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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창공의 왕좌 : The wyver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9.20 02: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2:31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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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글자수 :
92,749

작성
16.10.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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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DUMMY

나는 루시의 새끼에게 '빙빙' 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루시를 돌보기 위해 고용된 와이번 사육사인 마르코 아저씨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묻긴 했지만.


"도, 도련님. 진짜 그걸로 괜찮으시겠어요?"

"네. 빙빙이 이상해요?"


빙빙이 괜찮은 것 같은데 왜 그러는거지.

마르코 아저씨는 눈이 빙빙 돌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뭐, 도련님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름으로 하시면 되는거죠. 뜻이 뭔가요?"

"책 주인공 이름이에요. 빙 더 그레이트 빙빙!"

"빙 더 그레이트 빙빙?"


고개를 갸웃 하던 마르코 아저씨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하고 쳤다.


"아, 그거! 우리 아들놈도 좋아하더군요. 근데 그거 아세요? 빙 더 그레이트 빙빙은 원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이 있다는걸요."

"모티브요? 누구 이야기에요?"


빙 더 그레이트 빙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험책의 주인공 이름이다.

하늘을 나는 고래를 타고 머리 세개 달린 플레타 산맥 만한 뱀과 맞서 싸운 주인공!

그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빨리 말해줘요!

마르코 아저씨는 빙긋 웃고는 루시의 앞에 사슴고기 덩어리를 내려 놓으며 말했다.


"남쪽 바다의 지배자 위드. 흑선(黑船)의 주인인 위드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헤에."


나는 그 위드 이야기를 꼭 찾아보리라 다짐하고는, 마르코 아저씨가 가져 온 사슴고기를 잘게 다지기 시작했다.

물론 루시가 입으로 잘게 씹어서 빙빙에게 주긴 할테지만, 이거 진짜 해보고 싶었거든.


와이번들의 식사를 돕고 난 다음, 방으로 들어온 나는 벽에 가득찬 책장에서 기어코 위드의 일대기가 담긴 책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위드는 지금은 그 어떤 배도 다니지 못하는 남쪽 바다, 실렌 해(海)를 누비던 영웅이었다.

하늘을 나는 고래 이야기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고래들의 친구이자 바다의 수호자!

오전 내내 그 책에 빠져있던 나는 플로쳐 선생님이 내 방으로 오고 나서야 고개를 치켜들고 이렇게 외쳤다.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으로 정했어요!"

"응? 무슨 소리니?"


플로쳐 선생님이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아서 기쁜 나머지 앞뒤를 다 잘라먹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루시의 새끼요. 이름을 지었어요.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아하··· 위드?"

"아뇨.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이라구요!"


마법 수업을 위해 나를 찾은 플로쳐 선생님은 나의 강력한 주장에 조금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은 너무 기니까 줄여서 위드라고 부르는게 어때?"

"부르는건 마음대로지만 꼭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이라고 기억해줘요!"


결국 나는 모든 사람들(요리사 올리버 아저씨, 청소하고 일을 도와주는 누나 세명, 집사 렌튼 아저씨) 모두에게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이라는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길지 않냐며 고개를 갸웃거렸기에, 반드시 풀네임을 기억하되 부를때는 위드라고 불러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나도 너무 길어서 이름을 말할때 마다 입가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몇번 부르다 보니 자연스레 나조차도 위드라고 부르고 있었다.


***


"탑주님. 루시를 공개하는게 어떻겠습니까?"


다짜고짜 레펠리언의 집무실에 찾아온 플로쳐의 말이다.

내뱉은 문장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레펠리언은 그 말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 챌 수 있었다.


"자네 조금 흥분한 것 처럼 보이는군."

"커프시커가 제국 학회에 와이번과 관련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플로쳐.

마법사들의 세계는 숨겨두고 감추어 자신만 알고 있으려고 하는 것이 많기는 하지만, 그들의 생리라는게 별난 부분이 있다.

순위를 따지고 우열을 논하는게 우스워 보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숨겨두고 혼자만 아는게 있더라도 누군가 대중에 공개하는 순간 공개한 자가 최고 권위자가 된다.

그러나 숨겨둔 것이 있는 사람이 발표된 것 외에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 정도만 증명할 수 있더라도 최고 권위자의 자리는 숨겨둔 자에게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커프시커의 마탑이 우리를 앞지르는 것 처럼 보여서 기분이 나쁜가 보군."

"물론입니다. 노새가 말이 쉬고 있을 때를 틈타 앞질러 나갔다고 해서 노새가 더 빠르다고 주장하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새가 말보다 빠르다고 생각하는 건 멍청이들 외에는 없지 않나."

"하지만 이대로면 우리가 노새 취급을 받지 않겠습니까?"


야망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인가.

물론 레펠리언도 커프시커의 마탑이 발표한 연구 결과 정도는 이미 입수해서 읽어본 후였다.

