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3국 정상회담(5)
등장인물과 배경, 권력기구와 부대 편제, 주둔지와 무기 체계, 그 성능. 그리고 역사적 사건 등등은 모두 작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것으로 현실과는 다르고, 또 현실이 아니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이렇게 흐지부지 끝난 후 가진 만찬에서 내 말에 민재인 대통령이 먼저 환하게 웃으면서 잔을 들었고, 바이든은 마지 못해 잔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조찬에 이은 기자회견을 끝으로 아무 성과도 없이 제주도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은 공식적으로 끝이 나고 바이든은 중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나는 민재인 대통령과 함께 서귀포 관광을 했으니 당연히 수진과 민은정도 따라붙었다.
그렇게 나는 김정은이 되고, 내 동생 수진은 청와대 행정관이 되어 서귀포 관광을 했으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하늘에서 보고는 통곡을 할 광경이었다.
“강수진 양.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된 것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강 행정관도 북남 공군과 해군 합동훈련을 위한 실무회담에 참가하죠?”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내가 수진에게 이렇게 물은 것은 어떻든 우리 관계를 더 친밀하게 만들려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수진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김 위원장님, 먼저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실무회담에는 말 그대로 남북의 실무자가 참가해야지 제가 무슨 능력이 있어 공군과 해군의 실무회담까지 참가하겠습니까.”
“그건 아니지. 아니고말고. 그리고 실무회담일수록 그 훈련을 성사시킨 장본인이 참가해야지. 그리고 북이고, 남이고 간에 군발이들은 다 고지식하고, 고집도 세서 서로 양보를 잘 안 해요. 그러니 강 행정관과 우리 민 소장이 같이 참가해서 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도록 해야지.”
“김 위원장님 말씀 그대로면, 민은정 소장님도 고지식하고, 고집이 센 군인인데 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겠습니까?”
수진의 이 말에 민재인 대통령이 바로 끼어들어 얄밉도록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맞네. 맞아. 민 소장도 군인이니까. 김 위원장, 우리 강 행정관에게 한 방 먹은 소감이 어떻소.”
“벌써 편드십니까.”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이오.”
“사실이고 뭐고 간에 민은정 소장은 군인이기 이전에 내 특별비서라서 다른 군발이들과는 체질적으로 다릅니다. 또 민은정 소장 말로는 강 행정관의 직급이 부이사관으로 자신에 비해 낮아 대통령께 산삼이라도 더 드리고, 아부라도 해서 직급을 자신과 같은 1급 관리관으로 진급시켜야 북남이 여러 문제를 서로 협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실무회담이 끝나면 일단 2급 이사관으로 승진시키겠소. 그럼 되겠소.”
민재인 대통령의 이 말을 들은 수진이 가장 놀랐고, 민은정은 그 말을 듣고 희미하게 웃었으며,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다음은 희토류. 그리고는 1급 관리관!”
“다 알면서 뭘 그런 말까지 하시오. 누가 듣고 오해하겠소.”
“하하하!”
“그리고 김 위원장, 좀 전 말은 알아들었소.”
“그렇다면 민은정 소장에게 산삼 들려서 보내겠습니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그건 그렇고 미국과는 현상 유지라도 잘해야 하오. 아니면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으니까.”
“어제와 오늘 보니 바이든 그 사람보다는 나 위대한 위원장님이 더 잔머리가 뛰어난 것 같았으니까 그 문제는 내게 맡겨 놓으십시오.”
“믿겠소.”
서귀포 어느 호젓한 바닷가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 다음 인근 횟집으로 가서 남북의 모든 수행원과 함께 식사하고, 3월 제주의 봄도 만끽했다.
그때 북한 제주 실향민들도 제주 관광을 계속하고 있었으니 제주는 역시 평화의 섬이 맞았다.
***
판문점 평화공원에서 남북한 공군과 해군 실무자들과 민은정, 수진 등이 만나서 합동훈련에 관한 실무회담이 열렸다.
“반갑습니다. 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위사령부 호위총국 소속 소장 민은정입니다. 오늘 이 회담의 성과를 바라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특별지시를 받고 나왔으니 아무쪼록 좋은 회담의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민국 국방부 소속 준장 성기용입니다. 저도 아무쪼록 마련된 자리이니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우선 공군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까요?”
그때 민재인 대통령은 사성그룹 회장 이희용과 LJ그룹 회장 구경모를 다시 청와대 안가로 불러서 북한 희토류 채굴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한 번 더 했다.
