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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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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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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11.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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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눈물 1

DUMMY

늦은 저녁. 밸류컴퍼니 본관동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온다.

옥저의 홍채를 인식해 열린 출입문으로 론리, 판도라, 사막의 매가 뒤따라 들어온다.

판도라는 한사코 론리가 위험한 일을 할 때 지켜줘야 한다며 따라왔다.


“론리와 보낸 밤은 어땠어?”


판도라의 말에 옥저의 얼굴이 빨개지며 성큼성큼 앞서간다.


“저거 약 올리는 거라니까.”


판도라는 미소를 짓는 것도 같고 옥저의 반응이 왜 그런지 궁금해하는 것 같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옥저를 급히 따라간다.


“왜 그래? 론리가 제대로 못 했어?”


“얘들아. 판도라좀 어떻게 해봐. 진짜 얘 왜 이래!”


그들은 티격태격하다가 엘리베이터에 타고부터 조용해졌다.

본격적인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일을 많이 해본 사막의 매만 팔짱을 끼고 호흡을 고를 뿐이다.

11층으로 곧장 올라가 보안과 문을 연다.


“누구십...”


매의 눈을 바라본 보안과 직원이 멍한 상태가 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판도라의 질문에 매가 대답했다.


“악몽을 꾸고 있을 거야.

자신이 경험했던 죄책감이나 공포를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로 끄집어내고 빠져들게 하는 거야.”


“못됐어.”


“그래도 깨고 나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결핍들이 조금은 극복되니까 치료라고 생각하자.”


매의 말에 론리가 말한다.


“대단한 의사 나셨군.

그나저나 도대체 또 무슨 기술들이 있는거야?

이런 건 누구한테 배웠지?”


“수우족의 위대한 스승. ‘우뚝선 곰’이라는 분께.

기술이 여러 가지가 있는 건 아니야.

하나의 원리를 여러 가지 방면에 응용하는 거야.

내가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속에 있는 걸 끄집어 올리는 거지.”


수다만 떨다간 시간을 놓칠 수도 있다.

옥저가 양자교신기를 테스트해본다.


“들려?”


“들려.”


모두의 양자교신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흩어진다.

론리와 판도라는 본관의 지하로, 사막의 매는 3층으로 간다.


밸류컴퍼니 본사는 총 세 개의 동으로 나뉘어 있다.

본관동, 웨스턴동, 이스턴동.

본관은 임원진과 사업, 마케팅, 영업부서가 있다.

이스턴동은 생산부서가,

웨스턴동은 연구부서가 위치했다.


서버컴퓨터는 전산과가 관리하며 이스턴동의 꼭대기에 있고,

전력제어실은 시설관리과가 관리하는 본관의 지하에 있다.


웨스턴 동은 본관과 연결되어있지만 이스턴동은 그렇지 않다.

다만 옥저는 이스턴동의 4층과 본관의 3층은 서로 마주 볼 만큼 가깝다고 했다.


본관동으로 출근하는 옥저가 이스턴동으로 출입하면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사막의 매가 본관의 3층을 통해 이스턴동으로 침입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복도 창문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만큼 가깝지는 않았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막 떠들었군 옥저.’


힘껏 뛰어도 힘들 정도의 거리다.

떨어지면 죽을 정도의 높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아찔한 틈새.


“옥저. 이스턴동 창문을 깨고 들어갈거야.

침입경보장치는 껐어?”


「진작 껐어. 가깝지?」


“너무 가까워서 3층 아래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올라오는군.”


「불가능이 없는 매. 불굴의 수우족(인디언 부족의 종류) 화이팅.」


“영혼 없는 게 교신기로 다 들린다.”


창문을 연 매가 웨이브건을 창문에 조준해 쏜다.


「쨍그랑!」


주파수공명이 일어나 삐이 소리가 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턴 동의 창이 깨졌다.

고층의 유리창은 보안에 신경 쓰지 않은 듯했다.

하긴. 모든 건물의 유리를 보안으로 하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나올 테니까.


복도벽까지 붙어 최대한 창과 거리를 벌린 뒤 전력 질주로 뛰었다.


문제는 이스턴동 4층의 창문은 작다는 것이다.

관성을 이용해 한 번에 몸을 집어넣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가 없다.


먼저 창틀에 손을 하나 깊숙이 집어넣으며 몸을 부딪친다.

매는 나머지 팔을 걸쳐 자신의 몸을 끌어올렸다.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서버실은 엘리베이터로 갈 수 없으니 비상계단을 이용해서 한 층 더 올라가고.」


한편 지하 전력제어실로 침투하던 길에 론리가 판도라에게 물었다.


“아까 옥저한테 그런 말 한 거. 일부러 그런 거지?”


“일부러? 아니.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걸 공유하면 가까워진다길래.”


“아무래도 완전 잘못 짚은 것 같은데.

아니면 네가 엄청난 분노와 질투심에 사로잡혀있던가.”


“그렇지 않아. 나는 LJ가 많은 사람과 경험을 공유하고 사랑했으면 좋겠어.”


“문어발 연애하라는 뜻이야?”


“사랑이란 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행복해지면서도 성장도 할 수 있는 거잖아.”


론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학습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회사로 돌아가면 정비 좀 받아보자.”


고개를 갸웃하던 판도라는 론리가 앞장서자 다시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


「론리 조심해. 지금 시설관리과 직원이 한 명 그쪽으로 들어갔어.」


“시설관리과가 당직을 선다는 말은 없었잖아.”


「난 일개 마케팅 과장이야.

