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흑마법사(2)
102화.
울컥.
검붉은 피를 토해낸 다이안 남작은 어떻게 된것인지 짐작이 되었다. 저 마도사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게끔 막아 버린것이다. 마도사라면 하위 마법사의 마나 서클을 움직이지 못하게 봉할수 있다. 이대로는 꼼짝도 못한채 저 마도사에게 생포되어 버린다. 자살을 해야했다. 마나를 움직여 자살하는 방법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태다. 무기는 애초에 지니고 있지도 않았다.
혀를 깨무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방법도 마도사라면 잘려진 혀를 붙여 버릴것이다. 아예 완전히 혀를 잘라 삼켜 버려야만 했다. 쉽지 않는 일이지만 생포되어 고문을 받는것 보단 나았다. 즉시 혀를 강하게 깨물려고 했다. 단번에 잘릴 정도로 강하게 깨물려고 했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입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몸이 완전히 굳어 버린듯 전혀 움직일수도 없었다. 오직 눈동자만 움직일수 있었다. 저 멀리 마도사가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어느새 홀드 마법을 펼친것이다. 자신도 감지 할수도 없을 정도였다.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우당탕.
다이안 남작 근처에 있던 귀족들이 깜짝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남작에게서 멀어 질려고 작은 소란이 발생했다. 남작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것이다. 다이안 남작은 갑자기 피를 내뿜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모두들 전염병이 아닌지 의심했다.
"나, 남작! 괜찮은가?"
다이안 남작과 친분이 있는 귀족이 다이안 남작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다이안 남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굳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 남작에게 조심스럽게 다가 갈려고 했다.
"멈춰! 누구도 다이안 남작에게 접근하지 마라."
켄은 급히 귀족들을 향해 소리치며 마법을 시전했다.
"리버스 그래피티!"
둥실.
다이안 남작이 굳은 상태 그대로 공중으로 떠 올랐다.
"어엇!"
"남작이 날아간다."
"저럴수가..."
그런 광경에 귀족들이 놀라든 말든 다이안 남작을 고위 귀족들이 있는 단상쪽으로 끌고 왔다.
우당탕.
단상 앞에 내동댕이쳐진 다이안 남작은 굳은 상태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컥!'
말한마디 할수도 없는 다이안 남작은 새삼 저 마도사가 굉장한 마법사라고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저런 자가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대업에 큰 차질이 발생할것이다. 탑주의 실력에 버금가는 마법사의 등장이다. 탑주가 얼마나 많은 능력을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자를 넘어 서야 한다. 자신은 이미 끝났다. 구차하게 살려 달라고 애원할 생각은 없었다. 대륙에서는 흑마법사를 발견하면 모든 마법사와 기사들이 달려 든다. 너무 안일하게 행동한 것이다.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전재산을 쏟아 부어 마나 감지 방해 아티팩트까지 사용하면서 대업 완수에 매진했다. 이대로 도주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지부장에게 죽음을 면치 못할것이다. 임무에 실패한 토바스데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신세도 마찮가지다. 도주해 깊은 산속에 숨어 살지 않는한 동료들의 추적을 피할순 없는 노릇이다. 저 마도사 앞에서 꼼짝도 할수없는 신세로 전락해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 이제 어떻게 죽을지만 남아 있었다. 고통스럽게 고문을 당해 죽을지 아니면 모든것을 실토하고 편안하게 죽을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마, 마도사님! 다이안 남작을 왜 끌고 오신겁니까?"
웅성웅성.
귀족들의 웅성거림이 심해지며 테스라 공작의 말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테스라 공작은 물론 모든 귀족들이 의문을 품으며 켄의 입을 주시했다.
"다이안 남작이라는 이 놈은 흑마법사다."
"헉!"
"흐, 흑마법사!"
모든 귀족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상치도 못한 말이 터져 나왔다. 회의실은 귀족들의 경악으로 시장터를 방불케했다.
"시끄럽다."
음성 증폭 마법을 사용해 외친 켄은 귀족들의 소란이 잦아 들자 마탑주를 불렀다.
"마탑주! 이 놈 몸 어딘가에 마나 감지 방해 아티팩트가 있을거다. 그걸 제거한후 마나 서치를 펼쳐 놈의 서클을 확인해 봐."
"아, 알겠습니다."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마탑주는 떨리는 손으로 다이안 남작의 몸을 수색했다.
"이, 이것이 아티팩트같습니다."
다이안 남작의 허리띠를 풀어 건네 주었다. 허리띠 뒤쪽에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마법진의 형태로 볼때 틀림없었다. 흑마법사는 물론 백마법사도 아티팩트 마법진은 똑 같다. 들어 있는 마나만 다를뿐이다.
"음, 틀림없는 흑마법사입니다."
