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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님의 서재입니다.

통계학 교수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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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작품등록일 :
2022.02.14 08:54
최근연재일 :
2022.03.15 19:14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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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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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수 :
92,283

작성
22.02.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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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21 U리그 왕중왕전 -1

DUMMY

웜업을 끝내고 다시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혁준이 정 감독의 앞을 막았다.


“저... 감독님?”

“왜?”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스트라이커로 뛰게 해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정 감독은 뜬금없는 22살의 미드필더의 요청에

어이가 없는 듯했다.

옆에서 듣던 민재도 그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네 나이에 포지션 변경 하는 놈이 어딨어?”

“일단 맡겨보시면······.”

“됐어. 오늘은 아니야.”


정 감독은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혁준에게서 등을 돌렸다.

혁준은 답답했지만 그의 단호함에 설득을 멈췄다.


라커룸에 모두 모이자 정 감독은 코치보드를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혁준은 원 볼란치 4-3-2-1 포메이션에

왼쪽 메짤라 자리였다.

그가 해줘야 하는 역할은

빠른 전진 패스, 윙어, 윙백 사이에서 조율,

정 감독이 말한 빠른 타이밍의 뒤 공간 패스.


“남전대와 상대전적 9전 4승 1무 4패.

이 경기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정민철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 경기가 어디로 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경기가 되길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선수들이 악을 쓰며 대답했고 정 감독도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잘 해주길 믿는다!”


감독은 혁준을 한 번 보고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혁준은 감독의 눈을 피했다.

자신이 없었다.

미드필더로 뛰어보는 건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었고

대학생의 몸이긴 하지만 20년을 쉰 축구였다.


“혁! 긴장돼?”


민재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 뭔 긴장이야?”

“쿨한 척하지마. 얼굴 근육도 경직됐다.

“너는 긴장 안 돼?”

“돼. 죽을 거 같아.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친구가 얼마나 긴장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제 보니까 패스 좋더라.”

“떠먹여 주면 잘 받기나 해.”


혁준은 괜한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보았다.


“걱정 마셔. 가자.”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오기 시작했다.

관중들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선공, 후공을 정하고

공이 경기장 가운데에 놓여졌다.

남전대가 선공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심판이 호루라기를 길게 불자

상대 스트라이커가 뒤로 공을 패스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22명의 선수들이 일사불란 하게 움직였다.

혁준의 눈에는 그들은 보지 못하는 숫자들이 보였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 숫자들은 실시간으로 변경되고 있었다.


남전대는 전통적인 강호 중 하나였다.

빠르고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던

티키타카를 모방했다.


티키타카는 이미 프로 수준에서는

주요 전술이 되긴 힘들어진 방식이지만

대학 수준에서는 가능만 하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가능만 하다면’


남전대는 짧은 패스를 잘 사용했다는 평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둔탁하면서도, 속도가 느리다는 평을 들었다.

대학 리그 수준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진다는 평도 함께 들었다.


이 경기는 결승이다.

그들에 대한 평이 어떠하든

실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남전대도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그들은 미드필더 세 명을 비대칭으로 이용했다.

에이스인 희섭을 공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희섭이 앞으로 나가면

둘 중 하나가 희섭의 자리를 채우고

나머지는 희섭과 같이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남전대는 초반부터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였다.

한민대는 윤 감독이 경기 전 당부한대로

상대에 끌려가지 않고 지역 방어에 힘을 쏟았다.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동시에 패스 길을 막기 위해 힘썼다.


혁준은 상대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상대 선수들의 옆에 뜬 수치가 놀라웠다.


남전대 세 명의 미드필더 패스 수는

한민대 미드필더의 2배 가까이 됐다.

롱패스 성공률도 대부분 75% 가까이 되는 상당한 수치를 보여줬다.


특히 상대 에이스 미드필더 안희섭은

패스성공률 90%, 롱패스 성공률 85%로

대학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중앙 미드필더인 그가 플레이메이커.

공격진영으로 올라와 키 패스를 뿌리는

남전대의 살림꾼이자 에이스인 것이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던 남전대는

안희섭에게 공이 가면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긴장을 하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희섭은 바로 라이트 윙

안주원에게 공을 뿌렸다.

정확하면서도 빠른 공이었다.


라이트윙 주원이 앞으로 툭 치고 달리려 했지만

공이 한민대 왼쪽 윙백 주상욱의 뒷발에 걸렸다.


상욱은 공을 빼앗아 길게 드리블을 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레프트 윙 민재에게 패스했다.


민재는 앞 쪽으로 공을 잡아놓고

패스할 선수를 찾았지만

경기 초반이라 남전대의 간격도 촘촘했다.

