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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별

드래곤, 이무기를 만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해딴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6.30 06: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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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
추천수 :
1
글자수 :
215,571

작성
22.05.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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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9.이유

DUMMY

나비고의 여름 방학은 금방 지나갔다.

개학식 날, 예지와 무기는 경악을, 나머지 반 아이들은 신기함에 젖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름은 이 백이라고 해. 이 묵의 6촌쯤 되는데 생각보다 많이 닮았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이 반에 이 묵 말고도 한예지도 전부터 알고 지내는데 둘 다 있는 반에 전학와서 기쁘다."

무뚝뚝한 무기의 얼굴로 방긋방긋 미소를 지으며 예지에 버금가는 친화력을 자랑하기 시작하는 이 백의 자문자답에 반 아이들은 잠시 예지의 전학 첫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린 것은 뒷 자리의 시은과 규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앞 자리 예지와 무기에게 상체만 가까이 숙이며 속삭인다.

"진짜 6촌이야?"

"모르는 놈이다."

"무기도 모르면 나도 모르는 놈이여."

이 백의 자기소개에 진짜 6촌인 지 시은이가 먼저 묻자 무기와 예지가 연달아 그를 모른 척한다. 그리고 맨 앞자리다보니 그의 귀에 너무나도 잘 들렸다.

이 백은 두 사람의 모른 척에 상처를 받았다는 표정을 한껏 지으며 말했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전음으로.

[너희가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자. 이 백은 미리 준비해둔 빈 자리에 가서 앉으렴."

이 백의 전음에 이어 담임은 주번을 시켜서 창고에서 꺼내 깨끗하게 먼지를 닦았던 빈 자리로 그를 안내했다. 그는 담임이 안내한 대로 창가쪽 분단의 맨 뒷 자리로 이동하면서 잠시 예지 앞에 멈추더니 나지막이 한마디 건네고 자리로 간다.

"학교서도 잘 부탁한다, 한예지."

그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예지에게로 향했다. 잠시 후 먼저 예지에게서 벽시계로 시선을 돌렸던 담임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앞문을 통해 교무실로 돌아가면서 반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

"모두 전학생과 잘 지내도록 하고 오늘도 수업 잘 받아라!"

그렇게 담임이 교실을 나가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예지가 무기의 팔을 덥석 잡는다. 그리고 이 백에게도 다가가 남은 한손마저 이 백의 팔을 덥석 잡고서 교실을 빠르게 나간다.

"뭔데?"

무기가 먼저 왜 그러는 지 묻지만 예지는 말 없이 그 둘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한다. 경보로 다른 교실들 앞을 지나 도착한 곳은 점심 시간이 되면 무기가 항상 출입하는 옥상이었다.

예지는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둘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풀더니 옥상의 문이 제대로 닫혀졌는 지를 확인한 후에서야 그들에게 몸을 돌리며 이 백에게 묻는다.

"다음에 만나면 2차전을 벌이려던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네가 전학 와?"

이 백은 그 질문에 팔짱을 끼고 약간 깔보는 듯한 이상한 각도로 예지를 내려다보며 대꾸했다.

"왜? 난 묵이 놈처럼 인간들 틈에 섞여 있으면 안 되나?"

오히려 반문하는 이 백의 질문에 예지는 잠시 말없이 그를 향해 고개를 올린다. 그를 바라보는 예지의 눈빛은 매우 매서웠다.

예지가 궁금한 것처럼 무기도 이 백이 굳이 자신의 학교, 반에 전학을 온 이유가 알고 싶었다.

"나도 궁금하군."

두 사람 모두 같은 궁금증에 이 백은 팔짱 끼고 있던 팔을 풀고 두번의 질문만에서야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네가 그렇게 거래 핑계로 곁에 둘 정도로 한예지를 감싸는 이유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서. 원하는 대답이 됐나?"

이 백의 대답을 앞에서 듣고 있었던 예지가 순간 난감하다는 듯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스윽 무기의 눈치를 살피며 대꾸한다.

"엇...그 거래말인데...그거 철회되서 더이상 거래 관계가 아닌데. 그치?"

"예지 말이 맞아. 우린 더이상 거래를 유지하고 있지 않아."

"뭐라고?"

이 백이 무기의 본체를 확인해보라고 했던 날에 거래는 없던 일로 되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이 백은 더이상 거래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에 황당해서 여유가 넘쳤던 눈빛이 바뀐다.

순간 세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곧 예지가 화제전환을 하기 위해 먼저 침묵을 깨고 무기와 이 백에게 동시에 묻는다.

