네 명 존재한다는 대마법사래. 근데 내 남편과 나는 와이번을 기르고 있고. 내가 기른 와이번이 벨이나 벨의 할아버지를 노릴수도 있어. 당신같으면 어떤 생각이 들겠어?"


다다다 쏘아붙이는 아내의 말에 잠시 위축되었던 일디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떨구고 말했다.


"아버지는 내가 집을 나올때, 와이번들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연구 중이었어. 루시가 아버지나 벨리언을 공격하지 않는 건 그 연구의 결과물이고. 아버지는 벨리언이 와이번들에게서 안전해질 수 있도록 그 연구를 이어나가고 싶어 하는거야. 루시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만은 아닐테지. 아버지가 벨리언과 루시를 다 데려가겠다고 말씀하신건 그것 때문이고. 어쩌면 이게 벨리언이 원하는대로 벨리언이 와이번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라. 벨리언이 가진 마나의 소질은··· 어마어마한거니까. 마법사가 되지 않더라도 가진 소질때문에라도 와이번들의 표적이 될테니까. 그리고 아버지가 우리에게 원하는건, 와이번 목장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와이번들로 연구에 도움을 주는거라고. 루시를 데리고 연구를 하겠지만 다른 와이번들도 필요할 테니까."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말한 일디온의 벌겋게 달아올랐다.

굳이 그 연구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끝나 미완성인 채 마무리 되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지만.

레펠리언은 일디온이 와일러 종(種)이 아닌, 키니얼 종(種)을 사육하기를 원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차 키니얼 종으로 바꿔가는 것으로 말이다.

또한 와이번 목장주 조합을 만드는 것도 그 부탁에 포함되어 있었다.


꽤 오랜만에 보는 남편의 진지한 모습에 헬레유도 한숨을 슬쩍 내쉬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와이번을 기른다는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물론 레펠리언의 연구가 성공한다면 최선이기는 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고개를 드는데, 문 틈 사이로 반짝이는 벨리언의 눈빛이 보였다.


"벨, 듣고 있었니?"

"으응."


벨리언이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채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마법사예요?"


애들이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존재다.

마법사가 되면 와이번들이랑 친하게 지낼 수 없다고 눈물을 흘릴땐 언제고 마법사가 될거라니까 기뻐하는걸까.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긴 한데 그걸 완전히 이해하긴 한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상기된 얼굴로 쪼르르 달려와 엄마에게 안긴 벨리언이 다시 물었다.


"마법사 되면 와이번들이랑 친하게 지낼 수 있어요?"

"응, 할아버지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실거야."


헬레유는 벨리언을 포근하게 감싸주며 대답했다.

그리고 벨리언은 묘한 눈빛을 일디온에게 보냈다.


"아버지는 내가 필요 없어서 할아버지한테 가라고 말했어요?"

"아니, 절대 아니란다 벨리언! 아버지도 벨리언이 필요해. 다만 아버지는··· 벨리언이 와이번들이랑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서 할아버지한테 가라고 말한거고, 어. 그리고, 벨리언이 와이번들과 친구가 되는 걸 도와주기 위해 와이번들을 기르는 거란다!"

"진짜요? 그럼 나 마법사 될래요!"


어느새 초롱초롱해져서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를 보고, 일디온은 이제까지 자신이 아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했다.

그러나 벨리언은 순간 다시 침울한 얼굴을 했다.


"그런데 그러면 난 여기서 못살아요?"

"벨. 루시가 함께 갈거야. 루시를 타고 언제든지 놀러올 수 있단다. 그리고 열심히 마법을 배워서 와이번과 친구가 되는 마법을 배우는것도 좋지 않겠니?"


벨리언은 아버지가 자신이 필요 없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이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 때문에 갈등하는 듯 했다.


"엄마랑 아빠, 형도 벨리언 있는 곳으로 놀러 갈게. 그리고 학교도 갈 수 있어.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아주 많단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 많이 생기더라도 엄마를 잊으면 안돼. 알겠지?"

"응. 엄마는 절대 안잊을게요."


배시시 웃으며 대답하는 아들을 꼭 안아준 헬레유는,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벨리언은 마법사가 되지 않더라도 와이번들의 표적이 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마법사가 되는 것이 가장 낫다.

게다가 마법사란, 높이 올라갈 수만 있다면 가장 훌륭한 직종 중 하나기에.


와이번 목장을 그만두고 싶기는 하지만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 와이번을 사육하는게 큰 도움이 될테니 목장을 그만두기도 힘들다.

당장 이 꼬마를 먼 곳으로 보내자니 너무도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것이니 위안은 되었다.

게다가 루시는 워낙에 똑똑해서 와이번 탑승술 같은건 전혀 모르는 벨리언을 태우고도 잘 다니니까.


너무 성급하게 결론내린 것은 아닌가 했지만, 어제 벨리언이 위험에 빠진 것을 보았으니 지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디온의 말대로, 마나의 수치에 반응하는 마나볼이 보랏빛으로 변했을때 벨리언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마나폭주로 인해 신체에 보유한 마나가 모두 흩어졌으니, 최소 2주일은 있어야 자연 상태의 마나가 몸에 일정량 쌓일거라고 했으니 여유가 있었다.

공이 검은색으로 변하면 2클래스에 해당하는 마나가 채워졌다는 이야기다.

보랏빛은 바로 그 전단계로, 위험해지기 전에 보내자고 결론내린 것이다.


그러나 벨리언의 재능은 상식을 파괴하는 수준이었던 것인지.

하루가 다르게 색이 짙어졌고 5일째 되는 날.

벨리언의 양 손에 올려진 마나볼에서 보랏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민트경과 함께 +2 16.10.18 122 9 9쪽
21 록탈라의 크레이터에는 전설이 있지 +3 16.10.17 129 10 8쪽
20 민트의 기사 2 +3 16.10.16 147 8 9쪽
19 민트의 기사 1 +3 16.10.15 162 6 9쪽
18 봉변 +3 16.10.14 202 10 9쪽
17 펠스팅스 5 +4 16.10.12 195 10 10쪽
16 펠스팅스 4 +2 16.10.11 222 10 13쪽
15 펠스팅스 3 +4 16.10.10 303 9 10쪽
14 펠스팅스 2 +6 16.10.09 317 10 11쪽
13 펠스팅스 1 +3 16.10.08 325 11 9쪽
12 6년 후 +7 16.10.07 324 8 10쪽
11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6 16.10.05 421 12 9쪽
10 특이종 +5 16.10.04 404 11 7쪽
9 마나 컨트롤 +10 16.10.03 410 11 10쪽
8 실험대상 4번 +5 16.10.02 441 14 9쪽
7 미친 재능 +12 16.10.01 447 15 8쪽
» 착각과 기대감 2 +6 16.09.30 449 14 11쪽
5 착각과 기대감 1 +12 16.09.29 490 15 13쪽
4 부자상봉 +10 16.09.27 569 18 11쪽
3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2 +17 16.09.25 559 21 10쪽
2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15 16.09.24 748 26 11쪽
1 프롤로그 +15 16.09.24 794 24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