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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9.20 02: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2:31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184
추천수 :
282
글자수 :
92,749

작성
16.10.14 21:08
조회
202
추천
10
글자
9쪽

봉변

DUMMY

할아버지는 오늘 아침 일찍 루비시티로 먼저 출발하셨다.

마탑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나.

플로쳐 선생님께 줄 선물(향신료가 가득 들어있는)은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이실론에 들렀다 저녁에 오거라. 너에게 줄 선물이 있단다."

"이실론이요? 아, 이것 좀 플로쳐 선생님에게 전해줘요."


루시의 안장에 선물이 든 가죽 주머니를 매면서 말했다.

할아버지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곧 내게도 가죽 주머니 하나를 건네 주셨다.


"플로쳐? 허허···. 이실론 시장에게 이걸 건네주거라. 점심 먹고 출발하면 될게다."

"할아버지가 직접 안 가고요?"

"내가 루시를 타고 이실론으로 갔다간 큰 난리가 나지 않겠느냐?"


할아버지는 빙긋 웃으셨다.

이실론은 할아버지의 마탑이 있는 루비시티와 마찬가지로 로틸 도시연맹의 의술과 약초로 이름높은 도시.

가죽 주머니에는 유리병 두개가 내용물을 찰랑가리며 소리를 내고 있다.

가끔 이실론에서 마탑에 주문을 넣곤 한다. 약초는 이실론에 더 많지만 약초 배합과 포션 제조는 마법사들이 더 뛰어나니까.

나도 이실론에 자주 가본건 아니다. 주문제작된 포션류는 직접 찾으러 오는 경우가 더 많다.


"어차피 이렇게 타고 다니면 언젠간 다 소문날텐데요 뭐."

"어쨌거나 조심해서 다녀오거라. 난 먼저 출발할테니 저녁때 보자꾸나."


할아버지는 그 말을 남기고 루시를 타고 사라지셨다.

나는 몇 시간 동안 집에서 빈둥거리려 했지만 형 때문에 일을 도왔다.

키니얼 녀석들이 위드가 마구 먹어대는 민트에 호기심을 드러냈지만, 위드는 민트 잎 한장도 줄 생각이 없다는 듯 혼자 마구 먹어댔다.

그리고는 한번에 너무 많이 먹어치워서인지 침을 질질 흘려댔고, 속이 쓰린지 거대한 소리로 나와 형에게 트림을 발사했다.

···와이번이 트림하니까 용트림인가?


-크어어어억.


"으어··· 미친. 뭐냐 와이번 입에서 이런 청량감이?"

"어. 위드는 원래 입냄새 안나."


냄새가 안 나기는 무슨. 민트를 이렇게 먹어대니 그렇지.

그 많던 민트를 한번에 작살내버린 위드는 눈을 부릅 뜨고는 내게 성질을 부려댔고, 엄마가 속 쓰린데 좋다고 양배추를 먹이라며 줬지만 더 이상 풀은 먹지 않으려는듯 그르렁 댔다.


"니가 무슨 소냐. 뭔 풀때기를 이렇게 많이 먹어. 좀 나눠주면 될거가지고 혼자 다 먹으니까 그렇지."


-키에엣!


"알았어, 알았어. 화내지 마. 나 점심먹고 출발하자. 고기 좀 갖다줄까?"


-키잇.


위드는 성질을 내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제 멋대로 인거야. 위드는 다른 와이번들이 먹을 고기의 두세배 가량을 먹어치우고는 또 민트를 요구했다.

있어야 주지, 이 돼지같은 와이번아.


***


배불리 점심을 먹고 어제 따온 사과로 사과쥬스를 만들어서 잔뜩 위드의 등 위에 싣고 기분 좋게 목장을 나섰다.

출발 직전에 와이번을 보러 온 기사가 하나 있었다. 다른 와이번들 말고 위드에게 관심을 보여서 팔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예약도 하지 않고 불쑥 찾아온 사람이라 아버지도 조금 짜증이 난 듯 했다.

그래도 이 시간대에는 예약이 없었기에 별로 문제될 건 없다. 아니, 없었다고 해야지.

저 기사 아저씨가 은근슬쩍 나와 위드를 뒤따라오고 있으니까 문제가 조금 생길지도 모르겠다.


"계속 따라오는데, 속도 좀 낼까?"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서 고글만 차고 있다. 천천히 날개를 펄럭이며 날고 있던 위드는, 내 말을 듣고 입을 한 번 크게 벌리더니 날갯짓에 박차를 가했다.


-키이이에엣!


하지만 뒤따라오는 와이번은 와일러 종. 아무리 위드가 로드아이 종 치고는 빠르다고는 하지만 마음먹고 속도를 내는 와일러 종을 완전히 따돌릴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가는 길이 겹쳤겠거니 했지만 이리저리 코스를 틀며 비행하고 있는데도 쭉 따라오는걸 보니 나에게 용무가 있는건가?

그런데 기사가 나에게 무슨 용무가 있겠어.

아무래도 그건가?


좋은 와이번에게 욕심을 내는 사람들은 꽤 많다.

종종 욕심이 지나쳐 실수를 하는 사람도 있고, 과욕이 참사를 부르기도 한다.

저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욕심이 과하다. 꽤 좋은 와이번을 타고 있는데 왜 저런담? 물론 우리 위드가 좀 뛰어나긴 하지! 성격이 더러워서 탈이긴 한데.


"협곡 안으로 들어가자. 내가 신호하면 빠르게 하강해."


와일러 종이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협곡에서는 크게 힘을 못 쓴다는게 정석이다. 특히 플레타 산맥 서쪽의 이 지역에서는 산곡풍이 강하게 분다.

