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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9.20 02: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2:31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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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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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글자수 :
92,749

작성
16.09.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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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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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DUMMY

일디온 엘드리퍼는 펠스팅스 공작령 최남단 엘드사에서 와이번 목장을 경영하고 있다.

성체 와이번 15마리를 보유한 엘드리퍼 와이번 목장.

규모는 작지만 보유한 와이번들이 하나같이 뛰어난 등급 판정을 받고 있기에 최근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목장이다.


그런데 일디온 엘드리퍼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와이번들이 둘째아들 벨리언에게 드러내는 적개심.

이제까지는 그냥 마음에 안드는가보다,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도가 조금씩 심해지고 있었다.


와이번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마법사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강대한 마나를 가질수록 와이번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리고 와이번이 마나에 반응하기는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마나에는 잘 반응하지 않는다.

마나량이 일정치 못하거나 소량인 경우, 쉽게 포착되지 않는 것.

그래서 와이번들은 대체로 2~3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들에게만 공격성향을 드러낸다.

그런데 마법을 배우지도 않은 벨리언에게 와이번들이 반응한다는 것이 더 마음에 걸렸다.


혹시 벨리언이 마법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정식으로 배운적도 없고, 마나의 운용법을 모르는데도 와이번의 표적이 될 정도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점점 그 마나량이 커져서 와이번들을 자극하고 있다면.


와이번이 인간들에게 호의적인 생물들은 아니다.

하지만 명색이 목장주이자 와이번과 20여년을 함께 해온 일디온이다.

그 적개심이 마법사를 향한 것이라는 것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여보. 벨리언에게 마나 검사라도 받게 해보는건 어떨까? 아무래도 마나에 소질이 있는 것 같지 않아?"


그 말에 아내인 헬레유가 장부에 무언가를 쓰다 말고 영 마뜩찮은 표정으로 일디온을 쳐다보았다.


"와이번들이 벨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알아요. 하지만 와이번들은 보통 애들을 싫어하니까요. 그리고 마나의 소질은 보통 유전적인 문제잖아요?"


헬레유는 아들에게 마법사의 피가 섞이지 않았기에 마나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적다고 은근히 돌려 말하고 있다.

확실히 아내의 말처럼 마법사의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은 극소수다.

게다가 그것마저 유전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디온은 자신의 아버지가 전쟁 중에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죽기는커녕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 중 하나인데 말이다.

대륙에 단 네명이 존재하는 6서클 대마법사, 레펠리언 엘케스 델 리퍼트.

온전히 자신 학파의 주인이자 존경받는 현자.


비록 자신은 마법에 소질이 없어 마법을 가르치려는 아버지에게 반발해 뛰쳐나왔었지만.

벌써 그게 26년 전이다.

반항심에 검을 잡고, 마법이 싫어 와이번에 관심을 가진 것이.

사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싶었지만, 따라갈 수 없어 스스로 견딜 수 없었던 것이기에.


처음에는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만나볼까 싶기도 했지만, 목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피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음··· 그게 말이야···."


과연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말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

이때까지 속인 것을 알면 자신은 아내에게 얼마나 쥐어터질 것인가.

아니, 쥐어 터지는 걸로 끝낼 수 있을 것인가.

마법사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마나검사를 받게 할 방법은 없는가.


"그리고 루시는요? 루시는 벨을 싫어하긴 커녕 마치 제 자식처럼 돌보기도 하잖아요?"

"으음, 루시. 루시는···."


루시는 특별한 존재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내를 이해시킬 자신이 없었다.

물론 루시는 와이번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다른 면모를 보이곤 했지만.

그 근본적인 차이를 설명하려면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나와야한다.

어디부터 설명을 해야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지.

미처 말을 꺼내지 못하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첫째인 갈리언이 헐레벌떡 집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아버지! 어머니!"

"왜 그러니, 갈리언?"


헬레유는 다급하게 뛰어들어온 아들을 바라보며 손에 든 장부를 내려놓았다.

동생만 좀 덜 괴롭히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아들이다.

일도 잘 하고, 아무 불평 없이 성실하게 목장 일을 돕기도 하고.


"와이번들이 죄다 날뛰고 있어요!"

