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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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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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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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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글자수 :
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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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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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적과의 동침 6

DUMMY

크로노스가 집사에게 그의 비밀을 들킨 날.

집에 돌아온 그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 그의 아버지,

우라노스를 보며 의문이 들었다.


집사는 정말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우라노스는 이미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하는 걸까.


크로노스가 멍 하니 서있자 우라노스는 나이프를 내려놓고 말한다.


“어딜 다녀온 거냐?

네가 식사시간을 어긴 적은 처음이구나.”


“죄송합니다. 산책을 좀 다녀왔는데 시간을 못 봤네요.”


크로노스는 슬그머니 카이로스의 옆에 앉아 그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카이로스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는,

작은 목소리로 크로노스를 원망한다.


“오빠가 늦어서 아버지랑 둘이 먹고 있었단 말이야.”


“다 들린다.”


우라노스가 카이로스를 째려본다.


크로노스에게는 이 숨막히는 장면마저도 다행이라고 할 만큼,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했다.


크로노스는 혹시라도 집사가 자신의 방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두려움이 섞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해 집사의 방에 찾아가 노크했다.


밤이 늦은 시간에 집사의 방 안으로 스위치를 켜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크로노스는 차마 들어가도 되냐는 말이 입에 떨어지지 않아 손가락으로 안쪽을 가리켰고,

집사는 들어오라는 시늉을 했다.


“영감...”


“크로노스.”


서로를 부르는 이름속에,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오늘 있었던 일을 왜 아버지께 말하지 않은 거야?”


집사는 크로노스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책상에 있는 안경을 집어 그의 얼굴에 꼈다.


“나는 너를 오래 지켜봤지. 너도 모르는 어린 시절까지 말이야.

너는 저택에 들어온 너구리 한 마리의 생명마저 아끼던 아이였단다.


지금의 너는 상처입어 슬피울던 그 너구리 한 마리와 같을 뿐이야.


나는 네가 선량하고 여린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 있었던 일을 우라노스에게 얘기한다고 네가 치유될 것 같았다면,

진작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렇게 했겠지.”


그의 말에 크로노스는 온 몸이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찌릿함을 느꼈다.

차가웠던 그의 영혼에 온기가 되돌아오자,

잊어버렸던 통증이 되돌아오는 듯이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자신이 죽였던 무수한 동물들의 눈이 떠올랐다.


“너무 괴로워요.”


집사가 크로노스를 안아준다.

크로노스가 가지고 있던 비뚫어진 열망,

학살에 대한 집착이 녹아내려 하늘로 승화한다.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허무하게 제 손에 죽어갔어요!”


돌이킬 수 없는 과업이 그 자체로 형벌이 되어 돌아온다.


“어디서 살아가든 어떤 선택의 순간이 오든,

네가 죽인 생명들을 기억하거라.

그리고 이제 그만...”


집사가 크로노스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일어나시죠. 도련님.”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영감의 목소리가 아니다.


크로노스의 눈이 번쩍 뜨인다. 그리고 어깨와 머리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온다.


“크윽!”


“이제 좀 정신이 드십니까?”


크로노스의 눈앞에 선 자는 빅 브라더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적의 총에 맞아 기절한 상태였음을 기억했다.


‘붙잡혔구나.’


주위를 둘러본다. 빅 브라더 말고는 아무도 없다.

자신은 침대에 누운 채 아무런 결박도 되지 않은 상태다.


“저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겠습니다.”


빅 브라더는 크로노스의 생각을 읽은 듯이 선수를 친다.


크로노스는 그 말에 동의하지 못했는지 몸을 움직여 크로노스를 공격하려 하지만,

극심한 통증이 다시 밀려온다.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기절한 상태였으니까요.

몸을 움직이기에도 많은 무리가 갈겁니다.

영양상태로 보나 근력의 적응도로 보나.”


“나를 왜 굳이 살려 둔 거냐. 시간 낭비 말고 죽여라.

말해 줄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고작 기계화보병 연대의 대대장 정도 되는 사람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이 고생을 해가며 살려놓은 건 아닙니다.

예전에 저와 비즈니스를 했던 분의 아드님이라는,

가당치않은 인연의 옛정 때문은 더더욱 아니고요.”


“그럼 도대체 무슨 수작이냐.”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몸 상태가 호전되면 차근차근 보여드리지요.

당신이 그동안 얼마나 거짓된 세상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빅 브라더는 크로노스에게 뜻 모를 말을 한 뒤,

그를 눕힌 병실에서 나와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간다.

복도의 모퉁이를 두 번 돌면 더 지나갈 수 없는 어두운 통로의 끝에,

방이 하나 있다.


