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해딴별

드래곤, 이무기를 만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해딴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6.30 06: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639
추천수 :
1
글자수 :
215,571

작성
22.06.04 06: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2쪽

022.데자뷰

DUMMY

예지는 언젠가 같은 경험을 했었다.

[아! 왜 또 예고 없이 바닷속으로 직행하는 건데!]

[그 놈이 있을 만한 곳이 바닷속 그곳이니까?]

[거기가 어디인데?!]

백이가 있는 곳을 안다며 본체의 모습으로 예지와 우리엘을 태우고 어디론가 이동했었던 무기는 그대로 바닷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그리고 또 한번 같은 경험을 하게 된 예지의 전음 외침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해주는 무기.

백이가 있을 만한 곳이 어디인지 묻는 그녀의 질문에도 역시나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내 은신처.]

[엥? 걔가 왜 네 은신처에 있는 건데?]

두팔로 꽉 안고 있을 수 있게 적당히 본체 사이즈를 조절했던 무기에게 그녀가 살짝 당황한 기색으로 그곳에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당연한 소리를 하듯 대꾸했다.

[설희의 유일한 흔적이 있는 곳이니까.]

그 말에 자신의 기억 속 초가집 한채와 커다란 송곳니를 떠올린다.

[송곳니?]

[응.]

자신이 기억하는 송곳니에 대해 되묻자 무기는 짧게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을 했는 지 계속 이동했던 무기가 멈춘다.

무기가 멈춘 사이 예지는 그의 은신처인 초가집으로 시선을 두었다.

[진짜 있네.]

무기의 예상대로 백이는 그곳에 있었고 그녀와 우리엘, 무기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저 큰 바위에 앉아 송곳니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살금살금 이동했던 예지는 나지막히 그에게 말을 걸어본다.

[뭐야. 몬스터 소탕하러 갔다가 오히려 자기가 소탕 당한 줄 알았더니 여기 있었네.]

그녀는 당장 왜 말도 없이 사라졌는 지 그 이유를 직설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평소처럼 장난기가 다분한 그녀의 말에 화들짝 놀란 백이가 그 자리에서 상체를 살짝 비틀어 돌아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는 듯 보인다.

그 표정을 읽은 예지는 씨익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 놈이랑 단둘이 남아 있을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 놈 때문에 네가 갑자기 말도 없이 가버린 거겠지?]

백이는 그 말에 빤히 쳐다만 볼뿐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할 말을 이었다.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내가 그 놈을 잡아다 여기에 묻어줄까?]

그녀의 반짝거리는 두 눈에서 진담 반 농담 반임을 눈치챈 백이가 결국 피식 웃는다. 그리고 앉아있던 바위 위에서 일어나 슬쩍 둥실 뜬 체로 자신의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순간 예지의 장난기 어린 표정이 정색하자 스윽 손을 뗀 후에서야 입을 연다.

[아서라. 그녀의 무덤이기도 한 여기에 설희와 함께 그 놈이 묻혀 지는 것은 내가 못 본다.]

그 말을 들은 예지는 한껏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제서야 당장 묻고 싶었던 말을 꺼내본다.

[자아, 이제 돌아가서 왜 말도 없이 사라졌는 지 날 납득 시킬 수 있는 이유를 들어볼까?]

그에게 질문을 하면서 혹시라도 놓칠세라 그의 옷자락을 손으로 꽈악 붙들고 있었다. 그는 예지가 자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결국 자신도 장난기가 발동해 키득키득 웃으며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대로 어디론가 이동을 해버린다.

[!!]

갑작스런 두 사람의 순간이동에 당황한 무기와 우리엘도 황급히 이동을 한다.

잠시 후, 기도원의 예지의 방으로 돌아온 백이는 그와 단둘이 남아있을 때 있었던 일들을 모두 예지와 우리엘, 무기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생각 좀 정리하고 싶어서 거기에 갔었던 거야."

모든 사실을 들은 예지는 다시 한 번 그에게 분노를 느꼈다.

"그 놈을 진짜 확 지구 핵까지 파묻어버릴까?"

순간 기도원의 지붕에 앉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던 설희의 어깨가 흠칫한다.

백이는 아직도 그를 묻어버릴 생각이 만만한 예지를 보고 킥킥 소리 없이 웃는다. 하지만 곧 다시 웃음기를 싸악 지우며 중얼거리듯 나지막히 대꾸한다.

"근데 난 이제 설희의 모습을 한 그 놈을 마주할 생각 없는데. 보는 순간 인간들 눈앞에서 그 놈을 안 죽일 자신이 없어서 말이지."

그 말에는 예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놈을 죽이더라도 우려먹을 수 있는 건 다 우려먹고 죽여야지."

