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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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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1.12.05 16:27
최근연재일 :
2022.01.06 18: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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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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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0
글자수 :
166,501

작성
22.01.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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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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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
12쪽

30. 세 번째 무공 (2)

DUMMY

풍뢰각 특유의 바람이 발에서 뿜어져 나왔다. 지금까지 아무리 연습해도 발동되지 않았던 풍뢰각이 드디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됐다!’


태양의 발에서 떠난 크로스가 기묘하게 휘어져 페널티 박스 안으로 떨어졌다. 그 기묘한 궤적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입을 벌리게 했다. 정말 믿기지 않는 궤적이었다. 마치 예전에 브라질 국가대표 레프트 백이었던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UFO 킥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그 기묘한 궤적의 끝은 정확히 남궁현의 머리였다. 하지만 남궁현 역시 정확히 자신의 머리에 볼이 왔는데도 반응하지 못했다. 그만큼 믿기 힘든 크로스였기 때문이다. 가나 수비나 남궁현이나 멍하게 볼을 바라만 봤다.


퍽!


“크윽!”


남궁현은 우습게도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정확히 자신의 머리에 온 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얼굴로 받아냈다.


남궁현은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쓰러졌고, 그제야 가나 수비는 화들짝 놀라며 볼을 황급히 걷어냈다.


“바, 방금 뭘 본 거죠?”

“그, 글쎄요....!”


중계진 역시 남궁현과 마찬가지로 아마추어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태양의 플레이를 보며 연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태양이 방금 보여준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태양이 크로스를 올린 궤적은 마치 용이 똬리를 감는 듯했다. 궤적도 궤적이지만 볼의 스피드 역시 놀라왔다.


궤적만 방금 같았다면 모두 이 정도까지 놀라진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방금 태양이 찬 볼의 스피드는 적어도 시속 120km는 족히 넘길 것 같았다.


모두가 경악을 하고 있었고 태양 역시 환희에 몸을 떨었다.


‘어, 엄청나다! 이게 내가 찬 킥이라고....?’


처음으로 성공시킨 풍뢰각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온갖 세포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었고 태양은 그 희열에 잠시 몸을 맡겼다.


물론 이걸 무한정으로 쓸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내공 때문이었다. 깨달음으로 인해 단전이 커졌음에도 이번 한 번의 풍뢰각 사용으로 보유한 내공을 1/4이나 소모해버렸다. 그만큼 풍뢰각은 만근추와 만변축골공에 비해 어마어마한 내공을 소모했다.


물론 처음 쓰는 거라서 내공 조절을 잘 못한 탓도 있지만, 확실히 질이 다른 킥을 하려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의 내공은 써야 했다.


‘그런데 무슨 내공 소모가 이래요? 이러면 한 경기에 기껏해야 두 번? 정도 밖에 못쓰겠네요. 만근추와 만변축골공도 써야 되니까.’

[괜히 풍뢰각이 그 두 무공보다 상승의 무공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네놈이 앞으로도 계속 수련에 정진해야 되는 것이지.]

‘뭐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태양은 기쁨을 잠시 뒤로하고 다시 플레이를 이어갔다. 다시 기대감 넘치는 눈으로 태양을 바라보는 동료들과 관중들이다. 그들은 태양의 믿기지 않는 그 킥을 다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후 태양은 좀처럼 풍뢰각을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 한번 쓰면 어마어마한 내공을 소모하고 자칫 잘못하면 만근추와 만변축골공도 쓸 수 없게 되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후로는 더 이상 보여주지 못했지만 딱 한 번 선보인 크로스 한 방 덕분에 대한민국은 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가나 선수들은 태양이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당황하고 긴장했다. 언제 그 귀신같은 크로스가 다시 날아올지 모르니까.


가나 선수들이 알아서 위축되니 대한민국 선수들은 더욱 날뛰었다.


이러한 상승세를 손민국은 놓치지 않았다. 자신감 있는 개인기로 가나의 선수를 몇 번 제치더니, 끝내 개인능력으로 골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손민국의 골로 대한민국은 앞서나갔다. 그리고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가나를 압도했다.


어느덧 가나 전도 경기 종료 직전에 임박했다. 스코어는 그대로 1-0.


경기가 후반 막판에 다다랐고, 태양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킥을 보여주지 않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가나 선수들도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잔뜩 움츠린 상태에서 동점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인 포지션을 잡았다.


그때 다시 대한민국에게 기회가 왔다. 김동휘가 대한민국 수비지역에서 가나 선수의 볼을 빼앗고 가볍게 탈압박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룩 패스. 이번에도 오버래핑 하는 태양을 향한 정확한 패스였다.


가나 선수들은 동점골을 위해 대부분 라인을 급히 올린 상태였기에 가나 진영은 허허벌판이었다. 태양의 드리블이 이어졌다.


