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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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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1.12.05 16:27
최근연재일 :
2022.01.06 18: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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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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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01

작성
21.12.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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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
12쪽

21. 스토크 시티 (5)

DUMMY

스토크 시티의 감독인 마이클 오닐은 허망한 눈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잘못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전술이나 선수 선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스토크 시티는 전반 내내 경기를 주도했다. 여태껏 더비 카운티를 상대했던 다른 팀들처럼 신태양을 경시했던 것도 아니다.


오닐은 경기 전 더비 카운티의 경기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면서 태양의 존재감을 확실히 인지했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을 떠올렸다. 태양을 상대하게 될 잉스에게 미리 플레이 지침을 내려준 것도 그 중 하나였다.


“톰.”

“예. 감독님.”

“내일 네가 상대해야 할 더비 카운티의 라이트 백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지?”

“예. 신태양이라는 선수 아닙니까? 올 시즌부터 갑자기 떠오른....”

“너도 경기 영상을 봤겠지만, 절대 네가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야. 물론 처음부터 맞대결을 피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조금 시도해보고 안 될 것 같으면 절대 무리하지 마라. 우리 팀이 네 쪽으로만 공격을 풀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실제로 잉스는 경기 중 태양과의 일대일을 해보다 안 되니 볼만 잡으면 철저하게 반대방향으로 전환하는 플레이를 주로 했었다. 그 결과 스토크 시티는 전반 내내 주도권을 잡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필 자기엘카가 부상으로 나간 이후 경기가 요상해졌다. 보통 전반전 선수가 부상을 당해 교체를 한 팀은 불리해지는 것이 정상이다.


당연히 교체카드는 한정이 되어 있고, 그것을 예상치 못한 곳에, 그것도 이른 시간에 써 버렸으니 전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비 카운티는 교체를 진행한 이후 오히려 그들의 수비는 더 단단해졌고, 공격적으로도 더 잘 풀리기 시작했다.


그런 경우 아마도 교체 투입된 선수 때문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번은 교체 투입된 직후는 어느 정도 준수하게 플레이하다가 갑자기 결정적인 위치선정 미스를 해버렸다.


경기가 이리 바뀐 건 태양 때문이었다. 분명 태양에 대한 대비를 해왔던 오닐이지만 설마 그가 센터백으로 가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당연히 태양이 센터백으로 뛸 때에 대한 대비는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이런 예상치 못한 전술적 변화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건 아니다. 태양의 센터백 전환은 오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리한 포지션 전환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후 센터백이 된 태양은 그런 사람들의 예측을 비웃듯 경이로운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스토크 시티가 자랑하는 공격수 타이리스 캠벨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그들의 주무기 중 하나인 세트피스 역시 완벽히 봉쇄당했다. 괜히 사우타만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가.


거기서 끝이 난 것도 아니었다. 태양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어이 선제골까지 넣으며 경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결국 경기가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더비 카운티가 리드를 하고 있는 이 상황은 전적으로 태양의 센터백 전환 때문이었다.


‘물론 풀백이나 윙백 포지션에서 뛰다가 센터백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여준 알라바나 아스필리쿠에타 같은 선수들이 있긴 하지. 그런데 저 애송이가 그런 녀석이라고....?’


오닐은 고개를 저으며 좌절했다. 선취골을 허용한 스토크 시티는 어떻게든 공격을 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때마다 센터백의 태양은 스토크 시티의 공격수들을 압도하며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스토크 시티 공격수들의 개인기도 태양 앞에서 번번이 막혔고, 그들의 주특기인 공중볼 경합은 오히려 더 상대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오닐 감독의 골머리를 썩이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겨버렸다. 처음에는 스토크 시티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당황하며 실수를 연발하던 더비 카운티의 나머지 선수들. 그들도 태양의 고군분투를 보고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얼어붙었던 경기 초반과는 달리 적극적인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신태양을 돕고 있었다.


스코어는 단 한 점 차이였고, 후반전도 많이 남아있었지만, 경기를 볼 때 느낌이 있지 않은가. 이 팀은 골을 넣을 수 있겠다 싶은 느낌. 하지만 오닐이 볼 때는 자신의 팀이 더비 카운티를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졌다.... 저 한 놈 때문에....’