겉보기에는 커프시커의 와이번 연구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네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별 것도 아닌 연구에 그리 열 올릴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게 내 생각이네. 어차피 커프시커의 연구는 걸음마 단계 아닌가?"

"하지만 커프시커의 연구가 발표 된 후, 몇몇 귀족들과 상인들이 그 쪽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다른 긴 말 필요 없이, 스승님께서 루시를 타고 비행 한번만 하시면 그 자들이 몽땅 저희에게 몰려올 것이라는 것 쯤은 부족한 저 조차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게다가 커프시커 마탑은 제국에서 점점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지 않습니까. 이권다툼에서 밀린 귀족들을 순식간에 끌어들일지도 모릅니다."


서부의 루나레린 왕국을 패퇴시키고, 대륙 동부를 흡수 혹은 귀속시킨 세틸리온 제국.

레펠리언은 이 전도유망한 청년이 단순히 지는게 싫어서 이렇게 흥분해 있는 것인지,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대륙 전체의 판도가 뒤흔들릴 만한 중대한 사건들이 가까워져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일지.

혹은 그저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에 불과한지.

제국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 그저 그들의 풍부한 경제력을 지칭하는 것인지.


"자네는 그저 지기 싫은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루시를 공개하자고 하는건가?"

"저는···."


플로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레펠리언은 혹시나 제자가 대륙의 정세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어서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저 승부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단순히 지기 싫어서 하는 말이라면 허용할 수 없네."


말없이 바닥을 바라보던 플로쳐는 곧 레펠리언에게 무례를 사과한 후 방을 떠났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거겠지.'


마법사가 강력한 마법을 쓰고 마탑을 세워 많은 마법사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걸로만 판단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사의 전략적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정치적인 견제, 와이번을 앞세운 물리적인 견제가 점점 강해지는 만큼.

마법사들도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량살상 병기로서의 마법사.

그저 그들을 국가의 자원으로서 잡아두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접(직위나 돈)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에 불과하다.

레펠리언은 그런 것들을 넘어서서 전략적 자원 이상의 존재가 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 보다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로쳐의 말이 맞다.

와이번 나이트로 사병을 꾸리지 못한 귀족들의 관점에서, 와이번에게서 자유로운 마법사라면 충분히 정치적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현재 주류 귀족들의 전략적 핵심은 와이번 나이트 이기에.

사실 원래 그런 목적으로 루시를 데려온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벨리언이 자신에게 온 석달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레펠리언 자신의 마음가짐도, 그리고 실제로도.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손자가 레펠리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연구 대상으로서 데려온 저 꼬마아이가 레펠리언의 마음을 화끈하게 열어제껴 버렸다.

자신을 꼭 닮은 푸른 눈동자,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착하고 솔직한 아이.

냉철한 마법사, 기계적인 연구자의 마음을 그대로 무장해제 시켜 버린 꼬마.

무언가를 배울 때 마다 쪼르르 달려와서 칭찬해달라는 듯 보여주는 손자가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그다지 잘 맞지 않아 직접 가르치는 일이 많았다고는 할 수 없는 레펠리언 이었는데 말이다.


레펠리언이 연구일지에 벨리언을 실험대상 3번이라고 쓰지 않은지도 한 달.

벨리언을 데려오지 않은 레펠리언이라면 플로쳐가 저런 제의를 하기도 전에 먼저 루시를 공개하려 했을 것이다.

레펠리언은 등받이에 죽은듯이 몸을 기대고는 상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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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록탈라의 크레이터에는 전설이 있지 +3 16.10.17 130 10 8쪽
20 민트의 기사 2 +3 16.10.16 147 8 9쪽
19 민트의 기사 1 +3 16.10.15 163 6 9쪽
18 봉변 +3 16.10.14 203 10 9쪽
17 펠스팅스 5 +4 16.10.12 195 10 10쪽
16 펠스팅스 4 +2 16.10.11 223 10 13쪽
15 펠스팅스 3 +4 16.10.10 304 9 10쪽
14 펠스팅스 2 +6 16.10.09 317 10 11쪽
13 펠스팅스 1 +3 16.10.08 326 11 9쪽
12 6년 후 +7 16.10.07 326 8 10쪽
» 위드 더 그레이트 빙빙 +6 16.10.05 422 12 9쪽
10 특이종 +5 16.10.04 404 11 7쪽
9 마나 컨트롤 +10 16.10.03 410 11 10쪽
8 실험대상 4번 +5 16.10.02 442 14 9쪽
7 미친 재능 +12 16.10.01 447 15 8쪽
6 착각과 기대감 2 +6 16.09.30 450 14 11쪽
5 착각과 기대감 1 +12 16.09.29 491 15 13쪽
4 부자상봉 +10 16.09.27 570 18 11쪽
3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2 +17 16.09.25 559 21 10쪽
2 엘드리퍼 와이번목장 1 +15 16.09.24 749 26 11쪽
1 프롤로그 +15 16.09.24 795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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