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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9.20 02: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2:31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183
추천수 :
282
글자수 :
92,749

작성
16.10.15 23:42
조회
162
추천
6
글자
9쪽

민트의 기사 1

DUMMY

"위드.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얼른 끝내고 올테니까."


-키에엣!


아무리 인상을 쓰고 노려봐도 소용없어. 이실론에는 와이번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으니까.


"화내지 마. 너도 어쩔 수 없는거 알잖아."

"14번 오픈!"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비원 아저씨가 냅다 소리를 지른다. 위드의 고삐를 질질 당겨 14라고 쓰여진 철창 안에 겨우 집어 넣은 후, 철창 사이로 도끼눈을 하고 있는 위드에게 말했다.

평소보다 꽤 삼엄한 분위기.

마탑 소속인데 와이번을 타고 오는걸 조금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마탑의 신분패가 아닌 목장의 신분패를 내밀었고, 별 어려움 없이 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빨리 올게. 괜히 아저씨들한테 성질내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


이실론은 마법사들의 방문이 잦은 도시다. 상주하고 있는 마법사들의 숫자도 꽤 많고.

그런만큼 와이번들에게는 꽤나 철저해서 펠스팅스 보다도 와이번 검문소의 크기가 크다. 와이번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검문소와 도시간의 거리도 꽤 멀다.


"까탈스러운 녀석이군."

"설사중이라 그래요. 좀 예민하니 자극하지 말아주시고, 혹시 축사를 더럽힐지도 모르니 이걸···."


나는 1실버 짜리 은화를 하나 꺼내어 경비병 아저씨에게 건넸다.

녀석이 아까 비행중 설사를 했을땐 깜짝 놀랐지만 그걸로 날 쫓아오던 이상한 사람을 따돌릴 수 있었으니까, 나쁘진 않았다.

위드의 설사를 뒤집어 쓴 그 사람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러게 누가 그렇게 열심히 따라오랬나.

어쨌든 이 돈은 굳이 안 줘도 상관 없지만 이 방식은 언제나 꽤 효과가 있다. 종종 성년도 안된 소년에게 돈을 받는게 기분 나쁜 티를 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와이번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기에 보통은 거절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노인에게 받는 돈이나 아이에게 받는 돈이나 어차피 돈은 돈인걸. 그리고 이 아저씨한테는 평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그래? 마침 와이번들 속 안좋은데 좋은 찻잎이 있는데 물에다 좀 타서 주도록 하지. 딱히 먹는걸 가리거나 하지는 않지?"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역시 약초의 도시 이실론!

나는 감사를 표한 후 검문소의 말을 한 마리 빌려 이실론으로 향했다.


"너는 못 나니?"


말을 타고 15분은 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이실론.

잘 닦인 가도를 휘적휘적 무심하게 걷고 있는 말에게 물었지만, 이 말은 위드가 아니었다.


"그래. 괜한걸 물었구나."


말은 당연히 대답하지 않고 느긋하지만 꽤 빠르게 앞으로 전진했고, 이실론의 낮은 성벽에 도착하곤 말을 반납해야 했다.

이실론은 적당히 활기차고 적당히 복잡한 도시다.

륀켈 산과 하인켈 산과 근접한 이 도시의 시민들 대부분은 약초채집꾼들이다.

그 외의 시민들은 그들에게서 직접 제공받은 신선하고 질 좋은 약초를 가공하는 약사들과 포션을 제조하는 마법사들, 그리고 제조된 약과 포션, 약재들을 대륙 곳곳으로 운송하는 상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 숙박업에 종사하는 비율도 꽤 높은 편이기도 하고.


단 한줌의 풀로도 농부가 일년 내내 피땀흘려 수확한 작물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이 곳이다.

물론 그럴 확률이 그리 높은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약초채집꾼이 되기 위해 이 곳으로 흘러드는 외지인들의 비중도 높다.

그걸 반증이라도 하듯, 도시의 거리 곳곳에는 '하숙생 구함' 이나 '장기 투숙 환영' 등의 문구가 붙은 게시판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서 도착한 시청은 희고 깨끗한 2층건물. 이실론은 기본적으로 군대가 없다.

할아버지의 마탑에서 용돈벌이를 위해 파견되는 마법사들과 외지인들의 관리를 위해 가벼운 무장의 경비대가 있을 뿐.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중무장한 기사들이 도시의 길거리에서도 보인다 싶더니 시청 주위에는 눈에 띄게 기사들이 많았다.

의아한 얼굴로 시청으로 들어가려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고, 그 쪽도 나를 발견했는지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오, 벨리언. 심부름왔니?"

"안녕하세요 링스톤 아저씨. 오늘 무슨 일 있어요?"


링스톤 아저씨는 마탑에서 파견나온 마법사로, 도시의 경비대장을 맡고 있다. 내가 마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모른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마법사라는 것을 극소수 외에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고, 링스톤 아저씨는 내가 할아버지에게 가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이 도시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으니까.

이 서글서글한 인상의 털보 마법사 아저씨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귀한 손님이 계시거든. 탑주님께 못 들었나 보구나."

"네, 전혀요. 어떤 귀한 손님이길래 이 산골 촌동네에 비까번쩍한 갑옷을 입은 기사님들이 이렇게 많이들 몰려오셨대요?"


내가 금시초문이라는 듯 굴자 링스톤 아저씨는 주위를 한번 슬쩍 둘러보고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해주었다.


"펠스팅스 공작님의 둘째 아드님이 여기 계시거든."


***


윌킨은 예기치 않은 와이번의 배변 세례를 받은 후 제대로 몸을 씻지도 못한 채로 이실론으로 들어왔다.