삐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렸다. 더비 카운티의 1-0 승리였다. 아직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결승골을 기록하고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준 태양이 KOTM으로 선정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양 팀 선수들은 사력을 다했는지 주심의 휘슬소리가 울리자마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오히려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태양이 가장 상태가 좋아 보였다.


“캡틴. 나이스 어시였어요. 샘! 덕분에 우리가 코너킥을 얻을 수 있었어요.”


동료들을 찾아가 격려를 하는 태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남자. 네이선 번은 기쁨 반 허탈함 반이 섞인 표정이다.


태양은 환한 미소를 짓고는 번에게도 다가 왔다.


“네이선! 네이선이 들어오고부터 우리 팀의 수비가 단단해진 것 같아요. 오늘 아주 끝내줬다고요.”


‘이 새끼가 지금 날 조롱하는 건가? 나 때문에 위험한 장면이 몇 개나 있었는데...’


하지만 태양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번을 조롱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런 사심 없이 팀의 승리에 기뻐하고 동료들을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피식.


번은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냉혹한 프로세계라곤 하지만 어찌됐던 한 팀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팀의 승리는 안중에도 없이 경쟁자인 태양의 부진을 바라고 자신이 주목받는 상황만을 바란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래.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 루니 감독님의 말씀이 옳다는 걸.... 내 좁은 속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 했을 뿐....’


이제는 가슴속으로 태양과의 차이를 받아들은 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은 실수가 좀 있었지. 그래도 그걸 네가 다 커버해줘서 다행이야. 고맙다. 임마. 다 네 덕이야.”

“에이! 뭘요.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돼서 그렇죠. 그래도 후반에는 번의 제대로 된 실력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스토크 애들도 깜짝 놀란 거 같더라고요.”


일전의 미운 감정이 한꺼번에 씻기는 느낌이었다. 번은 태양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태양아. 혹시 괴롭히거나 되도 않은 걸로 시비 거는 놈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라. 알았지?”


네이선 번이 태양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털어내고 있을 때, KOTM이 발표됐다. 결과는 당연히도 신태양이었다.


“아! 저 저거 인터뷰하러 가 볼게요.”

“그래. 늦으면 기사님한테 버리고 출발하자고 할 거니까 너무 늦지 말고 빨리 와라.”


그렇게 챔피언십리그 5라운드, 스토크 시티 대 더비 카운티의 경기는 끝이 났다.


대부분의 예측을 빗나가게 만든 결과였다.


챔피언십리그지만 1위와 2위의 맞대결이었고,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든 만큼, 많은 스포츠 신문들이 이 결과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었다. PL의 웬만한 경기보다 더 이목이 쏠렸다는 뜻이다.


「챔피언십리그의 치열한 선두 다툼에서 한 발짝 도망간 더비 카운티.」

「더비 카운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두를 공고히 하다.」

「누구도 알 수 없었던 더비 카운티의 센터백. 신태양이 책임지다.」

「라이트 백에 이어 센터백에서도 KOTM을 받은 신태양. 챔피언십리그 정상급 스타 될까?」


특히 센터백으로 포변을 하고도 KOTM을 받은 신태양에 대해서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언급이 됐다. 이제 영국 내 축구 마니아들 중에서는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그 이름이 서서히 퍼졌다. 일전에 이미 DK 아웃사이드 해축갤을 중심으로 한번 퍼진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경영 같은 골수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실제 경기를 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SB 코리아 중계경기를 본 이들이 제법 많아졌다.


「 캣새키 : 신태양 경기 봄? SB 코리아인가 뭔가 하는데서 중계를 해주던데.

↳ 지롤 : ㅇㅇ 나도 봤음. 개 쩔던데? 오른쪽에서 뛸 때도 개잘하던데, 센터백 포변하더니 미쳤음.

↳ 마카오박 : 나도 첨에 루니가 걔 센터백 시킬 때, 루니가 벌써 노망이 들었나 싶었는데, 나중에 하는 거 보고 루니한테 도게자 박음.