"와이번들이?"


일디온은 와이번들이 이상하다는 말에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와이번들은 천성이 공격적인 편이긴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날뛰지는 않는다.

옆에서 와이번들끼리 싸움이 나더라도 자기 일이 아니기에 느긋하게 구경하는 편이다.


만약 단체로 날뛴다면, 그건 마법사 때문이거나 알 혹은 새끼를 공격당했을 때 뿐이다.

그러나 지금 목장에는 알을 밴 와이번은 있어도 포란중인 와이번은 없다.

3년차 미만의 새끼와이번도 없다.


그렇다면 혹시라도 벨리언이 와이번들에게 공격당하고 있을까.

아니면 웬 머리가 텅텅 빈 마법사 놈이 목장 근처를 지나가기라도 하는걸까.


"벨리언!"


얼굴이 사색이 된 일디온이 제발 아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문을 벌컥 열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뒤에서 갈리언의 외침이 들려왔다.


"벨은 루시랑 같이 있었어요!"


***


나는 언제나처럼 루시 곁에 있었다.

다른 와이번들과는 조금 동떨어진 곳에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루시.

그리고 루시의 날개 아래에 앉아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나.


"벨리언! 벨!"


나를 찾는 형의 목소리에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보나마나 잡심부름이나 시키려고 찾는거겠지 뭐.

루시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날개를 내려 나를 감싸 가려주었다.


"루시, 벨 못봤어?"


-키잇.


가까이 다가온 형에게 고개를 가로젓는 루시.

항상 느끼지만 루시는 와이번이 아니라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란 말이지.

아마 저 멍청한 주근깨 곰탱이, 갈리언보다 100배는 똑똑할걸.

그런데 형이 가지 않고 서성대는걸 보니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대충 눈치는 채고 있는 모양이다.


"흠."


조금 기다리자 형이 발걸음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들렸다.

루시의 날개는 꽤 커서 나같은 꼬마를 완전히 감싸기에 충분하다.

아니, 동네 꼬마들을 죄다 숨길수도 있을 걸.

하지만 굳이 날개를 들춰서 찾아보지 않은건, 루시가 뱃속에 알을 품고 있기 때문일테지.


"고마워."


-키잇.


루시는 날개를 움직여 내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보통 와이번들은 알을 뱄을 때 굉장히 예민하다.

그래서 형도 내가 날개 밑에 숨었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넘어갔을거다.

굳이 억지로 날개를 들춰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


루시는 특별한 와이번이다.

아버지의 와이번이기도 하지만, 내 친구이기도 하다.

나보다 나이가 몇 배나 많은, 우리 목장에서 가장 늙은 와이번 루시.


다른 녀석들이 날 싫어하는데 루시는 내가 뭘 해도 받아주는 편이다.

알을 배고 있지만 내가 곁에 있어도 화내지 않고, 방금처럼 숨겨주기도 하고.

게다가 나를 태우고 하늘을 날아주기도 한다.


나는 루시를 타고 하늘을 나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

음··· 단호박 파이보다 더! 사과쥬스도 얹으면 조금 고민해봐야 하나?

아니다. 그래도 하늘을 나는게 더 좋아.


하지만 지금은 루시가 알을 배고 있어서 날 수가 없다.

루시가 새끼를 낳고나면 다시 태워달라고 해야지.


햇빛은 따뜻하고,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씨.

잔잔한 파도가 해안절벽 아래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목장은 작은 어촌 마을인 엘드사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도 떨어져 있고 근처의 다른 두 목장도 꽤 떨어져 있어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엔트라스 와이번 목장의 조지아와 게이먼 와이번 목장의 넥슨.

하지만 요새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그리 기쁘지는 않다.

둘다 와이번 사육을 돕기 시작했거든.

쳇. 나빼고 다 와이번들이랑 사이가 좋은 것 같다.


"루시. 왜 와이번들이 날 싫어할까?"


-키잇.


루시는 측은한 눈빛으로 날 내려다 보고는 힘내라는 듯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다른 와이번들에게 가까이 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화내시는 아버지.

와이번들이 싫어하는 나는 방해만 된다며 인상쓰는 형.

