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9.4화
규칙24. 평범한 것은 재미없다. 마물 사냥도 재밌게!
“네?”
라임은 순간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번 임무에 페이르도 같이 따라간다니!
모처럼 혼자 하겠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라임의 표정은 그야말로 썩어가는 개풀 같았다.
도대체 왜!
“나도 갈 거야.”
당신이?
그냥 여기서 혼자 노시죠, 하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내뱉을 수는 없었다.
“위험합니다.”
“나 단장인데?”
물론 계급 상 그렇지만, 그 외모와 그 나이를 보면 위험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 쪽도 위험 할 것 같지만 그 쪽 때문에 제가 위험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저번 임무에서 렉스와 같이 갔다 렉스에게 생명의 위협을 겪은 이후로 라임은 더 이상 다른 사람과 같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 진짜 세!”
아, 예. 그렇습니까?
말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라임이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인지 어디선가 검 하나를 낑낑거리며 들고 온 페이르가 당당히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방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이봐, 나 세지!”
네, 좀 세긴 한 대요.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저 나이에, 저 몸으로 이런 능력이라니!
물론 제국의 황족들이 대대로 괴물이라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라임은 페이르와 함께 마물을 처리하러 가야 했다.
“뭐야, 재미없어. 시시해.”
열심히 그 동안의 훈련과 용병 경험을 통해 아주 무난하게 마물을 처리한 라임은 옆에서 들리는 페이르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마물 처리하는 데 뭘 바라는 건데!
“우선 끝났으니까 이만 가시죠.”
“싫어. 재미없단 말이야!”
그럼 뭐 어쩌라구요!
“다르게! 다르게! 그냥 베는 거 이상해. 마물도 슬퍼할 거야.”
아니, 깔끔하게 고통 없이 베어주었으면 감사한 일이지 뭐가 슬픈데!
“씨이, 안 돼! 딴 애, 다시 죽여!”
그와 함께 기어코 옆 어딘가에 멀찍이 숨어 있던 마물들을 끌고 온 페이르였다.
“또 그냥 죽이면, 얘네랑 결혼시킬거야!”
이젠 하다못해 마물입니까?
도대체 자신에게 정상적인 결혼 상대자를 줄 수는 없는 건지.
그런데 그냥 죽이지 않으면 어떻게 죽이라고?
“전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러는데 시범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쳇. 바보 같긴. 잘 보고 따라해.”
따라하라는 말에 움찔하긴 했지만 우선 한번 보기로 했다.
“이얏. 난 타잔이다. 우아아아아~~”
정말 타잔 흉내를 내며 나무 가지를 붙잡고 흔들흔들 한 페이르는 살포시 마물 위에 앉아 목마를 탔다.
“이럇! 달려라, 마물 1호!”
어서 달리지 않냐며 페이르는 마물의 털을 잡아당겼고, 덕분에 땜빵이 생겨버린 마물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마물 위에서 내려와 슬라이딩 하며 또다른 마물 하나의 다리를 걸어 쓰러뜨렸고, 다른 마물의 그곳에 똥침을 했다.
“페이르의 사뿐사뿐 나비효과!”
지가 정말 나비라도 된다는 듯 사뿐사뿐 가볍게 발을 옮기는 페이르가 마치 날아가듯 뛰어올라 마물의 한가운데, 그곳을 발로 찼다.
마물이라도 그곳의 고통은 인간만큼 강렬한지 거친 울음소리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설마 자신보고 저런 짓을 하라고?
“응? 뭐해? 너도 어서 해!”
역시, 절대 다시는 누구와도 같이 오지 않겠어!
- 작가의말
저런 식으로 마물 죽이다, 본인이 죽겠어요.
수치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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