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3국 정상회담(4)
등장인물과 배경, 권력기구와 부대 편제, 주둔지와 무기 체계, 그 성능. 그리고 역사적 사건 등등은 모두 작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것으로 현실과는 다르고, 또 현실이 아니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아니라 난장판 같은 회담은 이렇게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희토류에 이어서 우라늄까지 채굴하자고 하는 순간 일그러지는 바이든의 얼굴을 보노라니 더 약을 올리고 싶어서 이렇게 말을 더 보탰다.
“그래서 희토류에 이어서 우라늄으로도 세계 일등을 한번 해보고, 그 돈으로는 중국 침략에 대비해서 미국제 무기가 아니라 러시아제 무기를 왕창 구매하시죠. 그럼 트럼프 때 한국이 미국 무기 약 200조 원 이상 쌌는데, 바이든 이 사람 때는 단 1원어치의 무기도 안 사주면, 미국의 그 힘센 군산복합체 등쌀에 과연 대통령 자리 그대로 유지하는지 보전할지 한번 보시죠. 어떻습니까?”
국방개혁 이후 한국이 도입한 미국제 무기 대금이 200조 원은 넘지 않았지만, 이렇게 부풀려서 이야기하자 바이든의 인상이 한없이 더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과거에나 현재나 힘이 센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김 위원장,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실례니 우선 한 번 더 물어봅시다.”
“뭘 더 물어봅니까. 미국에도 희토류가 있다는데, 우라늄이라고 없겠습니까. 그리고 남조선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무기 팔면 되니 이러겠죠. 그런데 내가 알기로 남조선은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산 무기 총 약 36조 원어치를 수입해 미국 무기 수입 세계 1위 국가였고, 2018년에는 다시 약 10조 원, 전력을 대폭 증강한 2019년에는 거의 100조 원, 2020년에도 약 40조 원, 올해도 약 40조 원, 내년에도 그만큼이 무기 구매비로 책정될 것이 뻔하고, 그럼 미국 무기 최대 수입국 아닙니까. 그런데 그거 다 끊기면, 그 힘센 군산복합체 등쌀에 진짜 대통령직 유지하기 어렵겠다. 아니, 어렵겠지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바이든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굳어지더니 기어이는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러더니 말로는 나를 이길 수 없었는지 대상을 내가 아닌 민재인 대통령으로 바꾸더니 이런 말을 꺼내놨다.
“민재인 대통령님, 설마 우리 미국이 아닌 러시아로 무기 수입처를 돌리지는 않겠지요.”
“바이든 대통령님, 그전에 북한의 비핵화 즉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북한의 일괄 비핵화와 그에 따른 제재 해제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고, 트럼프 대통령 정부 때는 북한에 대한 수많은 제재를 대부분 해제해주었기에 오늘날 남북은 제법 많은 경제 교류와 인적, 물적 교류 나아가서는 군사 교류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교류를 다시 돌리기에는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중국의 압박과 야욕이 점점 현실화하는 이 시점에서 말입니다.”
“중국이 북한을 침략할지 말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 우리 정보기관들의 중론입니다.”
“얼마 전 중국 북부 전구에서 북한 붕괴를 대비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습니다. 명목이 북한 붕괴였지만, 그것은 실상 북한 침공을 위한 군사훈련이었으니 대통령님께 그런 정보를 올린 정보기관의 수장들부터 교체해야겠습니다.”
“중국 북부 전구 훈련은 그동안 여러 번 시행된 것이 아닙니까?”
“여러 번 시행된 것이지만, 그 목적은 늘 북한 침공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러시아 동방 전략훈련에 사상 처음으로 참가하더니 작년에는 기갑여단과 포병여단까지 보냈습니다. 그것도 유사시 북한으로 진주할 기갑여단과 포병여단을 말입니다. 그리고 서해에서의 해상 훈련은 이제 아주 지겨울 정도입니다. 그러니 생각해 보십시오. 그 일련의 훈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러니 대통령님에게 중국의 야욕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정보기관의 수장들부터 교체하라는 겁니다. 트럼프 정부의 정보기관장들은 현실적인 판단을 제대로 했는데 말입니다.”
“민 대통령님이 그렇게 염려하시니 중국의 움직임을 더 자세히 검토하라고 지시하겠으나 그런 중국의 움직임과 북한 핵 문제는 다른 것입니다.”
“다른 것은 맞습니다만, 현시점에서 북한 핵을 일괄 폐기하기에도 이미 때가 지난 것 같고,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것 같으니 점진적으로 하자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지금 판문점에서 핵탄두 1기가 주한미군에 넘어가듯 그리고 그동안 북한 핵탄두 10기가 넘어왔듯 그렇게 말입니다. 거기에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한 가지는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되고, 중국의 침략이 없으면 그때 통일 한국은 핵무기를 영구히 폐기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귀국 미국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북한이 아니라 통일 한국을 상대로 핵무기 폐기를 압박할 수 있으니 지금보다는 쉽게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서서히 점진적으로 북한 핵을 폐기하시죠.”
내가 원하는 핵무장을 한 강력한 통일 한국은 아니었지만,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바이든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시점에서 북한 핵을 폐기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제재는 이미 물 건너갔고, 한국의 허락 없이는 북한을 폭격할 수 없을 것이고, 만약 미국 혼자 북한을 폭격했다가는 내가 말한 것처럼 당장 미국 본토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이 핵 공격을 받아 멸망할 것이다.