그녀의 대꾸에 무기와 우리엘의 고개가 살포시 좌우로 흔들어졌고 백이는 결국 크게 푸하하 웃었으나 곧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 1000% 진담인 것을 느꼈을 때 이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 흠칫 놀라고 만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백이 없이 우리엘과 무기만 데리고 등교를 했던 예지는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설희의 등 뒤로 소리없이 다가가 그의 양쪽 어깨 위에 손을 살포시 얹는다. 그리고 그녀의 희번뜩거리는 눈에 흠칫 놀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진솔한 대화 좀 나눠볼까?"

설희는 그녀가 말하는 진솔한 대화가 어떤 종류의 대화인 지 순간적으로 눈치챘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양쪽 어깨를 꽈악 잡으며 그대로 학교 옥상으로 데리고 간다. 거기에는 백이가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엘과 무기는 교실에 남았다.

백이, 설희, 예지 이렇게 삼자대면을 하게 된 그는 뭔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두 사람에게 묻는다.

"나에게 무슨 볼 일이라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눈치에 예지는 그저 씨익 웃고 있는 얼굴 그대로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순식간에 그의 손가락에 끼워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설희의 모습으로 폴리모프 했었던 그의 진짜 모습으로 바뀐다.

"뭐 하는 짓이야!"

갑자기 폴리모프 마법이 풀리자 당황하기 시작한 그에게 그녀가 친절히 설명해준다.

"보다시피? 폴리모프 마법을 강제로 해제하는 마법이 걸린 반지랄까? 참고로 어제 나와 계약을 맺은 바람의 정령왕에게 반강탈로 받아낸 마법 아이템이니까 잃어버리말고 잘 끼고 다녔으면 좋겠다. 근데 생각보다 멀끔하게 생겼네."

그 설명에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다시 설희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시도했다. 하지만 반지에 걸린 마법 때문에 폴리모프를 시도한 지 1초만에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폴리모프 마법을 걸어도 계속 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던 그는 반지를 어떻게든 빼보려고 애를 쓰지만 소용이 없었다. 열심히 낑낑대며 반지를 빼려는 그에게 백이가 살짝쿵 광기가 섞인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우리 장소 좀 옮겨서 진솔한 대화를 해볼까? 물론 몸의 대화를 말이지."

가까이 다가가 선 백이가 왼손으로 그의 뒷머리를 덥석 잡으며 말하자 그 뒤를 이어 예지가 손까지 높이 들어 흔들어주면서 작별인사를 건넸다.

"너에게 풀 회포가 있대서 말야. 둘이서 좋게 해결 보고 오세용! 빠염!"

"아 젠장...!"

아직도 반지를 빼려고 애를 쓰고 있었던 그는 광기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는 백이와 뭐가 신났는 지 연신 손을 흔들어주며 재미있어 하는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는 그의 안색은 눈에 띄게 사색이 되어 가고 있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너덜너덜 걸레짝이 된 그에 비해 큰 상처 하나 없어뵈는 백이가 그의 한 팔만 잡고 학교 옥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침 옥상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예지가 앉아 있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오? 살아서 돌아왔네?"

대놓고 놀리는 투의 그녀의 말에 기절을 했었던 그의 손가락이 움찔거린다. 그리고 고개를 힘겹게 들며 터져서 피투성이가 된 입을 천천히 움직인다.

"인간의 영혼들을 이용하여 시야를 가릴 줄은 몰랐군. 네가 괜히 이 놈들을 곁에 둔 게 아니었어..."

"그건 아닌디. 그나저나 말하는 투로 보아하니, 악귀로 시야를 가리고 일방적으로 당했나 보네?"

"...젠장...설마하니 마족의 신체능력과 비등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

"아따, 진 놈이 말이 많네."

제법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누가 봐도 조각상으로 보이는 얼굴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며 그의 투덜거림을 막자 그 입이 꾸욱 다물어진다.

얼굴을 콕콕 찔러보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있었던 그녀가 읏차 소리를 내며 일어난다. 그리고 좀 후련해 보이는 백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회포는 잘 풀었어?"

"중간에 지역신이 나타나서 방해를 받았지만 뭐, 나름 회포를 풀었다고 해주지."

평소의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해주자 지역신이 나타났었다는 얘기에 순간 놀랐다가 다시 표정을 풀며 "그래그래, 회포가 풀렸으면 됐지."라고 중얼거린다.

한쪽만 억울했던 해프닝이 끝나고 나름 만족하다며 피투성이가 된 그를 바닥에 널브러뜨리고는 먼저 옥상에서 내려가는데 예지들이 그의 뒤를 따라 내려간다. 그러면서 그녀가 그에게 한마디 남긴다.

"다음에는 어떤 계획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지 기대해 보겠어."

그렇게 예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옥상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던 몸을 돌아누우며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젠장..."


