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6,826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10.25 23:00
조회
37
추천
2
글자
8쪽

진실의 늪 1

DUMMY

「밸류 컴퍼니가 HI의 라이센스 계약을 올해로 끝내겠다고 하더군요.」


올리칸의 연합대통령 드럼프 덕이 본론을 꺼내자,

유정무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가요? 혹시 재계약때 조건을 변경하고 싶어서 던져본 건 아니고요?”


유정무가 뻔히 알면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드럼프 덕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교와 정치판에서 감정을 먼저 드러내는 쪽이 지는 것이다.

드럼프도 별 일 아니라는 듯 손사레 치며 너스레를 떤다.


“저도 팍스 사의 로코 마르탱 회장에게 그렇게 물어보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재계약 조건을 변경하려했다면 훨씬도 더 전에 통보를 했을거라 하더군요.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도 아니고,

HI 라이센스에 대한 협상이라면 시간이 많이 소모될 테니까요.


그런데 의외군요. 유정무 사령관이 이 일을 모르고 있다니.

혹시라도... 밸류컴퍼니와 챔핀코 연합정부가 서로 느슨해진 것은 아니겠죠? 껄껄!”


드럼프의 반격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큰 사안을 밸류 컴퍼니가 정부에 보고나 동의도없이 진행할정도면,

정부가 개판으로 돌아가고 있는 거 아니냐 하는 감정공격을 한 것이다.


“시대가 변했잖습니까. 대통령님.

기업 간의 문제는 저희는 왠만해선 정부가 관여 안 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활동이 사회 전반의 문화와 경제, 그리고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데,

어떻게 정부가 관여를 안한단 말입니까.

지금만 해도 그렇습니다. HI 라이센스는 올리칸과 팍스에게 필수적인 것이 되어버렸는데,

팔지 않는다고 하니.

벌써부터 올리칸 전역이 난리란 말입니다.

로코 마르탱 회장은 이 일로 ARSO에 제소한다고 제게 난리를 칩디다.”


“기업이 자신의 상품을 사고파는 것은 자율인데 ARSO에 제소한다니 이해가 안 가는군요.”


ARSO는 침체된 세계의 경제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각 지역의 정부가 기업들 간 공정한 수출과 수입을 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공동으로 감시하는 기구다.


유정무의 너무 뻔뻔한 연기에 드럼프 덕이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아니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는 시동일 수도 있다.


“그건 아니지요. 유정무 사령관.

씨드 사에서 더는 종자를 팔지 않겠다고 하면요?

본인들이 직접 재배한 작물만 판매하겠다고 하면 그것도 기업간의 이야기가 됩니까?”


유정무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도널드는 이것으로 자신에게 두 가지의 이야기를 동시에 전달한 것이다.


HI라이센스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씨드 사를 움직인다는 협박.

그리고 HI라이센스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너희들의 속셈이,

디벨로이드의 국산생산화라는 것임을 알고 있다는 통보.


유정무는 더 시간 끌어선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드럼프 덕도 화상회의로 이 사태를 해결하거나,

담판 지으려는 것은 아니었을 터.

그저 유정무의 태도가 어떤지,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찔러보려고 탐색전을 벌인 거겠지.


“밸류 컴퍼니의 일은. 제가 자세히 알아보고 연락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할 일도 많으실 텐데 제가 숙제 하나를 더 내드린 것 같네요.

부디! 이번 HI라이센스 사태가 저와 마르탱 회장의 오해였던 것이길 바라겠습니다.

올리칸과 챔핀코 사이의 친분에 흠이 생기는 건 바라지 않거든요.”


처음 화상통화를 했을 때 환영의 제스쳐를 마음껏 하던 것과는 달리,

용무가 끝나자마자 화면이 종료된다.


도널드는 강적이다.

계산이 빠르며 직설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망설임없이 사람들을 위협하고, 설득한다.


만약 유정무가 충분히 대비하고 있지 않으면,

도널드는 또 언제 불쑥 들어와 초강수를 들이대어 유정무의 항복을 강요할지 모른다.


씨드 사를 움직여 종자수출을 제한하고,

스트로 사를 움직여 석유 수출을 제한하고,

팍스 사를 움직여 무장한 군인들이 챔핀코의 영토를 점령할 수도 있다.

이것이 올리칸 연합대통령의 영향력이었다.


유정무는 전초전인데도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로 자신이 올리칸 연합정부와 팍스 사를 상대로 한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을 수는 있는 건가?


사실 며칠 전만 해도 자신있었다.

독쓰루 작전을 실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는 사랑하는 성유나가 있었고,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낙화유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를 의지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 어두운 집무실이 감옥같이 답답해 벗어나고 싶다.


그때 누군가가 벌컥 문을 열면서 빛줄기가 들어온다.

성유나였다.


유정무는 성유나를 보고 아직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자신이 미웠다.


“누가 마음대로 들어오라고 했지?”


유정무의 냉대를 예상했다는 듯이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그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고개 숙인 유정무의 눈에 유나의 무릎이 보일 만큼 다가온다.


10년 전. 유정무가 처음으로 연합사령관으로 취임했을 때도 그랬다.

유정무는 취임식 이후 사령부에서 마련한 연회자리에서

성유나와 이야기 할 때마다 고개를 숙여 무릎을 쳐다봤다.


