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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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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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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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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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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래도 역사는 돈다 4

DUMMY

낙화유수의 죽음을 뒤로하며, 매는 군인들과 진격했다.

사령부의 진입은 쉬웠다.


전차가 사령부 건물을 포위하고 GFR과 MFR이 정문으로 다가왔다.

강력한 화력을 본 사령부 경호원들은 저항조차 없이 문을 열어줬다.


건물 안으로 100명이 넘는 보병들이 매와 크로노스를 따라 들어왔다.

곳곳에 경호원들이 배치되었지만 경보가 들리기도 전에 제압당했다.

야간이라 기강이 해이해져 있었고,

진입한 이들이 주로 사령부에 근무하는 요원들이었기에 제압 요소를 알고 있었다.


유정무는 도망가지 않고 그가 머무르는 숙소에 있었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저항하는 드라마는 연출하지 않았다.

그저 사막의 매를 보며 한마디 했다.


“낙화유수나 자네 둘 중 하나의 총에 맞을 것 같긴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군.”


“나도 당신의 실성이 생각보다 빨라 놀라던 참이었습니다.”


“그래. 잘 해보게. 넌 나처럼 또라이 짓 하지 말고.”


샤워하고 나오던 성유나는 눈 앞의 상황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이건 뭐. 서태후라도 해볼까 했더니 나가리 됐네.”


“성유나 실장.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우리에게 합류하는 건 어떻소?”


“그럴까 고민도 되긴 하는데 역시 안 되겠어요.”


“이유가 뭡니까?”


“내가 그렇게 하면 이 사람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유나가 정무의 목과 어깨를 쓸어내리며 말한다.

크로노스와 부하들이 그 둘을 감금하기 위해 취조실로 연행해갔다.


매는 서둘러 비상상황실로 갔다.

지금쯤이면 수도방위사령부에도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사령관은 출동명령을 내리고, 병력들은 군장을 싸 장갑차량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차 위기가 정문을 돌파하는 것이었다면, 2차 위기는 수도방위사령군에 대한 대응이다.


“수도방위사령관 연결.”


「수도방위사령관 연결. 연결되었습니다. 삐이-」


수도방위사령관이 화상으로 연결된다.

사령관은 이미 사령부의 소식을 들었지만 반신반의한 상태였다.

정말 반란이 일어난 건가 싶어 안경을 고쳐잡으며 화상연결된 상대가 누군지 본다.

사막의 매라는 것을 확인하자 얼굴이 빨개지며 소리를 지른다.


「야 이 반란군 노무 쉐끼들아. 내가 지금 당장 전차를 끌고가서...!」


“사령관. 진정하고 제 말 들으세요.

군인과 정부는 시민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임무 아닙니까?

시민혁명을 통해서 이룩한 정부는 적어도 그것은 대원칙으로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자세한 상황을 모르셨겠지만 광화문에 60만명. 아니 그 이상의 시민들이 집결해 치안관들과 군인들에게 포위된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205기계화보병연대가 포함되었고요.

저는 205기계화보병연대장대행 크로노스 중령에게 권유를 받은 겁니다.

우리의 총구는 시민이 아니라 실성한 유정무 사령관에게 겨누는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허인형 국방부장관이 승인한 작전입니다.

군인뿐 아니라 재정부장관도 지금 막 우리를 지지했어요.

당신이 허 장관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건 맞지만 부디 지금처럼 수도를 지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수도방위사령관의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매의 목이 날아갈 수도,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

그는 딱히 청렴하지도, 그렇다고 악하거나 부패하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정권의 편도, 부패의 편도, 시민의 편도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의 편인 사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 계획에 그를 사전포섭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작전을 실행도 하기 전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으니까.

불완전과 불안을 안고 감행한 작전.

단지 사령부 탈환과 유정무의 신병 확보만이 매가 들이밀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


수도방위사령관이 매에게 물었다.


「전국의 모든 육군을 설득할 자신 있나?」


“아니요. 그럴 자신은 없습니다. 아마 득달같이 이 기회에 정권을 찬탈하려고 전차와 GFR을 끌고 오겠죠.”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 뒤 수방사령관이 결정한다.


※ ※ ※


「5군단과 2군사령부는 내가 설득해보겠네.」


수도방위사령관은 결국 매의 편에 서기로 했다.