걸레짝이 된 그가 옥상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예지들은 맛있게 점심 식사를 먹고 있을 때 기도원의 뒷산에서 누군가 기도원쪽으로 내려온다. 그는 주말 동안 처치 당한 몬스터들에 섞여서 이곳으로 차원을 이동했던 자였다. 그리고 자신도 처치 당하기 싫어 내내 뒷산에 숨어 있었던 어린 소년이었는데 결국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했는지 피떡이 된 체 비틀비틀거리고 있었다. 그 소년을 한 비서가 마당을 청소하다말고 발견하게 된다.

"아이고! 어떻게 사유지에 들어왔는 지 모르겠지만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보이는 구나."

자신을 발견한 한 비서가 급히 다가와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시선에 흠칫한 소년은 그의 손을 뿌리친다. 하지만 이에 당황하지 않고 한번 더 소년에게 손을 내민다.

"이리 오렴, 괜찮아. 상처 치료 받고 천천히 무슨 일인 지 얘기해주련?"

자신이 거칠게 손을 뿌리쳤음에도 여전히 다정하게 다가와주는 한 비서 때문에 긴장이 풀렸는 지 소년은 그가 내민 손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맞잡았다.

그렇게 항상 사무실에 구비되어있는 구급상자에서 소독약과 연고 그리고 밴드로 작은 상처들은 모두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하지만 오른팔과 양쪽 다리에 깊고 큰 상처는 지혈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몇군데 상처가 너무 커서 응급실로 가야할 거 같구나."

의자에 앉혀 상처들을 응급처치해 주었던 한 비서가 다시 자신을 안고 일어나려하자 소년은 바로 그것을 제지했다.

"왜? 당장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곪아. 그러니까..."

"......"

다시 자신을 안고 일어나면서 설득하는 한 비서에게 소년은 말 대신 고개를 흔들어서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 다시 의자에 소년을 앉힌 한 비서는 소년의 시선과 마주보기 위해 쭈그리고 앉는다.

그런 한 비서 앞에서 소년은 그가 열심히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주고 붙혀주었던 밴드를 하나씩 떼기 시작했다. 순간 당황한 한 비서가 말리려고 손을 뻗었다가 굳고 만다.

분명 소독하고 연고까지 발랐던 그 상처들이 모두 싹 나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팔과 다리의 상처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자연스레 시선을 아래로 내렸던 한 비서는 또 한번 놀라고 만다.

"헉!"

겨우 지혈을 했던 큰 상처들이 느리지만 확실히 육안으로 확인이 될 정도로 새살이 돋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 완전히 치유가 된 상처들을 보고 경악에 찬 얼굴로 소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소년은 자신을 걱정해주고 어떻게든 치료를 해주려고 했던 한 비서에게 방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소년의 정체는 나중에 예지들이 돌아온 후 우리엘에 의해 밝혀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드래곤, 이무기를 만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035편은 6월 27일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22.06.19 4 0 -
36 036.나머지 봉인석 22.06.30 4 0 11쪽
35 0325.새로운 일행 22.06.27 7 0 12쪽
34 034.배후 22.06.18 6 0 11쪽
33 033.헬리 왕자 22.06.17 9 0 12쪽
32 032.카멜 공작 22.06.16 11 0 12쪽
31 031.단서 22.06.15 12 0 13쪽
30 030.전담팀 22.06.14 6 0 11쪽
29 029.그의 부탁 22.06.13 10 0 12쪽
28 028.살리 후작 22.06.11 11 0 11쪽
27 027.선전 포고 22.06.10 13 0 11쪽
26 026.구출 22.06.09 11 0 13쪽
25 025.상극 22.06.08 13 0 12쪽
24 024.일족의 부탁 22.06.07 10 0 12쪽
23 023.소년 22.06.06 10 0 12쪽
» 022.데자뷰 22.06.04 14 0 12쪽
21 021.소탕 22.06.03 9 0 11쪽
20 020.재회 22.06.02 7 0 11쪽
19 019.전학생 22.06.01 9 0 12쪽
18 018.소개팅 22.05.31 10 0 20쪽
17 017.새 친구 22.05.30 6 0 14쪽
16 016.아일린과 루카스 22.05.28 12 0 12쪽
15 015.축제 그리고 22.05.27 13 0 20쪽
14 014.지역신 22.05.26 12 0 15쪽
13 013.의외의 인물 22.05.25 12 0 12쪽
12 012.그의 사정 22.05.24 13 0 19쪽
11 011.임시동맹 22.05.23 11 0 15쪽
10 010.시선 22.05.21 18 0 15쪽
9 009.이유 22.05.20 13 0 11쪽
8 008.화해 22.05.19 31 0 12쪽
7 007.틀어지다 22.05.18 28 0 13쪽
6 006.회유 22.05.17 16 0 16쪽
5 005.위기 22.05.16 21 0 20쪽
4 004.거래 22.05.14 28 0 14쪽
3 003.수상한 움직임 22.05.13 33 0 11쪽
2 002.새로운 이름 22.05.12 60 1 15쪽
1 001.이세계 22.05.11 131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