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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별

드래곤, 이무기를 만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해딴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6.30 06: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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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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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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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012.그의 사정

DUMMY

우리엘에게 감시는 조금 다른 의미의 감시였나 보다.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명을 받들고 곧장 예지가 있는 양호실로 나타났다가 깃털 휘날리며 백이과 무기(나중에 양호실로 찾아왔다)에게 동시에 제압 당해 양호실 바닥에 널브러졌다. 아직 양호 선생이 돌아오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던 예지는 일단 그를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 시켜주었다. 그가 진짜 천족인 걸 알아보고 자동으로 시전한 마법이었다.

힐끔힐끔 양호실 문과 그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그녀가 먼저 우리엘에게 묻는다.

"너 뭐야? 아저씨들이 시켜서 내가 있는 이곳을 알아낸 건가?"

"크윽...치워라."

곱디고운 하얀 얼굴과 녹색의 큰 눈이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예지의 질문에도 대답은 커녕 자신의 사지와 몸을 붙들고 누르는 백이와 무기에게 치우라고만 말하지만 쉽게 풀어주지 않는다. 그러자 다시 예지에게로 시선을 돌린 그가 말했다.

"그 사이 부하들을 만든 건가."

"아닌데."

예지는 그의 혼잣말에 단박에 부정했다. 그러자 놀라는 그의 큰 눈.

"설마 홀..."

"아, 글쎄! 아저씨들이 시켜서 찾은 거냐니까?"

그의 뒷말이 무엇인 지 짐작이 되는 순간 급히 우리엘의 말을 자르며 그녀가 재차 되묻자 그제서야 우리엘은 대답을 해주었다.

"네가 말하는 아저씨들이 누구인 지 모르겠으나 드래곤 로드의 부탁을 받은 가브리엘 님과 함께 네가 썼던 마법진 흔적을 조사, 분석한 결과 이 세계인 것으로 확인, 조금 전에 가브리엘 님께 명을 받고 남은 나를 제외하고 드래곤 로드에게로 돌아갔다. 아마 조만간 다시 이 세계로 오겠지, 이 세계와 드래곤 로드가 있는 세계의 시간 흐름이 비슷하다면."

우리엘의 친절한 설명에 예지는 기어코 이런 날이 왔다며 한숨을 푹푹 쉬기 시작한다.

"설마 우리보다 더 수월하게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천족을 앞세워 날 찾아낼 줄은..."

'웬만하면 타종족의 도움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 아저씨들이 천족에게 부탁을 한 정도면 생각보다 더 내게 이를 갈고 있다는 건가.'

예지의 혼잣말을 들은 무기가 여전히 백이와 함께 우리엘의 사지를 붙들며 물었다.

"전에 네가 말한 동족인가?"

그녀는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서도 우리엘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걘 동족이 아니고 천족, 그러니까 흔히 아는 하얀 깃털의 날개를 가진 천사. 근데 넌 대체 무슨 명을 받았길래 너 혼자 남는 것도 모자라 내 앞에 당당하게 나타났냐?"

"네 동족이 이 곳을 찾아올 때까지 너를 감시하라는 명을 받았다."

"그런데 네게 감시라는 게 다른 의미였나 보다?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고 당당히 감시하겠다고 하는 걸 보니?"

"너의 뒤에서 감시하라는 얘기는 없었으니까."

"아아, 그래서 다짜고짜 이렇게 처들어왔었어요? 염ㅂ. 너 무슨 수로 인간계에 있으려고 덥석 그 명을 받냐?"

"그건..."

그녀가 묻는 말마다 망설임 없이 따박따박 대답 다 해놓고 막상 어떻게 인간계에 남아있으려고 했냐는 질문에는 순간 망설인다. 그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온 예지는 그에게 거래를 시도해 본다.

"야, 언제 돌아올 지도 모르는 놈들 때문에 항상 영혼까지 순수해야하는 네가 인간계에서 타락 안 하고 버틸 자신 있어? 없지? 그럼, 나랑 딜 하나 하자."

"뭐?"

"내가 널 인간으로 폴리모프 시켜줘서 네 맑고 순수한 영혼이 타락하는 걸 막아주는 대신 스파이 역할 좀 해주라."

