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눈믄 님의 서재입니다.

통계학 교수가 축구를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눈믄
작품등록일 :
2022.02.14 08:54
최근연재일 :
2022.03.15 19:14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473
추천수 :
69
글자수 :
92,283

작성
22.02.25 08:40
조회
205
추천
4
글자
9쪽

2021 U리그 왕중왕전 - 4

DUMMY

구영이 뚫리면 남전대는 완전한 위기였다.

원재는 구영의 하체가

살짝 뒤로 빠지는 타이밍에

인사이드로 드리블을 쳤다.


그 사이 오른쪽 미드필더 재창이 그를 도와

가운데로 들어왔지만 재창에게 주기엔

가운데에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자리를 모두 잡고 있었다.


구영은 방법이 없자 크로스를 올려버렸다.

좋지 않은 크로스였다.

살짝 보이는 스트라이커 성필을 보고 올렸지만

높게 뜬 공이 골키퍼 쪽으로 붙어 올라왔다.


남전대 골키퍼는 힘껏 뛰어올라

공을 잡아냈다.

키퍼는 숨을 내뱉으며

손바닥을 아래를 향해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한민대의 압박과 공격에 놀란

남전대 선수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남전대 선수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강하게 들어오는 압박

오프더볼 상황에서도 남전대보다 한 발자국 더 뛰는

한민대 선수들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키퍼가 공을 센터백 하준에게 패스하자

하준은 희섭에게 바로 넘겼다.

희섭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높게 올라온 한민대의 라인과

답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의 남전대 학생들

희섭은 주특기인 패스를 선택하지 않고

공을 앞으로 툭 차놓았다.


상황을 바꿀 사람은 본인뿐이라고

생각한 듯 보였다.

혁준이 희섭에게 붙자

희섭은 달리다 등을 졌다.


등을 진 그가 줄 곳을 찾고 있었다.

남전대의 오른쪽 미드필더 지규가

그에게 다가왔다.


혁준의 다리 사이로 희섭이 공을 보냈다.

지규가 공을 받자 희섭은 혁준을 지나

전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지규가 툭 공을 인사이드에 대는 식으로

패스를 했다.


공은 빠르게 희섭을 향했다.

그때 누군가 몸을 날렸다.

혁준의 슬라이딩 태클이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공이 혁준의 정강이에 걸렸다.

역습. 다시 역습이었다.

혁준은 빠르게 일어나

공을 남전대 진영으로 툭 차놓았다.

지규도, 희섭도 모두 그의 등 뒤에 있었다.


혁준이 드리블을 길게 가져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뒤를 슬쩍 보니 희섭과 지규가 빠르게 복귀하고 있었다.

지규의 패스성공률이 85%로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혁준을 막기엔 늦었다 생각했는지

혁준 주위에 패스 길을 막아섰다.

혁준은 남전대의 센터백 하준과 한용

둘 중 어느 쪽을 뚫어낼지 고민했다.

하준은 키는 한용보다 작지만

태클 성공률이 90% 한용은 85%였다.



혁준은 대각선으로 달려

한용 쪽을 선택했다.


190cm의 큰 키는 피지컬만으로

공격수에게 공포를 줄 수 있을 정도였다.

혁준이 그의 발로 시선을 옮기자

양 발의 각 태클 성공률이 나왔다.


한용의 주발은 오른발. 따라서

오른발의 태클 성공률이 87%인데 반해

왼발은 35%였다.


왼발을 아예 못 쓴다고 보면 되는 수준이었다.

몸집이 큰 선수의 가장 큰 단점은 속도였다.

주력뿐 아니라 반응속도의 문제가 컸다.


주발도 아닌 왼발을 뚫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한용은 두 발을 수평으로 놓고

혁준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시하고 있었다.

혁준은 그의 다리 사이에 왼발을 툭 놓고

그를 등지고는 오른 발바닥으로 공을 슥 밀며 돌았다.


