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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님의 서재입니다.

통계학 교수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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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작품등록일 :
2022.02.14 08:54
최근연재일 :
2022.03.15 19:14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463
추천수 :
69
글자수 :
92,283

작성
22.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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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21 U리그 왕중왕전 -2

DUMMY

상대 스트라이커 병진도 함께 뛰어 들어갔다.

문제는 한민대의 볼란치 철민이

아직 복귀하지 못했다.


따라서 오른쪽 미드필더 재창이 수비를 도와

가운데로 들어와 있었다.


주원은 빠른 발을 이용해 툭툭 치고 나갔고

레프트 윙백 상욱이 그를 따라 갔다.

주원은 공을 멀리 툭 차놓고 치고 나가도

상욱을 제칠 만큼 빨랐다.

상욱은 위험을 감지했는지 그에게 태클을 했다.


주원의 몸이 붕 뜨더니 앞으로 넘어졌다.

상욱의 태클 타이밍은 좋지 않았고,

심판이 달려와 상욱에게 옐로우 카드를 보였다.

순간 주원이 일어나 상욱에게 달려들었다.


“야이! 미친 새끼야!”

“쏘리쏘리.”


상욱은 주원에게 미안하다 했지만

주원이 몸을 들이대며 상욱을 위협했다.


“물러서요. 뭐하는 거예요? 물러서요.”


심판이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말했다.


“죽으라고 태클하냐? 다리 부러지라고?”


주원은 진정하지 못했고 심판은 그에게 주의를 줬다.


“빨리 자리로 돌아가세요. 카드 나옵니다.”


남전대 학생들이 주원을 말렸고

주원은 계속 중얼거리며 프리킥 공격을 준비했다.

키커는 역시 에이스 희섭이었다.

세트피스로 골을 많이 넣는 팀은 아니었지만

희섭의 위협적 킥은 신경을 써야만 했다.


골대와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수비수들이 긴장시키는 위치였고

주원으로 인해 격양된 분위기에

위치선정을 위해 서로 격하게

밀고 잡아당겼다.


남전대의 스트라이커 병진보다

무서운 건 남전대의 골 넣는 수비수

김하준이었다.


김하준은 시즌 8골로 수비수치고 꽤 많은 골이었다.

혁준이 하준의 수치를 확인하자

헤딩 성공률이 84%였다.

다른 수치보다 월등했다.


그의 키는 184정도로 수비수치고 큰 편은 아니었는데

몸이 단단하고 탄력 있어 보였다.

위치 선정과 점프력이 높은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한민대 센터백 중 키가 좀 더 큰

승훈이 그를 마크했다.

정훈은 스트라이커인 병진을 마크하고 있었고

혁준은 희섭의 대각선 앞에서 벽으로 섰다.


희섭이 공을 놓고 찰 준비를 하자

혁준도 긴장했다.

심판의 휘슬 소리가 들리고

희섭은 빠르고 힘 있게 공을 찼다.

혁준을 지나 공은 페널티 라인 안쪽으로 향했다.


역시 하준을 향하는 듯했다.

하준이 점프를 뛰자

그의 머리가 수비수들 사이로

우뚝 솟았다.


“막아!”


정훈이 소리질렀지만

하준은 허리를 뒤로 넘겼다가

강하게 앞으로 숙이면서

공을 이마에 정확히 맞췄다.


골키퍼는 제자리에서 힘껏 뛰어

손을 뻗었고 그의 손 끝에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손끝은 강한 헤딩슛을 쳐내지 못했다.


어이 없게 골이 들어가고 말았다.

남전대 1:0 한민대

스코어보드가 바뀌었다.

‘12 김하준


하준은 포효했다.

순간 집중력을 잃은

승훈은 자책했다.


민재는 그에게 다가가 위로했지만

승훈이 불안해 보였다.

그의 멘탈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릎을 잡고 허리를 숙여

자책하는 승훈의 모습은

팀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 서고

심판이 다시 휘슬을 불었다.


한민대 스트라이커 성필이

그라운드 한 가운데서

공을 혁준에게 건넸다.


혁준은 답을 찾아야 했다.