해가 중천에 뜬 지금, 협곡 아래에서 산 정상으로 곡풍이 강하게 불고 있을테지.

와일러 종의 크고 넓은 날개 피막은 이런 강한 바람을 역으로 맞아 날기에는 부적합하니까 협곡 아래로 휙 하고 들어가버려야지. 그리고 아래위로 왔다갔다 하면 곧 따돌릴 수 있을거야.


"자, 지금! 가자!"


위드는 날렵하게 하강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곧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고기 많이 먹을때부터 알아봤어. 등에 타고 있는데도 위드의 장이 꿀렁거리는게 느껴진다.


***


"아래로 들어간다! 거리 유지하고 쫓아!"


제임스 톰슨의 부하 중 하나인 윌킨은 고삐를 강하게 부여잡고 자세를 낮추었다.

그냥 와이번 목장 아들인줄 알고 가까운 거리에서 미행을 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의외로 날카로운 감각을 가졌는지 짙은 몸통의 와이번을 탄 꼬마 녀석은 미행을 눈치 챈 듯 와일러 종으로는 진입하기 어려운 협곡 사이로 와이번을 인도했다.


'뭔 놈의 와이번 목장 아들놈이 내 미행을 눈치챈거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기사들이라면 이 정도의 거리면 눈치챌 만 하겠지만, 상대는 끽해야 10대 소년.

운이 없어서 들켰겠거니 생각하고 협곡 아래로 들어가려는데 아래에서 위로 강한 바람이 치고 올라왔다.


-키에엣!


"천천히 진입하자! 날개를 접어!"


와이번 루에즈가 강한 바람에 소리를 질렀고 윌킨은 어쩔 수 없이 날개를 접을 것을 명령했다.

그만큼 속도가 확 줄어버리겠지만 날개를 다 편 채로는 따라갈 수 없을테니까.

사실 미행이 이미 들킨 만큼 계속 미행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이 타겟은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기도 했으니.

둘째 공자와 관련된 인물들을 싸그리 조사하라는 명령. 니펠트의 와이번인 클레이터너를 조사하면서 목장에 들렀다가 별로 건질게 없어서 뭐라도 나오려나 싶어서 따라온 것 뿐이니까.


그런데 그냥 돌아가려다가도 꼬마녀석이 급하게 도망가는걸 보니 의구심이 생겨 더 따라가게 되었다.

몇번의 상승과 하강을 겪으면서 거리가 조금씩 벌어졌지만, 그래도 윌킨도 와이번 라이딩 만큼은 펠스팅스의 부하들 중에서도 꽤나 손꼽는 인물이 아니던가.

비록 루에즈도 굉장히 진이 빠지기는 했지만 이 구불구불한 협곡도 곧 끝이 보였다.

협곡만 벗어나면 와일러 종 특유의 폭발력으로 곧 따라잡을 수 있을터.

이 정도로 기를 쓰고 도망가려는걸 보니, 기사 생활 10년차인 윌킨의 감이 이렇게 외쳤다.


'분명히 무언가 있다! 이 정도로 도망가려는걸 보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협곡의 끝 자락까지 하강했다 올라갈 필요는 없을거라는 판단을 내린 윌킨은 협곡의 끝에 도달하기 한참 전부터 루에즈의 날개를 힘껏 펼쳐 상승기류를 타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꼬마 녀석의 와이번은 꽤 높은 고도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쫓는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응? 저거 뭐지?"


꼬마 녀석의 와이번 쪽에서 무언가 거대하고 검은 덩어리들이 윌킨의 방향으로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신형 와이번 병기인가? 저런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데!


"루에즈! 피해!"


-키에엣!


루에즈도 당황한 듯 몸을 크게 틀고 피하려 했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을 대로 붙은 상황.

검은 물체의 일부가 루에즈의 몸에 직격되었고, 또 일부가 윌킨의 상체에 직격했다.


"······?"


비교적 익숙한 냄새.

익숙하지는 않지만 불쾌한 촉감.

다행히 맹독은 아닌 듯, 무언가 타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 뜨끈한 이 느낌.


"민··· 트? 이거, 똥··· 냄새?"


익숙한 냄새의 정체를 알았다.

오늘 아침에 루에즈가 퍼질러 놓았던 대변.

바로 그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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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민트경과 함께 +2 16.10.18 122 9 9쪽
21 록탈라의 크레이터에는 전설이 있지 +3 16.10.17 129 10 8쪽
20 민트의 기사 2 +3 16.10.16 147 8 9쪽
19 민트의 기사 1 +3 16.10.15 163 6 9쪽
» 봉변 +3 16.10.14 203 10 9쪽
17 펠스팅스 5 +4 16.10.12 195 10 10쪽
16 펠스팅스 4 +2 16.10.11 222 10 13쪽
15 펠스팅스 3 +4 16.10.10 303 9 10쪽
14 펠스팅스 2 +6 16.10.09 317 10 11쪽
13 펠스팅스 1 +3 16.10.08 326 11 9쪽
12 6년 후 +7 16.10.07 325 8 10쪽
11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6 16.10.05 421 12 9쪽
10 특이종 +5 16.10.04 404 11 7쪽
9 마나 컨트롤 +10 16.10.03 410 11 10쪽
8 실험대상 4번 +5 16.10.02 442 14 9쪽
7 미친 재능 +12 16.10.01 447 15 8쪽
6 착각과 기대감 2 +6 16.09.30 449 14 11쪽
5 착각과 기대감 1 +12 16.09.29 490 15 13쪽
4 부자상봉 +10 16.09.27 569 18 11쪽
3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2 +17 16.09.25 559 21 10쪽
2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15 16.09.24 748 26 11쪽
1 프롤로그 +15 16.09.24 794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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