턴. 1대1을 어쩌면 가장 안정적으로 뚫을 수 있는 방법.

공은 한용의 왼발을 피해 지났다.

혁준도 등진 한용을 지나 앞으로 나아갔다.


“아!”


왼발을 혁준이 지나간 후에 뻗어버린

한용의 입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터졌다.

이제 혁준은 페널티 라인 안에 있었고

그의 앞엔 골키퍼뿐이었다.


가까이에 있던 하준이 옆에서

그에게 다가오는 게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발바닥으로 턴을 한 덕분에 공은 혁준의 몸 안에 있었다.

혁준이 공을 찰 듯 페이크 모션을 가져가자

하준이 몸을 날려 슬라이딩 태클로 공의 앞을 막았다.


혁준은 공을 차지 않고 한 박자 기다렸다.

하준의 머리가 파포스트 슛 각을 지나가기를..


그리고 하준의 머리가 지나가고 골대가 보이자

왼다리를 뒤로 보낸 뒤 강하게 스윙하며 슛을 날렸다.

공이 바닥에서 약 3cm 정도 뜬 상태로 골대를 향했다.

공은 하준의 뒷머리를 살짝 스치며 지나갔다.

골키퍼가 오른팔을 쭉 뻗어 누우며 다이빙을 했다.


하지만 워낙 가까운 곳에서 찬 슛이었고

하준에게 시야를 뺏긴 골키퍼의 다이빙은 한참 늦었다.

공이 남전대 골대의 그물을 때렸다.




남전대는 특유의 패스플레이를 이어갔다.

좁은 공간에서도 논스톱 패스를 통해

빠르게 위치를 옮기고 공간을 만들어

마지막 키 패스를 뿌리는 전략.


하지만 삼각 패스를 중심으로 플레이 하던 남전대의

패스 축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공을 잡은 선수 앞엔 항상

두 명의 선수가 견제 하고 있었고

패스 길을 완전히 막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패스를 받을 선수까지

한민대 선수들에게 막혀 있어


남전대 선수들이 움직이면

한민대 선수들은 그보다 한 발자국 더 움직였다.


남전대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롱패스였다.


남전대 미드필더는 모두

롱패스 능력까지 뛰어났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선택지는 없었다.

롱패스를 뿌릴 수 있는 곳은

선수들이 밀집해 있었고,

윙어가 뛰려고 자리만 잡고 있어도

그에 따라 수비 라인 철저히 움직였다.

골.

그 골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후보에 지나지 않던 혁준이

센터백을 앞에 두고 턴을 한 뒤

골문 앞에서 센터백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하고

침착하고 정확한 슈팅.


그 골은 혁준을 다시 보게 만든 골이었다.

남전대의 센터백 한용은 그의 골을 보고

그대로 뒤로 누웠다.

한용은 곧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그도 분명 알고 있었다.

발을 뻗지 않고 그를 쫓아가

슈팅을 견제하고

최소한 그의 밸런스가 무너지도록

몸싸움이라도 해주었어야 했다.


혁준은 골이 들어간 순간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다시 피가 끓었다.

그가 축구를 할 때마다 느꼈던

몸의 모든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


한민대 선수들이 혁준의 위로 뛰어올랐다.


“미쳤다! 한혁준!!”


선수들의 포효에

혁준은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서로 기쁨을 나누고 있다는 건

그들의 표정만으로 알 수 있었다.


2:1로 바뀐 스코어에

남전대 선수들의 압박은 더 심해졌고

한민대의 자신감은 올라갔다.

한참을 기쁨을 느끼던 한민대 선수들이

진영으로 돌아가자


“끝까지 집중! 흐트러지지 말고!”


정 감독의 외침에 혁준이 그를 쳐다보자

정 감독이 그에게 엄지를 세워 보여주었다.


혁준이 다시 상대를 보며 집중을 이어가자

정 감독은 시선을 관중석으로 옮겼다.

관중석에 후줄근한 차림으로

혼자 앉아 있는 올림픽 대표팀 코치 장태우.