그리고 자기들끼리 신나서 와이번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

내 세상에는 가족들과 친구, 그리고 와이번들 뿐인데.

왜 나는 내 세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와이번들에게 가까이 갈 수 없는 걸까.

아버지도, 형도, 친구들도 밉다.

와이번들도 밉다. 루시 빼고. 루시는 좋아.


결국 날 이해해주는 건 엄마랑 루시 뿐이야.

저녁에 엄마한테 단호박 파이 만들어달라고 해야겠다.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잠이 쏟아지는 걸.


"루시. 나중에 좀 깨워줘."


-키잇.


나는 루시에게 말하고는 그대로 날개 속에 몸을 파묻었다.

서서히 눈이 감긴다.

닫히는 눈꺼풀 사이로 들이치는 햇빛을 눈으로 가리자 루시가 날개로 내 눈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루시만 있어도 이렇게 든든한데, 다른 와이번들과도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와이번들이 나랑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내가 가만히 있어도 다가와서 나랑 놀아줬으면 좋겠어.'


곧 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형과 친구들이 머리 세 개가 달린 와이번의 목에 각자 올라타고 나를 내려다보는 꿈.

머리 세 개가 달린 와이번의 얼굴이 아버지의 얼굴로 변했다.

아버지의 머리가 세 개나 달린 와이번은 왜 넌 재능이 없냐며 나를 보며 화를 냈고, 나는 서럽고 무서워서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그리고 와이번에 올라탄 세 사람은 나를 손가락질 하며 비웃었다.


"목장에 너 같은건 필요 없으니 당장 나가!"


"와이번 밥도 못 챙겨 주면서 목장에서 뭘 하려고! 너같은건 필요없어!"


"넌 쓸모없어! 목수 리글러 아저씨네 집에다 팔아버릴거야!"


그렇게 말하는 그들에게 울면서 나한테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마구 웃어댈 뿐이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와이번들이 특유의 울음 소리를 내며 나를 둘러쌌다.

키엣, 키에엣 하며 날 한입에 집어삼킬 듯 입을 벌린 와이번들이 너무 무서웠다.

친해지고 싶은데,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나도 와이번 사육사가 되고 싶은데 왜 날 미워하는거야?


-키에엣!


역시 루시 뿐이야.

루시가 날 지켜주기 위해 하늘에서 날아왔다.

루시는 커다란 날개를 펼쳐 나를 감싸주었다.


-키에엣!


-키에엣!


"어···?"


나는 그제서야 잠에서 깼다.

아무래도 울면서 발버둥이라도 쳤나 보다.

그래서 루시가 날 깨워 준건가··· 응?


-키에엣!

-키엣!


목장의 와이번들이 루시와 나를 둘러싸고 있다.

잠깐 잠들기 전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가만 있어도 나에게 몰려와서 놀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데 왜 와이번들이 날 잡아먹을 것처럼 소리지르고 있는거지?

놀아주러 온거 아니었어?

와이번들이 다가오자 루시가 날 보호하려는 듯 날개로 감싸고 무서운 얼굴로 크게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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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봉변 +3 16.10.14 202 10 9쪽
17 펠스팅스 5 +4 16.10.12 195 10 10쪽
16 펠스팅스 4 +2 16.10.11 221 10 13쪽
15 펠스팅스 3 +4 16.10.10 303 9 10쪽
14 펠스팅스 2 +6 16.10.09 316 10 11쪽
13 펠스팅스 1 +3 16.10.08 325 11 9쪽
12 6년 후 +7 16.10.07 324 8 10쪽
11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6 16.10.05 421 12 9쪽
10 특이종 +5 16.10.04 404 11 7쪽
9 마나 컨트롤 +10 16.10.03 409 11 10쪽
8 실험대상 4번 +5 16.10.02 441 14 9쪽
7 미친 재능 +12 16.10.01 447 15 8쪽
6 착각과 기대감 2 +6 16.09.30 448 14 11쪽
5 착각과 기대감 1 +12 16.09.29 490 15 13쪽
4 부자상봉 +10 16.09.27 568 18 11쪽
3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2 +17 16.09.25 559 21 10쪽
»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15 16.09.24 748 26 11쪽
1 프롤로그 +15 16.09.24 794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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