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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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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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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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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10.22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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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적과의 동침 3

DUMMY

13구역에 위치한 깊은 숲속.

이제 막 성숙한 여성의 아름다움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나이대의 한 소녀.

그들을 쫓는 치안관 아홉. 치안관은 세 명씩 조를 짜서 세 개의 조로 추적한다.

소녀는 자신에게 익숙한 숲의 지형을 이용해 나무사이로 달리며 그들을 따돌린다.


하지만 훈련된 치안관들의 추적을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었기에 그가 알고 있는 은신처에 숨는다.

바위틈에 감춰진 콘크리트 시설이다.

지금은 버려진 군사시설이었던 것 같다.

자물쇠로 잠겨있지만 이런 것을 따는 것은 그가 자란 슬럼가에서 식은 죽 먹기였다.


‘어렸을 때 지나치기만 했던 시설이었는데 위험에 닥치니 이렇게도 이용하게 되네.’


덜컥. 끼이이이익!


두꺼운 철문의 경첩이 녹슬었는지 소리가 요란하다.

아차 싶어 다시 계단을 올라가 도망가려 했지만,

멀리서 치안관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오는 발걸음이 진동으로 느껴진다.


‘아차!’


어쩔 수 없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들어가서 숨어야 했다.

이곳을 못 보고 지나치길 바랄 수밖에.


그나저나 시설의 안쪽에는 수상한 도구들이 있다.

톱이며 덫. 그리고 헌팅 나이프.

일반적인 군사시설에 쓰이는 것들은 아닌 듯하다.

어차피 악당이 득실대는 수상한 세상이니 별 신경도 안 썼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연화는 서둘러 문으로 들어오는 몇 걸음 앞에 덫을 놓고 톱을 적당히 바닥에 흩뿌렸다.

헌팅나이프는 카고바지의 건빵주머니에 숨기려 했는데 안 들어간다.

칼집을 뽑지 않은 채로 바지 뒷춤에 끼운다.

안 들어오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대비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바깥에서 치안관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여기서 소리가 났다며 억울한 호소를 하는 목소리다.

누군가 또는 둘 모두 그를 의심하거나 책망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자리를 쉽사리 뜨지 않고 서성인다.

한 명의 의견이었지만 이미 표적을 놓쳤다고 생각한 그들이 꼼꼼히 수색할 모양이다.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누군가가 ‘저기 봐!’하며 소리치는 소리가 시설 안으로 들린다.


“저기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군.”


“조심해. 안에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을지 몰라.”


“흥. 그래 봐야 여자애 하나야. 무기도 없고.”


그들은 천천히 셋이 동시에 계단을 내려간다.

그들 중 앞서간 자 한 명이 문에 바짝 붙어 귀를 대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안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외쳤다.


“연화야.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직업탐색검사를 받지 않고 이탈하는 건 생각보다 꽤 있어.

그런 건 경범죄라고. 3년 동안 도망 다닌 거? 괜찮다.

지금 자수하면 모든 걸 참작하고 경감시켜줄게.”


카고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도망다니던 소녀. 그는 연화였다.

치안관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연화가 일반적인 검사 기피자라면.

하지만 연화는 그렇지 않았다.

만약 체포당하면 3년간의 행적이 드러날 테고, 그는 반역혐의까지 쓸 위험이 있다.


철문이 바깥에서 벌컥하고 열리자 치안관 셋이 당황해 멀리 떨어지고는,

웨이브건을 일제히 겨눴다.


“쏘지 마세요. 저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 우리도 널 쏠 생각 없어.

그러니까 얌전히 손을 들고 나와라.

자수만 하면 그렇게 큰 죄도 아니라고!”


“제가 치안관님을 어떻게 믿죠? 무기를 들고 계시잖아요.”


“이건...”


앞장선 치안관이 머뭇거리는 틈에 연화가 선수를 친다.


“여기서 대화하고 싶어요. 저 너무 무서워요.”


“그래 알겠다.”


“그걸 들고요?”


웨이브건을 보는 연화의 표정이 불안으로 가득하다.

이제 막 젖살이 빠지며 성인의 얼굴을 갖추기 시작한 소녀의 눈망울이 흔들린다.

마음이 약해진 젊은 치안관이 웨이브건을 내려놓는다.


“알겠다. 알겠어.”


“방금 무기 내려놓으신 치안관님. 그쪽만 들어오세요.”


치안관 셋이 연화의 말에 서로를 쳐다본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위험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이미 그들에게 연화는 체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궁지에 몰린 여린 소녀라는 이미지가 박혔다.


무기를 내려놓은 치안관이 연화의 뒷걸음질에 맞춰 천천히 콘크리트 시설에 들어간다.


연화는 치안관의 발걸음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세걸음. 두걸음. 한걸음!


“앗 조심하세요!”


「찰캉!」


“으아아아악!”


연화의 타이밍 늦은 외침에 치안관의 발목이 덫에 걸린다.

순식간에 극심한 출혈이 발생하고 통증이 몰려온다.