원래 이실론은 공작의 영향력이 없는 곳이었지만, 어제부로 니펠트 공자의 호위를 위해 톰슨의 부대가 파견되었기에.

명목상은 호위지만 실질적으로 조사대이기도 하다. 윌킨도 이 도시에 짐을 푼 조사대 중 한명이었다.

임시로 이실론 서쪽에 마련된 와이번 축사에 들러 기사단에 임시로 고용된 하인들에게 루에즈를 씻겨줄 것을 명령한 윌킨은 자신의 몸도 씻기 위해 바로 옆에 마련된 막사로 향했다.


"어이, 윌킨! 어디서 뭘 하다 온거야? 지옥에라도 다녀왔나?"

"뭔가 익숙한 냄샌데··· 네 머리에 붙은 그 풀, 민트인가?"

"와이번 똥구멍 속에라도 들어갔다 온거야? 미친 냄새로군!"


주변의 동료 기사들이 놀려대자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윌킨은 한 기사가 가까이 다가와 윌킨의 머리에 붙은 민트 잎을 떼어 보다가 외친 소리에 기어코 폭발하고 말았다.


"진짜 웬 민트 잎··· 허억! 네 머리에 똥 묻었어! 어쩐지 머리카락 색깔이 좀 우중충 하더라니!"

"닥치고 좀 꺼져!"


눈에 핏발이 선 채 분노를 토해낸 윌킨.

그딴 꼬마를 쫓게 된 것은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지휘관 탓이라고 여겼다.

분명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 볼때, 그런 변방의 와이번 목장이 아니라 빙룡 기사단이나 다른 마탑을 조사하러 가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기에.


"젠장!"


샤워장에서 머리칼에 눌러붙은 와이번의 변을 아무리 닦아내도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어찌어찌 몸을 씻기는 했지만 갑옷의 틈새마다 구석구석 파고든 오물이 제대로 닦이지 않아 짜증스럽게 갑주의 일부를 바닥에 내팽개친 윌킨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닦아 내고는 갑옷을 수습하지도 않은 채로 밖에서 대기 중이던 자신의 시종을 불렀다.


"코커! 새 옷을 가져와라!"

"준비해뒀습니다 나으리."


거칠게 코커의 양 손에 들려진 옷을 낚아챈 윌킨은 거친 어조로 샤워장 안에 있는 갑옷을 깨끗이 닦아 놓을 것을 명령했다.

옷을 갈아입고 코커가 준비해둔, 강한 향을 풍기는 오일을 온몸에 치덕치덕 바르고는 보고를 위해 이 도시의 시청으로 향했다.


"젠장."


별다른 기대 없이 맡긴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허탕친 것을 보고하러 가자니 속이 쓰렸다.

꼬마 녀석을 쫓다가 놓쳤고 그 꼬마 녀석의 와이번이 싸지른 똥에 맞았다고까지 보고해야 하나 싶었지만 혼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시청.

어차피 배변 범벅이 되어 돌아온 것이 소문날테니 숨기려 해봤자 소용없으리라 생각하니 더 속이 쓰렸다.


"어이, 윌킨. 벌써 돌아왔나?"

"톰슨 경은 어디 계시지?"

"2층에 계시지. 흠. 자네 무슨 오일 쓰나? 냄새가 오묘한데 상쾌한 냄새가 나는걸? 민트 향인가?"


윌킨은 대꾸할 힘도 없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듯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는데 이 곳의 경비대장, 마법사 링스톤이 윌킨에게 말을 걸었다.


"윌킨 경. 돌아오는 길이십니까?"

"아, 링스톤 대장. 예, 지금 돌아오는 길··· 어?"


윌킨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에게 똥을 뿌리고 도망친 그 꼬마 녀석이 링스톤 대장 옆에서 미묘한 웃음을 띄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와이번 배변을 잔뜩 뒤집어쓴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몸을 파르르 떤 윌킨은 분노에 가득찬 얼굴로 주먹을 꽉 쥐고 벨리언을 바라보았고, 링스톤은 의아한 표정으로 윌킨과 벨리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벨리언과 구면이신가 보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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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민트경과 함께 +2 16.10.18 122 9 9쪽
21 록탈라의 크레이터에는 전설이 있지 +3 16.10.17 129 10 8쪽
20 민트의 기사 2 +3 16.10.16 147 8 9쪽
» 민트의 기사 1 +3 16.10.15 163 6 9쪽
18 봉변 +3 16.10.14 202 10 9쪽
17 펠스팅스 5 +4 16.10.12 195 10 10쪽
16 펠스팅스 4 +2 16.10.11 222 10 13쪽
15 펠스팅스 3 +4 16.10.10 303 9 10쪽
14 펠스팅스 2 +6 16.10.09 317 10 11쪽
13 펠스팅스 1 +3 16.10.08 326 11 9쪽
12 6년 후 +7 16.10.07 325 8 10쪽
11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6 16.10.05 421 12 9쪽
10 특이종 +5 16.10.04 404 11 7쪽
9 마나 컨트롤 +10 16.10.03 410 11 10쪽
8 실험대상 4번 +5 16.10.02 442 14 9쪽
7 미친 재능 +12 16.10.01 447 15 8쪽
6 착각과 기대감 2 +6 16.09.30 449 14 11쪽
5 착각과 기대감 1 +12 16.09.29 490 15 13쪽
4 부자상봉 +10 16.09.27 569 18 11쪽
3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2 +17 16.09.25 559 21 10쪽
2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15 16.09.24 748 26 11쪽
1 프롤로그 +15 16.09.24 794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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