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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c 님의 서재입니다.

탐식으로 주인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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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28 18:27
최근연재일 :
2023.06.1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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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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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7,146

작성
23.05.2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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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화 신들의 전장에 끌려오다

DUMMY

눈앞의 메시지가 사라지자, 주변 사람들이 사라지며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넓은 동굴에 있던 나는 어느새 검은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작은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조그마한 돌들이 듬성듬성 박힌 천장의 틈새 사이로 얕은 빛이 흘러들었다. 이 어둠은 일반인에게는 시골의 한밤중과 다를 바 없겠지만, 매일 태양을 피해서 어두운 방 안에만 있던 나에게는 친숙한 어둠이었다.


“여기는. 괴수의 미궁인가.”


나의 작은 혼잣말이 방을 울릴 때였다.


[괴수의 미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궁의 중심에 도착하는 참가자분이 생기거나, 플레이 타임이 10일을 넘길 경우, 신들의 전장이 종료되며 미궁의 중심에 가까이 도달한 생존자 순으로 순위가 결정됩니다.]


 메시지의 전장 룰 설명이 끝나자. 뒤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 스르륵! 쿵!


 사방을 가리던 벽 중 내 등 뒤에 있던 벽이 아래로 꺼지듯 내려갔다. 벽이 사라지며 나타난 좁고 기다란 통로는 나에게 하나뿐인 길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길은 하나뿐이고. 나는 나아가야 하고. 그래야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작은 목소리로 목표를 상기시키며 하나뿐인 길을 향해 걸어 나가려 할 때였다.


 -끼륵. 끼륵.


 하나뿐인 통로에서 작지만 거슬리는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좁고 어두운 통로를 통해 작은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며. 소리를 내는 이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온 작은 체격의 실루엣은 소설에서 묘사하던 고블린과 같았다.


 ‘역시.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첫 거름은 고블린이지.’


 소설 속의 묘사로만 알고 있던 고블린이 눈앞에 나타나자. 괴물이 내 앞에 있다는 두려움보다는.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험치로 보였다.


 ‘F급 각성자도 잡을 수 있는 고블린을. 내가 처치하지 못하면 말이 안 되지!’


 각성을 통해 탐식 특성을 얻고. 우연히 다른 각성자의 피를 마시며, SSS등급의 특성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난. 이 상황에서 두려움보다 호승심이 생겼기에. 다가오고 있는 작은 인영을 향해, 내가 먼저 몸을 날렸다.


 “이야!!!”


 좁은 통로의 미궁에서 큰 기합을 내지르자. 그 소리는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다. 그 큰 기합 소리에 다가오던 고블린도 놀랐는지. 어둠 속에서도 움찔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더욱 소리를 키우며, 고블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 질렀다.


 - 퍽!

 - 꺄릇!


 첫 공격이 고블린의 얼굴에 적중하자, 애초에 스펙에서 앞서고 있던 나에게 싸움의 승기는 기울어졌고. 그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야악! 뒤져라!”

 - 파악! 파악! 파아악!



 정신없이 주먹을 휘두르던 나를 멈추게 한 것은 고블린의 피 냄새였다. 눈앞에는 내 상체에 눌린 상태로 뇌수를 흘리고 있는 고블린의 시체가 보였다.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나를 정신 차리게 한 냄새.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

 향긋한 냄새.


 고블린의 얼굴은 나의 주먹에 뭉개져 있었고. 나의 주먹은 고블린의 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손에 가득 묻어 있는 피를 보자. 본능적으로 손에 묻어 있는 피를 핥게 되었다.


 “···맛있다. 달콤하다. 향긋하다.”


 고블린의 피를 핥고 그 맛에 빠져 혼잣말을 할 때.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띠링! 특성 탐식이 발동되었습니다.

 - 특성 탐식이 발동하여 사용자의 상처와 체력을 일부 회복시킵니다.

 - 사용자가 피를 탐식하여 포만감과 필요 영양분이 일부 충족됩니다.

 - 고블린의 피를 탐식하여 능력치가 소폭 증가합니다.


 특성 발동 메시지를 보고 정신을 차린 후, 내가 한 행동들이 떠올랐다. 손에 묻은 몬스터의 피를 핥으며. 그 맛에 취해 있던 자신··· 이 행동이 일반적인 사람이 보일 만한 모습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일반적이면 안 된다.


 ‘난···특별해. 강해져야 해. 나는 주인공이니까!’

 ‘어차피 해야 했을 행동이었어.’