“새끼 눈 동그래 진거 봐라.”


정 감독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혁준을 보여줘야만 했다.

혁준이 22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몰랐다.

그냥 혁준만을 위한 일은 아니었다.

장 코치가 그를 보고 판단해봐야 했다.


현재 올림픽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인

공격형 미드필더과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부재.

혁준이 그걸 채워줄 수 있는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 선수.

포지션 변경을 원하는 혁준을 보고

정 감독은 그의 앞을 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 미드필더라는

맞지 않는 포지션이라 생각했다.


그의 작은 가능성은

골을 넣음으로

확신으로 바뀌었다.


남전대는 당황한 채로

다시 경기를 시작했다.

에이스 희섭의 실수.


제대로 역할을 해줄 거라

생각도 하지 않았던

후보 선수의 골.

남전대 선수들의 사기를

박살내는 골이었다.


남전대의 스트라이커 병진이

다시 센터 스팟에 섰다.

공을 밟고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남전대는 템포와 스타일을

아예 잃어버린 상황 속에서

이제 남전대도 답을 찾아야 했다.


병진이 뒤로 패스를 보내자마자

심판이 휘슬을 길게 불었다.

65분. 쿨링 브레이크였다.


선수들이 털레털레 테크니컬 에어리어 쪽으로 걸었다.

혁준도 선수들과 걸어가는데

남전대의 희섭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너 경기 몇 번 나오지도 않았잖아.”

“근데?”

“감독님이 널 왜 안 쓴 건데? 공을 이렇게 차는데 왜?”

“글쎄다? 최근에 실력이 늘었달까?”


혁준은 희섭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걸었다.

의료진 인원과 코치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선수들에게 음료를 챙겨주고

마사지를 해주며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기온이 35도를 육박하는 상황 속에서

양 팀 모두 교체 없이 65분을 뛰었다 .

한민대는 두 골이나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지쳐 있었다.

이기고 있는 팀은 지고 있는 팀에 비해

덜 지쳐야 맞다.


골을 통해 흥분이 되면

중추신경계의 피로감이 덜하고

시합을 주도해 나가며

체력을 아끼는 것이

승자의 특권과 같은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통계학 교수가 축구를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잦은 제목 수정에 대한 공지 22.03.08 34 0 -
공지 (수정 공지) 4회~8회 수정공지 22.02.26 111 0 -
19 모두에게 첫 걸음 - 1 22.03.15 78 3 10쪽
18 승리와 죄책감 22.03.13 95 1 10쪽
17 지치면 지는 것, 중원을 지배하는 것 22.03.12 101 2 11쪽
16 확신의 주전 선수 - 3 22.03.11 116 1 11쪽
15 확신의 주전 선수 - 2 22.03.09 121 2 11쪽
14 확신의 주전 선수 - 1 22.03.08 128 4 10쪽
13 확신을 잃은 후보 선수 - 2 22.03.07 142 0 14쪽
12 확신을 잃은 후보 선수 - 1 22.03.04 160 3 16쪽
11 출격 준비 완료 22.03.03 179 2 12쪽
10 결승. 우승. 해트트릭 22.03.02 183 2 10쪽
9 2021 U리그 왕중왕전 -5 +2 22.02.28 190 4 11쪽
» 2021 U리그 왕중왕전 - 4 22.02.25 206 4 9쪽
7 2021 U리그 왕중왕전 -3 22.02.23 240 4 9쪽
6 2021 U리그 왕중왕전 -2 22.02.23 269 3 11쪽
5 2021 U리그 왕중왕전 -1 22.02.22 308 4 12쪽
4 꿈꾸던 평범한 삶 22.02.21 424 6 11쪽
3 달리자, 다시 달리자 22.02.18 444 8 11쪽
2 다시 빛나게 될, 시작이 될 어느 날 22.02.16 500 9 8쪽
1 가장 밝게 빛나던 별의 몰락 22.02.14 588 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