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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9.20 02: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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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0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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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후

DUMMY

연구일지 (대상 : No.3 - 1917)

기록일자 : 루나레린력 540년 6월 15일.

기록자 : 레펠리언 엘케스 델 리퍼트.


어쩌면 벨리언은 엘카샤께서 내가 죽기 전에 와이번 연구를 끝마치지 않아도 좋다고 보낸 가호가 아닐까.


마나 컨트롤은 이미 나를 따라잡았다.


아니, 한 두가지 스킬 외에는 응용력은 나를 능가할 정도다.


마나 컨트롤 스킬 세가지의 컴비네이션을 보여줬더니 그걸 응용해서 무려 다섯가지의 컴비네이션을 시도할 정도니까.


그 나이에 5클래스에 도달했으니··· 내가 죽기 전에 벨리언이 6클래스의 벽을 허물고 7클래스에 도달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가져본다.


모르지, 어쩌면··· 광휘왕 시대 엔스테인 이후 최초의 8클래스 마법사가 탄생할지도. 아니,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어쨌거나 벨리언이 돌아오면 와이번 연구에 '연구자' 로서 참여시킬 생각이다.


그간 내가 벨리언과 루시, 그리고 위드의 관계를 연구해왔다는걸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똑똑


"스승님. 플로쳐입니다."


일지를 쓰고 있던 레펠리언의 손이 멈추었다.

어느 덧 1,917번째 일지. 햇수로 6년간 손자에 대해 기록해온 늙은 대마법사가 일지를 덮어놓고 제자의 방문을 허락했다.


"들어오게."


레펠리언의 나이 일흔 셋.

하지만 그 나이 치고는 여전히 정정하다. 벨리언을 처음 만났던 535년에도 백발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완전한 백발.

플로쳐도 예전의 야망을 그대로 간직한 얼굴이기는 하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어느정도 노련함도 느껴진다.

아마 벨리언이 아니었다면 대륙 최고의 재능으로 손꼽혔으리라. 물론 벨리언이 마법계에 공개되지 않은 지금, 평균 연령대가 높은 마법계에서는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고 있기는 하지만.


플로쳐는 자연스럽게 레펠리언의 책상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본 레펠리언이 말없이 빙긋 웃었다.


"탑의 마법사들이 스승님에 대해 궁금해 하더군요."

"리치가 되었다고 소문이라도 났던가?"


레펠리언이 농담을 던졌지만 플로쳐는 웃지 않았다. 아니, 원래부터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으니 표정변화가 없었다고 하는게 정확하겠지만.

최근 2년간 마탑에도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던 레펠리언이다.

벨리언이 보여주는 끔찍할 정도의 발전 속도에 그걸 지켜보고 직접 가르치는 재미로 별장에만 기거했던 것이다. 자연스레 플로쳐를 직접 가르치는 일에서도 점점 멀어졌다.


"불만이 조금씩 쌓이고 있습니다. 사실 재능있는 마법사 지망생들의 발길도 거의 끊겼고요. 심지어 우리 마탑은 이미 끝났다는 소문마저 들려옵니다."

"허허. 마법사 지망생들이 아무리 많아봤자 자네랑 벨리언 선에서 모두 정리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다른 3개 마탑에서 와이번 연구 실적이 조금씩 쌓이는데 우리 마탑의 마법사들은 와이번 연구에 손도 못대게 하시니···."

"자네는 6년전과 같은 소리를 하는군. 그때 자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나?"


플로쳐는 미동도 하지 않고 미묘한 웃음을 유지한 채로, 복잡한 심경이 담긴 말을 토하듯 내뱉았다.


"예. 스승님께서 루시를 타고 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될거라고 말씀드렸었죠."

"다른 자들의 수준은 지금도 마찬가지네. 지금이라도 와이번을 타고 비행 한번만 하면 모든건 뒤집힐걸세."


플로쳐는 방으로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표정의 변화를 보였다. 잔뜩 굳은 표정이 된 플로쳐는 입가의 미소를 없애고 물었다.


"스승님께서 저에게 하셨던 말씀은 기억하십니까? 특이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제 시간을 몽땅 투자하겠냐고 물으셨죠."

"물론이네. 지금도 연구하고 있지 않나?"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플로쳐가 싱긋 웃었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뭘 말인가?"

"스승님께서는 연구 그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수 년간 알게모르게 열등감에 시달려 온 플로쳐다.

와이번 연구에서 자신이 레펠리언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이상 벨리언에게 자신이 가르칠 것이 없어졌을 때, 분노와 경외감을 동시에 느꼈다.


"조금만 더 기다리게. 모든 명예는 자네의 것이 될테니."

"그 명예는···."


처음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당황했다. 10대 소년에게 분노하다니. 그것도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이유로.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스승이 손자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줘서 자신이 뒤쳐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아무리 제자라지만 핏줄보다 더 가까이 두겠냐는 생각에, 모든 것을 전수해주지 않는 스승에게도 분노를 느끼곤 했다.


"제 것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승님과 벨리언의 것일거라고요."

"자네는 자네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네."

"아니요. 아닙니다. 그나저나 최근 연구는 매우 훌륭했죠. 일반적으로 암수 한쌍과 3년차가 되지 않은 새끼 와이번만으로 무리를 이루는 와이번들 중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키니얼 종···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복종하는 키니얼 종을 이용한 연구 말입니다."


뜬금없이 연구 이야기를 꺼낸 플로쳐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본 레펠리언이 무어라 말을 꺼내려 하자, 플로쳐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역시 스승님··· 대마법사 레펠리언을 따라가려면 저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따라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더군요. 특이종을 만드는 방법을 스승님께서 숨김없이 알려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그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하겠죠."