또한, 북한을 폭격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자동으로 참전해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이니까 말이다.
“민 대통령님의 말씀은 그럼 한국이 평화적으로 통일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그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때는 우리 정치인이 아니라 위대한 통일 한국의 국민이 나서서 핵 무장을 반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니 자연스럽게 핵무기를 전부 폐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리고 그러려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바이든이 난색을 보이면서 이렇게 말끝을 흐리자 민재인 대통령이 한숨을 한번 길게 토해내고는 다시 말했는데, 그 모습을 보노라니 나도 답답했으나 지금은 끼어들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서 묵묵히 앉아서 듣고만 있었다.
“몇 년이 아니라 몇십 년이 흐른다고 해도 지금 그 방법 말고, 북한 핵무기를 폐기할 방법이 있습니까?”
“국제사회가 나서서 2019년 이전보다 더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할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는 이제 강력하게 반대하니 유엔을 통한 제재는 이미 물 건너갔고, 그럼 미국과 미국의 우방국만으로 제재해야 하는데, 과연 그 제재만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제재는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는 반대하니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 북한을 폭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진짜 일본 멸망에 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진 바이든의 눈빛을 보니 자랑 같지만, 내가 환생한 이후 외교는 물론 정치까지 정말 잘한 것 같았다.
그러니 중국과 러시아를 완전한 내 편으로 끌어들여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를 물거품으로 만들었고, 두 나라와의 교역을 확대해서 제재의 실효성까지 허물어버렸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면 자동으로 참전하게끔 조, 중, 러 안보동맹조약서 상의 글자로만이 아니라 현실로 참전하도록 만들어도 놓았으니 말이다.
하고 트럼프 정부와는 절묘한 협상으로 대부분의 대북 제재 또한 풀어버린 것은 물론 한국까지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으니까.
그러니 이제 미국 혼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민 대통령님은 왜 자꾸 북한 편만 드십니까?”
“예나 지금이나 우린 한민족이고, 중국이란 공통의 적과 일본이라는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경제적 이유만으로도 북한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처지니 그 점도 생각해 주십시오. 그런데 대통령님은 왜 자꾸 북한을 적으로 만들려고 하십니까?”
“북한이 우리를 적대시하니 우리도 적으로 대할 수밖에요.”
“그럼 이제부터라도 서로 적이 아니라 친구로 대하면 되겠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적이 아니라 친구로 지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아예 북미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고, 나아가서는 군사동맹까지 맺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럼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것 아닙니까. 그래서 공동의 적인 중국을 견제하시죠. 믿을 수 없는 일본보다는 우리 남북한이 훨씬 중국을 상대로 더 잘 싸울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북한과 상호 불가침 조약도 모자라서 군사동맹까지 맺으라고요?”
“예, 그러면 친구가 될 것 아닙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민 대통령님도 잘 알지 않습니까.”
“아니, 모릅니다. 그리고 단지 핵 때문이라면, 미국은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는 왜 그렇게 잘 지내는 것입니까?”
또 한 번 바이든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은 나는 똑똑히 볼 수 있었으니 민재인 대통령의 말이 그에게 일정 부분 먹혀든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랬다.
“그들 나라와 북한은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로······.”
“뭐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까. 다 같은 나라죠. 그리고 서로 적대시하니 또 적대시하여 지금의 이 문제가 터진 것 아닙니까. 그러니 이번 기회에 서로 친구가 되어 공동의 적인 중국에 맞서자는 것 아닙니까. 미국의 최대 적이 중국이지 북한이 아닌 바에는 말입니다.”
“향후 우리 미국의 최대 적국이 중국이 될 것은 자명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그런 중국의 앞잡이 노릇을 해왔으니······.”
“뭐라고? 앞잡이!”
“그래, 앞잡이!”
“이자가 정말 못하는 말이 없네.”
앞잡이라는 말에 발끈해서 내가 나서는 바람에 또 회담장에는 냉랭한 분위기만 흘렀다.
그러니 예의 민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자, 두 분은 진정하시고, 바이든 대통령님, 북한이 이제는 중국 편이 아니라 우리 편을 들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상호 불가침 조약, 군사동맹까지는 못 맺더라도 평화협정 정도는 맺고, 중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시죠. 겉으로는 지금처럼 지내면서 말이죠.”
“이 양반아. 이게 바로 중국을 상대로 한 구밀복검(口蜜腹劍)과 면종복배(面從腹背) 전략이라는 거야. 하긴 양키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지. 암 알 리가 없지!”
“뭐?”
“이제 뭐라고 대신 뭐냐? 이 무식한 양키 대통령님아!”
“그렇게 까불다가 진짜 큰코다친다.”
“코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 더 크네.”
초등학생도 아니고 일국의 지도자가 이렇게 유치하게 싸운다면 남들이 믿을까.
그러나 바이든과 나는 이렇게 유치하게 싸웠고, 민재인 대통령은 우리를 말리면서 대안을 제시했으나 그 안에 관한 결론은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미국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지는 않았고, 현상 유지 정도는 하게 되었으니 핵탄두 하나를 넘겨준 보답은 어느 정도 된 것도 같았다.
“웃죠. 그리고 잔도 들고!”
- 작가의말
현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고, 그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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