사막의 매가 표정관리를 못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그렇게 넋 나간 표정 짓지 말고.」


“사령관이 우리 뜻에 동참하기로 했다니 이미 이긴 싸움입니다.”


쿠데타 발생 2시간 후.

원로원장의 집에 초인종이 울렸다.


한참 후 70은 족히 먹은 듯한 하얀 눈썹의 노인이 직접 문을 연다.

원로원장이었다. 원로원장은 정치 주요인물이다.

예산을 필요로 하는 정부 사업 대부분의 일을 건의하고 승인한다.

무엇보다 원로원의 원로들에게 신망을 받아야만 수행할 수 있는 직으로서,

원로의 과반수 투표 후 행정장관들의 만장일치로만 선출이 가능했다.


원로원장은 원로들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원로들의 투표로 연합사령관을 선출하는 챔핀코 시스템에서,

그는 권력의 열쇠라고도 볼 수 있다.


“방위정보국장이 여긴 웬일이시오? 들어오시지요.”


노마가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사실 원로원장은 야밤에 노마가 찾아온 이유를 직감했다.


광화문사태가 발생한 이후 방위정보국장이 새벽에 찾아올 일은 하나 뿐일테니까.


“그래. 누가 사령부를 장악하고 있소?”


“역시 속일 수가 없군요. 외교정보특임사령관입니다.”


“그런 기관도 있소? 하여간 우리나라 이 땅덩이 좁은 곳에 정보기관이 너무 많아!”


노마는 이 심각한 상황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 본인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외국에서 국익을 위해 많이 고생한 ‘진짜 정보요원’ 출신입니다.”


“그래? 그렇다면야 뭐. 아주 좋지. 시민들 여론 조작하고 때려잡는 요원보다야.”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이번 쿠데타로 본인이 집권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위령 홍콩행정자치위원장을 보궐선거를 통해 추대할 생각입니다.”


원로원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생각이야. 좋은 생각.

천안문과 광화문이 붉게 물드는 역사가 반복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은 훌륭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구만.”


“그럼 지지발표를 해주시는 겁니까?”


“껄껄. 이 늙은 얼굴 화면에 나오는 거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런 게 필요하다는데 내 해줘야지 어떡하나.

이 나이 먹으면 말이야.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악마라고 해도 영혼을 팔고,

독재자라고 해도 기꺼이 가서 조언해준단 말일세.


거 이 참에 나도 은퇴하고 청도에 있다는 그 누구냐.

파더인가 뭐시긴가 벽에 이상한 낙서하는 늙은이 있잖냐.

그런 거 코스프레나 해볼까?”


노마는 다시 웃음을 감출수가 없다.


“100세가 되셔도 저희들은 어르신을 필요로 할 거니 걱정마세요.

파더 하시려면 옐로 수용소에 가셔야 해요.”


쿠데타 발생 8시간 경과 후 홍콩.


일반적인 여자보다도 작고 아담한 여인이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다.

인디미션 탄트라 반나 대통령과 씨드 사의 콘티넨탈 로드 회장 얘기였다.

그들이 챔핀코에 비공식 내방 한 것에 대해,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다.


기사가 차량을 세우자 여자는 문을 열어 홍콩 자치정부 청사로 들어가며 비서의 브리핑을 받는다.


“오전은 하이드레이트 운송책 개선에 관해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과...”


“위령 장관님. 205 기계화보병연대장대행 크로노스라고 합니다.”


(행정자치위원장은 장관급이기에 편하게 장관이라고 줄여부르기도 함)


“챔핀코 본토 군인이 홍콩까진 어쩐 일로...?”


“혹시 어제 광화문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아십니까?”


“아니요. 솔직히 말하면 제 사업하기도 바쁘거든요.

홍콩 내 에너지사업과 국제교역을 조정하기만도 힘들어요.

혹시 제가 서울에 관해서 너무 소홀했던 뭔가가 있었나요?”


“그런건 아닙니다. 이건 비공개 정보니까요.

현재 광화문에는 60만명의 시위대가 집결해있습니다.”


탁. 위령의 커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위원장님!”


비서가 급하게 물티슈를 꺼내 위령의 발목이 데이지 않도록 닦아주었다.


“그리고 지금 사령부는 외교정보특임사령관이 장악했으며 유정무는 구금된 상태입니다.”


“쿠데타가... 일어났군요.”


“유정무가 시위대를 전차와 웨이브스피어로 진압하려 했습니다.”