흑마법 특유의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 다이안 남작은 5서클 유저였다. 완전한 5서클 유저는 아니지만 서클 5개가 감지되었다. 자신과 비슷한 마법사의 서클을 이렇게 쉽게 확인할수 있는건 다이안 남작이 아무런 저항도 할수없을 정도로 마나가 굳어 있는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그만큼 마나 봉인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된 샤레인 마탑주였다.
웅성웅성.
마탑주의 말에 또다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정식으로 확인이 된것이다. 왕실에 흑마법사가 암약하고 있었던것이다. 이 일이 마케아 마법 왕국에 알려 진다면 마법 왕국에서 왕실을 조사할려고 압박할것이 뻔했다. 지금 마법 왕국에서 헤르난데스 백작령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불똥이 왕실까지 번지는것은 누구도 막을수 없다. 이 많은 귀족들의 입을 모조리 막을수는 없는 일이다. 누군가에 의해 다이안 남작의 정체가 알려 질것이다.
"다이안 남작! 네놈의 정체는 이미 파악된 상태다. 너에 대해서 말해 봐. 대답여하에 따라 살려 둘지 죽일지 결정하겠다."
홀드 마법으로 인해 꼼짝도 할수 없는 지경인데 무슨 말을 하라는 건지 눈만 데굴데굴 굴리던 다이안 남작은 혹시나 해서 몸을 움직여 보았다. 역시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입만은 움직일수 있을꺼다.혀를 깨물고 싶으면 얼마든지 깨물고 숨겨둔 독이 있으면 삼켜라."
눈앞의 마법사는 자신을 농락하고 있었다. 아무리 혀를 깨물어도 이 마법사는 순식간에 치료를 할것이다.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워 끌고 올 정도라면 상상도 할수 없을 정도의 마법사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마법사앞에서 자살은 꿈도 꿀수도 없는 일이다. 괜한 헛수고를 할 생각은 없었다.
"죽여라."
"네 대답을 들어 보고 살려줄지 죽일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행정관이 되어 왕실에 숨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
"......"
다이안 남작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남작의 눈빛은 이미 죽어 있었다. 살 의지가 없는 것이다. 흑마법사가 포획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살려 준다고 해도 서클을 파괴해 버릴것이다. 그러면 살아도 산것이 아닌 신세로 전락한다. 서클을 온전하게 보전해 준다고 해도 이미 흑마법사라고 알려진 상태에서 쫒기는 신세로 전락해 버릴것이다.
"어차피 너도 입을 열수 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을것이다. 고문을 견딜수 있으면 얼마든지 입을 다물고 버텨 봐라."
마법사는 몸이 허약하다. 연구실에 틀어 박혀 서클을 올리기 위해 밤새도록 연구에 몰두하는 마법사들이 체력을 기를 운동을 하는 자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한두명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그런 허약한 마법사들이 고문을 견딘다는 것은 무리다. 대부분 마법사는 서클을 박살내면 삶을 포기해 모든것을 자백한다. 그만큼 중요한것이 심장에 자리하고 있는 마법 서클이다.
"다시 한번 묻겠다. 이번에도 입을 다물고 있다면 고문을 하겠다. 왕실에 잡입한 이유가 뭐냐?"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서다."
웅성웅성.
남작의 말을 들은 귀족들이 떠들썩했다. 다이안 남작이 흑마법사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악할 일인데 왕실에서 어떤 음모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어떤식으로?"
"일왕자와 이왕자를 충돌시키는 계획이었다."
"자세히 말해 봐."
한번 입을 연 다이안 남작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모든것을 말해 버렸다. 버틸수 없다는걸 알고 있는 것이다.
"헤르난데스 백작을 제거해 임시 영주를 정식 영주로 올린후 반란을 일으킨다는 계획이 틀어지자 백작령에 흑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왕실에 알려 이왕자를 토벌군 사령관으로 임명시켜 파견하도록 했다. 헤르난데스 백작령 토벌은 이왕자를 따르는 귀족파의 병력을 소모시키기 위한 핑계였다."
쩌억.
다이안 남작의 말을 듣고 있던 귀족파 귀족들이 입을 쩍 벌리고는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저 놈이 감히 이왕자님을..."
"닥쳐. 모두들 찍 소리도 하지 마."
떠들썩한 귀족들에게 호통을 친 켄은 다이안 남작이 계속 말을 하도록 종용했다.
"계속해."
"토벌에 실패한 이왕자를 암살하기 위해 어쌔신을 고용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수도로 올라온 이왕자를 궁지로 몰기위해 일왕자가 자주 찾아 가든 창녀의 정신을 조종해 회수 마법이 걸린 마법검을 일왕자에게 주어 토벌군 사령관 증표로 삼으라고 일왕자를 부추켰다. 일왕자는 시종장을 협박해 국왕에게 마법검을 전달해 총사령관 증표로 이왕자 품으로 마법검이 들어갔다. 이왕자가 수도로 올라온 밤 이왕자가 가지고 있는 회수 마법이 걸린 마법검을 회수해 국왕을 암살한것이다. 이왕자를 국왕 시해의 범인으로 몰아 내전을 유도할 계획이었다."
