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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님의 서재입니다.

통계학 교수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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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작품등록일 :
2022.02.14 08:54
최근연재일 :
2022.03.15 19:14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474
추천수 :
69
글자수 :
92,283

작성
22.02.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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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21 U리그 왕중왕전 -5

DUMMY

한민대의 상황은 달랐다.

한민대는 그들의 체력을

마음먹고 소진하고 있었다.

무리를 하는 것이 작전이었다.


아무리 골을 넣었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활동량이 남전대에 비해

훨씬 많은 상황이었다.


혁준은 눈이 벌겋게

충혈이 될 정도였다.

오른쪽 윙 강석은 다리가 풀리는지

풀썩 주저앉았다.


정 감독은 오히려 쿨링 브레이크가 한민대에게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일어나 뛸 수 없을 정도로 다들 지쳐있었다.


정 감독은 걱정이 되는 얼굴로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코치들은 선수들을 마사지하고

선수들은 마우스 린스를 여러 번 하며

회복을 위해 힘썼다.


“자, 유지해야 돼.”


정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말했다.


“유지하지 못하면 연장이다.”


선수들은 숨을 고르면서도

정 감독의 말에 집중했다.


“연장은 지는 거나 마찬가지야. 버텨라.

반칙을 이용해서라도 버텨.”

“네.”


선수들의 지친 목소리에 정 감독은 변화를 꾀했다.


“442로 간다. 강석이 빠지고, 건훈이 들어가.”


442. 00년도 18살. 마지막 경기에서 썼던 그 포메이션.

두 줄 수비와 2명의 공격수로 역습.


“그리고 혁준이 앞으로 올라가. 민재가 내리고.”

“예?”


민준이 놀라 대답했다.


“혁준이 쉐도우 가라.”


그의 말에 혁준은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익숙한 포메이션. 익숙한 포지션.

혁준은 이제야 진짜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3분의 쿨링 브레이크가 지나고

다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섰다.

혁준이 가지는 자신감은

골을 넣었을 때보다

그를 더 북돋아 주었다.

정 감독의 믿음에 보답을 하고 싶었다.


플랫한 4-4-2는 433에 비해

수비적인 포메이션으로

한민대가 지금까지 체력을 소진하며

상대를 짓눌렀다면

이제는 자신의 공간만 잘 지키며

체력을 비축하려는 심산이었다.


동시에 공격수 혁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포메이션이었다.


경기가 다시 남전대부터 재개되었다.

한민대는 그저 라인을 맞추며 수비를 이어갔다.

남전대는 짧은 패스를 이용하긴 했지만

그 빈도가 달라졌다.

희섭이 공격적으로 나오면서도

롱패스의 빈도를 늘렸다.


혁준은 중앙선 부근에서 움직여주며

상대를 압박하기도 하고

미드필더를 도와주기도 하며

약간 들뜬 마음으로 시합을 이어갔다.

공격수로 자리하자 피로가 풀린 기분이었다.


다시 중앙에서 희섭이 앞으로 나오자

혁준은 그에게 달려들었다.

희섭은 혁준이 다가오기 전에

주위 선수들을 이용했다.

툭툭 쉽게 주위 선수와 공을 주고받으며

쉽게 한민대의 진영까진 넘어왔다.


한민대의 두 줄 수비는 뚫기가 쉽지 않았다.

수비수들은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고

미드필더들도 공격수와 간격이 벌어지더라도

라인을 내려 남전대를 상대하고 있었다.


희섭은 주위를 둘러보며 앞으로 툭툭 나가기 시작했다.

희섭이 더 들어오자 미드필더 철민이 그의 앞을 막았다.


희섭은 주위에 더 줄 곳이 없자

일단 전진 패스를 뿌렸다.

패스는 철민은 지났지만 센터백 정훈이에게 막히고 말았다.


정훈은 천천히 교체된 건훈에게 공을 건네고

건훈도 서두르지 않고 주위로 쉽게 공을 넘겼다.