“60만명을요?”


“네.”


“유정무가 그렇게 미친 사람은 아니었을 텐데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위령은 사실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다.

유정무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재선 임기까지 끝났으니 선거 후보로조차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유정무는 챔핀코를 강성연합으로 만들려는 야망이 컸다.

반드시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모략을 꾸밀 거라 생각했다.

외세의 압력을 일으켜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으리라.


‘그런데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으니 유정무도 나가리네.’


‘잠깐. 그럼 나도 나가린가? 쿠데타 일으킨 놈이 정권을 잡은 거잖아!’


상관없다. 유정무든 쿠데타 장본인이든 여론은 위령을 투사로 만들어줄 것이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맹신자니까.


‘길을 조금 돌아가야겠지만 결국 승자는 내가 될 거라고.’


결과적으론 위령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이 되었지만,

그것을 좋아할만큼 위령이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


“사안이 긴급합니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당신을 연합사령관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선거를 통하겠지만 지금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기능하실 때입니다.

부디 허락해주시고 지금 즉시 홍콩을 떠나 서울로 와주십시오.”


뭣이?

너무 엄청난 사안이다보니 위령의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본인이 집권을 한다는 게 아니고 나한테 정권을 넘긴단 뜻이었어?’


좋으면서도 현기증이 났다.

지금 당장 사령부로 들어가면 할 일이 산더미일 테니까.


‘뭐야. 그렇게 큰일을 벌였으면 초반 작업은 좀 하고 넘겨주라고!’


다짜고짜 정부의 지도자로 추대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사령부의 기능이 마비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그것도 안 될 일이었다.


모든 것을 완벽히 컨트롤해야 속 시원한 위령의 강박증, 정치인 병이 도진다.

쉽게 얘기하면 두통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이마에 손을 짚으며 크로노스에게 묻는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를 말해보세요.”


“시위대와의 협상입니다.

요구는 종교 자유의 허용과 스쿨 운영의 투명화.

그리고 유정무가 추진하던 디벨로이드의 챔핀코 생산계획에 따른 외부압력 대처입니다.”


위령이 고개를 젓는다.


“디벨로이드를 챔핀코에서 자체 생산하려고 해서 탄트라와 콘티넨탈이 왔던 거군요.”


“네. 다음에는 ARSO가 올 거고, 그 다음은 로코 마르탱과 드럼프 덕이 올 겁니다.

신속히 대비를 하던지, 아니면 디벨로이드 생산을 포기해야 합니다.”


위령은 고개를 젓는다.


“아뇨. 드럼프 덕의 성격을 잘 모르시는군요.

다음은 올리칸의 군대가 올 거에요.”


위령의 말에 오히려 크로노스가 놀란다.

위령이 비서에게 말한다.


“홍콩자치위원장의 긴급명령에 따라 이 자리를 부위원장에게 모두 위임합니다.

당신은 오늘부터 부위원장의 비서입니다.

그에게 이 명령을 전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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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역사는 돈다 4 19.11.15 22 1 11쪽
95 그래도 역사는 돈다 3 19.11.14 23 1 7쪽
94 그래도 역사는 돈다 2 19.11.13 28 1 7쪽
93 그래도 역사는 돈다 1 19.11.12 27 1 7쪽
92 눈물 3 19.11.11 29 1 9쪽
91 눈물 2 19.11.10 25 1 7쪽
90 눈물 1 19.11.09 38 1 10쪽
89 야만의 협상 4 19.11.07 29 2 7쪽
88 야만의 협상 3 19.11.06 31 1 14쪽
87 야만의 협상 2 19.11.05 25 1 8쪽
86 야만의 협상 1 19.11.04 24 1 12쪽
85 골고다 프로젝트 5 19.11.04 26 2 10쪽
84 골고다 프로젝트 4 19.11.01 32 1 7쪽
83 골고다 프로젝트 3 19.10.31 4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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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진실의 늪 2 19.10.26 26 1 9쪽
77 진실의 늪 1 19.10.25 38 2 8쪽
76 적과의 동침 6 19.10.24 36 1 8쪽
75 적과의 동침 5 19.10.24 28 1 8쪽
74 적과의 동침 4 19.10.22 27 1 11쪽
73 적과의 동침 3 19.10.22 59 1 8쪽
72 적과의 동침 2 19.10.21 27 1 11쪽
71 적과의 동침 1 19.10.19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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