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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님의 서재입니다.

통계학 교수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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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작품등록일 :
2022.02.14 08:54
최근연재일 :
2022.03.15 19:14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460
추천수 :
69
글자수 :
92,283

작성
22.03.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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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모두에게 첫 걸음 - 1

DUMMY

혁준이 정신없이 우는 가운데

어머니도 혁준의 뒤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잘하고 와서 왜 울고 그래?”


혁준의 앞에 쭈그려 앉아

웃어 보이는 아버지의 얼굴이 눈물에 흐려진다.


“아빠 괜찮아.”


덤덤하게 말하는 아버지에

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장판 위로 몇 방울 떨어졌다.


“국가대표 된 아들 자랑하느라 너무 바빴다.”

“저 골 넣었어요.”


혁준은 아버지에게 아이가 되어드리기로 했다.

자랑도 하고, 칭찬도 받는 아직 어린 아들.


“나 아빠 병 고치는데 진짜 할 수 있는 거 다 할 거야.”

“그래, 나도 계속 운동도 하고, 할 거야.”

“외국에서라도 수술할 수 있으면 그것까지 할 거야.

세상에 있는 치료란 치료는 다 받게 할 거야.”


혁준은 절실했다.

자신이 겪은 그 좌절감을 아버지는 느끼지 않게 하고 싶었다.


“빨리 알아봐요. 우리. 제가 다······.”

“혁준아, 혁준아. 너는 네 할 일 해야지.”


아버지는 말을 끊고 길을 잃은 듯 보이는 혁준을 진정시켰다.


“아니야. 이거 제가 고칠 거예요.”

“혁준아 너 그럴 시간 없어.”


아버지가 혁준에게 무언가 건넸다.

혁준은 눈물을 닦고 아버지가 건넨

종이를 읽어보았다.

계약서였다.


그 아래에 보이는

‘율성FC를 갑이라 한다.’라는 문장에서 눈이 멈췄다.

율성FC는 2부 리그의 3위팀이었다.


율성FC와의 계약서였다.

연봉 6000만 원짜리 계약.


이 나이에 연봉을 6000만 원을 받는다는 건

혁준의 위치는 절대 후보가 아니었다.

주전, 그 중에서도 주전일 것이었다.


“이제 너는 이걸 고민해야해.”


아버지는 대견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아빠한테는 이게 위로더라 네가 국가대표가 되고, 프로가 되니까

내가 아픈 건 별로 안 슬퍼.”

“이제 들어가 쉬어. 힘들겠다.”


우시던 어머니가 진정하고 한 마디 했다.

혁준은 말없이 일어나 방으로 갔다.

계약서를 책상에 올려두고 고민을 시작했다.


율성FC 입장에선 학교보단 집으로 오는 게 빠르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2부 리그 상위권 팀이 이정도로 적극적이라면

아직 옵션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은 기다려야 했다.

들떠서 바로 계약을 하는 건 좋지 않다.


첫 프로 계약은 그 선수의 앞으로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첫 단추를 잘못 꿴다면 혁준이 성장하는 데에도 큰 장애물이 될 게 뻔했다.

율성FC는 시민구단으로 모기업을 가진 팀보다는

지원이 조금 부족한 팀에 속했다.


“기다려.”


혁준이 혼잣말로 마음을 다스렸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한민대의 감독 정민철이었다.


“네 감독님.”


혁준이 한참 울어 잠긴 목을 풀곤 전화를 받았다.


“너 임마, 입국을 했으면 바로 연락을 해야지!”

“아, 제가 정신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이따 잠깐 시간 되냐?”

“언제요?”

“7시쯤 볼까?”

“예, 알겠습니다.”


혁준은 이렇게 갑작스레 불러내는

정 감독에 의아했다.


어쨌든 일단 좀 쉬어야 했다.

경기 내내 긴장했고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다시 귀국까지 쌓인 여독과

아버지의 소식으로 스트레스까지 더해진

혁준의 몸과 마음은 피곤에 쩔어있었다.