빅 브라더가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문 틈사이에 임병찬이 보인다.

그는 의자에 팔과 다리가 묶였고, 눈이 가려졌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임병찬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누구야. 누구냐고!”


빅 브라더는 임병찬의 눈을 가린 안대를 풀었다.

임병찬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도대체 나한테...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그동안 우리 쪽에서 정보를 흘린 쥐새끼가 누군가 했더니.

부끄럽게도 제 부하인 마예선이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한테 정보를 흘려준 사람이...”


빅 브라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병찬이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아니야. 난 정말 몰랐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나 원. 혹시나 해서 떠보려고 한 건데 이렇게 쉽게 자백하신다고요?”


“제발 좀 살려줘. 내 덕분에 알바트로스도 이렇게까지 성장한 거잖아.”


“그럼요. 상당히 많은 정규군들이 이리로 들어왔으니까요.

그 공로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에르메스에게 하루도 빠짐 없이 건의해왔었죠.

당신을 죽이라고요.”


“도대체 나한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데?”


“당신의 무능력과 허술한 태도.

모든 부분이 알바트로스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정규군일 때도 육군 연대장이었어.

무능력한 사람을 대령까지 달아줄 것 같은가?”


“네. 압니다. 준장 진급을 계속 실패한 대령.

바이올렛 출신이라 진급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착각한 당신이,

상관인 사단장을 죽이고 투항한 역사는 이미 다 조사했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NC시스템을 증오하는 사람이라고.

그런 날 죽인다니. 앞으로 누가 알바트로스에 찾아올 것 같은가?”


임병찬의 물음에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빅 브라더는 코웃음을 쳤다.


“바이올렛도 특이한 케이스로 받으신 분이 그런 어불성설을.

육군 본부의 작전참모셨던 아버님이,

밸류 컴퍼니와 모종의 거래를 해서 바이올렛이나마 건진 거잖습니까.

원래 당신은 블루였죠.”


“그... 그걸 어떻게 네가?”


임병찬의 눈이 두려움에서 공포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빅 브라더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이 걸치고 있던 전투수트를 벗었다.

그렇게 드러난 빅 브라더의 어깨에 박힌 네임카드.

그것은 한 가지 색이 아니라 형형색색으로 오로라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마인드 스캐너의 공동 개발자이기 때문입니다.”


「탕!」


빅 브라더가 든 권총에서 김이 새어나온다.

임병찬은 의자에 묶여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눈도 감지 못한 채.


「띠리리리리리.」


그 순간 울리는 벨 소리에 빅 브라더가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댄다.


「연화에요. 침투에 성공했습니다.」


빅 브라더가 눈을 감고 안도의 숨을 쉰다.

앞으로 걸어갈 긴 터널에 한 걸음 발을 들였다는 듯이.

그리고 이내 눈을 뜨며 결심을 다진 듯 지시한다.


“그럼 이제부터 1단계 작전, 골고다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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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그래도 역사는 돈다 4 19.11.15 22 1 11쪽
95 그래도 역사는 돈다 3 19.11.14 24 1 7쪽
94 그래도 역사는 돈다 2 19.11.13 29 1 7쪽
93 그래도 역사는 돈다 1 19.11.12 27 1 7쪽
92 눈물 3 19.11.11 29 1 9쪽
91 눈물 2 19.11.10 26 1 7쪽
90 눈물 1 19.11.09 38 1 10쪽
89 야만의 협상 4 19.11.07 30 2 7쪽
88 야만의 협상 3 19.11.06 31 1 14쪽
87 야만의 협상 2 19.11.05 25 1 8쪽
86 야만의 협상 1 19.11.04 24 1 12쪽
85 골고다 프로젝트 5 19.11.04 26 2 10쪽
84 골고다 프로젝트 4 19.11.01 34 1 7쪽
83 골고다 프로젝트 3 19.10.31 48 1 10쪽
82 골고다 프로젝트 2 19.10.30 27 1 11쪽
81 골고다 프로젝트 1 19.10.29 28 1 10쪽
80 진실의 늪 4 19.10.28 46 2 6쪽
79 진실의 늪 3 19.10.27 34 2 10쪽
78 진실의 늪 2 19.10.26 26 1 9쪽
77 진실의 늪 1 19.10.25 38 2 8쪽
» 적과의 동침 6 19.10.24 37 1 8쪽
75 적과의 동침 5 19.10.24 28 1 8쪽
74 적과의 동침 4 19.10.22 27 1 11쪽
73 적과의 동침 3 19.10.22 61 1 8쪽
72 적과의 동침 2 19.10.21 27 1 11쪽
71 적과의 동침 1 19.10.19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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