"그런데 왜 너네는 서로의 구슬을 취하려고 해? 그냥 다른 이무기꺼 취하면 안 되나?"

'화제 전환용으로 아무 질문이나 한 건데 완전 잘 물어봤다, 나!'

막상 물어볼 게 없어 전부터 어렴풋이 느꼈던 의문에 대해 질문을 하자 이 백과 무기는 몇초였지만 아주 잠시 서로 시선을 마주한다. 그리고 이 백이 먼저 대답해주었다.

"보면 모르나? 굳이 이유를 묻는다면 머리색과 고유 능력 빼고는 이란성 쌍둥이마냥 똑같으니 이왕이면 마지막 100번째 구슬을 묵이 놈으로 정한 거지."

"난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저 놈이 먼저 걸고 넘어지니 한번씩 받아주는 정도랄까."

한 마디로 딱히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얘기에 약간 김이 새버린 예지는 무기의 전매특허인 미간의 주름을 깊게 잡고 그들을 번갈아 노려보기 시작하면서 성질 부리듯 안 부리듯 대꾸했다.

"너네는 고작 그런 이유로 서로의 목숨을 위협했던 거라고? 너희 이무기라는 놈들은 다 그래? 특별한 이유 없이도 상대를 콕 집어서 죽일 때까지 쫓아다녀? 대놓고 널 피하는 무기를 계속 쫓아다니는 넌 무기 스토커세요?"

"그런 말을 들으면 심히 불쾌한데."

자신을 무기 스토커라고 묻는 예지의 말에 불쾌하다고 숨김없이 진심을 내비치지만 예지의 미간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뿐이었다.

그리고 아까는 예지가 화제전환을 시도했다면 이번에는 이 백이 화제전환을 위해 예지에게 묻는다.

"그런데 너는 묵이 놈과 무슨 거래를 했던 거지? 분명 나 죽이는 데 일조해 달라 그랬겠지?"

"어, 맞아."

"그러지 않으면 네가 날 죽이려고 하니까."

자신의 짐작에 예지가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했고 뒤이어 무기가 그 이유까지 친절히 덧붙혀주자 이번에는 이 백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며 다름 질문을 잇는다.

"그럼, 대가는?"

"서로 자기 적에게 지켜주기. 실은 나도 언젠가 이 세계에서 동족한테 쫓기는 신세가 될 게 뻔해서 미리 수 좀 써두려고 그랬었지."

"묵이 놈은 나 때문이라지만 너는 종족이 뭐길래 동족한테 쫓겨?"

"간단히 말하자면 서양판 용, 드래곤."

"비만 도마뱀?"

"아니거든?! 내가 비만 도마뱀이면 넌 몸집만 큰 비만 지렁이세요?"

제일 이미지가 비슷한 종족을 예를 들어줬으나 이 백은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특징 아닌 특징에 순간 울컥한 예지가 갑자기 흥분하며 맞대응하지만 이 백은 조금의 타격도 받지 않았는 지 오히려 동족인 무기를 걸고 넘어진다.

"내가 몸집만 큰 비만 지렁이라면 묵이 놈도 똑같이 몸집만 큰 비만 지렁이가 되는 건데?"

자신의 도발이 씨알도 먹히지 않아 씩씩거리느라 무기도 이 백과 같은 이무기인 것을 새카맣게 잊고 있었던 예지는 이 백의 말에 고개를 홱 무기에게 돌린다. 이 백과 마찬가지로 몸집만 큰 비만 지렁이라는 말에 타격이 없었는 지 아무렇지 않아하자 그녀는 고개를 이 백에게 돌리며 말했다.

"열 받아. 우리는 그런 말 들으면 침착할 드래곤 하나 없는데 너넨 너무 타격 없어서 짜증나."

볼멘소리 가득 불만을 늘어놓자 그저 말없이 바라보며 상황을 지켜보는 무기와 달리 이 백은 재밌는 일을 알게 된 장난꾸러기처럼 장난기가 다분하게 씨익 웃더니 예지를 놀리기 시작한다.

"꼭 타격을 받아야 하나? 응? 오히려 그 말에 타격 받고 급발진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굳이 급발진할 일이 아닌 것처럼 놀리자 예지는 정색하며 생각했다.

'그냥...저 놈 죽이고 튈까? 저 놈 구슬은 무기가 알아서 취하든 말든 하라고 하고?'

갑자기 표정이 사라지고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예지의 눈빛에서 살기를 읽은 이 백이 덩달아 정색하며 말했다.