혁준의 경험상 유소년, 대학생 팀의

강점이자 약점은 분위기였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3대0의 스코어에도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3대0으로 이기고 있어도

질 수 있다.


그만큼 기세와 분위기가 중요했다.

물론 그 분위기와 기세는

경기가 풀리고 있다는 확신

그 확신이 있어야 했다.


혁준의 뒤에 승훈은 그 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승훈은 팀 전체 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에게 이 상황을 타파할 답이 필요했다.

남전대는 한 골을 넣고는 오히려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남전대도 한민대의 사기가 완전히 바닥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남전대 선수들의 움직임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남전대는 약올리듯 짧은 패스를 주고 받았고

톰과 제리의 제리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한민대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답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밀리고 있는 게 자명했고

다시 또 골을 먹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승훈의 불안한 얼굴만큼이나

철민, 상욱, 민재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장엔 한민대 선수들의

말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답을 찾아야 했다.

감독은 운동장 밖에 있고

경기장에 들어온 이상

감독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이제 선수들이 이 문제를 풀어야 했다.


혁준이 수비를 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숫자가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절망적으로 압도적인 상대의 패스 성공률만큼이나

상대가 부족한 것.

우리가 상대보다 압도적인 수치.

그것을 찾아야 했다.


그런 생각이 혁준의 머릿 속을 스쳐가자

선수들의 수치가 일제히 바뀌기 시작했다.


동일한 명목의 수치들이

선수들 옆으로 죽 나열되었다.


가로채기 수와 활동량 그리고 크로스.

남전대에 비해 한민대 선수들이 압도적인 것.

이렇게 비교를 하니

혁준은 남전대의 단점보다

한민대의 장점이 보였다.


정 감독, 답답할 정도로 우직한 사람.

자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체력이 좋지만 기술적인 것이 부족한 사람.

지금은 한민대의 체력과

남전대의 기술 싸움이었다.


혁준에게 당연한 답이 내려졌다.

체력을 통해 가로채기 수를 늘리고

윙 플레이를 가져가야 하는 것.

체력으로 그들을 찍어눌러야 했다.


지금의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답.

그건 혁준이 그렇게 보고 또 보았던

수치에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한민대 선수들을

혁준의 생각대로 뛰게 만들지 고민해야 했다.


패스의 흐름을 끊어내야 했다.

체력을 소진하더라도

패스의 사슬을 끊는 것이

혁준이 생각한 답이었다.

체력으로 상대를 압살해야 했다.


혁준은 수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상대 선수 중 가장 패스 성공률이 낮은 선수.

에이스 희섭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는 선수.

그 선수를 찾아야 했다.


에이스 희섭의 양 옆에 서있는

미드필더 정지규와 민호연은

역시 패스성공률이 상당했다.


레프트 윙 주원은 남전대의 크랙으로

드리블 실력과 속도 때문에

패스 성공률이 낮더라도

그에게 수비를 집중하기엔 위험했다.

라이트 윙 장태현도 쉽지 않았다.


수비수 쪽으로 눈을 옮기자

오른쪽 윙백 강필이 가장 눈에 띄었다.

패스 성공률 75%.

하지만 대부분의 패스를 희섭에게 향했고

희섭에게 보내지 않은 패스의 성공률이 33%였다.

3개 중 1개를 성공했다.


강필이 약점이었다.

좋은 수비 실력을 가진 선수였지만

상대 축구 스타일에 가장 맞지 않는 수치를 가진 선수였다.


그를 당황시키면 찬스는 생긴다.

혁준은 확신했다.


이제 한민대 선수들을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승훈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지쳐보였다.

체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몸이 굳고, 긴장된 호흡에

호흡의 회복이 느리게 된다.

이 그늘을 없애야 했다.


혁준의 입지도 팀 내에서

그렇게 좋지 않았다.

후보 선수의 말을 따라

움직여 줄지 고민이었다.


혁준은 일단 떨어진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말이었다.

말. 대화. 소통.


그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었다.

아무리 시야가 좋은 선수라도

그라운드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소통은 선수 개인에서

팀으로 움직이기 위한 필수요소다.


“철민! 라인 올려!”