"저, 저런 미친 놈이..."
"감히 폐하를 시해하다니..."
"모두 조용히 하지 못할까."
소란스런 귀족들에게 테스라 공작이 급히 나섰다. 조금전에 드래곤이 모두들 조용히 하고 있으라고 말한 상태다. 드래곤이 화를 내기 전에 귀족들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다이안 남작의 말은 경악할 정도였지만 드래곤과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였다. 친구인 국왕의 암살 전모가 드러났다. 역시 일왕자가 한발을 걸치고 있었다. 왕실파 수장으로 친구였던 국왕의 부탁으로 일왕자를 지지해 왔지만 일왕자는 국왕 재목이 아니었다. 일왕자가 국왕 자리에 오른다면 브리보아 왕국은 쇠퇴의 길로 접어 들것이다. 귀족들 앞에선 소심한 성격이지만 귀족들이 없는 곳에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일왕자는 망나니라고 소문이 난 상태다.
"아린이라는 창녀는 일왕자에게 단검을 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일왕자가 자주 찾던 그 창녀의 기억을 일부분 제거했다."
창녀인 아린이 일왕자에게 단검을 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게끔 기억을 제거한거다. 철저한 놈이었다.
"네 동료는 몇명이고 어디에 숨어 있나?"
"......"
아무런 말도 없는 다이안 남작의 태도에 동료가 있다고 확신했다. 없으면 없다고 즉답을 했을 것이다.
"얼마나 동료애가 끈끈한지는 모르지만 말해라."
"...네명이다. 아니, 지금은 모두 세명으로 브랜드 상회가 본거지다."
다이안 남작은 솔직히 말했다. 브리보아 왕국에서 암약하고 있는 흑마법사 지부와 지부장을 감쌀 이유가 없었다. 지부장에 의해 임무에 실패한 동료인 토바스데가 죽어 버렸다. 입을 다물고 있더라도 고문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브랜드 상회는 많은 상회와 상단중에 중간쯤에 해당되는 중견 상회다. 취급하는 물품도 다양하다고 했다.
"크라크 백작! 마탑주! 같이 가자."
서둘러야 했다. 아직 이곳에서의 일이 알려 지진 않았겠지만 흑마법들의 본거지를 급습해 일망타진해야했다. 놈들을 놓친다면 또다시 무슨 음모를 진행할지 모른다. 마법 왕국에서도 이 일에 끼어 들어 대륙은 혼란에 빠져 들것이다. 헤르난데스 백작령에 흑마법사의 흔적을 찾고 있는 마법 왕국의 조사단 단장인 라운드 마법사에게는 나중에 알려 줄것이다. 일단 브랜드 상회라는 곳을 수색해 흑마법사들을 잡아 들이는 일이 먼저였다.
"공작! 누구도 이 회의실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해. 혹시 브랜드 상회와 연관이 있는 귀족이 있을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바르테인 백작! 부탁하네."
수도 경비대 대장인 바르테인 백작은 즉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회의실을 완전히 포위했다. 한편 켄은 왕실 근위 기사단 단장인 소드 마스터인 크라크 백작과 왕실 마탑의 샤레인 마탑주와 함께 왕실 근위 기사단의 안내로 브랜드 상회가 있는 외성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저곳이 브랜드 상회입니다."
완전 무장한 기사들이 외성으로 쏟아져 나오자 일반 주민들이 웅성거리며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브랜드 상회는 2층 건물로 높은 담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아 얼마나 넓은곳인지는 모르지만 담장과 건물 높이로 추정할때 꽤 넓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담장을 근위 기사단이 에워 쌓다.
저벅저벅.
크라크 백작을 선두로 활짝 열려 있는 브랜드 상회 안으로 들어 갔다. 왕실 근위 기사단 부단장인 트레인 자작은 외곽의 기사들을 지휘하고 상회안으로는 켄과 크라크 백작과 샤레인 마탑주 단 세명이었다.
"마나 필드!"
"응?"
소드 마스터인 크라크 백작이 마나 유동을 감지했는지 켄을 슬쩍 바라 보았다.
"놈들이 도주하지 못하게끔 마나 필드를 전개한거다."
"음."
마나 운용을 억제하는 마법의 영향으로 몸이 조금 무거워진듯한 크라크 백작은 조금은 불만이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이 이렇다면 이 영역안에 있는 다른 놈들은 마나 운용이 더욱 어려울것이다.
"마나 서치!"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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