“제 무릎이 그렇게 예뻐요?”


“제가 실례했네요.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미인분하고 얘기할 때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겠군요.”


성유나가 예뻤던 것은 사실이지만 유정무에게 큰 의미는 없었다.

그는 부인이 있었고, 이제 막 연합사령관의 자리에 취임했으며,

성유나와는 앞으로도 지긋지긋하게 얼굴을 맞대고 싸워야 하는 동료가 될 테니까.


“그래요? 전 미남하고 얘기할 때 눈을 마주치는게 좋던데요.”


바짝 다가온 성유나가 와인에 취해 흥에 겨운 듯,

유정무의 어깨에 손을 올려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이 수두룩할 텐데 힘 빼요.

처음부터 어깨에 힘줘봐야 탈골밖에 안 되니까.”


성유나의 가벼운 농담이 유정무의 입에 웃음을 피웠을 때,

유나는 유정무에게 여자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신의 품에서 잠을 자고 있는 비서실장을 보며,

유정무는 정치인답지 않게 사랑을 느꼈다.


성유나를 보는 동안에는 다른 것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정치적 목적으로 정략결혼한 부인의 일도,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던 우라노스도,

량허동물보호지구를 건설하며 인디미션과 했던 모든 흥정들도 기억에서 지웠다.

마치 마리화나를 하는 것처럼.


모든 이해관계를 세상에서 없애고 유나와 자신만의 우주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는 그것이 챔핀코를 통치하는 데 지장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에게 성유나라는 도피처가 있었기에,

여태껏 미치지 않고 정치를 잘 해왔는지도 모른다.

유정무와 성유나는 감정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꽤 잘 맞는 파트너였다.


“그렇게 생각했었지.

아무렴 이제야 어떤가.

뭐가 진실인지 알 수도 없는데.”


“사령관님.”


“나가주게...”


하지만 유나는 나가지 않았다.

그 순간 유정무의 테이블에 유나의 팔이 다가오며 그림자가 졌다.


유정무가 고개를 들자 성유나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놀라긴 했지만 뒤로 넘어지진 않는다.


그래. 내가 너를 죽일 수는 없겠으니,

차라리 네가 나를 죽여주면 마음이 편하겠다.


하지만 유나는 권총을 유정무 사령관의 테이블에 올려놨다.

둘 사이에 긴 침묵과 거친 호흡소리가 들렸다.

몇 초만에 서로간에 수많은 생각, 고민, 망설임, 양보가 오갔을 테니까.


유나가 결심한 듯 후우우 하고 긴 숨을 내뿜으며 말한다.


“당신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서.

그래서 찾아주려고 왔어.

진실을. 그리고 당신의 삶을.”


성유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유정무의 눈이 의문으로 가득했다.

다만 자신이 빠진 미궁 속에서 탈출할만한 단서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그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독쓰루 작전 때 우리측 정보. 내가 흘렸어.”


유정무의 팔꿈치와 동공을 지탱하던 실낱같던 희망이 붕괴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그림으로 보는 세계관 2 - 마인드 스캐너에 대해 알아보자 +8 19.08.28 487 0 -
공지 그림으로 보는 세계관 1 - 먹을 것이 사라진 세상 +2 19.08.27 679 0 -
공지 ▶▶▶ 프롤로그 ◀◀◀ +4 19.08.23 857 0 -
97 반란의 씨앗 - 2부 에필로그 +1 19.11.16 50 2 10쪽
96 그래도 역사는 돈다 4 19.11.15 21 1 11쪽
95 그래도 역사는 돈다 3 19.11.14 23 1 7쪽
94 그래도 역사는 돈다 2 19.11.13 28 1 7쪽
93 그래도 역사는 돈다 1 19.11.12 27 1 7쪽
92 눈물 3 19.11.11 29 1 9쪽
91 눈물 2 19.11.10 25 1 7쪽
90 눈물 1 19.11.09 37 1 10쪽
89 야만의 협상 4 19.11.07 28 2 7쪽
88 야만의 협상 3 19.11.06 31 1 14쪽
87 야만의 협상 2 19.11.05 25 1 8쪽
86 야만의 협상 1 19.11.04 24 1 12쪽
85 골고다 프로젝트 5 19.11.04 26 2 10쪽
84 골고다 프로젝트 4 19.11.01 32 1 7쪽
83 골고다 프로젝트 3 19.10.31 48 1 10쪽
82 골고다 프로젝트 2 19.10.30 27 1 11쪽
81 골고다 프로젝트 1 19.10.29 28 1 10쪽
80 진실의 늪 4 19.10.28 46 2 6쪽
79 진실의 늪 3 19.10.27 33 2 10쪽
78 진실의 늪 2 19.10.26 26 1 9쪽
» 진실의 늪 1 19.10.25 38 2 8쪽
76 적과의 동침 6 19.10.24 36 1 8쪽
75 적과의 동침 5 19.10.24 28 1 8쪽
74 적과의 동침 4 19.10.22 27 1 11쪽
73 적과의 동침 3 19.10.22 59 1 8쪽
72 적과의 동침 2 19.10.21 27 1 11쪽
71 적과의 동침 1 19.10.19 2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