"싫다. 가브리엘 님을 배신할 수 없어."

"배신이라니? 내가 너네 천족 놈들 습성(?)을 모르는 거 같니? 배신이 아니고 나중에 여길 찾아올 아저씨들이나 네 동족한테 내 위치 숨겨 달라고."

"그게 배신하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네가 생각하는 배신이 아니야. 그냥 나에 대해 말을 빙빙 돌려서 숨겨달란 거지."

"그러니까 그게 그 말..."

"싫으면 이대로 타락 천사가 되어 천계에서 쫓겨나던 가. 타락 천사는 어느 곳이든 선뜻 받아주는 곳 없다는 거 알지?"

"...젠장."

어떻게든 가브리엘이 내린 명을 이수하기 위해서라면 절대 예지와 거래를 해서는 안 되었지만 그녀 말대로 자신은 인간계에 오래 있을 수 없는 천족이었다. 결국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는 수 없군, 알겠다."

"아싸. 이제 풀어줘도 될 것 같아."

예지는 마지못해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자 짧게 탄성을 내지르며 백이와 무기에게 그를 풀어달라 청한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불편한 자세로 엎드리고 있었던 우리엘은 미간에 옅은 주름을 잡으면서 뻐근해진 어깨와 팔의 근육을 풀어주며 일어섰다. 그리고 마침 식사와 수다를 모두 끝내고 돌아온 양호 선생은 양호실로 들어서자마자 열린 문에 의해 발생한 옅은 바람에 휘날리는 깃털을 보고 놀라며 중얼거린다.

"앗! 어디서 비둘기가 들어왔다가 나갔나. 뭔 깃털들이 이렇게 많아?"

순간 천사에서 비둘기로 신분이 폭락 당하는 순간 그의 귀에 예지의 풋, 하는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예지는 소리 죽여 킥킥거리면서도 우리엘에게 전음으로 당부의 말을 전한다.

[미리 말해두는데 조만간 누가 나보고 교주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을 보게 될거야, 그때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도록. 난 분명히 말했어, 당황하지 말라고.]


예지는 하교하기 직전까지 정말 뒤가 신경 쓰였다. 이 학교 학생 신분이 아니다보니 점심 시간이 끝나고 5교시부터는 교실 뒤에서 팔짱 끼고 감시를 했으나 곧 각 과목 담당 선생에 의해 매 시간마다 복도로 쫓겨나기 일쑤였다. 거기다 선생이 뒤에서 지켜보는 우리엘이 너무 신경쓰여 그에게 무슨 질문을 하면 하오체로 대답을 하는 통에 선생의 눈총을 예지도 함께 받기도 했다.

하교 후 기도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예지는 우리엘에게 전음으로 몇시간 동안 쌓인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얌마! 나보다 몸집도 비슷한게 계속 하오체가 뭐야, 하오체가?]

[몇백여년 동안 쓰던 말투를 한번에 바꾸라는 건가?]

[컨셉을 잘못 잡으셨군. 제발 학생 또래처럼 생겼으면 또래답게 언행 일치 좀 하자고오~!]

[내가 왜 너희와 또래라는 거지?]

[그럼? 인간들 앞에서 난 천사요, 하고 다 까발릴래? 여기서 쫓겨나고 국내외 비밀단체에 붙잡혀서 해부 당하고 싶어?]

[해부를 왜 당하지?]

불평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스트레스 유발자인 우리엘에게 불평을 늘어놓지만 그는 무슨 말을 하든 반문만 할뿐이었다. 이에 순식간에 기력이 다운된 예지는 한 비서 몰래 한숨을 푸욱 내쉬며 백이에게 전음으로 전달한다.

[...말을 말자, 말을 마. 백아, 도착하면 저 놈을 어떻게 할 지 함께 고민 좀 하자.]

[그러지.]

두 사람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만 있었던 백이는 피식 웃으면서 흔쾌히 예지의 제안을 받아들여준다. 그러자 우리엘이 특유의 무표정을 고수하면서 투덜거리듯 예지에게 말했다.

[궁금한 것도 못 물어보나?]

[하아...왜 하필 너 같은 놈이 와서...]

[그게 불만이면 가브리엘 님께 직접 얘기하도록.]