 ‘피를 먹어야 강해지니까.’


 이 그로테스크한 행동을 주인공의 특별함으로 몰아가며. 마음을 진정시켰고. 강해져야 한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신들의 전장에 들어온 이상. 앞으로, 사람들도 죽이게 될 거야··· 전장에서 결국 절반은 탈락이야. 어차피 탈락당할 걸 내 손으로 하는 것뿐이라고··· 내가 강해지는 건 덤일 뿐···.'


 다음에 사람들을 마주치면 일어날 상황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행동도 미리 정당화했다.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정리하자. 그제야 몸에 나타난 변화가 느껴졌다. 피부는 이번에도 화상 자국이 일부 사라졌고. 체력 회복과 소량 능력치의 상승이 있어서인지 오히려 전투 전보다 몸이 가벼운 느낌이다.

 능력치의 상승량은 정확히 체감이 안 되어 상태창을 확인해봤지만, 등급의 변화는 없었다. 추후 누적이 되어야 등급의 변화를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열흘 동안 필요한 먹거리는 피로 해결하면 되겠네.”


 피를 탐식함과 동시에 힘을 얻고, 생존의 필수인 먹거리가 해결되니. 약간의 심적인 여유가 생겼는지. 방금 고블린과 싸움 내용을 뒤돌아보게 해주었다.


 선공으로 우위를 점하고 시작했고. 너무 흥분한 상태로 치루는 첫 전투여서. 나의 전투 능력을 모두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의 자신감의 원천인 고유 특성 탐식이, 지금 당장 전투력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깨달았다. 현재의 나는 E 등급의 능력치를 가진,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평범한 수준의 각성자였다.


 ‘고블린이 아닌 각성자와 마주치게 된다면. 고유 특성을 믿고 무작정 나대지는 말자. E등급 육체 능력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자.’


 전투 내용에 대해 복기를 마치고. 다시 하나뿐인 길을 통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미궁의 좁은 통로를 걷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났을 때. 눈앞에 반경 10m 정도 돼 보이는 동공이 나타났다. 동공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뒤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 스르륵! 쿵!


 처음 시작점에서 사방을 가리던 벽 하나가 사라지던 모습을 되감기 하듯. 바닥에서 벽이 솟아오르며 내가 들어왔던 통로를 막았다.


 공동에는 3개의 갈림길이 있었다. 미궁에 들어와서 처음 만나는 갈림길이었지만. 신들의 전장의 내용을 알고 있는 나와, 거침없는 성격을 가진 이들에겐. 이 미궁의 중심을 향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미궁에서 중심으로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느 갈림길을 선택해도 결국에는 미궁의 중심으로 향하게 되어있고, 이동 거리도 같다. 모든 길이 미궁의 중심으로 향하는 대신, 그 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몬스터. 함정. 보물상자.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랜덤 방식의 통로이다. 하지만 중간에 일어나는 일들은 부가적이다. 신들의 전장에서의 우선순위는 이 미궁의 중심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1인을 선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간의 과정은 운에 맡기고. 고민하지 말고 빠르게 나아가면 된다. 


 ‘오른쪽으로···.’


 3개의 갈림길 중 오른쪽 길로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가운데 길에서 걸쭉한 남성의 목소리와 폭음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 이야아! 젠장! 이 괴물들이!!!

 - 펑! 펑! 펑!


 오른쪽으로 가려던 발길을 멈추고, 가운데 길로 눈길을 돌렸다.


 ‘이쪽에서 전투 중인가?’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면, 보상이 있는 길이 최고의 선택이기에. 나에겐 보상이 되어줄 수도 있는, 전투 현장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


 갈림길 중 전투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길을 선택하여 발걸음을 옮기자. 또다시 작은 공동이 보이며, 전투 소리가 명확하게 들려왔다. 잠시 후. 공동의 입구에 도달하자, 한 중년 남성과 고블린 무리의 전투가 눈에 들어왔다.


 중년 남성의 전투 능력은 엄청났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구들이 고블린 무리를 향해 쏟아졌고. 날아오는 화염구에 맞은 고블린은 폭발음과 함께 타격당한 부위가 터져나갔다.

 첫 번째 신들의 전장이라 아직 능력치 상승이 없었을 텐데. 저 정도의 능력이면, 출발선은 평균이상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성이 쓰러뜨린 고블린이 8마리. 아직 전투 중인 고블린이 4마리. 중년 남성은 좁은 공간에서 접근하는 고블린을 피하느라, 화염구의 명중률이 떨어졌고. 그만큼 더 화염구를 날려야 했다. 그 결과, 소모되는 마력은 커져만 갔다.