아마도 녹슬었지만 날카로운 금속에 파상풍이 왔으리라.

덫은 물린 자가 움직일수록 발목을 자를 기세로 살을 파고들었다.


“무슨 일이야!”


뒤늦게 치안관 둘이 들어온다.

연화는 문 뒤에 앉아서 숨어있다가 처음 들어오는 치안관의 발목을 싹둑 베어 넘어뜨린다.

어찌나 톱으로 세게 베었는지 흰 정강이 뼈가 드러나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넘어뜨린 치안관의 웨이브건을 빼앗아,

다음에 들어오는 치안관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하지만 세 번째 치안관은 이미 상황을 파악했다. 함께 연화를 겨누고 있었다.


“부탁이 있어요.”


“이제 네 말은 믿지 않아. 무기 버리고 손들어!”


긴장한 젊은 치안관. 경력이 많지 않다.

산전수전을 겪어본 일도 없을 거다.

게다가 혈기왕성하며 드라마틱한 일들을 꿈꾸는 미숙한 남자일 거다.


“난 이미 치안관을 둘이나 공격한 중범죄자에요.

끌려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불 보듯이 뻔해요.

그러니까 마지막 부탁이에요.”


치안관이 침을 목으로 넘기는 소리가 꿀꺽하고 들려온다.


연화는 웨이브건을 버린 채 후드티를 벗어던진다.

브래지어만 입은 맨살의 상부가 드러난다.

어린 여자 특유의 보드라운 살결. 적당히 찐 살. 적당한 신체활동으로 섞인 근육.

맨살의 등위까지 내려오는 C컬의 긴 머리가 도드라져 보인다.


치안관이 침을 목으로 넘기는 소리가 다시 꿀꺽하고 들려온다.

이미 웨이브건을 버렸기에 소녀에게 방심한 치안관은 바로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

얼굴과 몸에 정신이 팔렸고 그 짧은 사이에 말도 안 되는 것을 바라고 상상했으니까.


젊은 남자는 자아가 머리가 아니라 그곳에 달렸다는 말도 있을 만큼,

이런 상황에서 어리석은 판단을 한다.


연화는 땅바닥에 손을 짚어 처량하게 울기 시작했다.


“저 한 번도 경험을 못 해봤어요.

이런 말 하는 게 웃긴 건 아는데요.

이렇게 체포되서 제대로 세상살이도 못 해보고 죽는 건 너무 싫어요!”


“아니. 누가 죽는다는 거...”


“저도 살고 싶어서 이랬다고요!”


덫에 걸린 이와 톱에 썰린 자가 이구동성으로 그의 술수에 속지 말라고 외친다.

하지만 최면에 걸린 듯 치안관은 웨이브건을 내려놓는다.

연화는 천천히 기어서 치안관의 허벅지를 붙잡았다.


“해주세요.”


연화의 떨리는 목소리가 치안관으로 하여금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연화의 점 찍힌 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입술을 포갠다.


콘크리트 철문은 닫히지 않았고 숲은 고요했다.

새소리와 곤충 우는소리. 그리고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다.

숨소리가 짧은 간격의 신음소리로 바뀌는가 싶더니 이내 끙끙 앓는 소리처럼 들린다.

남성과 여성의 교성이 섞여 하모니를 이루려는 찰나였다.

바로 그때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억!’ 남자의 단말마가 들린다.


몇 초 뒤 연화가 헌팅나이프를 든 채로 콘크리트 시설을 나온다.

바지 뒤춤에 꽂아놓았던 것이었다.

그의 얼굴과 나이프를 피가 흥건히 적셨다.


비틀거리던 연화는 주위를 둘러본다.

다행히 세 개조 중 한 개 조 말고는 이곳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숲 너머에 있는 저택. 과거 우라노스가 살았던 집을 바라보고는 그리로 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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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눈물 1 19.11.09 3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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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야만의 협상 3 19.11.06 31 1 14쪽
87 야만의 협상 2 19.11.05 25 1 8쪽
86 야만의 협상 1 19.11.04 24 1 12쪽
85 골고다 프로젝트 5 19.11.04 26 2 10쪽
84 골고다 프로젝트 4 19.11.01 34 1 7쪽
83 골고다 프로젝트 3 19.10.31 48 1 10쪽
82 골고다 프로젝트 2 19.10.30 27 1 11쪽
81 골고다 프로젝트 1 19.10.29 28 1 10쪽
80 진실의 늪 4 19.10.28 46 2 6쪽
79 진실의 늪 3 19.10.27 34 2 10쪽
78 진실의 늪 2 19.10.26 26 1 9쪽
77 진실의 늪 1 19.10.25 38 2 8쪽
76 적과의 동침 6 19.10.24 36 1 8쪽
75 적과의 동침 5 19.10.24 28 1 8쪽
74 적과의 동침 4 19.10.22 27 1 11쪽
» 적과의 동침 3 19.10.22 61 1 8쪽
72 적과의 동침 2 19.10.21 27 1 11쪽
71 적과의 동침 1 19.10.19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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