급한 건 한민대가 아니었다.


희섭이 무리한 패스를 조금은 마음 놓고 하는 것도

한민대가 바로 공격을 이어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처지가 바뀐 두 팀은 완전히 컬러가 뒤바뀐 상태였다.


한민대가 들어오지 않자

남전대의 공격진이 전방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다.


스트라이커 병진과

라이트 윙 주원이 레프트 윙이 태현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전방에서 압박했지만

한민대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433의 단점이 측면인데 반해

442의 장점은 측면에서 숫자싸움에 유리하다.

따라서 공을 양 측면으로만 보내도

남전대의 압박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민대의 오른쪽 윙백 원재가

공을 잡아 줄 곳을 찾고 있었다.

원재는 천천히 라이트 미드필더 건훈에게

공을 건네고 건훈은 다시 공을 가운데로 보냈다.

철민이 잡자 혁준이 공을 받으러 내려가 주었지만

철민은 민재에게 공을 보냈다.


민재는 왼쪽에서 서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혁준도 왼쪽으로 치우쳐 그를 도와주었다.


민재는 혁준을 보고 패스를 했다.

혁준이 공을 잡자 희섭이 그의 뒤를 막았다.


“좀 나대지마.”

“칭찬 감사.”


혁준은 뒷꿈치로

희섭의 다리 사이로 공을 빼고

옆으로 달려나갔다.

희섭은 열이 받았는지 그를 끝까지 쫓아갔다.

희섭이 혁준을 등뒤에서 툭 밀자

혁준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넘어졌다.


삑! 심판이 다시 휘슬을 불었다.

경기가 점점 격해지는 상황이었다.


혁준이 공을 빠르게 손으로 잡고

내려놓고는 빠르게 민재에게 패스를 했다.

민재는 공을 잡고 안쪽으로 치고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혁준은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혁준은 수비가 정신이 없는 사이

수비수 사이를 대각선으로 달렸다.


중앙 쪽으로 들어오는 민재가

혁준을 발견했고

혁준에게 준다면 바로 찬스였다.

그런데 민재는 몸에 힘을 주더니 강한 슛을 가져갔다.

공을 멀리 뜨고 말았다.


“왜 안 줘!”


혁준이 민재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민재는 못들은 척 다시 진영으로 돌아갔다.

혁준은 민재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혁준은 민재 쪽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왜? 왜 안 줬어?”

“들어갈 줄 알았어.”


민재의 차가운 표정은

그에게 심적인 변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시간은 75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선수들이 모두 지쳐갈 시간이었다.


남전대는 맞지도 않는 압박 축구를 위해

10분 정도를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성과가 없었다.


혁준은 팀이 워낙 내려 앉다보니

공격수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어 아쉬워하고 있었다.


남전대가 라인을 올려 골킥을 하자

중앙에서 남전대의 미드필더 호연이

헤딩으로 공을 따냈다.

공은 라이트 윙 태현에게 떨어졌고

태현은 가운데로 들어온 희섭에게

공을 건넸다.

희섭이 다시 태현에게 태현은 다시 호연에게

세 사람의 짧은 패스가 이어지자

한민대의 건훈과 원재가 그들을 막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자리를 지키려 했지만

세 사람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조금씩 공간을 파먹으며 올라오고 있었다.


남전대가 다시 그들의 템포를 찾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툭툭 삼각패스를 주고 받는 사이

남전대의 레프트 백 이구영이 뛰어 올라와

오버래핑을 가져갔다.


희섭이 바로 공간 패스를 때리자

원재도 구영을 따라가긴 늦은 상황이 되었다.

구영은 공을 잡고 아래로 향했다.


정훈을 앞에 두고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페이크를 주었다.

정훈은 구영이 몸을 흔들 때마다

미세하게 반응하며 겨우 중심을 잡고 있었다.


순간 뒤에서 들려온 45!