민재는 공을 뒤로 빼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5분 동안 두 팀은 탐색전을 이어갔다.

몇 번 공을 빼앗고 뺏기는 상황이 되면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숨이 터지기 시작하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남전대의 템포는 점점 빨라졌다.


혁준은 그동안 선수들의 수치를 파악했다.

에이스 안희섭도 무서웠지만

그의 눈에 띈 선수는 따로 있었다.

남전대의 스트라이커 윤병진.


‘슈팅정확도가 95%?’


그의 수치를 보자마자

놀라움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슈팅 56개 중 53개가 유효슈팅이었다.

그중 골은 19골이었다.

슈팅을 많이 날리진 않지만

윤병진이 슈팅한다면

그건 한민대의 위기라는 뜻이었다.


한민대의 공격은 대부분 왼쪽 윙백

상욱으로부터 시작했다.


남전대가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고

전형을 좌우로 빠르게 옮기며

라인을 유지하고 있어

공은 시야가 넓고 가운데서

사이드로 공을 뿌릴 수 있는

센터백을 많이 향했다.


한민대의 센터백은 형제였다.

승훈과 정훈 형제.

1살 형인 승훈은 정훈보다 덩치와 키가 컸지만

정훈의 수비적인 수치가 훨씬 좋았다.


가로채기 수, 태클 성공률 모두 앞섰다.

승훈의 장점은 피지컬과 롱패스 성공률이었다.

수비적 수치도 평균 이상이었다.

두 선수가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듯했고,

그렇게 서로 보완해주며 골문을 지켜내고 있었다.


승훈은 공을 잡고 반대쪽을 보았다.

정훈을 거쳐 오른쪽 윙백인 원재에게 전달했지만

공은 다시 승훈으로 향하기를 반복했다.


남전대도 쉽게 라인을 올리진 않았다.

라인은 유지하되 조금 뒤에서

롱볼을 유도하고, 소유권을 잡았을 때

점유율을 높여가는 전략이었다.

그들을 결승까지 올려놓은 안정적인 전략.


혁준은 그들을 뚫어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혁준은 종적인 움직임을 가져가

상대 선수들 사이에 위치하며

승훈의 선택지를 늘려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상하게도 승훈은 혁준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다.


“헤이! 줘!”


승훈은 혁준과 눈이 마주쳐도 패스를 주지 않았고

혁준이 밑으로 내려가 좋은 위치로 움직여도

패스는 혁준을 향하지 않았다.


혁준의 위치가 문제가 아니었다.

승훈은 혁준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결승전이라는 압박감은

승훈이 안정적인 플레이만 하게 만들었고

그에게 혁준이라는 옵션은 절대 안정적이지 않았다.


혁준은 답답했다.

윙백이 공을 받았다가

다시 승훈에게 건네기를 네 번째 반복하고 있었다.


“앞으로 보내! 앞으로!”


정 감독도 답답했는지 소리를 질렀다.

승훈은 마음을 먹은 듯

빈틈으로 움직이는 혁준을 발견하고


“아이, 몰라! 씨”


그는 혼잣말로 욕을 하며

혁준에게 패스를 시도했다.


상대 2선 미드필더도 예측을 하고

공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혁준도 기다리지 않고

공을 받기 위해 다가갔다.

공의 속도가 빨라 다행히

혁준의 왼발이 먼저 공을 건드렸다.

혁준은 인사이드로

몸 안 쪽으로 공을 끌고 와 공을 지켰다.


왼쪽 윙백 상욱이 올라와 그를 도와주었다.

희준은 상욱에게 패스를 하고,

레프트 윙 민재가 자리를 내려

원재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원재는 빠르게 민재에게 패스했다.


혁준은 민재가 공을 잡자

라인을 올려 따랐다.


승훈 때문에 의미 없이 움직이느라

경기 초반 꽤 체력이 소모한 상황이었다.

숨이 터지는 시간도 전보다 느렸고

기온도 30도에 육박했다.


민재는 공을 몰고 가다가

가운데에 혁준에게 패스를 건넸다.

상대가 가운데에 전혀 공간을 주고 있지 않았고

혁준은 후방에 위치한

원 볼란치 철민에게 공을 건넸다.

철민이 공을 잡자 상대 미드필더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달려들었다.


철민이 공을 잡자 오른쪽 윙어 강석이

손을 들고 뛸 준비를 했다.

혁준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오른쪽!”


하고 외쳤다.

하지만 철민은 미드필더에게 시야를 빼앗겨

그가 뛰는 걸 볼 수 없었다.


혁준은 그보다 라인을 내리며

그에게 다가가 그를 도와주었다.