"흐음. 무슨말이 하고 싶은 건가?"

"아뇨. 아닙니다. 그럼 이만 저는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옹졸한 마음으로 실례를 저지른 듯 하군요.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플로쳐는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죄책감, 떨림, 그리고 긴장감과 후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지금이라도 돌이킬 수 있을 것인가. 이 일을 돌이키려면 자신의 목숨 정도로 해결이 될 것인가.


"이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중무장한 기사, 엘스페일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엘스페일은 공식적으로는 세틸리온 제국의 빙룡 기사단의 단장. 비공식적으로는 커프시커 마탑의 세력권인 크로난 지방의 제후인 만슈타인 후작의 부하.

플로쳐는 커프시커 마탑과 거래를 한 상태였다.


"엘스페일 경. 이 일을 벌이는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저는 그저 명령을 받았을 뿐, 하지만 이 것이 대륙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시작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묵묵히 서있는 플로쳐. 엘스페일은 그런 플로쳐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작전을 취소하실겁니까?"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플로쳐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곧 레펠리언의 별장은 100여기의 와이번 나이트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힐 것이다.

아무리 레펠리언이 4대 대마법사 중 하나라 하더라도 100기가 넘는 와이번 나이트들을 상대할 수는 없으리라.


"절대 냉병기를 사용해선 안됩니다. 그리고 연구 기록들에 손상을 입히셔도 안되는건 알고 계시겠죠?"

"물론입니다."


엘스페일은 간단히 대답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엘스페일과 플로쳐가 있는 곳은 레펠리언 별장의 서쪽에 위치한, 마탑 소유의 작은 통나무집.

마법 연구에 필요한 약초나 광물을 캐기 위한 중간 거점이다.

레펠리언 별장에서 여기까지는 꽤나 먼 거리로, 별장의 남쪽에는 엘스페일의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다.

엘스페일이 가지고 있는 마법 신호구를 작동시켜 공격 개시를 알리기만 한다면 곧장 100여기의 와이번 나이트가 레펠리언의 목숨을 노리고 비행을 시작할 것이다.


도제 관계가 기본이 되는 마법사들의 세계에서, 플로쳐는 지탄받아 마땅한 일을 저지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커프시커 마탑에서는 야망을 억지로 억누르는 플로쳐에게 와이번 연구 결과의 공유를 조건으로 너무도 좋은 제안을 해왔다.

사실 처음에는 레펠리언의 비전서가 목적이었지만 플로쳐 스스로 와이번 연구에 대해 밝혔다.

윤리적으로 절대 허용되지 않을 일이지만 커프시커 마탑의 과격한 방식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인 플로쳐는, 별장에서 실험 대상으로 사육중인 10마리의 와이번들에게 레펠리언 살해의 누명을 씌우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거의 완벽하게 컨트롤 되고 있는 별장의 와이번들이지만 그 연구 결과를 아는 사람은 레펠리언과 자신 뿐이기에.

빙룡 기사단의 와이번 나이트들이 레펠리언을 살해하고 자신은 연구 결과를 가지고 커프시커 마탑에 넘긴다.

그리고 레펠리언 마탑을 자신이 접수한다.

세상에는 레펠리언이 와이번을 몰래 사육하며 연구하다가 와이번들의 공격을 받은 걸로 알린다.

한 마탑이 다른 마탑주를 공격한다는 것은 다른 마탑들의 공격이나 국제적 비난, 그리고 정치적 문제로 귀결될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고다.

연구 도중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


비뚤어진 야망과 오해. 스승을 죽임으로서 뛰어넘겠다는 잘못된 결정.

많은 생각과 상념들을 무시한 플로쳐는 스스로 괴물이 되기로 결정했다.


'스승님. 당신은 틀렸습니다. 커프시커 마탑은 저희 발끝에도 도달하지 못한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올라가고 있더군요.'


레펠리언은 와이번 그 자체를 연구하고 정복하려 했지만 커프시커는 와이번을 다루는 기사들과 귀족들을 정복했다.

학자적 입장에서야 전자가 맞겠지만 현실은 후자다. 플로쳐는 스승을 죽이는데 일조함으로서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입맛이 너무도 쓰게 느껴졌다.

플로쳐는 조용히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엘스페일에게 지금 시작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지금,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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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록탈라의 크레이터에는 전설이 있지 +3 16.10.17 129 10 8쪽
20 민트의 기사 2 +3 16.10.16 147 8 9쪽
19 민트의 기사 1 +3 16.10.15 162 6 9쪽
18 봉변 +3 16.10.14 202 10 9쪽
17 펠스팅스 5 +4 16.10.12 195 10 10쪽
16 펠스팅스 4 +2 16.10.11 222 10 13쪽
15 펠스팅스 3 +4 16.10.10 303 9 10쪽
14 펠스팅스 2 +6 16.10.09 317 10 11쪽
13 펠스팅스 1 +3 16.10.08 325 11 9쪽
» 6년 후 +7 16.10.07 325 8 10쪽
11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6 16.10.05 421 12 9쪽
10 특이종 +5 16.10.04 404 11 7쪽
9 마나 컨트롤 +10 16.10.03 410 11 10쪽
8 실험대상 4번 +5 16.10.02 441 14 9쪽
7 미친 재능 +12 16.10.01 447 15 8쪽
6 착각과 기대감 2 +6 16.09.30 449 14 11쪽
5 착각과 기대감 1 +12 16.09.29 490 15 13쪽
4 부자상봉 +10 16.09.27 569 18 11쪽
3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2 +17 16.09.25 559 21 10쪽
2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15 16.09.24 748 26 11쪽
1 프롤로그 +15 16.09.24 794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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