혁준이 소리를 지르자 철민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한민대 진영에서

혁준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철민은 혁준의 말에 따라 라인을 올렸고

철민이 라인을 올리자 오른쪽 미드필더 재창도

함께 라인을 올리고

레프트 윙 민재, 라이트윙 강석과

스트라이커 성필도 라인을 올렸다.


강필을 마크할 사람은 민재가 가장 가까웠다.

그리고 강필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선

누군가 희섭과 강필 사이에서 패스 길을 막아야 했다.


한민대가 라인을 올리자

남전대는 공을 키퍼까지 뒤로 빼고

다시 흐름을 보기 시작했다.


남전대의 센터백이 조금 늦게

간격을 벌리는 바람에

키퍼에게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일단 미드필더는 너무 촘촘해

위험도가 높았다.

윙어에게 패스가 바로 가기엔

윙어도 미드필더의 수비 간격 안에 있었다.


그에게 보인 강필.

키퍼의 시선이 강필에게 향하자마자

혁준은 희섭에게 뛰기 시작했다.


키퍼는 강필에게 패스를 했고

혁준이 민재에게 소리를 질렀다.


“민재! 윙백!”


민재도 라인이 올라온 상황에서

전방압박이 필요하다 생각했는지

혁준의 말에 따라 강필을 강하게 압박했다.


강필은 역시 먼저 희섭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희섭의 앞에는 혁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스트라이커 성필도 민재를 따라

센터백 쪽 패스 길을 막았다.


전방압박을 통해

강필을 완전히 고립시켰다.

강필은 당황했고,

결국 라인을 따라 걷어내는 방법뿐이었다.


한민대가 드로인으로 공격권을 뺏어왔다.

혁준의 작전이 먹혔다.

이 기세를 올려 더 득점까지 이어져야 한다.

남전대 선수들이 조금 당황한 듯했고

전세가 한 번에 한민대 쪽으로 기우는 듯 보였다.


시간은 29분을 넘어 30분을 향하고 있고

한민대의 공격은 드로인으로 시작 됐다.

레프트 백 상욱이 공을 머리 위로 들고

던져줄 선수를 찾고 있었다.


혁준, 민재 모두 상대 선수에게 막혀 주기 어려웠다.

그때 승훈이 튀어나와 혁준의 뒤에서

상욱에게 손짓을 했다.


“줘.”


상욱이 승훈을 발견하고 바로 던져주었다.

상욱은 승훈이 바로 줄 것을 대비해

살짝 앞으로 나가 멈춰 섰다.


하지만 승훈은 몸을 열고 공을 받았다.


“강석아!!”


승훈이 반대를 보곤

라이트 윙 강석 쪽으로 공을 뿌렸다.


강석은 예상 못한 공간 패스에 스타트가 늦었지만

공의 낙하지점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강석이 공을 잡자 승훈의 얼굴의 그늘도 조금 걷혔다.


빠른 전환에 남전대 선수들이 당황한 듯

라인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강석은 크로스를 올리려

사이드라인을 따라 툭 치고 달렸다.


남전대 레프트 윙백 이구영은

작은 키였지만 하체 근육이 좋아 보였고

밸런스 자체도 하체로 쏠려 있어

안정적이고, 재빨랐다.


강석은 구영이 쫓아오는 것을 확인하고

빠르게 올리려 했지만 구영은 있는 힘껏 달려

강석의 크로스를 온 몸으로 막았다.


강석의 크로스는 올라오지 못하고

구영을 맞고 튕겨 나가 한민대의 코너킥이었다.

남전대에는 골을 넣은 수비수 하준과

키 190cm의 장신 센터백 서한용이 버티고 있었다.

코너킥 상황 자체는 한민대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었다.

혁준은 코너킥 전술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다.

상대의 수비와 치열한 자리싸움을 하는 척만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민대는 높이에서

남전대에 뒤졌고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전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짧게 패스를 주거나

아주 길게 넘겨 뒤에 있는 선수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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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확신을 잃은 후보 선수 - 1 22.03.04 159 3 16쪽
11 출격 준비 완료 22.03.03 179 2 12쪽
10 결승. 우승. 해트트릭 22.03.02 18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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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21 U리그 왕중왕전 -1 22.02.22 30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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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달리자, 다시 달리자 22.02.18 44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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