[야, 내가 가브리엘에게 가면 호랑이굴에 그냥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뭔 소리여? 기껏 차원까지 넘어서 도망쳤는데 아저씨들만 좋은 일 하게 하자는 거여, 지금?]

[이미 엎질러진 물. 나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소리다.]

[허어. 무기는 인상파이기라도 하지, 너는 무슨...로보트세요? AI인가? 표정 변화가 왜 이렇게 적어? 적어도 너무 적어서 태어날 때도 무표정으로 태어났을 거 같아.]

[굳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이유가 없어서 짓지 않는 것뿐.]

[됐다, 됐어.]

지지 않고 하는 말마다 대꾸를 하는 우리엘에게 예지는 그냥 자신이 입을 다무는 게 낫겠다며 대화를 멈춰버린다.

잠시 후, 기도원에 도착한 예지들은 차에서 내렸고 곧장 예지 방으로 모였다.

"자, 이제 미래 계획을 짜볼까?"

"누가 들으면 오해할 것 같은 문구는 뭐지?"

무지 연습장과 펜을 꺼내며 계획을 짜보자는 예지의 말에 백이가 슬쩍 태클을 건다. 순간 예지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리긴 하나 곧 다시 심신을 안정시킨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무슨 일인데?]

"너 전에 와봤던 내 방 알지?"

[기억 나.]

"그래? 그럼, 당장 텨 오세요. 이만, 뿅!"

"무슨 통화를 그따위로..."

"아아. 내 맘이다, 뭐."

정말 초간단하게 무기와 통화를 끊은 예지는 연습장에 '여기로 들어와'라고 쓴 후 부욱 찢더니 그대로 방 창문을 활짝 열고 그 종이를 화분과 화분으로 고정시켜 놓는다. 그것을 보고 무기가 알아서 방에 들어오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조금 일반적이지 않는 무기를 부르는 방법에 토를 다는 백이에게 투덜거린다.

잠시 후, 본체 미니버전인 모습으로 슈르륵 창문을 통해 들어와 교복 차림의 인간 모습으로 변신한다.

"난데없이 이 무슨...?"

예지의 부름에 일단 오긴 왔지만 워낙 부르는 방법이 어이없어 그저 황당해하는 무기에게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 앉혔다. 그 옆에는 백이도 있었다.

화장대 의자까지 끌고와 마지막으로 우리엘까지 앉혔던 예지는 책상에 앞에 앉아 몸을 그들에게 향하도록 틀어앉으면서도 책상 위에 연습장과 펜으로 의견들을 정리할 준비를 한다.

그렇게 시작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의논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었다.

"아, 글쎄. 오늘 같이 교실 뒤에서 감시하다 결국 복도로 내쫓기는 일 없이 너도 같은 반 학생으로 위장을 하던 가, 그게 싫으면 나랑 맹약을 맺어서 멀리서도 실시간으로 감시를 하던 가 하라고."

"둘 다 싫다."

기껏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열심히 의견을 늘어놓아도 우리엘은 쌈박하게 거절했다. 드래곤인 자신의 도움 없이는 인간계에 오래 있을 수 없는 천족이면서도 예지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는 그에게 그녀는 화가 나려 한다.

"셋 셀 동안 결정 안하면 내 맘대로 한다?"

"너희 드래곤들은 왜이리 고집쟁이 같은가?"

흥분하려는 기분을 겨우 억누르며 묻지만 도리어 우리엘이 종특 아닌 종특을 거론했다. 그러자 결국 터지고 만 예지.

"네가! 그렇게! 만들고! 있잖아!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나보고 어쩌라고? 그렇다고 네가 무슨 의견을 내긴 하니? 아오!"

다행히 방 전체에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둬서 예지가 언성을 높여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아 한 비서가 그녀의 외침을 듣고 놀라 달려오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굴리면서 외친 끝에는 결국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뜯는 행동에 무기가 급히 그녀를 말린다.

"진정해라, 한예지."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예지는 무기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어 의자에 다시 앉히자 심호흡을 하면서 애써 진정시켜본다.

그런 그녀에게 우리엘은 한번 더 폭발하게 만들 발언을 해버린다.