혁준은 침대에 몸을 뉘였다.

허리부터 시작해 근육에 힘이 플리기 시작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잠에 든 혁준이었다.


눈을 뜨니 깜깜해져 있었고,

혁준은 나갈 준비를 했다.

머리가 눌려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집 근처 카페에서 보자고 한 정 감독의 연락에

혁준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카페로 향했다.


“여기, 여기!”


카페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정 감독이

혁준을 발견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혁준은 뭔가 들떠 보이는 정 감독에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칭찬하려는 거라 생각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정 감독은 한참 말을 돌렸다.


“대표팀은 어땠냐?”

“뭐, 똑같죠.”

“골 넣었을 때 어땠냐? 내 생각 났냐?”

“예, 뭐 부모님, 친구 다음쯤?”

“이 새끼가······.”


정 감독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곤

제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너 때문에 받은 전화만 스무 통이야.”

“왜요?”


정 감독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정 감독이 혁준에게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자

10개 정도의 축구 구단이 죽 적혀있었다.


그중엔 K리그1부터 중국, 일본, 포르투갈, 네덜란드 팀까지 있었다.


“이게 뭐예요?”

“너한테 관심 있는 팀들이야.”


혁준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빨리 결정해야 될 것 같아서 급하게 불렀다.”

“아니, 근데 올림픽이 40일 정도 남아서······.”

“너 더 뜨기 전에 계약 마무리 하고 싶은 거지.”


혁준은 여러 번 구단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네덜란드의 PSV였다.

박지성, 이영표의 EPL 진출에 발판이 되어주었던

챔스 4강까지 갔던 네덜란드 명문 구단이었다.

허정무 선수부터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은 팀이었다.


“감독님 생각은 어떠세요?”

“네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곳은 일본까지야.”

“PSV는 어떨까요?”

“쉽지 않아.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긴 해도 선수층이 워낙 탄탄하니까.”


혁준은 고민은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유럽 리그를 가고 싶은 욕심.

하지만 그곳에 발을 들였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선수들도 많다.


어떤 유럽 리그를 가도 동양인에게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

능력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당연히 자국 선수보다 후 순위일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중국이나 한국에 남는 게 좋은 선택이긴 하다.


“네가 도전하고 싶으면 네덜란드도 괜찮아.”

“근데 적응 못하면······.”

“얻는 건 분명히 있다. 반 시즌 정도만 뛸 수 있다면

돌아오더라도 인정받겠지.”


혁준은 다시 한 번 리스트를 읽어보았다.


“감독님이 보시기엔 제가 네덜란드 가서 잘할 수 있을까요?”

“네 나이에 선수는 이제 크지 못하면 기회는 없어.”


혁준은 감독의 말에 조금 실망했다.


“근데 나는 네가 잘할 수 있다고 믿어. 단기간에 이렇게 크기 쉽지 않아.

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봉도, 몸값도 모두 PSV가 가장 높았다.

혁준은 돈이 필요했다.

아버지의 병은 돈이 많이 들었다.

세계 최고의 치료를 받으실 수 있게 하고 싶었다.


22살이 되어 가장 아쉬웠던 건 돈이 없었다.

40살 교수인 혁준은 돈을 쓸 곳이 없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돈을 쓰는 곳은 부모님 차를 바꾸시거나 집을 옮기실 때

보태주는 수준이었다.


“그럼 네덜란드로 가겠습니다.”

“후회 안 하겠냐?”

“예. 후회 안 합니다.”

“그럼 내가 회사 몇 군데에 연락 넣어 놓을 게 이야기 나눠봐.”

“감사합니다.”

“근데 너 무슨 일 있냐? 얼굴이 안 좋다.”

“피곤해서요.”

“그래 들어가 쉬어라. 빠르면 회사에서 내일 연락 갈거야.”

“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혁준은

기쁨과 슬픔의 사이에 걸었다.