당황한 철민은 혁준에게 공을 건넸다.

강석도 그 모습을 보고 라인을 내려

다시 라인을 파악하며 안 쪽으로 좁혔다.


공을 받은 혁준은

민재와 눈이 마주쳤고 패스를 건넸다.

공이 정확히 민재에게 떨어졌지만

앞으로 가기엔 무리였다.


빼앗기면 한참 또 상대가 짧은 패스로

그들의 체력을 빼놓을 게 뻔했다.

이런 소모전을 계속 이어갈 순 없었다.


혁준은 민재의 뒤에서 그를 도와주려 했다.

그러자 철민이 라인을 올려 가운데로 들어갔다.

민재는 철민을 발견하고 빠르게 패스를 건넸다.


패스와 동시에 민재가 손으로 혁준을 가리켰다.

철민은 공을 받기 전 먼저 주위 선수를 파악했다.

철민의 눈에도 혁준이 가장 좋은 옵션이었다.


그리고 어제의 전술 훈련에서 했던

한 박자 빠른 뒤 공간 패스.

바로 지금이 그 타이밍이었다.


철민은 조금 빠르게 온 패스의 속도를 죽여

혁준의 앞으로 떨어뜨렸다.

혁준이 논스톱 패스를 건네기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


남전대의 수비 라인은 생각보다 뒤쪽으로 쏠려있었다.

바깥보단 안쪽으로 뛰는 라인 브레이킹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민재는 안쪽으로 손을 뻗으며 뛰었고

혁준은 그의 움직임을 예측해

상대 윙백과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패스를 뿌렸다.

백스핀을 먹이기 위해 공 밑을 쓸어 찼다.


좋은 패스였고, 좋은 움직임이었다.

공은 민재의 허벅지에 툭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공이 떨어지며 발에는 걸리지 않아

안쪽으로 치고 달리지 못했고

상대 윙백이 빠르게 민재의 앞을 막았다.

위치는 페널티 라인 왼쪽 꼭지점 부근이었다.


스트라이커인 성필이

그의 뒤쪽 대각선에 서며 컷백을 유도했다.

성필의 앞에는 이미 수비수가 자리했다.

하지만 그는 미끼였다.


민재는 더 안쪽으로 치고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스트라이커 채형도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45도에는 뛰어 들어가는 혁준이 자리했다.


민재가 몸을 틀어 뒤쪽으로 컷백을 시도했다.

혁준 쪽으로 공이 오고 있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발 앞쪽이 아닌 정확히 몸 쪽으로 공이 오고 있었다.


혁준은 앞으로 나가는 몸을 오른발로 멈춰

디딤발로 놓고 논스톱 슛을 준비했다.

그때 누군가 혁준의 어깨를 툭치며

혁준의 앞으로 치고 나갔다.


희섭이었다.

희섭은 혁준에게 오던 공을 끊어

바로 앞 쪽으로 연결했다.


앞에서 기다리던 남전대의 라이트 윙 안주원이

그의 패스를 받았다.

안주원은 남전대에서 가장 빠른 선수였다.

드리블 성공률이 86%로 높았고

특히 크로스 정확도가 73%로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었다.


민재가 바로 복귀하여 수비를 하지 못한 탓에

주원은 툭 치고 남전대의 오른쪽.

한민대의 왼쪽으로 달렸다.


조용하던 남전대의 역습이었다.

점유율 축구를 추구하는 팀이더라도

지금은 완벽한 역습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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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확신의 주전 선수 - 1 22.03.08 128 4 10쪽
13 확신을 잃은 후보 선수 - 2 22.03.07 142 0 14쪽
12 확신을 잃은 후보 선수 - 1 22.03.04 160 3 16쪽
11 출격 준비 완료 22.03.03 179 2 12쪽
10 결승. 우승. 해트트릭 22.03.02 183 2 10쪽
9 2021 U리그 왕중왕전 -5 +2 22.02.28 191 4 11쪽
8 2021 U리그 왕중왕전 - 4 22.02.25 206 4 9쪽
7 2021 U리그 왕중왕전 -3 22.02.23 240 4 9쪽
6 2021 U리그 왕중왕전 -2 22.02.23 269 3 11쪽
» 2021 U리그 왕중왕전 -1 22.02.22 309 4 12쪽
4 꿈꾸던 평범한 삶 22.02.21 424 6 11쪽
3 달리자, 다시 달리자 22.02.18 444 8 11쪽
2 다시 빛나게 될, 시작이 될 어느 날 22.02.16 500 9 8쪽
1 가장 밝게 빛나던 별의 몰락 22.02.14 588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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