"나는 내 방식대로 널 감시하겠다. 그러니 나를 신경쓰지...!!"

답답함을 넘어 천불이 날 것 같은 그의 발언에 예지는 짜증이 확 솟구쳤고 이내 "네가 계속 싫다, 싫다, 답답하게만 군 네 잘못이다"라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그의 말을 끊었는데 말로만 끊은 것이 아닌 행동으로도 우리엘의 말을 끊는다.

"하, 한예지?"

"맙소사."

갑작스런 예지의 행동에 당황한 것은 우리엘뿐 아니라 무기와 백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모두 당황시키게 한 예지의 행동은 간단했다. 우리엘의 멱살을 잡아 끌어당기더니 이내 입술끼리 부딛혀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입술 박치기를 시전해서 모두가 당황 속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백이와 무기는 자동으로 우리엘과 예지를 멀리 떨어뜨린다.

예지는 우리엘에게 입술 박치기만 하지 않았다. 그의 아랫입술을 깨물어 피를 내게 한 후 그와 강제로 피의 계약을 맺어버리기까지 했다.

"내가 방금 말했지? 셋 셀 동안 결정 안 하면 내 맘대로 하겠다고. 내 말을 절대 거역하지 못하게 피의 계약을 맺었으니 다시는 그 놈의 시러봇 모드는 나오지 않겠지."

"이, 이...!"

무기와 백이의 손에 의해 우리엘에게서 떨어뜨려진 예지는 입가에 주륵 흐르는 피 한방울을 그냥 손등으로 스윽 닦으며 말했고 그는 너무 당황스러워 그저 손등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예지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어느 새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언제 들이닥칠 지 모르는데 너무 결정을 못해서 그냥 저질러 버렸네? 그러게 누가 싫다, 싫다, 시러봇마냥 거절하래?"

"이 미친 드래곤...!"

"그래. 욕해라, 욕해."

계속 빨개진 얼굴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예지에게 타격이 하나도 가지 않는 욕을 하는 그에게 예지는 그의 욕을 다 받아주다가 문득 뭔가 떠오르는 생각에 입가에는 절로 사악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여전히 새빨개진 얼굴로 백이의 손에 안겨 있는 그에게 말했다.

"아참, 그러고보니 너네 천족들은 사귀는 사이에서도 키스는 안 하지? 키스라는 행동 자체가 평생의 반려를 결정하는 행동이니까. 너 이제 큰일났다."

"이, 이..!!"

"나야 딱히 의미 없어서 상관없는데 너는 진짜 큰일났네? 피의 계약도 계약이지만 내가 죽지 않는 한 다른 반려를 들일 수 없으니. 앞으로 9000년은 더 솔로겠군, 축하해."

"이, 이, 이...! 무자비한 악룡 같으니! 돌려놔!"

"이미 피의 계약뿐만 아니라 천족의 맹약까지 맺어졌는데 어떻게 돌려놓니? 그리고 너 한국 욕 좀 배워야겠다? 너한테는 그게 제일 센 욕이지?"

무표정이던 그의 표정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그의 표정을 여전히 사악한 미소를 유지한 채 감상하고 있을 때 옆에서 무기가 그녀를 말려본다.

"그만해, 우리엘 씨가 곤란해 하잖아. 우리엘 씨 종족 특성에 대해 잘 아는 거 같은데 대체 왜 그런 거야?"

우리엘에게서 떨어뜨려놓을 때 잡았던 그녀의 한 손목과 허리를 계속 잡고 있은 체 그녀를 말리자 예지는 어느 새 사악한 미소가 지워지고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하니까 홧김에 종특 좀 이용한 거뿐이야. 말이 반려를 정하는 맹약이지, 영원하지는 않아. 게다가 같은 천족 아니면 그냥 연인 사이끼리 하는 평범한 키스에 불과할 걸?"

그녀가 대꾸한 사람은 무기였으나 대답은 무기가 아닌 세상 다 살았다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우리엘에게서 들려온다.

"...아니다."

"응?"

"아니라고."

뭐에 대한 부정인 지 확실하게 알 지 않아도 급격히 싸해지는 느낌에 예지가 불안에 떨기 시작하면서 우리엘에게 되물었다.