가나 선수들이 맹렬하게 태양의 뒤를 쫓아왔다. 김동휘의 기가 막힌 패스로 많이 앞섰다고 생각했지만, 순식간에 따라붙었다. 역시 아프리카 선수들의 대단한 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양은 측면 쪽으로 돌아들어가면서 볼을 달라고 손짓하는 남궁현을 봤다.


‘이런! 다 따라붙었네. 이제 패스를....’


남궁현에게 패스를 하려고 하는데 문득 골문이 보였다. 가나의 골키퍼 아티-지기가 살짝 앞으로 나온 것이 보였다. 하지만 태양과 가나 골대와의 거리는 거의 40미터. 평소라면 절대 슛을 시도하지 않을 거리였다.


‘하지만 풍뢰각을 배운 지금이라면....’


마침 풍뢰각을 쓸 만한 내공은 충분했다. 게다가 경기 종료 직전의 상황이다. 태양은 망설임 없이 골대를 향해 슛을 때렸다.


“신태양 슛! 아! 살짝 벗어....”


태양이 찬 슛이 공중을 향해 떴다. 날아가는 위치를 보아하니 골대를 살짝 벗어날 거 같이 보였다.


중계진은 안타까운 탄성을 지르려다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아까 태양의 크로스를 처음 보았을 때만큼 흥분했다.



골대를 벗어날 것 같았던 공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롭볼. 축구 경기에서 흔히 나오는 슛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로빙슛처럼 완만한 궤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뚝 떨어지는 슛이었다.


“어어억?! 골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대로 공중으로 뜰 줄 알았는데, 뚝 떨어지면서 골망을 가르네요!”


풍뢰각으로 만든 첫 골이다.


“우와와와!! 미쳤다!”

“내가 뭘 본거냐? 나 저런 슛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드롭볼을 한국 국대 경기에서 보게 되다니!”


골을 허용한 가나 골키퍼 아티-지기는 멍한 얼굴로 바닥을 구르고 있는 공을 바라봤다. 어찌나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화가 나거나 안타깝지도 않았다.


태양의 골과 동시에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아티-지기는 정신을 차리고 태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이 골은 그 어떤 골키퍼라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태양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화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태양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신기한 점은 같은 동료인 한국 선수들뿐만 아니라 가나 선수들도 같이 태양 쪽으로 몰렸다. 한국 선수들은 태양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가나 선수들은 태양과 유니폼을 교환하러 몰리는 것이었다.


가나 선수들 모두가 유니폼을 벗어들고 태양에게 건넸다. 마치 어미 새에게 먹이를 보채는 아기 새들 같다.


문제는 태양의 유니폼은 하나라는 것이다. 잠시 난감해하던 태양은 자신과 가장 많이 부딪혔던 안드레 아이유와 유니폼을 맞바꿨다.


“오늘 최고였어! 신! 더비 카운티에서 뛰고 있다지?”

“네. 아이유도 역시 명불허전이었어요.”

“하하! 고맙다. 내 생각에 너라면 PL에서도 충분히 손꼽히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경기 수고했고, 월드컵 본선에서 보자.”

“네. 본선에서 보도록 하죠.”

“그래. 푹 쉬어두라고. 아마 오늘 이후로 많이 바빠질 테니까.”


많이 바빠질 거라는 아이유의 말. 태양은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월드컵 준비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MOM에 선정된 신태양은 수많은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흥분된 분위기의 라커룸에서 봉진호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번 소집에서의 마지막 지시를 전달했다.


“모두들 고생했다. 대부분 눈치를 챘겠지만 여기 있는 23명이 카타르로 갈 선수들이다. 하지만 방심은 하지마라. 소속팀으로 돌아가더라도 절대로 부상을 당하지 말라는 말이다. 자! 그럼 해산!”

“고생하셨습니다! 해산!”


상암에서 바로 해산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태양.


“야! 태양! 꼭 연락해. 임마.”

“형이 영국 놀러 가면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해주냐?”

“아! 형! 오기만 오라니까요! 제가 아주 풀코스로 그냥.”

“오케이! 접수했다.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크크! 고생했다. 피곤할 텐데 어여 가봐.”


이번 친선전으로 태양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것 외에도, 또 하나의 소득이 있다면 바로 팀 동료들과의 친분이다. 남궁현은 여전히 태양을 없는 사람 취급 했지만, 그 외에는 모두 태양과 친해지지 못해 안달이다. 특히 대표팀 최고 에이스인 손민국과 친형제라도 된 것 같다.


“태양아. 영국에서도 종종 보자.”

“네. 형. 영국 돌아가서 런던에 한 번씩 들를게요.”

“훗! 그래. 아니면 굳이 한번 씩 들를 필요 없이 아예 런던에 눌러 사는 건 어때? 아니다. 내가 괜한 말 했다. 나중에 연락하자.”

“네. 형.”


대표팀의 선배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택시를 타기 위해 나서는 태양. 그 모습을 보고 용식이 의아해 했다.


“야! 태양아! 너 어디 가냐? 너 영국 가는 거 아니냐? 대표팀 버스 타면 인천 공항까지 가는데?”