희섭이 구영의 45도 각도로 중앙으로 뛰어 들어갔다.

구영이 바로 희섭에게 공을 건네자

희섭은 공을 바로 잡지 않고

살짝 돌아 들어가 중거리슛을 준비했다.


희섭이 감아 찬 슛이 골대를 향했다.

높이가 높은 공이었지만

낙차가 크게 떨어지며 골대를 향하고 있었다.


땡하는 소리와 함께

공은 골포스트를 때리고 다시 튕겨 나왔다.

강한 슛만큼이나 멀리 튕겨나간 공은

한민대의 레프트 백 상욱에게 떨어졌다.


상욱은 근처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앞을 쳐다보자 혁준이 보였다.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위치에서

공을 달라고 손을 들고 있었다.


상욱을 견제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고

혁준에게 패스하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툭하고 혁준을 보고 발을 갖다 대자

공은 혁준에게 향했고

혁준은 뒤에서 오는 공을 앞으로 끌어와

바로 드리블을 칠 준비를 했다.


그가 공을 받은 곳은 한민대 진영 센터 서클 부근이었다.

중앙에서 공을 받자 앞에는 남전대 지규가 그를 막았다.

지규를 제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규가 그를 막으려 앞에 서자마자

타이밍 맞게 그가 오는 방향 반대편으로

공을 차놓고 뛰자 지규는 이미 한참 뒤에 있었다.

그가 다시 혁준을 쫓았지만 이미 세 발

가속이 붙은 혁준을 쫓아가는 건 역부족이었다.


하준과 한용, 강필 세 수비수가 버티고 있는

수비 진영에 혼자 들어가고 있는 상황.

뒤를 보면 한민대의 스트라이커 성필이 쫓아오고 있지만

그보다 지규가 먼저 따라오고 있었다.

혁준이 모두 뚫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80분이 넘었고

지금 공격수로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수 있었다.


‘뚫어내야 돼. 내가 해야 돼.’


생각을 하자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특정 공간의 잔디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위로 슈팅 성공률이 보였다.

그건 혁준의 수치였다.



혁준에게 골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조금 더 쉽게 풀 수 있는 해설집이

눈앞에 보이는 느낌이었다.


물론 골대 근처는 모두가 빛나고 있었고

90% 이상의 수치들이 둥둥 떠다녔다.


혁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가장 높은

슈팅 성공률을 찾기 시작했다.

81% 역시 혁준이 가장 자신 있는

아크 서클 오른쪽 부근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곳엔 서한용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용을 유인해내야만 그에게 찬스가 생길 수 있었다.

혁준은 한용 쪽으로 다가갔다.


한용이 다시 그와 마주섰고 그의 얼굴은 전보다 진지했다.

절대 뚫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한용의 뒤쪽에서 하준이 한용이 뚫릴 것을 대비해

커버를 하고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혁준의 눈에 들어온 한용의 두 발.

긴 다리 끝에 달린 두 발은

절대 뻗지 않겠다는 듯 잔디에 박혀 있었다.

혁준은 위치를 옆으로 옮겨 그를 유도했지만

한용은 슈팅 각과 패스 길만 막으며 그를 따라다녔다.



혁준은 답이 보이지 않자 조금 물러났다.

그리고 지규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지규가 혁준에게 다가가자

한용이 페널티 라인 부근까지 내렸다.

그 순간 이었다.


혁준이 지규의 다리 사리로 공을 넣었고,

한용이 놀라 다시 앞으로 나왔지만

혁준은 이미 빛이 나는 잔디 위에 서 있었다.

지규도 놀라 그의 유니폼을 잡아 끌었다.


혁준은 슈팅을 위해 팔을 크게 휘둘러

지규의 손도 떼어내고 슈팅 자세를 잡았다.

지규가 혁준의 옆으로 넘어지고

혁준은 공을 앞쪽으로 찼다.


그런데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

골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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