"뭐, 뭐가? 불안하게 왜 아니라고 하는거야..."

"대부분 천족과 천족 사이에서만 효과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바로 최근에 서로 다른 종족이어도 똑같은 맹약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 그 어떤 종족이 되었든 천족과의 키스는...평생 서로에 대한 순종과 희생 그리고...사랑을 맹세하는 맹약. 오히려 큰일난 건 너 아닌 가? 9000년 동안 내가 널 쫓아다니게 됐으니."

'뭐시라굽쇼?'

새로이 밝혀진 사실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경악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우리엘은 몇마디 더 덧붙힌다.

"너에게 루카스라는 연인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와 영원을 약속하는 맹약을 하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만일 영원을 약속하는 맹약을 맺었다면 그 맹약은 반드시 깨질 것이고 다시는 그와 영원을 약속할 수 없을 것이다. 천족과의 맹약은 그깟 영원의 약속과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절대적이니까. 만일 하지 않았더래도 너와 나 둘 중 누군가 먼저 죽어서 맹약을 해제하지 않는 한 너는 그 누구와 영원을 약속할 수 없어. 다시 묻지, 너는 루카스와 영원을 약속 했는 가?"

'여, 영원의 약속? 안 했지. 안했는데...그래도 대충격인데.'

"영원의 약속을 안 한게 다행인 지 불행인 지...허어..."

한편으로는 루카스와 영원을 약속하지 않음에 다행이라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차원을 넘어 도망칠 정도로 그를 매우 사랑했으나 이제 다시는 그와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에 휩싸여 망연자실해진다. 그리고 또 다른 사실에도 충격을 받아 털썩 의자에 앉는다.

괜히 당황하지 않은 척, 불평불만이 가득한 척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투덜대기 시작한다.

"설마 나 없는 사이에 그런 사례가 발생할 줄은 몰랐네. 뭐, 어차피 정신계 정령왕을 불러다 맹약을 깨버리면 그만이니까. 안 그래?"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최적의 방법을 내놓으나 뒤이은 우리엘의 대답에 그녀는 다시 절망을 맛봐야 했다.

"그렇긴 하다만, 내가 듣기론 정신계 정령왕이 지금 부재 중이라지."

"뭬야?"

"아마 다른 차원에서 유희 중인 것으로 아는데."

"허어...말도 안 돼. 어느 세월에 찾으라고 유희를 나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유희 중인 차원에 태양계라는 것이 있고 그 중에 지구라는 곳의 대한민국이라는 얘기를 들었지. 아마 계속 유희 중이라면 십여년은 됐겠지. 시간 흐름이 네 원래 세계와 같다면."

자신의 기분을 번갈아 업다운 시키는 우리엘의 말에 예지는 앞으로의 계획과 별개로 다른 계획도 짜기 시작한다.

"어차피 시간 흐름이 천지차이라서 당장은 아저씨들이 처들어오지 않을테니까 그동안 우리는 그 정령왕 좀 찾자. 너네도 도와줄 거지?"

"단서 하나 없이 그를 찾자고? 완전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로군."

"그래서 어떻게 찾아볼 건데?"

"하아, 그것이 문제로구나."

양손 깍지 끼고 최대한 불쌍해보이게 두눈을 깜빡깜빡거리며 부탁하자 백이, 무기 순으로 대꾸했다. 그리고 무기의 질문에 예지의 고개가 절로 푹 숙여진다.

"그것도 다같이 함 고민해보...! 오!"

"왜?"

다시 젖어드는 좌절감에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리며 그를 찾을 방법을 다함께 고민해보자며 우리엘, 백이, 무기를 쭉 둘러보다 문득 시야에 들어온 어느 한곳에 멈춘다.

그녀의 시선의 끝을 따라 모두가 한 곳을 쳐다보자 그 곳에는 5단 수납장이 있었는데 그 수납장 위에 올려진 신문이 시야에 들어온다.

"신문사에 사람 찾는다는 광고를 넣고 배포하면 들어오는 익명 제보들을 추려서 범위 좀 좁히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흐음, 괜찮은 생각이군."

그녀의 방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가 없었는 지 우리엘마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예지의 텐션이 순식간에 높아진다.

"좋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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