그리고 남북한 공군과 해군 합동훈련이 2021년 3월 22일 월요일 열리기로 결정된 다음 날 민재인 대통령은 이런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에 남북한 공군과 해군의 합동훈련을 3월 22일 동해에서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그 훈련 소식이 아니라 바로 이것입니다. 저번 제주에서 열린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저는 북한의 희토류 채굴에 관한 협의를 했고, 그에 따라서 곧 북한 희토류를 채굴할 우리 기업관계자와 정부, 청와대 관계자로 협상단을 꾸려 북한으로 보내 구체적인 협상을 할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석유, 석탄, 금, 은, 동, 마그네사이트, 옥, 자수정에 이어서 북한의 희토류까지 국제 시세보다 저렴하게 도입할 것입니다. 북한의 희토류 추정 매장량은 최소 2,000만 톤에서 최대 4,800만 톤으로 중국과 1위를 다툽니다. 그러니 우리 기업이 국제 시세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이 희토류를 공급받으면, 우리의 LCD, LED, 스마트폰, IT 산업, 전자제품 등은 물론 형광체와 광섬유, 원자로 제어제, 레이저와 페인트,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첨단 무기 등에 사용되어 그 경제적 파급력은 상상 이상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남북은 이제 하나의 경제 협력체 나아가서는 공동체가 되어갈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곧 시베리아횡단철도가 개통되면, 우리는 열차로 저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또 하나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세월 족쇄처럼 우리를 채워온 분단의 역사는 이제 과거의 유물로 박물관에 고이 모셔두고, 우리는 새로운 희망과 번영이 넘치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민재인 대통령의 이 대국민담화에 편승해서 온 언론이 나서서 북한 희토류 채굴과 그에 따른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 등을 온통 장밋빛 전망으로 보도하자 국민 대다수는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배알이 뒤틀려서 자빠질 정도로 치를 떠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건 역시 야당이었고, 수구 세력들이었다.
그리고 그 희토류 채굴, 남북 합동 군사훈련과는 상관없이 진행된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그간 대한민국에서 강제 출국당한 외국인은 22만 명이 넘었다.
그러자 서서히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농어업인이 생겨났고, 그간 중국 불법체류자를 대거 고용해서 일을 시킨 건설업계에서도 약간의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으나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런 불평불만에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자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들만으로도 일손이 충분하다고 그 불평불만을 일축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일손은 내국인을 채용하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가 110만 명이며, 아직 단속을 피해 도망을 다니는 불법체류자도 약 10여만 명으로 이들을 합치면, 전체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120여만 명이 훌쩍 넘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니 고용허가제로 연간 약 6만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단 한 명의 외국인 노동자도 도입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더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공언했다.
이런 가운데 사성그룹 회장 이희용과 LJ그룹 회장 구경모 회장 등 두 그룹 관계자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윤모, 한국 지하자원공사 사장 이정수, 그리고 기어이 청와대 2급 선임행정관(이사관)으로 승진한 수진 등이 북한으로 향했다.
3급으로 특채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2급으로 승진한 수진을 두고 야당에서 비판이 나왔지만,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는 공허할 따름이었고, 언론도 그간 수진이 관여해서 성사된 일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하는 바람에 더욱 그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강수진 이사관님,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호호호!”
“높으신 장군님께서 이곳까지는 또 어쩐 일이십니까?”
“강 이사관님, 승진을 축하도 하고, 공화국을 방문하신 여러분들 안내도 하러 왔죠.”
수진 등 남측 인원이 개성 공단 관리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마중을 한 북한 인물은 다름이 아니라 이처럼 민은정 소장이었다.
그녀와 함께 이번 희토류 채굴의 북측 실무 대표로 내가 임명한 부위원장 오지용 그리고 국가자원개발성 이진삼, 조선광물공사 사장 조기영 등이 남측 인물을 맞았다.
“이거 영광인데요. 남북한을 통틀어서 가장 핫한 민은정 소장님께 축하를 다 받고 말입니다.”
“자, 꽃다발!”
민은정이 꽃다발까지 건네주자 수진은 환하게 웃었지만, 사성그룹 회장 이희용과 LJ그룹 구경모 회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윤모, 한국 지하자원공사 사장 이정수 등은 서로 다른 알 수 없는 표정들을 제각각 지었다.
그중 사성그룹 회장 이희용은 이번 아니 이 중요한 희토류 채굴에 비록 2급 이사관이지만, 어린 수진이 청와대를 대표해서 나오자 그룹 관계자에게 들은 수진에 관한 보고를 떠올리면서 생각에 빠져갔다.
‘대학생이지만, 다른 곳도 아닌 제1부속실 3급 행정관으로 특채된 것만 봐도 박근애 정권의 유천초 행정관에 못지않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그 부분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남북한 공군과 해군 합동훈련을 청원하고, 실질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담판을 지어 그 훈련을 성사시킨 장본인입니다. 또한, 제주도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끝나고 서귀포 관광을 갔을 때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소에서 제대로 한 방 먹였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비서이자 호위총국 민은정 소장과는 국가도 사상도 종교도 인종도 다 초월해서 친구가 되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해봤을 때 앞으로의 대북 사업에서 강수진 이사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므로 그룹의 대북 투자에도 강수진 이사관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됨으로 앞으로 친분을 더 유지하는 것으로······.’
이희용 회장이 그룹 관계자 즉 국가정보원 정도의 정보력을 가졌다는 비서실에서 보고받은 이런 내용을 떠올리고 있을 때, LJ그룹 구경모 회장 또한 사성그룹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정보력을 갖춘 그룹 전략실에서 보고한 수진에 관한 내용을 떠올렸다.
- 작가의말
현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고, 그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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