"거 한번 놀렸다고 진심으로 살기를 띈다고? 방금 전 네가 한 말과 사뭇 다른 행동 아니냐. 두번 놀렸다간 줄초상 나겠군."

"알면 비만 도마뱀이라고 하지마."

"그래, 미안하다."

'흥.'

정말 불쾌하다며 다음부터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말에 이 백은 예지에게 빠른 사과를 했고 전혀 진심으로 와닿지 않은 사과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사과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씩씩거리며 흥분했던 기분은 삽시간에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나나나나나나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앗!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빨리 돌아가자!"

교내 가득 울려퍼지는 수업 종 소리에 예지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먼저 옥상문을 벌컥 열고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혼자 급히 계단을 뛰어내려가던 예지는 마지막 계단 몇개를 앞두고 발목을 삐끗하고 만다.

"앗!"

뒤따라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던 무기와 이 백은 예지의 짧은 비명소리에 흠칫 놀라 자신도 모르게 본체의 미니 버전으로 변신을 하고 재빠르게 슈르륵 그녀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짧은 비명을 질렀던 예지는 이미 복도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를 한 후였다. 심지어 안전 착지를 기념하는 포즈도 취하고 있었다.

"우와, 진짜 구를 뻔 했...? 뭐임?"

계단에서 발목을 삐끗한 예지가 계단을 구를까봐 놀라서 본체 미니버전으로 달려왔던 그들은 슈르륵 달려왔다가 멈칫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예지가 당황한다.

"본체긴 본체인데 미니 버전이네. 근데 왜..."

이들의 본체 크기를 알고 있는 예지는 실제 본체보다 몇백배 이상이나 작은 몸집의 구렁이 모습에 놀라워하면서도 왜 변신을 풀었는지 어리둥절해하다 곧 깨닫는다.

"아, 혹시 내 비명 듣고?"

'그냥 구를걸 그랬나?'

스리슬쩍 안전 착지 성공의 세러머니 포즈를 풀고 바르게 섰던 예지는 괜히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냥 굴러서 도움을 받을 걸 생각해본다.

갑자기 찾아온 민망의 침묵 속에서 이 백과 무기가 동시에 인간 모습을 변신하는데 이전에 한번 같은 상황이 놓인 적 있었던 예지는 두손으로 황급히 자신의 얼굴을 가린다.

수초 후 슬쩍 손가락 사이를 벌려 두 사람을 확인하는데 이번에는 잊지 않고 다시 교복차림으로 변신되어 있자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쉰다. 그런 그녀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이 백과 살포시 찌푸려진 미간의 주름을 손가락 끝으로 펴고 있는 무기의 모습에 예지만 더욱 민망해질뿐이었다.

"어, 얼른 가자."

"느려."

수업 종은 이미 한참 전에 울렸는데 삐걱삐걱 로보트 같은 움직임으로 교실을 향해 걷는 예지에게 이 백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복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흠칫 놀란 무기도 급히 뒤따라 뛰기 시작했다.


나비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건물 옥상에서 예지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던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또 다른 건물 꼭대기에서 지켜보고 있는 남자는 자신만 들릴 수 있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구역에서 날뛰는 건 더는 용납 못한다."

그는 여느 산악인들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산객 패션으로 무장해 있었는데 등 뒤로 모은 그의 손에는 스틱 대신 전통의 멋을 간직한 부채가 들려 있었다.

먼저 예지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남자가 모습을 감추자 그 남자를 지켜보고 있던 자도 뒤따라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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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19.전학생 22.06.01 9 0 12쪽
18 018.소개팅 22.05.31 10 0 20쪽
17 017.새 친구 22.05.30 6 0 14쪽
16 016.아일린과 루카스 22.05.28 13 0 12쪽
15 015.축제 그리고 22.05.27 13 0 20쪽
14 014.지역신 22.05.26 12 0 15쪽
13 013.의외의 인물 22.05.25 12 0 12쪽
12 012.그의 사정 22.05.24 13 0 19쪽
11 011.임시동맹 22.05.23 11 0 15쪽
10 010.시선 22.05.21 18 0 15쪽
» 009.이유 22.05.20 14 0 11쪽
8 008.화해 22.05.19 31 0 12쪽
7 007.틀어지다 22.05.18 28 0 13쪽
6 006.회유 22.05.17 16 0 16쪽
5 005.위기 22.05.16 21 0 20쪽
4 004.거래 22.05.14 28 0 14쪽
3 003.수상한 움직임 22.05.13 33 0 11쪽
2 002.새로운 이름 22.05.12 6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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