“아냐. 잠시 어디 들릴 곳이 있어서. 있다가 전화 할게.”

“뭐? 혹시 벌써 여친이 생긴 거냐? 그럼 나도 새끼 좀....”


또 헛소리를 시전하는 용식을 뒤로하고 태양은 택시를 잡았다.


‘보자... 집 주소가?’


스마트 폰에 저장된 새로운 집주소를 찾은 신태양. 소속팀으로 복귀하지 않고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네. 기사님. 아하하... 경기 보셨군요. 감사합니다. 지금 이 주소로 가주세요.”


단 두 경기뿐이긴 했지만 유명해지긴 유명해진 모양이다. 대스타를 태웠다고 호들갑을 떠는 택시기사에게 주소 하나를 알려 준 후, 태양은 차 시트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노곤함에 잠시 졸던 태양은 다 왔다는 말에 택시에서 내렸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작은 빌라가 하나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누르는 태양. 안에서는 그토록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렸다.


“댁은 누구십니까?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집을 떠난 제 동생과 아주 빼다 닮으셨네요?”


장난스런 인사로 태양을 맞이하는 사내. 그는 바로 태양의 형인 신태민이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태양을 보는 중년의 여인이 있다. 바로 태양의 어머니다.


“엄마! 형! 나 돌아왔어요.”

“그래! 내 아들!”


어머니에게 덥석 안기는 태양. 형인 태민과도 포옹을 했다. 그리고 그 뒤로 태양의 여동생인 태연이 자신도 있다는 듯 달려와 안겼다.


“오빠! 왜 이제 왔어!”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가족의 품이다.


태민은 무려 4년 만에 집을 찾은 동생에 대한 질책을 그치지 않았지만, 얼굴 가득한 웃음을 보니 정말로 반갑다는 표정이었다.


“아 형! 내가 잘못했으니까 너무 그러지 말라고.”

“짜식이! 그러게 좀 자주자주 얼굴 좀 비치지 그랬냐? 너 임마! 한국에 왔으면 집부터 와야 될 거 아냐?”

“대표팀 때문에 바빴잖아. 이해 좀 해줘.”

“그래. 정말 잘하던데? 그 정도면 월드컵 본선까지 갈 수 있을 거 같더라.”


축구에 문외한인 태민이 보기에도 태양이 잘 했다고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오빠. 작은 오빠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 지금 온 커뮤에서 난리가 났어. 웬만하면 축구 얘기 안하는 여초에서도 지금 온통 작은 오빠 얘기라니까.”


가족들의 재잘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가족들의 품에 있는 태양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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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우상 (2) +2 22.01.04 2,700 78 11쪽
27 27. 우상 (1) +3 22.01.03 2,798 75 12쪽
26 26. 국가대표 (3) +3 22.01.01 3,069 80 12쪽
25 25. 국가대표 (2) +2 21.12.31 2,946 68 12쪽
24 24. 국가대표 (1) +3 21.12.30 3,057 75 12쪽
23 23. 높아지는 관심들 (2) +2 21.12.29 3,063 74 11쪽
22 22. 높아지는 관심들 (1) +6 21.12.28 3,133 69 12쪽
21 21. 스토크 시티 (5) +2 21.12.27 3,182 65 12쪽
20 20. 스토크 시티 (4) +3 21.12.25 3,253 69 12쪽
19 19. 스토크 시티 (3) +3 21.12.24 3,262 71 11쪽
18 18. 스토크 시티 (2) +3 21.12.23 3,381 71 12쪽
17 17. 스토크 시티 (1) +3 21.12.22 3,513 73 12쪽
16 16. 시즌 개막 (3) +4 21.12.21 3,588 83 12쪽
15 15. 시즌 개막 (2) +3 21.12.20 3,674 72 11쪽
14 14. 시즌 개막 (1) +6 21.12.18 4,027 84 11쪽
13 13. 새로운 무공 (2) +4 21.12.17 4,085 82 12쪽
12 12. 새로운 무공 (1) +3 21.12.16 4,205 78 12쪽
11 11. 재계약 협상 (2) +5 21.12.15 4,162 83 12쪽
10 10. 재계약 협상 (1) +3 21.12.14 4,245 78 16쪽
9 9. 잔류냐? 강등이냐? (3) +3 21.12.13 4,203 73 11쪽
8 8. 잔류냐? 강등이냐? (2) +5 21.12.11 4,443 77 16쪽
7 7. 잔류냐? 강등이냐? (1) +3 21.12.10 4,659 78 15쪽
6 6. 골칫덩이가 달라졌어요 (3) +4 21.12.09 4,833 82 12쪽
5 5. 골칫덩이가 달라졌어요 (2) +2 21.12.08 5,012 83 13쪽
4 4. 골칫덩이가 달라졌어요 (1) +2 21.12.07 5,615 85 13쪽
3 3. 더비 카운티의 골칫덩이 (3) +2 21.12.06 5,756 95 12쪽
2 2. 더비 카운티의 골칫덩이 (2) +6 21.12.06 6,220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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