임원도 아니고 총무과 직원도 아니라고.」


론리가 제어실을 빠져나와 온수분배기 뒤로 몸을 숨겼다.

그곳은 비좁고 어두워 직원이 신경쓰지 않을 곳이었다.


판도라와 가까이 얼굴을 마주보면서 론리는 문득 그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판도라는 로봇일 뿐이야.」


옥저의 말이 생각나며 론리의 가슴 한쪽이 저릿해진다.

DI, 인공조직, 나노바이오머신, 초소형원자력발전기, 플로토늄으로 구성된 이 존재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디벨로이드는 법적으로 주인에게 귀속되어 본인의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

결혼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론리가 판도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얼마간의 포옹과, 대화와, 침대에서 즐거움을 나누는 것.

그리고 평생을 함께 사는 것이다.


“나는 너에게 뭘 해 줄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론리의 질문에 판도라는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날 위로해주잖아.”


우문현답에 론리는 순간 자신이 가졌던 회의감이 부끄러워졌다.


「뭔가 이상해. 정문으로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어. 엄청 많아. 젠장 무장했어!」


「론리. 옥저 말 들었어? 나 서버실로 왔어. 서둘러!」


발각됐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장한 인원 다수가 이 시간에 밸류컴퍼니로 올 일이 없다.

옥저와 매의 말에 론리가 무언가 결심한 듯 전력제어실로 들어간다.

판도라가 안된다고 말릴 틈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옥저가 처음에 경고했던 당직직원이 억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몇 분 뒤 수동 스위치가 철컹 하고 내려가면서 밸류 컴퍼니는 어두워졌다.

그리고 10초 뒤에 켜지는 불.


매가 서둘러 해킹코드가 심어진 PIO를 서버컴퓨터의 회로 하나와 연결한다.

진행률 30%. 웨이브건을 든 괴한들이 잠시 꺼진 불을 통해 전력제어실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진행률 48%. 괴한들이 병력을 분배해 전력제어실과 보안실로 나누어 가기로 했다.

진행률 60%. 지하실계단을 내려가는 이들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이들.

진행률 74%. 전력제어실에 도착한 병력들이 웨이브건을 겨누며 주위를 수색한다.

진행률 85%. 보안실에 도착한 이들도 문을 포위해 웨이브건을 겨눈다.

진행률 100%. 접속이 완료되었다는 신호음이 짧게 삐빅 하고 울린다.


“꼼짝마.”


전력제어실에서 판도라의 뒷모습에 건을 겨누는 세 명의 요원들.

판도라가 손을 든 채 천천히 돌아서서 모습을 보인다.


판도라는 자신에게 웨이브건을 겨눈 요원들에게 말했다.


“혹시 웨이브건이라면 저는 소용이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지?”


“저는 디벨로이드입니다.”


“뭐? 디벨로이드가 왜 여기에...”


순식간에 판도라의 회축차기가 가장 앞선 자의 웨이브건에 명중해 건을 날려버린다.

나머지 두 명이 당황하며 판도라에게 웨이브건을 쏘지만 판도라는 통하지 않는다.

디벨로이드는 파동공격을 방어하는 자체 쉴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웨이브건에 방어하기 위한 전투용이 아니라,

전자기파가 많은 미래사회에서 디벨로이드가 제기능을 작동하기 위한 최소 기능이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세 사람.

총이 날아간 한 사람은 판도라를 맨 손으로 제압하려 달려들었다.

총이 있는 두 사람도 합류하기 위해 홀스터에 웨이브건을 꽂아넣는 순간이었다.


퍼버벅! 하는 소리와 함께 론리의 주먹이 둘의 명치와 턱을 차례대로 맞추며 쓰러뜨린다.

쓰러진 둘이 기절까진 하지 않았지만,

그 사이 앞에서 판도라에게 달려들던 요원에게 사이드킥을 날려 넘어뜨렸다.


상황의 긴박함과 닻 효과가 맞물려,

괴한들은 웨이브건을 꺼낼 생각조차 못하고 일어날 생각만 한다.

(닻 효과 - 어떤 생각을 하면 그것이 기준점이 되어, 다음의 생각도 크게 변하지 못하는 사람의 심리로서 협상기술에 이용되기도 한다.)

론리는 순식간에 싸커킥으로 세명 모두 기절시켰다.


론리와 판도라가 서둘러 3층을 향해 뛰어간다.


한편 보안과의 문을 벌컥 연 무장병력들.

하지만 그곳에서 원래 있어야 할 옥저는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넋이 나가있는 보안과 직원 한명을 깨웠다.


“이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뭐야? 당신들은 누구요?”


그들은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준다.

외교정보특임사령부 1팀장 튤라. 그는 매의 부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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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1 19.11.09 3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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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야만의 협상 3 19.11.06 31 1 14쪽
87 야만의 협상 2 19.11.05 25 1 8쪽
86 야만의 협상 1 19.11.04 2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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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골고다 프로젝트 4 19.11.01 32 1 7쪽
83 골고다 프로젝트 3 19.10.31 48 1 10쪽
82 골고다 프로젝트 2 19.10.30 27 1 11쪽
81 골고다 프로젝트 1 19.10.29 28 1 10쪽
80 진실의 늪 4 19.10.28 46 2 6쪽
79 진실의 늪 3 19.10.27 33 2 10쪽
78 진실의 늪 2 19.10.26 26 1 9쪽
77 진실의 늪 1 19.10.25 38 2 8쪽
76 적과의 동침 6 19.10.24 3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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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적과의 동침 2 19.10.21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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