 “후우... 젠장... 마력이.” 


 바닥과 벽에 남겨진 폭발의 잔해로, 남성이 쏟아낸 화염구가 수십발이 넘어간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위력이 상당해 보이는 화염구를 한 번의 전투에서 수십발이나 쏟아낼 수 있는 마력량이 대단했다. 하지만 마력은 결국 한계를 드러냈고··· 이제 곧 전투의 끝이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남성을 도와서 고블린을 처리하고···.


 탐난다···

 저 화염구···

 저 마력량···


 ‘고블린을 처리하고. 빼앗자··· 흔들리지 말자.’


 머릿속으로 흔들리는 감정을 다잡았다. 남성이 더 이상 화염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4마리의 고블린에게 둘러싸이는 형태가 만들어지자. 고블린들의 무방비한 등이 보였고. 나의 두 번째 전투를 시작했다. 


 - 퍽!

 “으악!” 

 “키륵! 여기 한 놈이 더 있다!”


 첫 전투와는 달리 흥분하지 않고. 육체를 관조하며 달려들었다. 나의 몸은 한 걸음마다 2미터씩은 치고 나갔고. 그렇게 세 걸음 만에 첫 번째 고블린을 몸통 박치기로 가슴을 함몰시켜 버렸다. 이어진 주먹질 한 번으로는 좌측 고블린을 벽으로 날려 보냈다. 남아있는 건 우측의 고블린 두 마리.


 잠깐의 공방으로 E등급 육체 각성자의 스펙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두 마리의 고블린을 처리하며 자신감이 차오르려 했지만. 첫 전투 후 다짐했던. ‘나는 E급 각성자’, ‘아직 함부로 나대면 안 된다’는 것을 떠올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는 아직 강하지 않다.’


 하지만.


 마력이 바닥난 상태의 중년 남성이라면. 지금의 내가 필승이다. 나보다 강자인 사람과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다니.


 “어, 어! 도와줘서 고맙소!”

 “······."


 중년 남성은 고블린에게 둘러싸여 있던 상황에서 빠져나와. 감사 인사를 해왔다.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혹시 모를 뒤통수를 조심하며, 남아있는 고블린 두 마리를 마저 처치했다.


 “휴우···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닙니다.”

 “갑자기. 이 공동에 10마리가 넘는 괴물들이 나타나서··· 정말 고맙습니다!”

 “······.”

 “혹시. 지금 상황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메시지를 통해 전달받은 내용이 전부입니다.”


 나는 남성의 감사 인사를 받고, 질문에 대답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중년 남성과 거리가 줄어들수록, 나의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년 남성은 나와의 거리가 줄어들어도 긴장감 없는지, 자신의 얘기를 이어갔다.


 “난 분명히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아리스라는 괴물이 나타나서 신들의 전장이니 뭐니 떠들고!”

 “···그렇죠. 여기는 신들의 전장이죠.”

 “어느새 이런 미궁에 와 있고! 내가 화염구를 만들어서 괴물과 싸우고 있으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여기는 꿈이 아니에요. 현실이어야 해요.”

 “현실이어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저는 주인공이 되어야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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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뱀파이어 남작 23.06.15 27 1 9쪽
23 23화 뱀파이어 남작 23.06.14 30 1 9쪽
22 22화 두 번째 신들의 전장! 23.06.13 33 0 9쪽
21 21화 두 번째 신들의 전장! 23.06.12 36 1 9쪽
20 20화 두 번째 신들의 전장! 23.06.11 41 1 10쪽
19 19화 두 번째 신들의 전장! 23.06.10 45 0 9쪽
18 18화 두 번째 신들의 전장! 23.06.09 48 0 9쪽
17 17화 두 번째 신들의 전장! 23.06.08 52 0 10쪽
16 16화 귀환! 23.06.08 52 0 9쪽
15 15화 귀환! +1 23.06.07 5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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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신들의 전장에 끌려오다 23.05.30 69 2 11쪽
4 4화 신들의 전장에 끌려오다 23.05.30 76 1 12쪽
3 3화 신들의 전장에 끌려오다 +2 23.05.29 90 2 12쪽
» 2화 신들의 전장에 끌려오다 23.05.28 100 2 12쪽
1 1화 신들의 전장에 끌려오다 23.05.28 1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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