↳ 리오내일몇시 : 방구석에서 도게자 박는다고 루니가 아냐? 더비까지 가서 쳐박고 인증해라.

↳ 추종자 : 근데 예전에 해축학박사가 신태양 완전 월클될 거라고 예측하지 않았음? 역시 해축박학사가 대단하긴 하네.

↳ 지뉴특전대 :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 꼴랑 2부에서 활약한 건데.

↳ dddd : 그놈의 아직 이르지. 암만 2부에서도 저 정도면 어느 정도 검증된 거임.

↳ 해축학박사 : 이제 알았느냐? 나를 경배하라.

↳ 신천지 : 근데 저렇게 포변하는게 선수에게 좋음? 이곳저곳 경험 쌓는 데는 좋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한 포지션에 전문성 떨어지는 건 아님?

↳ psychosoldier : 듣고 보니 그러네. 걍 계속 라이트백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아니면 아예 센터백으로 완전 포변하거나.



해축학박사 이경영은 흐뭇하게 해축갤을 보고 있다가 한 댓글을 보며 인상을 굳혔다.


현재 태양의 나이는 21살. 축구선수로는 아직 유망주로서 한창 성장할 시기였다. 그런 선수가 어디 한 자리를 확고히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포지션 변경을 한다는 것은 확실히 우려스러운 부분이긴 했다.


‘게다가 신태양은 원래 윙어였잖아. 그쪽으로 장점도 많은 선수가 센터백으로 포지션 변경을 한다라.... 원래 장점이 죽을 수도 있을 텐데....’


그동안 수집했던 태양에 대한 자료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이경영. 신태양이란 폴더에 수백 개의 파일이 들어있었다. 누가 보면 야구동영상이라도 모아 놓은 줄 알 터였다. 그 파일들은 전부 태양에 대한 영상이나 사진, 그리고 기사 등이었다.


이경영이 따지고 보면 축구 관련 종사자도 아니고, 단순 취미일 뿐이다. 그런 것 치고는 정말 대단한 열정이었다. 그만큼 태양이란 존재가 이경영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존재라는 뜻이다.


아무튼 이경영은 그 파일들은 다시 찬찬히 되짚어보면서 나름 머릿속으로 분석을 해보았다.


‘흐음....! 내가 태양에 대해 봐 왔던 것이 맞는다면....’


이경영은 다시 익숙한 폼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얼마 후 해축갤에는 해축학박사가 쓴 글이 올라갔다. ‘신태양이 대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 신태양이라는 선수가 대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내가 알려준다. 단순히 신태양의 최근 기록, 평점, kotm 횟수만 가지고 떠드는 거 아니다. 너네들도 알겠지만 난 너희들처럼 스탯만 보고 선수 평가하는 버러지는 아니니까. 한 마디로 얘기해서 이 선수는 보통 선수들과는 근본이 다른 선수다.


뭘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내가 사진 두 장을 올려줄게. 」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쪼갠 사진 파일까지 올려서 장황하게 설명한 글이었다.


모처럼만에 해축학박사가 쓴 장문의 분석 글이 올라오자 해축갤의 많은 이들이 댓글을 달았다. 해축학박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추종자들도 많았지만, 팬이 많은 연예인은 안티도 많듯, 그를 시기하고 불신하는 이들도 많았다. 대부분이 이런 장문에, 그것도 전문적인 글은 제대로 읽지도 않고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이경영이 마지막에 쓴 ‘조만간 PL팀, 아니. 어쩌면 BIG6에서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라는 글은 댓글창을 전쟁터로 만들기에 충분 했다. 대부분은 BIG6는 가도 너무 간 것이라고, 국뽕에 뇌가 절은 게 아니냐고 해축학박사를 조롱했다.


하지만 챔피언십리그 10라운드가 끝났을 무렵 영국의 언론에서 흘러나온 가십 하나는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 충분했다.


「토트넘. 신태양에 대해 관심을 보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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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스토크 시티 (4) +3 21.12.25 3,254 69 12쪽
19 19. 스토크 시티 (3) +3 21.12.24 3,263 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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