머릿 속이 복잡했다.

아버지가 편찮으신데 네덜란드를 가는게 맞는 건지

아버지가 일을 못하실 텐데 이제 혁준이 가장 노릇을 해야한다.

아버지가 혁준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혁준이 이제 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한다.


혁준은 어린 나이에 병에 걸려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42세까지 10년이 넘도록

한 회사에서 일을 하셨다.

그에게 다른 길이란 없었다.

혁준과 상황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집 앞에서 혁준은 이 소식을 아버지에게

어떻게 전할지 고민했다.

고민의 대부분은 어떻게해야

울지 않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가 혁준을 맞이했다.


“저녁 안 먹었지?”

“네.”

“아까 피곤해보여서 안 깨웠는데 보니까 없더라.”

“감독님 좀 뵙고 왔어요.”

“정 감독님?”

“네. 저 할 말 있어요. 안방으로 가요.”


혁준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조금 어두운 얼굴로 앉아 계시다

혁준이 들어오자 헛기침을 하며 억지 미소를 지으셨다.


“어? 무슨 일이야?”

“아빠, 저 결정했어요.”

“율성FC로 가는 거야?”

“저 PSV로 가요”

“어디?”

“네덜란드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감독님께 연락이 왔대요. 네덜란드, 포르투갈이랑 일본팀도 있었는데요.”

“지금 네덜란드를 간다고?”

“일단 계약만 하고, 가는 건 올림픽 끝나고 가려고요.”


아버지는 숨을 깊게 내쉬셨다.

혁준은 아버지가 어떤 말을 하실지 궁금했다.


“PSV로 가면 주전 경쟁이 심할텐데”

“네, 맞아요. 근데 그래도 큰 데서 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혁준은 돈 얘기를 빼고 이야기했다.

아버지에게 돈 얘기를 하면

분명 미안해하실 게 뻔했다.


“그래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곳인데 잘 결정했다.”

“그래도 이런 때에 멀리 가는 건······.”


아버지가 어머니의 입을 막으려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잘 생각했어. 가서 밥 먹고 쉬어 내일 다시 얘기하자.”


다음날 혁준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에이전트 김환수입니다.”

“예?”


혁준은 에이전트라는 충분하지 않은 자기소개에

인상을 찡그렸다.


“한혁준 선수 아닌가요?”

“아, 맞습니다.”

“저는 에이전트고, 정 감독님 연락받아서요.”

“아, 안녕하세요.”

“PSV로 가신다고요?”


혁준은 점점 PSV가 가까워지는 느낌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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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지치면 지는 것, 중원을 지배하는 것 22.03.12 101 2 11쪽
16 확신의 주전 선수 - 3 22.03.11 115 1 11쪽
15 확신의 주전 선수 - 2 22.03.09 121 2 11쪽
14 확신의 주전 선수 - 1 22.03.08 128 4 10쪽
13 확신을 잃은 후보 선수 - 2 22.03.07 140 0 14쪽
12 확신을 잃은 후보 선수 - 1 22.03.04 159 3 16쪽
11 출격 준비 완료 22.03.03 179 2 12쪽
10 결승. 우승. 해트트릭 22.03.02 183 2 10쪽
9 2021 U리그 왕중왕전 -5 +2 22.02.28 190 4 11쪽
8 2021 U리그 왕중왕전 - 4 22.02.25 205 4 9쪽
7 2021 U리그 왕중왕전 -3 22.02.23 239 4 9쪽
6 2021 U리그 왕중왕전 -2 22.02.23 266 3 11쪽
5 2021 U리그 왕중왕전 -1 22.02.22 308 4 12쪽
4 꿈꾸던 평범한 삶 22.02.21 422 6 11쪽
3 달리자, 다시 달리자 22.02.18 443 8 11쪽
2 다시 빛나게 될, 시작이 될 어느 날 22.02.16 499 9 8쪽
1 가장 밝게 빛나던 별의 몰락 22.02.14 588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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